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 박혜란의 세 아들 이야기
박혜란 지음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원래부터 아이들을 참 좋아해서 아이들의 성장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친구들이 아기를 낳으면 유달리 육아에 관심을 가지던 나였죠. 솔직히 지극히 남일처럼 보였던 육아. 남일처럼 책으로 본대로 매체에서 말한대로 친구들에게 훈수를 두는 일도 많았는데요. 내가 간접적으로 훈수두던 육아를 직접해야하는 입장이되었습니다. 임신을 했고, 아기가 태어날 순간을 기다리지만 태어난 이후부터 부모와 아이의 유대관계를 어떻게 형성하며, 부모로서 아이가 자기만의 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어떻게 이끌어야할지 고민이 안될 수 없거든요. 주변에 육아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많은 부모들이 나에겐 인생선배이자 스승이라, 육아의 많은 부분을 많이 배우면서, 보완점들도 파악하고 있어요. 이미 경험해본 경험자들을 통해서 지혜를 터특하고 싶은 간절함이 가득해서, 여성학자인 박혜란의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이라는 책도 들여다봅니다.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내용 및 구성


이런 표현을 자주 써도 되는지 저자에겐 조금 조심스럽지만, 가수 이적의 어머니로 잘 알려진 여성학자 박혜란. "취업주부 4년, 전업주부 10년, 파트타임 주부 30년, 명랑할머니 7년 경력의 여성학자"라고 책날개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녀는 결혼, 육아 그리고 남녀문제를 다룬 다양한 책들을 집필했는데, 그중에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책이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입니다. 이 책의 육아서에 일종으로, 그녀의 세 아들을 어떤 태도와 마음가짐으로 육아를 했는지, 에세이 형태로 아주 눈에 잘 들어오는 문체로 구성된 책입니다.


느낀 점 


무엇보다 제목이 가장 와닿더라고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믿음"이거든요. 그나마도 어린시절에 부모님의 "믿음"을 먹고 자랐고, 부모가 자녀에게 표현하는 그 믿음이 성장에 엄청난 자양분이 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녀 부모로서 자녀들에게 어떤 믿음을 보여줬는지, 삼 형제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궁금하더라고요.


먼저, 그녀의 육아서가 주목받은 이유는, 그녀의 세 아들이 모두 서울대에 입학하여 현재는 각자가 원하는 위치에서 사회적으로 자릴잡고 있다보니, 그녀만의 육아방식에 비법이 있는지 궁금증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부모라면, 내 아이가 나무랄것없이 잘 성장하여 좋은 학교를 졸업해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가져 자기인생을 잘 살길 바라잖아요. 그래서 저자는 가수 이적의 어머니, 삼형제를 서울대로 보낸 어머니로 잘 알려져있죠. 나 또한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두고, 그녀의 육아방식에 특별한 뭔가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싶었고요.


막상 읽어보면, 아이들을 명문대학교로 보내는 비법은 없습니다. 오히려 삼형제가 알아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만 보일 뿐, 그녀는 딱히 삼형제를 위해서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언급합니다. 그리고, 삼형제가 성장하는 모습을 볼때마다 부모로서 몰랐던 아이들의 잠재성을 보고 놀라고, 부모라고 해서 아이들의 인생을 설계해줘야 한다는 강박증을 가지면 아이들의 인생을 빼앗는 것이라 표현합니다.


가장 큰 반전이라고 한다면, 저자는 엄마로서 아내로서 알뜰살뜰 살림을 야무지게 하는 여성은 아니라는 점. 우리 사회가 여성들에게 여성이 지혜로워야 집안이 잘 굴러간다는 강박증을 심어줍니다. 그런데 그녀는 사회가 심어주는 강박증을 거부하는 아주 털털하면서 자칭 둔한 엄마이자 아내라고 표현합니다. 맛있는 밥을 차려주거나, 집을 알뜰살뜰 예쁘게 꾸민다거나, 살가운 아내이자 엄마는 아니라는거죠. 즉, 집도 잘 안치고, 삼형제와 몸으로 놀아주고, 엄마 공부한다고 아이들만 두고 중국으로 유학을 감행하는 털털하면서 자기주도적인 엄마이자 아내입니다. 그럼에도 삼형제들이 나름대로 군소리 없이(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잘 자라 준건,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되 강요하지 않고, 아이들 일에 크게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이예요. 물론 다른 집안 아이들과 비교해서 불안 초조했던 경험도 있지만, 최대한 삼형제 각각의 결에 따라서 아이들을 지켜봤더니, 아이들 스스로 자기의 방향성을 찾아가더랍니다. 가장 인상적인 건, 전업주부로 엄마로 살아가면서 엄자신이 좋아서 책을 읽었더니 아이들도 따라서 책을 읽기도 하고, 아이 혼자서 고민하다가 엄마에게 질문을 던지면 엄마는 답변을 해주려고 노력하거나, 같이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관심을 줄 때와 주지 않을 때가 명확했다는거예요.


