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도, 인생은 어른으로 끝나지 않아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손힘찬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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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미흡했던 어린시절, 성인이되면 만능이되어서 무엇이든 해낼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성인이 되어보니 어린시절에 품었던 순수한 마음도 온데간데 없어지고 오히려 많은 사람과 상황에 부딪히며 갈등 속에서 허우적대는 날들이 더 많았어요. 이런 나날들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니 나는 너무나 미흡하고 부족한 존재라 여겨져서 자신감이 더욱더 사라지고 자괴감이 들더라고요. 성인이라면 꼭 능숙해야 하고 완벽해야 된다는 강박증이 깔려 있었어요. 하지만, 인간은 원래부터 불완전한 존재이고, 불완전함 속에서 늘 배우며 살아가기 때문에, 서툰 그자체를 받아들이는 편이 훨씬 편하더라고요. 성인으로 서툰 나를 마음편히 합리화하고 싶을 때, 카카오프렌즈 프로도와 감성 글수집가 손힘찬의 에세이 프로도, 인생은 어른으로 끝나지 않아를 읽어봤습니다. 


프로도, 인생은 어른으로 끝나지 않아 내용 및 구성


잡종견이라는 태생적 콤플렉스를 가진 도시개이자 로맨티스트 프로도와, 이성과 감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걸 좋아하고 언어를 수집하는 것이 취미인 감성작가 손힘찬(아가타 마리토)가 만나, 서툰 어른들에게 전하는 위안과 공감의 메세지를 담은 에세입니다. 이 에세이는 1) 평범해서 멋있는 ‘슈퍼노멀’이 되겠어 2) 열심히 해도 미움받을 수 있어 3) 네가 있어 내가 더 특별해, 총 3파트로 구성되어 있어요. 



느낀 점


어린시절이 미흡함은 성인이 되어서도 많이 확인(?)되죠. 사랑에 서툴고, 인간관계에 서툴고, 일에 서툴고. 다방면(?)으로 너무 많이 서툴다보니 이불 속에 파묻히고 싶을 만큼의 쪽팔림도 경험하고, 좌절감과도 악수하는 아주 웃픈 경험들을 성인이 되어서 많이 하게 되잖아요. 무엇보다 이렇게나 서툰 우리자신을 마주하는 것조차 회피하고 싶을 때가 많아서 우리자신에게 위로를 건내는 것조차 인색할 때도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자신은 설 자리가 없어서 방황하게 되고 외롭기만 합니다. 누군가에게 서툰 자신을 드러내고 고민을 털어놓기가 쉽지 않을 때, 위로와 공감을 담은 에세이를 보면서 마음으로 위안을 얻어봅니다.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 중, 잡종견이라는 콤플렉스를 가진 로맨티스트 도시개 프로도 캐릭터 특성을 살려서, 감성 작가 손힘찬의 감성 글귀가 잘 어우러져서 서툰 성인이 우리의 감성을 따뜻하게 자극합니다. 외로운 마음과 눈을 글 위에 살포시 올려두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어요. 아무 생각없이 머리와 마음이 복잡할 때 읽으면 좋아요.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서툰 내가 너무 고민이어서 누구에게도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 그러나 정말로 합리적인 위안을 얻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책글귀


p. 26-27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끝까지 가야 한다는 건 알아. 하지만 때로는 지쳐서 앞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것조차 버거울 때가 있어. 근데 그보다 무서운 건 뭔지 알아? 이 순간을 견디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릴까 봐 두려웠어. 그동안 노력했던 것들이 물거품이 되고,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까 봐. 그게 무서워서 끙끙대고 포기하지 못했어. (중략) 어차피 인생이라는 코스에는 정해진 목적지가 없고, 내가 갈 길을 정하면 되는 거야. 무언가를 내려놓는 것 또한 하나의 선택이니까 결코 틀린 게 아닌 거지. 정말 맞는 건지 아닌지는 꼭 끝까지 가봐야 아는 게 아니야.내가 자신을 돌보면서 그 옳고 그름을 내리는 과정 가운데 정답은 있어.


p. 31 비어 있는 어딘가에서 꿈이 시작될 때, 바로 그 순간에 우린 가장 행복한 걸지도 몰라. 나는 모자란 데가 많은 사람이니까, 그만큼 더 행복해질 가능성도 높은 거겠지?


p. 32 꿈은 거창한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모습이 되고 있는지, 그 길로 가고 있는지 확인해주는 이정표 같다고. 내가 원하는 꿈이 아직 실현되지는 않았더라도 지금 그 모습이 되어가고 있는지 엿보는 순간 오늘을 살아가는 나는 반짝하고 빛날 거야.


p. 36 모든 일이 꼬일 대로 꼬여버려서 제자리로 돌려놓는 게 막막하게만 느껴질 때가 있어. 이럴 때 나는 애써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 편이야. 주변이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울수록 묵묵하게 제자리를 지키면서 마음을 들여다보는 게 감정을 컨트롤하기 위한 나의 첫 번째 요령이거든. 길을 잃었을 때 섣불리 이리저리 움직이기보다 일단 제자리에서 위치를 파악하는 게 필요하잖아.


p. 54 심리학에서는 타인이 바라보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의 차이가 적을수록 좋다고 했는데 그것도 쉽지 않아. 그 어떤 모습도 내가 아닌 게 없는 데 말이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끊임없이 되물어야 할 질문이지만 그 안에서 만족스러운 나를 발견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 그럼 다시, 나를 관찰하러 가볼까?


