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이라고 아마추어는 아닙니다
이헌주 지음 / 모루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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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취욕과 성공욕구가 너무도 강한 육아맘입니다. 성취와 성공은 이름이 알려지고 인기가 많아져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름이 알려져야 능력있는 사람이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알려지는 "유명"한 사람이 아니어도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이 프로라는 걸, 배우엄마 이헌주의 에세이 《무명이라고 아마추어는 아닙니다》를 통해서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더이상 나를 몰아세우지 않아도 되고, 지금 이순간 최선을 다하는 나에게 항상 응원의 박수를 보내기로 결심합니다. 


● 무명이라고 아마추어는 아닙니다 에세이 구성


"세상의 무명이들을 위한 이야기"라는 여는 글을 비롯하여, 1)열여섯, 배우가 되기로 결심하다 2)오~상젤리제!무작정 꿈을 키운 파리에서의 6년 3)서른하나, 연극 무대에 데뷔하다 4)꿈꾸는 배우엄마의 리얼 생존 라이프 5)무명이지만 아마추어는 아닙니다 6)나는 배우다, 총 6장과 "나의 편, 무명이를 응원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장마다 세부적인 에피소드가 있고 배우의 꿈을 꾸게 된 계기, 배우로서 내공을 다지기 위한 그녀만의 산전수전 공중전 몸이 시리고 뼈아프지만 그럼에도 귀한 경험들, 엄마가 되어서도 연기의 열정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배우엄마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 느낀 점


"나는 오늘도 이름 없는 풀 한 포기 배우이자 엄마다. (중략) 저마다 각자의 자리에서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해내는 분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원고를 썼다.(p.9)"

에세이의 여는 글에서 나의 마음을 건드린 글귀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거나 이루기도 전에 나는 엄마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발버둥을 쳤어요. 뭔가 대단한 걸 해야하고 이름을 알려야만 나의 정체성이 자리잡힐 것이라 여겼는데, 배우엄마 이헌주의 이 한마디는 나를 짓누른 부담감을 내려놓게 합니다. 내가 지금에 몸을 담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내 자신 그 자체가 멋질 수 있다는 걸 그녀는 전합니다. 나에게 주어진 일은 육아입니다. 아이의 정서를 안정시키고 아이의 성장발달을 돕는 역할, 너무나 훌륭하지요. 이렇게 육아를 하는 동시에, 나는 마음을 공부하고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글을 쓰고 있으며, 거기에 타로마스터 공부까지 겸하고 있습니다. 당장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해도, 나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그 순간의 의미를 해석하며 살아가는 나는 프로입니다. 

배우엄마 이헌주는 "무명" 배우입니다. 16살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반해서 그때부터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무조건 노력형이였던 그녀는, 연기에 대한 열정 하나만 믿고, 힘겨운 길을 선택했습니다. 16살 <로미오와 줄리엣>에 반해서, 그녀만의 노력으로 예고에 입학하고, 거기에 대학도 연기학과로 진학합니다. 대학 진학 후에 연기이 몰입하던 시기, 그녀는 세계 예술인을 위한 무대의 장이 펼쳐진, 프랑스 아비뇽에서 연극축제의 열정에 심취하게 됩니다. 그때의 잊지 못할 열정만 믿고 그녀는 몇 년 후에 프랑스로 떠나게 됩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유학생활에는 아비뇽의 열정은 없었습니다. 프랑스의 현지의 민낯을 경험하게 되고, 그녀는 "연기"의 내공을 다지는 혹독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6년을 프랑스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한국에 돌아와서 다시 밑바닥부터 배우의 입지를 다져야만 했습니다. 마음 저 깊은 곳의 울림만 믿고 "연기"에만 몰입하기엔,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꿈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결혼을 해서 아내가 되고 아일 낳아서 엄마가 되어서도 그 열정은 식지 않습니다. 그녀는 "배우"의 삶을 유지하고, 현실의 벽에 부딪혀도 그 속에서 깊은 교훈을 얻어가면서 내실을 다져가는 프로 배우가 분명합니다. 그녀처럼 주어진 현실에 맞춰서 "배우"라는 삶에 몰입해서 서서히 이름이 알려진 배우들은 그들의 이름이 알려지고도, 인기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그들도 똑같이 이야기합니다. "유명"해지는 걸 원해서 연기를 하지 않았다고요. 좋아하는 연기에 몰입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름이 알려진 것이라고요.

겸손하게 이야기하는 그들의 연기내공은 깊어서, 그들이 출현하는 드라마와 영화를 믿고보게 됩니다. 배우 이헌주도 그들처럼 될겁니다. 대중들이 모르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무명" 배우 인것은 분명하나, 그렇다고 그녀는 연기에 대한 자세와 열정, 마음가짐 만큼은 프로입니다. 삶의 매순간은 준비기간이라고 했습니다. 대신 자신의 소명이나 꿈이 있는 자들에겐 그 시간이 내실을 닦는 기간이며, 그 시간은 엄청난 영광으로 그녀에게 보상할 것이라 확신하게 됩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서, 나도 하루하루를 허투로 살지 않으며 나도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살아가고 있다며 확신하게 됩니다. 





