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책
로스 게이 지음, 김목인 옮김 / 필로우 / 202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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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요즘 여러 매체를 통해서 일상을 뒤흔드는 수많은 사건사고를 접하게 됩니다. 불행의 소식을 들으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만약 나에게 혹은 우리에게 닥친 불행이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면 너무나 아찔해집니다. 이런 일들을 뒤로하고 나의 일상을 보면 남들보다 못 누리는 것 같고 남들보다 더 불행한것 같다며 불평불만을 할 때가 있습니다. 나의 바운더리 바깥으로 일어나는 위험요인들을 고려해보면, 내가 누리는, 무탈한 지금에서 충분히 사색하고 소소한데서 기쁨을 마주하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일상을 면밀히 자세히 들여다보는데서 누리는 기쁨에 관한 책이 있습니다. 미국의 에세이스트이자 시인인 로스 게이의 《기쁨의 책》입니다.




세상의 흐름에 따라 유유자적 자유롭게 댄서나 발라리나(발레리노)처럼 춤을 추는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표지입니다. 화이트와 블루의 조화를 자랑하는 표지에서 이미 <기쁨>이 전해집니다. 세상의 자유를 온몸으로 즐기는 <기쁨> 말이죠!!



>> 로스 게이 작가에 대하여



요즘엔 문학적 감성을 마음에 담고싶은 마음에 시인이나 에시이스트의 글을 마주하고 그들의 글을 음미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마침 미국의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로스 게이를 만날 수 있어서 너무나 반갑기도 했습니다. 그는 시와 산문을 비롯하여 음악 작업을 통해서 작품 세계를 확장하고 있는(자료출처 책날개) 예술가이기도 합니다. 시 낭송과 음악의 조화를 이룬 앨범을 발매한 적도 있고, 지역 사회와 함께 과일 재배를 하며 나누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조화를 인지하고 여린 인간을 품을 줄 아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 구성 및 내용



이 책은 에세이이며, 일기 형식이지만 일기같지 않은 철학서같은 책입니다. 총 102편에 해다하는 글이 담겨져 있습니다. 제목도 작가의 느낌가는대로 정하고 내용도 그러합니다. 그러나 그 속에는 기쁨을 고찰하는 글들이 공통적으로 담겨져 있습니다.




>> 감상평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로스 게이는 이탈리아 움베르티테의 한 카페에서 에소프레소를 두 잔 마신 뒤 성에 있는 숙소로 가는 길에(p. 23), 에세이를 1년간 매일 한 편씩 쓰기로 계획하고 결심합니다. 그의 계획과 결심이 실천으로 옮겨져서, 에세이 한 권이 나왔습니다. 기쁨에 관한 주제로 말이죠. 그는 그 주변의 일상을 기반으로 글을 적어갑니다. 뭔가 평범한듯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일상이 아닌 그가 말이죠.


기쁨을 자극할만한 것들을 누리면서 기쁨을 담지 않습니다. 그는 감성적이며 섬세합니다. 그리고 예술과 문학을 포함하여 정치와 사회경제, 인류애적인 조예도 상당합니다. 그의 글을 들여다보면 평소 대중적으로 접해보지 못했던 문학작품이나 음악 앨범에 대해서 알게 되며, 외면하거나 인지하지 못했던 사회문제도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로스 게이는 세상 일에 아주 관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따뜻해요.


그의 글을 보면 식물과 작물, 혹은 과일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자연 속에서 삶을 들여다보기도 하며 세상을 조화롭게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때로 부조리하게 돌아가는 세상에 일침을 가하기도 합니다. 그럼에서 소소함 속에서 <기쁨>을 찾아내는 노력을 의식적으로 해냅니다.


그의 글을 보면서 또 느껴씁니다. <기쁨>을 느끼려면 의식하려고 부단히도 노력해야 된다는 것을요. 부정적인 감정엔 본능적으로 쉬이 자극 받으면서, 긍정적인 감정을 인지하는데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편안함이라 자극적이지 않다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한때 모닝감사일기가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감사일기를 매일매일 쓰는게 그렇게 고충일 수 없더라구요. 왠만한 것들에 감사의 테그를 붙였으나, 매일 새로운 감사를 쥐어 짜내려니 감사하는 마음도 우러나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그런데, 굳이 새로운 "감사거리"가 필요했던 걸까요? 그렇지 않잖아요. 늘 똑같은 패턴의 반복일지라도, 똑같은 패턴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인내도 소소하게 기쁨을 누리게 하는데 한 몫합니다.


그는 여유가 있습니다. 세상을 평화롭게 바라보는 여유 말이죠. 그래서 소소한 기쁨이라도 충족할 줄 알며 연약한 인간을 품을 줄도 압니다. 소소해서 불평불만 많이 했던 태도를 반성합니다. 소소함이 일상의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걸, 로스 게이는 알려줍니다.


그는 오해없이 의미를 전달해주는 걸 좋아하는 사람으로 보여집니다. 그의 글을에 몰입하다보면 tmi 정보가 흐름을 막긴합니다. 유유자적 흘러가는 글을 선호하는 편인데 글의 맥이 끊기는 느낌이 들어서 이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긴 했습니다. 허나, 읽다보니 이 또한 그의 배려라고 여겨지더라구요. 그가 경험하는 모든 일상을 세부적으로 공유하고 싶어하는 마음과 오해없이 뜻을 전달하고 싶어하는 마음, 모두 전달되는 것 같았거든요. 로스 게이는 섬세하고 따뜻하며 배려심이 깊은 시인이자 에세이시트입니다.


