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글쓰기 - 기억을 회고록으로, 아이디어를 에세이로, 삶을 문학으로 담는 법
빌 루어바흐 지음, 홍선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을 잘 쓰고 싶습니다. 그러나 나, 나의 경험, 나의 감정에서 비롯되는 글을 잘 써서, 독자들과 공감하고 싶은 간절함이 있어요. 하지만, 나의 성향만 추구하는, 나의 고집만이 담긴 글을 쓰는 것 같아서, 글쓰기의 기본기를 다지고자,빌 루어바흐의 《내 삶의 글쓰기》를 읽어봤습니다.

■ 내 삶의 글쓰기 구성

빌 루어바흐의 《내 삶의 글쓰기》에는 "나"를 시작으로 <기억>을 회고록으로, 아이디어를 에세이로, 삶을 문학으로 담는 방법(부제)을 아주 아주 세부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1) 시작("깨끗하고 불 밝은 곳으로" 를 포함한 총 5과제) 2)기억("지도 만들기"를 포함한 총 9과제) 3)장면 만들기("개구리 해부하기"를 포함한 총 11과제) 4) 큰 아이디어("자동기술"을 포함한 총 12과제) 5)인물과 성격("당신의 아버지를 무대 위로"를 포함한 총 17과제) 6) 무대 위의 자존감("편지 쓰기"를 포함한 총 11과제) 7)사실 찾기("도서관으로"를 포함한 총 14과제) 8)은유와 의미("나와 너의 떨림"을 포함한 총 10과제) 9)바르게 말하기("스타일을 잊어라"를 포함한 총 10과제) 10) 건물 세우기("이어 붙이기"를 포함한 총 8과제) 11)출판하기("좋은 글을 써라"를 포함한 총 13과제)로 총 11챕터 /120가지 과제를 담고 있습니다.



■독후감

빌 루어바흐는 다작을 쓴 소설가이자 논픽션 작가입니다. 이 책의 분량은 500페이지가 넘어요. 그정도로 방대한 책이예요. 저자가 자신의 글쓰기 방법을 아주 세부적이고, 체계적으로 담았어요. 그만큼 글쓰기에 갈망하는 이들을 위해서, 자신이 알고 있는 글쓰기 노하우를 최대한 많이, 최대한 구체제으로 알려주고 싶은 열망이 느껴지기도 해요. 다만, 너무 많은 정보를 알려주려고 해서, 글이 전개되는 중간에 부연설명을 담은 네러티브가 글의 맥락이 끊기게 해서 아쉬움이 있긴해요. 부연설명까지 세심하게 담긴 걸 보면, 작가가 독자에게 오해없이 정보를 전달하려는 목적은 느껴집니다만, 이미 세세하고 체계적이라 조금 과한 느낌도 듭니다.

다만, 온오프라인 글쓰기 강좌에 참여를 못하고, 독학으로 글쓰기 공부에 몰입하고 싶다면, 글쓰기에 도움되는 책입니다. 저자가 글쓰기 기반을 다듬고 출판에 이르기까지 과제를 제시하는데, 과제는 총 100여건입니다. 대단하지요?

무엇보다, 이 책의 제목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글쓰기는 "나"에서 시작하게 합니다. "기억지도 그리기"로 나의 어린시절에 기억을 떠올려서, 내가 기억하는 그 이상을 조금더 면밀하게 기억해서 그 기억을 글로 묘사하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뿐만 아니라, 좋은 감정만을 표현하는게 아니라, 내가 느낄 수 있는 좋고 나쁜 감정, 회피하고 싶은 것들을 모두 마주하게 합니다. 이 과정을 훈련하면 글을 포장하고 싶은 눈치에서 벗어나고, 솔직하고 담백하며 덤덤한 글을 쓸 수 있겠더라구요. 저자의 글쓰기 과제를 조금씩 이행하면서, 일상에서 내가 하기 싫은 순간에도 나의 마음과 감정을 둘 수 있고, 외면하고 싶은 기억도 다시 더듬어 보려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글쓰기를 잘 하고 싶어서, 글감을 얻으려는 노력이랄까요? 그 노력이 내가 나 자신에게 한층더 너그럽게 다가가게 합니다. 이런 이유에서 글쓰기는 곧 치유이자, 내제된 창의성을 폭발시키는 원동력이 되나봅니다.

