
뜻밖의 기회로 신작 <이상보다 높은 향기>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신작이라 두근두근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서 두근두근

저는 보통 읽을 소설을 선택할 때 소설의 제목과 표지를 보는데요.
제목은 뭔가 심오하게만 느껴지고, 표지의 그림에는 석양을 바라보는 두 남녀가 보입니다.
어떤 맥락으로 이끌어 갈지는 대략 짐작은 간다만,
짐작을 넘어선다는 것이 이 소설의 함정~~
아~ 그리고 책의 두께가 좀 두껍습니다. '과연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기타 다른 종류의 책이나 소설을 읽을 때 저자의 프로필은 자연스럽게 훑어보잖아요.
깜놀~.. 엄청난 스펙에 깜놀.. 이공계출신의 신인작가-
스펙에 놀라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그렇지만 염려스럽기도 했습니다.
(이공계에 대한 저의 선입견과 편견으로 봤을 때)
이야기 흐름이 지나치게 기계적이고 이성적이진 않을까하는 걱정도 되었지요.
근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공계출신의 번역가가 번역을 잘해준 사례를 본 적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창작을 하는 데에는 출신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저자가 가진 저마다의 색체와 개성 등을 생각해봐야 할 듯합니다.
(물론, 문학을 자주 접하시는 분들은 저와 같은 선입견이 없으시겠지만요^^;;)
일단 저만의 선입견과 편견을 잠시 내려놓고, 방대할 듯한 장편소설을 읽어나갔습니다.
소설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남자주인공 "김브든"의 성장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주 간단한 소개이지요? 하핫~ 그리고 아주 흔한 소재이구요-
그러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가 중요하겠지요?
김브든, 참 특이한 이름의 주인공입니다.
(이름이 왜 김브든인지 무척 궁금했지만,
소설을 읽어가다가 한문장을 읽고 자연스럽게 궁금증이 해소되었습니다. 읽다 보면 아실꺼예요.)
이 소설은 브든의 15살 인생부터 32살 인생을 이야기입니다.
브든은 중학교시절때 축구선수의 꿈을 가진 소년이였습니다.
단짝인 민수와 함께 축구선수로서의 부푼 꿈을 안고 늘 설레이는 나날을 보냈지만, 불의의 사고로 민수가 죽게 되자 축구선수로서의 꿈도 접게되었습니다.
그리고 첫사랑 허유미와의 달달한 로맨스-
하지만 달달한 순간도 잠시,
유미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면서 그 둘은 장거리 연애를 해야했습니다.
그래도 브든은 이를 계기로 "우주비행사"라는 꿈을 확정했으며,
그 꿈의 이면에는 유미가 있는 미국으로 가서 사랑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였습니다.
물론 갑작스럽게 우주비행사가 되려했던 것은 아니고, 축구 다하고 "우주비행사"가 되자고 했던 단짝 친구 민수와 마지막 대화가 브든의 꿈을 다시 정하는데 영향을 끼쳤던 것 같아요.
'사랑, 그것은 그 자체로 불가능한 노력을 멈추지 않게 하는 가장 강력한 마약이다
<18세 브든의 일기 中에서>p.130'
브든은 그렇게 사랑의 힘으로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한일공동이공계국비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일본나고야대학 항공우주공학과에 입학하게 되면서 그의 20대는 시작됩니다.
엄청난 집중력과 집념으로 꿈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학업에 전념하는 브든.
그러나 꿈을 향해가는 동안 사랑이 변덕을 부려서 그의 심경에 많은 변화를 줍니다.
유미와의 사랑은 어떻게 되고, 브든은 어떤 사랑을 할까요?
(리뷰를 쓰다가 소설의 줄거리를 다 쓸 뻔 했습니다.)
소설을 쭉~ 읽어가다보면 브든의 이력은 저자의 이력과 거의 일치합니다.
아무래도 그의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꽤 있는 듯합니다.
저자 스스로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감탄했던 순간들에서 소설의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픽션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브든은 집념이 엄청나게 강한 친구이며, 안되는게 없는 친구입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가고
일본과 미국의 명문대학에서 학업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부럽더라구요.
'부럽다 부럽다'하면서 소설을 읽었는데,
저자 자신도 모태 똑똑이 브든을 보며 샘이 났다고 합니다. 하핫 -
일단, 이 소설은 브든의 <사랑>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위에 브든의 일기에서도 언급했든이,
매사에 <사랑>의 힘으로 박차를 가하기 때문입니다.
브든은 주변인들의 영향을 받습니다.
민수의 영향으로 축구선수라는 꿈을 꾸었다가
민수의 죽음과 브든의 부상이 겹치면서 축구선수의 꿈을 접게 되었다가,
첫사랑의 유미와의 장거리 연애를 하면서
그녀와의 사랑에 절박해지면서 "우주항공사"라는 꿈을 가지게 됩니다.
엄청난 스포를 퍼트리자면 브든은 "우주항공사"의 꿈을 이룹니다.
그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주는 자극제가 <변덕스러운 사랑>이었습니다.
브든은 학업을 하는데에서는 천부적인 근성으로 많은 것을 차례로 이뤄내지만,
사랑으로 삶의 희노애락을 다 경험합니다.
'사랑에 이렇게 절실한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사랑에 모든 것을 걸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놓아주면서까지 상처를 끌어안으며 사랑을 합니다.
아주 미련할 정도로 말입니다.
사랑의 성취감에 꿈을 향해 전진하기도 하고,
실연을 이겨내기 위해서 학업에 몰두하기도 합니다.