p. 61 정이 많은 탓에 자꾸만 상대방에게 기대하게 되는 습관이 있어 그런 호의를 악용하는 사람 때문에 힘들었던 적도 있지. 내게서 원하는 걸 얻고 나면 뒤도 안 보고 떠나버리는 사람을 보며 회의감이 들기도 했지만, 내가 먼저 마음을 주면 돌아오는 게 있을 거라 생각했어. (중략) 이제는 알겠어. 내 마음을 주었다고 해서 꼭 그만큼 돌려 달라고 강요할 수 없다는 걸.


p. 66-67 결과가 중요한 사회에서 '열심히'란 그다지 의미가 없는 것 같아. 그런데 '열심히' 하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반박당해야 하지. '열심히'라는 말 자체가 꼭 하나의 함정 같아. 그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나름의 면역력이 필요해. 나의 노력이 부정당할 때, 타인의 기준이 나를 압박할 때, 나는 일단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사실을 떠올려. 설령 좋은 일을 한다고 해도 미움받을 수 있는 것처러 말이야.


p. 72-73 더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전처럼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어주지 않으려고 한 적이 있어.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나도 모르게 마음이 커지는 걸 막을 도리가 없더라. 자신의 마음이지만 어쩌지 못하는 경우는 다반사야. 다만 위로가 되는 사실은, 예전에 서운함을 느꼈던 일을 지금은 좀 더 덤덤하게 혹은 기쁘게 느낄 수도 있다는 거지.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조금 성숙하기도 하고, 관점이 달라져서언가 봐.


p. 82-83 내가 나 자신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하는 것도, 내가 나를 일으켜야 하는 것도 맞아. 하지만 그게 불가능할 때가 자존감이 낮아졌을 때라고 생각해. 공황장애, 우울증 같은 마음의 병을 앓을 때도 마찬가지야. 사람은 강하지만 쉽게 무너지는 약한 존재이기도 해. 그때마다 서로 잡아주고 일으켜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큰 힘이 돼. 결국 관계로 인해 문제가 생기니까 관계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거야.


p. 91 누구보다 신뢰받는 사람이 되는 법은 한결같이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는 거야. 거기서 사람들은 안정감을 느끼거든.


p. 110 상대의 모습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라는 식의 조언을 건네는 사람이 있어. 틀린 말은 아니야. 사랑이란 본래의 모습대로 아껴주는 것이 맞으니까. 하지만 나 자신 또한 그런 보살핌을 받아야 할 존재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해. 사랑은 서로 동등해야 하는 거야. 수직적으로 대하면 한쪽은 올려다보고 한쪽은 내려다보게 되지. 연인 사이에 갑과 을이 나뉘어지는 거야. 수평적인 관계, 서로 같은 위치에서 바라봤을 때 비로소 있는 그대로 상대를 바라볼 수 있게 돼.


p. 121 내 마음을 대신 표현해줄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더라. 서툴러도 진심 담긴 말 한마디가 필요한 순간이 있어. 좀 버벅거리거나 머뭇대는 내가 바보 같기도 하지만, 어두웠던 네 얼굴이 환해지는 걸 보면 직접 말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p. 134-135 오랫동안 함께한 연인이나 부부가 닮아가는 이유는 상대방의 표정이나 말투, 행동들을 무의식적으로 따라 해서 그렇대. 사랑하다 보면 좋은 일만 있을 수 없지만 우린 서로를 쉽게 포지하지 않았어. 서로 한 발씩 물러서면서 상대를 이해하고, 배우고, 또 닮아간 것 같아. 싸음의 끝에는 원망과 분노만 남아 있는 것 아니야. 서로 고비를 넘기고 뛰어 넘어왔으니 그 결과로 돈독해진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게 아닐까?

p. 153 3년, 5년, 많게는 10년 동안이나 공들인 탑이 무너지는 건 하루도 안 걸리는 것 같아. 하지만 잘 가다가도 발에 잡힌 물집 탓에 그건 걸어온 길을 되돌아가기도 하는 게 인생인가 봐. 1만 시간의 법칙이 있다고들 하지만, 분명히 '완벽한 완성'은 없을 거야. 일단 잠깐의 쉼표가 찍히는 것뿐 그게 끝은 아니야.


p. 159 꼭 필요한 것만을 남겨두고 일을 하나씩 처리해나가는 것, 그게 꼭 진짜 최소한의 삶이 아닐까? 공간은 그렇듯 사람의 뇌에도 제한이 있으니까 그 한계를 인정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거야. 선택하고 한 가지 일에 집중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거지.

p. 174 사람들은 흔히 '감정적'이라는 말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중략) 그래서 자연스럽게 감정을 숨기게 되고 나는 드러내는 일을 꺼리게 돼. 이런 세상에서 내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요즘 들어서야 실감하고 있어. (중략) 꼭 연인이 아니라도, 내 마음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야.


p. 194-195 "어려운 시절이 있어던 덕분에 바라보지 못하는 곳까지 시야가 닿는 것 같아." 친구는 어린 시절의 자신과 비슷한 일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돕고 싶다면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어. 어려움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는 것. 어쩌면 그 과정들이 고난을 극복하게 하는 결정적인 힘이 되어주는 게 아닐까? 아픔이 늘 나쁜 기억만 남기는 건 아닌 것 같아. 그 위에 생긴 딱지가 다른 관점을 갖게 해주는 건지도….





■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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