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오는 그날까지
김종숙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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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다양한 고민을 껴안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고민은 보편화되어 쉽게 털어놓을 수 있는 반면, 주변의 눈치와 반응을 생각해야하는, 고충을 나누기에도 어려운 고민들도 있죠. 후자에 해당하는 고민 중에 하나가 난임에 관한 고민입니다. 꿈에 그리던 결혼식을 올린 후, 적당한 신혼을 즐긴 다음, 부부의 마음 한켠이 적적하면 아이를 가질 계획을 세웁니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과 달리, 아이가 오지 않을 때 밀려드는 불안과 두려움이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을 절대 공감할 수 없어요. 육아 고민에 대한 책들은 많아도 난임으로 인한 고충을 털어놓고 위로를 전하는 책들이 시중엔 거의 없죠. 이번에 접한 책은 소중한 아기를 기다리는 어느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네가 오는 그날까지입니다.


네가 오는 그날까지 내용 및 구성


이 책은 기적같인 아기를 간절히 바라는 어느 엄마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입니다. 에세이는 1)가족이라는 이름으로 2)난임이라서 3)선택하고 책임지는 마음 4)나는 성장하기로 결심했다 5)언젠가 새로운 생명이 온다면 으로 총 5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적정한 시기에 직장생활을 하고 꿈같은 결혼식을 올리린 후, 남들처럼 때가 되면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아이를 만나기까지 너무나 힘겨운 심적, 육체적 고통을 겪어야 했던 어느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28세에 결혼하여 자그만치 6년의 시간동안 인공수정과 시험관 아기를 시도해야했던 힘겨웠던 시간들. 난임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을 위로하는 책들이 없다는 걸 확인하곤, 그녀가 자신의 입장과 같은 여성분들 혹은 부부에게, 난임 중 격어야 하는 여러가지 고충을 담아 공감하고 위로하고 또 격려합니다.



느낀 점


우리나라는 유달리, 결혼, 임신과 출산 등에 너무나 관심을 많이 가지는 나라입니다. 물론, 인구수가 나라 경쟁력인 건 알지만, 결혼 적령기라는 것이 암묵적으로 정해져있어서, 그 시기가 다가오면 통과의례처럼 질문을 던집니다. "결혼은 언제할꺼니?","그래도 아이는 낳아야지..", "아이 하나로는 외로워. 둘째도 가져야지.." 힘겹게 결혼하면 결혼과 동시에 임신을 종용합니다. 아효- 그러다보니, 결혼을 하지 않으면, 내 인생은 온데간데 없고 괜히 죄짓는 것 같고, 또 결혼 후에 아이가 늦어지면 양가 부모님들의 재촉 시작되고, 본이 아니게 눈치를 보게 되죠. 물론, 모든 사람들이 결혼한 부부들을 위한 것이라며 아이 가지기를 종용합니다. 하지만, 결혼한 부부를 위한다면 부부의 그 자체로 인정해주고, 안정감을 줘야하는데, 꼭 아이가 있어야만 완벽하고 행복한 가정이라 인정합니다. 이왕이면 남들과 비슷한 삶, 평균적이고 보통의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맘에서 등떠미는 건 알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걸, 부부에게 채촉한다고 하늘에서 아이가 뚝~ 하고 떨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솔직히, 우리 부부의 경우엔 36살에 결혼식을 올렸어요. 늦은 나이라고 생각했으며, 피임을 하지 않았는데 아이가 생기지 않더군요. 우리의 상황과 상관없이, 결혼했으니 통과의례처럼 아이에 대한 기대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옵니다. 아이 갖기에 대한 부담감을 표출했더니, 양가 어머님들은 우리를 불편하게 하시진 않으셔서 그나마 어른들을 덜 의식할 수 있었지만, 신경쓰이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남편에겐 "피임을 하지 않았는데, 아기가 생기지 않는거 보면 우리도 조금 어려운 것 같은데.. 난 사실 병원가서 검진 같은거 받지 않으면 좋겠어. 두 사람 중에 누군가의 문제라는 결과가 나오면, 왠지 탓할 것 같고, 우리 결혼생활은 너무 힘들 것 같아. 안생기면 안생기는대로, 살자."라고 말했어요. 남편도 내 생각에 동의했고, 우리는 포기했습니다. 그러다가, 아이와 인연이 닿았는지, 기적같은 두줄이를 품을 수 있었어요. 솔직히 맘을 비워야, 아이가 찾아온다는 말을 하고 싶은게 아니예요.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가장 마음이 불안한 사람은 아내쪽이라는 걸 말하고 싶어요. 검사를 하다보면, 요즘엔 정자쪽에서도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아이가 생기지 않는건 여자 탓이라는 고정관념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시험관아기와 인공수정의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게 되었어요. 신체적, 정신적으로 괴로운건 아내 쪽이거든요.(괴로워 하는 아내를 지켜보는 남편의 맘도 편친 않을겁니다) 감정이입하면서 저자가 경험했던 모든 과정에 눈을 때지 않고 읽었어요. 나는 아일 가졌다는 맘의 안도를 위해서가 아니라, 같은 여자로서 고충을 이해하고 싶어서요. 제발, 난임의 문제를 여자탓으로만 몰아가는 말은 하지 않길. 책에서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난임은 결혼한 부부와 가족이 함께 책임져야 하며 함께 마음을 모아야하니, 남일처럼 보지 말길. 그리고 남일이라도 측은하고 딱하게 볼 것이 아니라, 묵묵히 그들을 위해서 기도해주는 것이 최선임을 인지하면 좋겠습니다.