>> 문장수집


p. 42-43 수전 손택은 어딘가에서 이런 말을 했다. 글쓰기의 속도를 높여주는 기술보다 늦추어 주는 기술이 우리가 사용해야 하는 기술이라고. 분명 수전 본인도 해당되었을 '손으로 쓰는 사람'이라는 주제에 관한 논문이었던 것 같다. (중략) 나의 경우에누 딱히 어떤 논문은 없지만, 손으로 써 온 것, 특히 이 짧은 에세이들을 손으로 쓴 것이 놀랍고도 완벽한 기쁨이었다는 걸 일러두고 싶다.

p. 78-79 가장 최근에 커피를 잔 받침 없이 받아 드는 즐거운 경험을 한 곳은 한 에스프레소 카페였는데, 그곳을 좋아하는 건 그들이 만드는 질 좋은 커피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 바리스타의 호기심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커피를 탐닉하는 동안 내 얼굴을 자세히 관찰한 사람. "잔 받침 없이 맞죠? 여기 있습니다." 한 번 갔을 뿐인데 그는 나의 기호를 바로 알아차렸다. 그 사람은 정말 최고다.


p. 106 보편적 he가-마술처럼 그의 책에서 모든 가상의 독자와 저자를 남성으로 바꾸어놓으며-만들어내는 남성 중심적 사고, 남성 지배적 사고 혹은 남성 이외에는 지워거리는 사고를 인정하기보다는 그 언어의 마술적 측면을 인정하잦 실제로 언어가 어떻게 상상을 부추기고, 상상이 어떻게 언어를 부추기는지를, 사실 그건 마술 축에도 안든다-그냥 언어에 뭔가를 강요하기보다는 언어를 떠밀고, 언어와 춤을 추자. 그래서 언어가 대명사들과 젠더들, 잠재적 세계의 다양성을 표현하게 하자. 더 나아가 저자의 사고에 담긴 어려움과 풍성함, 사랑스러움을 담아내고 표현할 수 있도록 그 언어를 활용하자.


p. 128 단순한 관찰은 기쁨이 될 자격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지만, 가끔은 그저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p.145-146 짜증은 항상 짜증난 상태에서 비롯된다고 말하면 여러분의 격을 떨어뜨리는 것 같고, 그래서 내가 짜증에 인격을 부여해 내 몸 안에 살 게 한 것이다. 아마 녀석에게 불을 지피는 건 응답받지 못한 감정, 자제력을 잃은 감정안 것이다. 또 가끔 탈수나 허기, 수면 부족일 것이다. 불쌍한 녀석.


p. 173 내가 무언가에 한눈을 팔다가 찾아낸 기쁨, 여전히 그런 식으로 찾고 있는 기쁨(티셔츠 문구 아이디어:기쁨과의 외도)의 특징 중에는 발견하는 느낌이 있다. 한 사람이 무언가, 아마 물질적으로, 영적으로, 혹은 초자연적으로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것을 찾아냈다는 느낌, 드러냈다는 느낌 말이다. 기쁨은 어쩌면 무언가를 가리키는 우주의 거대한 손가락 같은 것일지 모른다. 아니, 기쁘믄 우주의 거대한 손가락이 무언가를 가리킨 뒤, 그 무언가(중략)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가까울 것이다. 오호! 아니면 우아, 저거야!


p. 184 좋은 날이다. 우리가 목격하는 유쾌한 것들이 마치 영적인 낭송처럼 들리고, 적어도 좋은 소설의 제목처럼 들리는 날. 혹시 모르지, 나쁜 소설의 제목일지도.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은 지금이 졸업 시즌이라 내가 일하는 대학교 캠퍼스에 학사모와 가운 차림으로 분주히 걸어 다니는 이들, 분수와 시계탑, 교정의 숲에서 포즈를 취학 있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학교를 상징하는 색의 튤립이 하늘거리는 곳 옆에도 그들이 있다. 정말 농담이 아니다.


p.224 숲이지만 어딘가 교회 복도 같은 느낌도 드는 포포 숲에서의 기쁨은 열매 찾는 법을 배우는 데에 있다. 열매들은 오밀조밀 모인 형태로, 주로 약간 높은 나무 위에 있다. 그래서 가리키는 행위, 특히 혼자가 아닐 때에는 더더욱, 최소한 작은 축복이라고 할 만한 우리 인간의 능력을 쓰게 만든다. 개가 있는 방향으로 포도를 던지고 가리켰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을 때, 며칠 뒤 아기에게 보라며 새 한 마리를 가리켰는데 여전히 같은 결과일 때 깨닫게 되는 능력 말이다.

p. 232 이 모든 사례가 뚜렷이 알려준다. 별종이라는 건 종종 원기 왕성하거나 열정적이라는 뜻도 된다는 건. 이 두 가지 특징 모두 위축되어 있거나 상처받기 쉬운 상태일 때 우리 안에 창피함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다시 한 번 자기 안에 숨에 있는 별종으로서의 모습에 대해 스스로가 느끼는 두려움에 주목하게 한다는 것을.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그 아이의 끝내주는 문워크를 보았을 때 어떤 감정이 들었는데, 그때는 그걸 창피함으로 여겼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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