부모는 아이들보다 먼저 태어난 사람이라는 이유로, 삶을 먼저 살아본 사람이라는 이유로, 내가 한 고생보다 덜 고생시키겠다는 사랑을 기반으로 아이를 양육하지만, 때론 그 사랑에 가려 아이들의 잠재성을 재대로 목격하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물며, 나 조차도 내 생각이 맞는 듯 한데, 다만 어른이 하는 말이라 무조건 듣는데서 나의 생각이 무시될 때만큼 기분나쁠 때가 없더라고요. 존중받지 못하는 기분이랄까요. 나도 어려봐서 아는데 어려도 생각이 있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아이를 동등한 존재로 대하려고 노력하는 저자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그렇게 깨닫기까지 본인도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엄마로서 반성하고 삼형제와 조율하면서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려고 노력하더라고요. 부모에게도 지혜가 있고 아이에게도 지혜가 있습니다. 저자가 책 서문에 언급했던 것처럼, 아이를 키운다는 생각보단, 부모인 자신을 키우면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육아가 그렇게 즐거울 수 없다는데, 나도 그런 기분을 만끽하고 싶어요. 믿음으로 기반한 육아에서 가장 요구되는 것은 인내심이더군요. 스스로 하도록 지켜봐주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느끼면 도와주고, 꾸준히 격려해주는 것. 사실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죠. 그러나, 부모가 아이들의 인생에 지니치게 자신의 삶을 투영하다보면, 아이들이 스스로 살아갈 특권을 부모인 내가 뺴앗을 수도 있다는 점을, 항상 인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육아를 하면서 혹은 육아를 통해서, 아이는 아이답게 나는 나답게 성장하고 싶은 예비 부모님 혹은 부모님들에게 추천합니다. 앗, 부모님이 아니더라도, 유아나 청소년들을 교육하는 교육자분들도 읽으면 교육하는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 책글귀


p. 19 아이들을 키울 생각을 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키우면서 아이들이 커 가는 모습을 그저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아이도 행복하고 부모도 행복하게 되더라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육아처럼 즐거운 일은 이 세상에도 없다.


p. 30 엄마가 하루종일 붙어서 아이를 키운다고 아이들이 모두 문제 없이 크는 건 아니다. 엄마가 취업을 했건 안 했건 아이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는 부모들이 먼저 안정되어야 한다.


p. 40 나는 몇 년 동안이다 이런 어리석음을 되풀이한 끝에 드디어 위대한 발견을 해냈다. 즉, '집이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사람이 집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선언했다. 나는 집을 위해서 살지 않고 아이들을 위해서 살겠노라고.


p. 48 아이들 키우는 일이 재미가 없었다면 내 인생은 지금과는 꽤 달라졌으리라. 아이들과의 만남은 늘 새로웠고 재미있었다. 갓난아이와도 주저리주저리 잘 떠들고 놀았다. 아이들은 키워야 할 대상이 아니라 나와 함께 놀아 주는 대상이었다. 나는 아이들과 노는 걸 아주 좋아한다. 지금까지도.


p. 50-51 아이들과 함께 뒹굴고 놀 수 있는 기간은 대단히 짧다. 막내까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면 사실 아이들과의 놀이는 끝나고 만다. 솔직히 대부분의 엄마가 그렇듯이 나도 그 이후에 아이들이 무슨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지 잘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렸을 때 악을 쓰면서 서로 뒹굴고 논 그 경험은 아이들과 나 사이에 모자 관계라는 끈 이외에 친구 같은 느낌을 갖도록 한 것 같다. 아주 자연스럽게 신체 접촉을 하는 습관을 키워주었다.