피부로 와닿고 마음을 스치며 기억을 자리잡을 하루하루의 순간들을 모두 소중하게 감싸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온 몸과 모든 감각으로 체득한 글귀는, 나에게 "나의 회고록이 될 것이며, 에세이가 되고, 문학작품이 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공감하고 치유하는데 큰 힘이 되리라, 기대를 걸어봅니다.

■ 좋은 글귀

p. 26 배우려는 사람은 기꺼이 배울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배운다는 것은 변화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배우는 사람은 필요하다면 뿌리까지도 기꺼이 변할 수 있어야 한다. 진정 다음 단계로 올라가기를, 성장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배움이 필요하다는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중략) 자신은 오래전에 모두 통달했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중략)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생각 역시 버려야 한다.

​p. 44 당신이 쓰는 회고록에서 당신 자신의 인생 이야기는 단지 시작점에 불과하다. 당신은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도약대로 삼아 인간 세계라는 거대한 창공을 향해 새로운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게 될 것이다.

p. 47-48 (중략)모든 에세이의 출발점은 '나'다. 하지만 수필은 이야기를 넘어서고 단순한 회상을 넘어선다. (중략) 즉, 작가의 머릿속에 든 것이나 작가의 세계와 관련한 모든 것이면 무엇이든 수필의 글감이 된다. 작가 안에 '풍부하게 비축해놓은 마음'에서 뽑아낸 자금들을 이런 식으로 병치해놓으면 '의미'가 따라오게 된다.

p.89 중요한 것은 당신이 매일 글을 쓰는 것, 다양한 글감들을 비축해두는 것이다. 서론이나 결론 따위는 잊어버려라. 이야기를 매끄럽게 마무리 짓겠다는 욕심도 버리고, 글을 완벽하게 만들겠다는 욕심도 버려라.

​p. 131 충분히 관찰하라. 당신이 본 것을 단어로 어떻게 옮길 것인가? 다음번엔 외출할 때는 필기구를 챙겨 가라. 몇 문장을 끼적여보라. 가령 돌담에 대한 인상을 정확히 그려내려면 최소한 몇 개의 단어가 필요하겠는가? 하늘을 가장 간단히 묘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p. 169 어떤 형태로든 완벽주의가 당신의 발목을 잡는다면 형편없는 글을 한번 써보라. 내가 허락해주겠다. 끔찍한 글, 무시무시한 설명문을 쓰고 하루 이틀 정도 그 글을 벽에 붙여놓자. 글을 고치고픈 갖가지 유혹을 떨쳐버려라. 그렇게 한동안 전시해둔 다음에 그 글을 수정하자. 아니면 내다 버려라. 뭐 어떤가?

p. 179-180 작가라면 누구나 하게 되는 망상, 결국은 우리 작가들이 계속해서 나아가게 하는 환상이었다. 초고를 쓰고 수정하고 구조를 잡고 재수정하는 이 모든 과정은 모두 처음의 선명함으로, 처음의 영감으로 뒷걸음질 치기 위한 것이다. 망상에서 실행으로, '그럴 수도 있다'에서 '그럴지도 모른다'로, 그 다음 '그러하다'로, 그리고 '거의 그렇다'로 휘청휘청 춤을 추며 나아가는 것이다.

p. 196 내 생각은 이렇다. 무슨 이야기를 하든 초고에서는 정확하고 진솔하게, 하나도 남김없이 종이 위에 쏟아붓자. 그리고 사실을 살짝 비켜간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우 경고이자 거대한 표지판이 되어 당신에게 일러줄 것이다. '이 부분의 의미를 가장 꼼꼼하베 따져봐야 해'라고 말이다. 그럼 파헤쳐라. 이야기를 제자리로 돌려놓아라.