저자는 아이를 가지기 위해 희망을 가지고 노력 중입니다.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을 자신을 사랑하는 시간으로 발상을 전환했고, 남편과 지내는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며, 매순간 소소하게라도 행복을 만끽하려고 합니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난임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기란 쉽지 않고, 무엇보다 그들을 대하는 타인의 태도와 생각을 보고 맘이 편하지 않을 거예요. 다들 위로라고 하는 말들이 희망고문이거나 상처가 될 때가 있잖아요. 타인을 탓할 순 없지만, 그래도 타인을 멀리하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며 마음의 문도 닫힐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이런 고충을 6년간 경험하면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시작으로 생각을 달리하고, 기적같은 아기가 찾아올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열었습니다.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천사같이 사랑스럽고 건강한 아기가 마음 착한 저자와 그녀의 남편에 닿아, 지금보다 백배 천배 더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우리 두줄이를 처음 확인하는 날, 멍때리며 당황스러워했습니다. 남편도 놀랐어요. 그러다가 천천히 현실을 직시하며 아이의 존재를 받아들였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후의 삶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지만, 자연임신이 어렵고 인공수정과 시험관아이를 위한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이 책을 읽은 후 남편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우리는 큰 고충없이 기적을 품지 않았냐며, 아이가 태어나면서 겪는 여러가지 노고들 조차도 감사하게 여기자고 약속했습니다.


이 책을 시작으로, 난임, 불임 그리고 임신과 출산은 절대 여성이 혼자서 감당해야 할, 당연한 일이 아닌 부부와 주변 가족들이 함께 머릴 맞대고 마음을 써야 하는 중대한 일이라 인지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저자가, 시험관아기와 인공수정의 과정을 거치면서 심적, 신체적으로 고통스러울 때 책을 통해서 위로를 얻고 싶어서 서점을 갔는데 난임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 없더래요. 대부분 육아서적. 그래서 자신과 같이 난임을 겪는 아내, 혹은 부부들에게 공감을 전하고 위로가 되고자 이 책을 용기내서 썼습니다. 저자와 같이 아이에 대한 간절함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그리고,임신과 출산 등으로 고충을 겪고 있는 분들도 있을거예요. 새로운 생명을 품는 건 쉽지 않지만, 이 과정이 얼마나 고귀하고 소중한지, 기적을 품는 기적을 경험하고 있다며, 스스로 인지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거라 확신합니다. 