나의 지금이, 나의 소소한 노력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배우엄마 이헌주 에세이를 통해서,다시 한번더 각인하게 됩니다.


● 책글귀


p. 21 나는 땀이 적고 저체온의 마른 소녀였다. 늘 춥고 차가움에 익숙한 나는 배우들의 숨 가쁜 호흡과 땀방울에 매료되어 뜨거움을 느꼈다. 그렇게 내 안에 불이 붙었다. 16살 금사빠 소녀가 새로운 세계와 만나는 순간이었다. 16살, 그날의 기억이 오감에 새겨졌다. 배우로 가는 길의 시작은 <로미오와 줄리엣>이었고, 나의 로미오는 무대였다.

p. 26 길거리 연습은 처음이 어렵다. 하면 할수록 익숙하고 편해진다. 어쨋거나 길거리 연습의 시작은 어둠이 깔린 동네 놀이터였다. 날것 그대로인 그곳을 무대로 삼아, 내 공간으로 채워간 시간이었다.

p. 27 오랜 시간 해온 길거리 연습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처음 15분은 낯뜨겁고 부끄럽지만, 집중하면 주변의 소음도 귀에 안 들어온다. 오로지 나와 파트너에게 집중하는 순간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정식 연습실에서 느낄 수 없는 여러 가지 영감도 얻게 된다. 날씨와 습도, 바람의 속삭임, 낙엽 바스락거리는 소리, 저 멀리 다투는 연인의 소리까지도 영감이 된다.

p. 40 나는 연기를 하며 살아 있는 자유를 느꼈다. 현재 나는 엉뚱한 이단아 또는 몽상가가 아닌 세상에 발을 내딛고 사는 배우다. 연기는 내가 숨을 내쉬는 숨구멍이다. 나는 연기를 해야 살 수 있는 배우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배우엄마가 현재 나의 정체성이다. 배우 엄마의 이야기는 이제부터다.

p. 75 삶에 대한 연민으로 시간을 보내기에는 이미 나는 누리는 것이 많았다. 나는 나를 향한 눈물을 멈추었다. 그리고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했다. 누구에겐 별거 아닌 선크림 바르기를 시작으로, 나의 매력을 탐색해갔다. 언어를 배우고자 일단 주변 친구들을 흉내 냈다. 그런 나의 노력으로 언어도 조금씩 발전해갔다. 그리고 나는 빨간 립스틱을 바르기 시작했다. 조금씩 나만의 생기가 덧입혀졌다.

p. 95 배우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 그릇이다. 사람의 언어로 사람의 이야기를 사람의 몸으로 풀어내는 그릇. 어학과 학업 떄문에 많은 공연에 서지 못했지만, 그 기간은 암흑기가 아니었다. 훈련과 성장의 시간이었다. 나는 나만의 이야기를 담을 그룻을 만들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잠잠히 그들의 이야기를 내 안에 담았다. 다시 만나지 못할 인연일지라도 그들의 온기, 웃음, 사연은 나의 그릇 안에 머물러 있다.

p. 129 배우의 자존감은 내가 지켜야 한다. 내가 나를 귀하게 여기고 가치있게 대하는 일, 그것의 시작은 신념을 지키는 일이다.

p. 136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나는 다시 힘을 얻었다. 어설픈 진심 한 조각도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는 위로가 될 수 있다. 나의 작은 울음이 오랜 시간 동안 달려가 그의 마음에 닿았다. 나는 용기를 내보았다. '내 연기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 영혼의 치유까지는 아니더라도 손수건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p. 147 배우에게는 기다림이란 숙명이다.긴 기다림의 여백을 무엇으로 채워갈지는 나의 선택이었다. 나는 멈춤 대신 뚜벅뚜벅 걷기를 선택했다. 거리를 걸으며 다른 방법을 찾아 나갔다. 현재 나의 기다림 속에는 육아라는 복병도 함께 있다. 

p. 164 엄마가 되니 완벽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나를 코너로 몰아넜었다.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 완벽을 좇는 일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지금도 완벽한 엄마, 완벽한 어른이 되는 것을 내려놓았다. 과감하게 포기할 건 포기하고 아들과 속도를 맞추는 우리만의 이인삼각 놀이를 시작했다.

p. 165 모성은 완전한 형태로 타고나는 건 아니었다. 아들의 키가 자라고 몸무게가 늘 듯 엄마도 진짜 어린이 되어갔다. 아들을 보며 성장을 꿈꾸었고, 아들과 발맞추어 걸으며 새로운 것들을 함께 배워 나갔다.