p.201 당신의 회고록이나 에세이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바로 당신 자신이다. 무대 뒤에서 다른 이들의 삶을 그저 바라보는 위치에 있다 해도 당신은 여전히 자신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끌어나가고, 자신의 눈으로 대상을 바라본다. 그러니 이번에는 당신 자신을 가시방석 위에 올려놓자. (중략) 어떤 상황에서도 낯선 이에게는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 10가지(중략)를 적어보자. 당신에 관한 일급비밀 10가지는 무엇인가. (중략)솔직해져라. 꽤 재미있을 것이다. 이 목록은 나중에 찢어서 고양이 화장실에 써도 되고, 연말 파티에서 색종이 조각으로 써도 된다.

p. 241 에세이가 작가와 독자가 나누는 대화라면, 그 안에서도 작가만의 목소리가 드러나야 한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독자에게 드러내고픈 자신의 이야기를 정확히 전달하려면 작가는 목소리를 적절히 조절할 줄도 알아야 한다.

p. 253 시간은 여러 목소리 중에서도 가장 신비한 영역이다. (중략) 여기서 에세이이나 회고록에 드러나는 시간의 층위를 '작가의 현재'라고 부르자. 작가의 현재 속에서 작가는 삶의 면면을 조용히 되돌아볼 수 있다. 독자가 듣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현재의 작가다. 과거의 일을 뒤늦게 깨닫고 끔찍한 재앙도 차분히 되돌아보면서 이야기하고 분석하는 현재의 작가 말이다.

p. 304 너무 많은 작가들이(나를 포함해) 자신이 쓰는 주제를 부끄러워한다. "설명하기가 도통 힘들어요." 언제나 이런 식으로 우물거리는 내 목소리가 내 귀에도 들린다. 나도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 보면 엄청난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논지에 초점을 맞추게 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기 때문이다.

p. 306 일반적인 독서, 눈앞의 일에 얽매이지 않는 독서는 엘리자베스 하드윅이 말한 에세이스트의 필수 덕목인 '풍부하게 비축해놓은 마음'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매일 책을 읽으면 훌륭한 책 속의 좋은 글귀와 잡지기사 속의 유용한 정보 토막들이 머릿속에 가득 채워질 것이다. 더불어 이들에 대한 무수한 사례들도 다양한 정보원에서 가득 얻을 것이다. 정보원에는 소설, 전기, 시, 편지 모음, 연극, 영화 시나리오, 번역본, 교과서(과학, 경제학, 철학 등)는 물론이고, 에세이도 해당된다.

p. 328 글을 쓰는 사람들은 그렇게 일찍 철이 들어선 안 된다. 우리의 글이 생기 넘치게 뛰어다니며 놀 수 있는 것은 모두 우리가 아이처럼 세상을 바라보며 생각해내는 연관성과 비유 덕분이다. 이렇게 우리가 만들어낸 연관성과 비유 때문에 독자들이 우리의 작품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그렇게 독자들은 우리가 만든 연관성과 비유를 그들 나름대로 새로 만들어내면서 한없이 즐거워하는 것이다.

p. 329-330 은유를 의식적으로 사용하면 울임이 더 깊고 심리 묘사가 뛰어난 글이 되기 때문이다. 은유가 솜씨있게 잘 가미되면 의미의 층위는 한층 더 두터워진다. 당신이 그 미묘한 층위를 마음껏 조종할 수 있다면, 독자는 뚜렷한 이유는 알지 못한채 당신의 글을 더 즐겁게 읽을 것이다.

p. 414 좋은 글은 영감이 불현듯 떠올라 하루아침에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글은 영감이 느릿느릿 찾아오는 바람에 그 시간이 지질연대처럼 끝이 안 날 것 같이 느껴질 때에야 비로소 탄생한다. 그러다 보면 만 년은 찰나에 지나지 않고, 100만 년은 하루 안에 모두 흘러간다. 기발한 원고를 순식간에 쓰는 뛰어난 작가도 몇몇 있다는데 그것은 경험의 산물이요, 수년에 걸친 피땀 흘린 노력의 산물이다. 날것 그대로의 재능도 눈곱만큼이야 있긴 하겠지만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

p. 415 작가에게는 운도 중요하다. 하지만 명심하자. 좋은 글이 운을 만든다. 결국 좋은 글이 모든 연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주관적인 관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