'예고 없이 그렇게 시작되는 것. 반드시 예고 없이 시작되어야 사랑이라고 할 수 없지만,
예상치 못한 만남은 사람의 가슴을 원 없이 후벼파고 나서야 본색을 드러내니까.
그래서 더 기쁘고 더 아플 수 있다고 p. 187'
'사랑이란 어차피 일시적이고 불안정한 것일 테니까.
계속 만났더라도 유리잔처럼 깨지기 쉬운
행복한 미래를 영원히 붙들고 있을 수 없을테니까.p.326'
'고독은 그에게 궁극의 집중력과 고도의 몰입상태를 유지하게 만들어 주었다. p. 326''
그리고, 소설의 극적 상황 전개를 위해서 많은 우연과 인연 그리고 복선이 장치로 활용됩니다.
소설의 흐름이 아주 단조롭게 흘러가다가
어느 순간의 극적인 상황으로 이끌어 소설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됩니다.
뭔가 특별한게 없다는 생각에 방심하고 있다가
"예상할 수도 있는 상황"이 아주 크게 가슴을 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울컥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여운이 크게 남아서 멍-하니 있었네요.
존 그린의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이후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운이었던 것 같아요.
브든을 지켜보는 내내 느낀 것은 "브든, 여한이 없겠다 그리고 허전하겠다"였습니다.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감탄 즐거움 절박함 애절함 실망감 배신감' 등
사랑의 다양한 모습들을 경험하며
행복과 불행을 전부 감수하는 브든은, 최선을 다하는 사람입니다.
아주 후회가 없을 정도로요.
반면, 다 이루고 나니 허전함과 공허함에 사무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 먹먹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브든, 넌 무엇을 위해서 사랑했던 거니?넌 무엇을 위해서 꿈을 좇은거니?"라고 묻고 싶더군요.
그러고 보니, 브든은 <꿈>을 이루는 것, <사랑>하는 것은
누군가를 위해서 가 아니라 오롯이 자신을 위한 것이였음을 보여줍니다.
브든의 주변에는 경쟁자들이 없습니다.
브든 자신에게만 몰입한 모습이 그려졌으며, 그의 주변에는 그를 돕는 우호적인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를 사랑했던 연인도 그의 꿈을 존중했으며 그도 그들을 존중했습니다.
그들과 함께 각자의 꿈을 이뤄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더라구요.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길을 가면서
미래를 생각하는 일보다 더 의미있는 일이 있을까.p.309'
<꿈>을 이룬다는 것은
<사랑>이라는 촉매제가 있어서 위기를 극복하고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것이고,
<꿈>을 단순한 성취의 결과물로 여긴다면 엄청난 공허함이 우릴 덮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신, <꿈>이라는 것을 우리가 순간순간을 살아가는 삶의 과정이며 여정이라고 여긴다면,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이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 않을 것입니다.
<꿈>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해내고 있는 일 혹은 해낼 수 있는 일일 것입니다.
"여한 없겠다 그러나 허전하겠다"는 표현이 작가의 마음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지극히 저만의 느낌이긴 하지만요.
그의 스펙만 보았을 때는 남부러울 것이 없겠지만,
그 스펙 때문에 그는 다른 사람들의 기대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것 같거든요.
물론, 자신의 소신대로 하는 것 같습니다.
현재 직업을 가지고 있음에도 소설가로서 활동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 끊임없이
꿈을 향해 전진하는 것 같습니다.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시도해본 다는 것 그 자체가
<꿈>을 이루는 현재진행형인 듯합니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아주 조금일지라도 그것을 남보다 더 잘한다는 것.
이 두가지가 상호작용을 일으켜 선 순환적인 성장이
반복될 때에는 노력이 별로 고통스럽지 않다.
꿈을 갖고 있다는 건 남들에게도 분명히
이런 느낌일 것이다.<15세 브든의 일기 中에서>p.10'
*
저는 문체의 종류가 어떻는지, 문체에 대한 느낌을 설명하는 방법을 잘 모릅니다.
다만, 저는 주로 남성 작가들이 쓴 <로맨스 소설>을 읽었습니다.
기욤뮈소의 <구해줘 외 다수>, 더글라스 캐네디의 <모멘트>,
존 그린의 <잘못은 우리별에 있어>, 김영진의 <사랑은 냉면처럼> 그리고 김재형의 처녀작.
솔직히 여성 작가가 쓴 로맨스 소설은 많이 읽어보지 못해서
남성작가들과 어떻게 비교해야 될지는 잘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남성 작가들의 로맨스 소설은 사랑을 표현하는데 더 구체적인 것 같아요.
내용의 흐름이 단조로운 것 같으나 스펙타클하구요. 때론 아주 절박하더라구요.
특히, 사랑에 있어서는 여자들이 몰랐던 남자들의 심리를 알 수 있었던 것 같구요.
남자들은 말보단 행동으로 사랑을 다 표현해서 더욱더 애절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남자들은 진정한 사랑 앞에서 모든 것을 내 던지는데 여자들이 모를때,
혹은 어긋날때 안타깝더라구요.
물론 소설 속에서 그려지는 완벽한 인물과 사랑으로 묘사될 수도 있겠지만요.
남성 작가들이 쓴 <로맨스 소설>을 통해서 지나친 환상만 심어질 수도 있겠지만,
남자들이 표현하는 사랑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주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남자들은 자신에게 후회없도록 연인에게 최선을 다하는 사랑을 하는 것 같습니다.
(다~ 그렇진 않겠지만. 그렇게 믿고 싶어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