책글귀


p. 37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세사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이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난임의 시간을 보내면서 저를 진심으로 위하는 사람들의 사랑에 감동했습니다. 한동안 사람을 만나기 두려워 피하기도 했지만 진정 저를 위하는 사람들을 통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p. 46 아이를 갖고 낳는 과정은 부부가 함께해야 하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난임은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큰일로 다가옵니다. 매달 생리를 반복하면서 호르몬과 전쟁도 해야 하죠. 남자는 문제가 없고 여자에게 문제가 있어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는 편견을 가진 사람도 많습니다. 특히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그런 편견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그런 시선 속에서 상처를 입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것이 저만의 문제가 아닌데 시댁에 가면 괜히 죄인이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남편은 친정 엄마를 만나도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데 말입니다. 왜 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건지 저 자신이 미워지기도 했습니다.


p. 52 난임을 겪으면서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주기적으로 병원에 다니다 보니 오래 근무하지 못할 수도 있고, 혹시라도 아기가 생기면 조심하기 위해 그만두어야 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아이를 갖는 것과 일을 열심히 하는 것, 어느 하나에도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보니 저는 직장도 없고 아기도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습니다.


p. 62 불임의 사전적인 뜻은 임신하지 못하는 일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난임의 사전적 정의는 임신하기 어려운 일 또는 그런 상태입니다. 못 하는 것과 어려운 상태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난임은 임신이 늦어지는 것입니다. 잘 모르는 누군가에게 불임이라는 말을 들으면 붙잡고 있던 희망의 끈이 사라지는 것 같아 힘이 빠집니다. 제가 받은 상처 때문에 저는 오늘도 다른 사람의 아픔에 대해 말할 때 조심하고 또 조심합니다. 작은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고 좌절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p. 98-99 세상에는 아기를 기다리는 엄마들이 참 많습니다. 내 주변에는 나 혼자인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혼자가 아닙니다. 지난 시간을 통해 혼자 생각하고 판단했던 것들이 저를 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혹시 스스로를 자신이 만든 감옥에 가두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상처가 있다면 치유해야 합니다.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나를 위하고 아껴야 합니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세요.


p. 131 난임은 어느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느 한쪽에게 의학적 문제가 있더라도 그것이 꼭 한 사람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부부가 되겠다고 약속한 순간 이는 서로의 문제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대방의 입장을, 좀 더 배려하고 좀 더 신경 써야 합니다. 가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p. 142-143 난임의 시간에 서서 저는 인생을 되돌아봅니다. 그동안의 삶과 앞으로 삶을 보게 했습니다. 그동안 저는 살아지는 대로 그냥 살았습니다. 눈앞에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결하며 그냥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어쩌면 아이를 기다리는 이 긴 시간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계획해 보라고 주어진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 161 글쓰기를 통해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아기를 기다리며 우는 날보다 웃는 날이 더 많아졌습니다. 이렇게 차곡차곡 하루를 쌓아 가다 보면 아기를 만나는 날도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p. 164-165 (중략)난임 기간 내내 저를 괴롭힌 것은 타인과의 비교였습니다. 친구나 직장 동료부터 가족은 물론 비슷한 또래의 누구를 만나도 저 사람과 나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하고 남들이 가진 장점을 부러워하며 살았습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지나가는 길거리에서 아장아장 걷는 아이의 손을 붙잡고 발 맞추는 엄마들을 보면 부러웠습니다. (중략) 어느 순간부터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저를 보며 비교가 아니라 제가 잘하는 게 무엇인지를 보며 살아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중략) 제 장점을 찾고,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 것이 훠씬 이로웠습니다. 그것과 함께 마음이 더 이상 지치지 않도록 단련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p. 176 저는 다짐했습니다. 더 이상 투정 부리지 않기로요. 나 그리고 우리의 시간을 충분히 갖기로 했습니다. 그 시간이 무척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어쩌면 아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서 6년 전과 다른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을 대하는 우리 부부의 마음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올해가 아니면 안 된다고 보채지 않고 신이 허락하시는 그날이 될 때까지 기다리자고 서로를 위로하고 다독였습니다. 마음이 흔들리는 날도 많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는 최선을 다하기로 다짐 또 다짐했습니다.

p. 181 시간의 힘을 통해 많은 것에 감사하게 되었고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아픔에 대해 공감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어렵게 아이를 낳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이전과 달리 그 누구보다 깊은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습니다.


p. 203 매일 하나의 행복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동료나 상급자에게 칭찬을 받으면 그것이 행복이고, 버스를 기다리지 않고 타면 그것 또한 행복이며, 야채나 과일을 싸게 사도 행복이었습니다. 행복을 찾기 시작하니 주변에는 참 많은 행복이 있었습니다. 그동안의 지친 마음을 긍정의 힘으로 조금씩 치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회복한 마음으로 건강한 아이를 만날 그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난임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대신 꿈이 이루어지는 그날까지 열심히 적고 행동할 것입니다.






■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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