p. 170-171 여전히 나는 서툰게 많은 엄마다. 완벽하지도 않으면서 완벽함을 추구하고 싶은 마음에 그 괴리감에 속상할 때도 많ㄷ. 그럴 때면 나는 기본으로 돌아간다. 나의 내면 아이를 마주한다. 그리고 '괜찮아, 이미 충분해. 애쓰지 않아도 돼'라고 한마디 해준다. 아들을 키우며 나는 나를 용서하는 법을 배웠다.

p. 176-177 아픈 기억은 상흔이 남는다. 그러나 그 기억은 내 마음의 근력이 될 수 있다. 아이를 키우며 흘린 무수한 눈물은 마음의 근력이 되었다. 육아의 시간은 단순한 희생이 아닌 다시 태어나는 시간이다. 번데기에서 나비가 껍질을 벗고 나오듯 그런 과정이 내게는 육아였다. 이렇게 말하지만 결코 쉬운 시간이 아니다. 매번 여러 겹의 죄책감을 이겨내고 배우와 엄마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했다.

p. 177 내게 결혼이나 출산의 두려움을 토로하는 후배에게 나는 말한다. 그 두려움을 넘어서는 순간, '아주 강력한 폭발이 있을 거야.' 폭발적인 내면의 성장. 깊어지는 사랑. 삶의 무게. 칠흑같은 어둠의 절망도, 오색찬란한 기쁨도 색체도, 버석버석 말라 떨어진 낙엽, 부서지는 햇살의 찬란함도 내 안에 쌓여 지층을 이룬다. 

p. 177-178 나는 '배우 엄마'다. 흔들흔들 실수투성이다. 죄책감을 두른 엄마와 이기적인 엄마 사이에서 여전히 줄다리기 한다. 그러나 이 시간은 내게 축복이다. '배우 엄마'의 시간은 다른 배우들과 다르게 흘러간다.

p. 192 나의 배움을 확장하고 사색하며 사유하는 훈련, 나의 시선을 열어주는 훈련을 하고 있다. 글쓰기라는 또 다른 세계, 그 벽을 넘기 위해서 나는 고전 필사에 많은 정성을 들였다. 고전을 읽는 시간을 시대를 초월해 옛 천재 작가와 나누는 교감이다. 내게 필사는 그 평생의 결과물들을 배우는 시간이 되었다. 문장을 모아 단상을 적으며 나와 대화했다.

p. 198-199 나는 단 한 번도 내가 지망생이나 아마추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슬럼프에 허우적거리던 그 순간에도 나는 프로이고, 배우다. 나에게 배우란 신을 모시는 사람, 예배하는 사람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배우는 제의를 담당한 사람이었다고 전한다. (중략) 나의 무대는 그 옛날 신에게 드리던 경배이자 찬양이었다. (중략) 나의 태도는 단 한 번도 아마추어인 적이 없었다. 물론 지금은 배우에 대한 나름의 정의가 조금 달라졌다. 하지만 태도는 크게 바뀐 것이 없다. 신을 향하던 경배에서 사람을 향한 위로가 더해졌다.

p. 201 경력이 많다고 프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타가 공인하는 프로라도, 마음이 느슨해지는 그 순간 누구나 아마추어로 전락한다. 또 경력이 적어도 준비와 태도가 프로라면 그 사람은 이미 프로다.

p. 227 지금 내가 걷는 길이 남에게 미련하고 어리석어 보일 수도 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거인과 싸우는 돈키호테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나의 노력과 행동이 결국 길을 만든다. 거친 자갈 밭길에, 진흙탕을 구르다가도 어느새 확 뚫힌 대로를 만나기도 하는 것이 삶이 아닌가. 지금 걷는 길이 지름길이 아닐지라도 괜찮다. 나만의 길을 만드는 일은 실패에서 시작하기도 한다. 다시 말하건대 실패를 두려워 말자. 두려워서 엉덩이를 떼지 못하면 3년 후에도 6년 후에도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p. 237 글쓰기는 나에게 단단함뿐 아니라 쉽게 흔들리지 않는 무게와 삶의 중심을 깨닫도록 해주었다. 누군가에게는 쓸데없는 일이 내게는 나무꾼의 도끼를 가는 작업이었다. 내 삶에 향을 입히고 나만의 색을 입히는 일이었다. 나의 정서를 확장하고 생각의 폭을 넓혀 연습실 너무 표현을 익히는 중이었다.

p. 258-259 오랜 기다림은 나의 무기다. 묵묵히 어둠 속에서 자신을 성장시킨 매미처럼 기다림의 시간이 주는 힘, 겹겹히 쌓인 이 흐름은 단단한 나의 지지대가 되었다. 크고 작은 촬영 현장의 변화에서도 받아들일 유연함이 생겼고, 당황보다 잠시 숨을 고르고 환기하며 넘어가는 여유도 생겼다. 내가 더 절실하지 않아서 생긴 변화가 절대 아니다. 흔글거리면서도 걸어온 이 길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이다. 배움과 성장의 시간이었다. 

​>>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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