p. 64 나는 금방 제정신을 차렸다. 아이는 자기가 흥미를 가지면 저절로 배우게 되어 있다. 그걸 엄마의 흥미나 욕심에 맞추어 억지로 가르치려든다면 역효과만 나게 마련이다. 교과서에 그렇게 씌어 있잖은가. 조기 교육을 시키지 않는 게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 갑자기 남의 말에 휘둘려서 중심을 잃고는 내 뜻대로 안 된다며 아이를 괴롭힌 게 어리석은 것이다. 문제는 지나친 욕심 때문에 중심을 잃는 것이다.


p. 73-74 세 아이의 적성 찾기 과정을 늘어놓다 보니 부모가 아이 인생을 설계해 주겠다고 나서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깨닫게 된다. 우리는 단지 부모라는 이유로, 아이들보다 조금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인생에 대해서 잘 아는 것 같고, 따라서 그들의 인생을 설계해 주어야 할 책임감 같은 걸 느끼면서 산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이것은 곧 아이에게서 자기가 살아갈 인생을 빼앗는 일이 아닐까.


p. 74 적성과 창의성이 중시되는 시대를 맞아 젊은 부부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저 아이가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아낼 때까지 아이의 작은 몸짓,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아닐까. '내 뜻대로'가 아니라 '아이 뜻대로'사는 모습을 보려면 무엇보다 부모들의 '참을성'이 필요하다.


p. 78 우리의 삶은 한풀이의 과정 이상이 아닌지도 모른다. 가난하고 억압적인 분위기에서 기 한 번 못 펴고 살아온 자신의 인생이 너무 원통해서 자식을 통해서나마 그 한풀이를 하고 싶어 하는 부모들이 너무 많다. 자식들만은 '기죽지 않고' 살게 하려는 염원이 버릇없는 아이들의 양산으로 이어지고, 나아가서는 공동체 의식이 결여된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남보다 뭐 하나라도 더 가진 사람들의 자식 키우기는 그야말로 원초적 본능의 발현 수전인 것 같다.


p. 108 자신의 어린 시절을 조금만 되돌아보면, 부모가 마음에 안 들 때마다 부모를 선택할 수 없는 운명을 탓하며 얼마나 억울해하고 속상해했던지 떠올릴 수 있으련만, 자신이 부모가 된 그 순간부터 우리는 어찌 된 셈인지 아이들에게 신처럼 군림하면서도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산다. 


p. 135 "그래, 이제 어디서 엉켰는지 알았지? 그렇게 쉬운 걸 갖고 괜히 엄마를 곯려 먹으려 했구나. 엄마 때는 그런 거 배워 본 적도 없어. 교과서도 시대에 따라 자꾸자꾸 바뀌니까 니네들이 엄마 세대보다 어떤 면에선 훨씬 유식할 수도 있는 거야. 네가 아는 걸 엄마가 모른다고 해서 엄마를 무식하다고 생각하면 그거야말로 정말 무식한 짓이야."


p. 136 물론 버릇 들이기는 강제적이 아니라 자발적인 방법을 쓸 때 더 효과적이다. 그러기 위해서 무엇보다 집안 분위기 자체가 지적 자극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라면 가장 바람직하다. 너희들이 공부를 잘하면 소원이 없겠다는 말을 반복하는 엄마보다 아무 말 없이 틈만 나면 책을 펼치는 엄마에게서 아이들은 자적 자극을 받는다.


p. 150 아이들을 키우면서 나는 늘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라 어른들이 문제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웬일인지 상당히 생각이 깊은 것 같은 어른들도 부지불식간에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쉽게 내뱉는 것도 그중의 하나이다.


p.215 엄마가 자식들에게 주는 사랑을 일반적으로 '모성'이라고 높여 부르고, 그것은 곧 무조건적인 사랑, 맹목적인 사랑을 의미한다. 영원한 모성이 인류를 구할 수 있다는 믿음은 지금도 여전히 우리를 지탱해 주는 힘이다. 모성의 참뜻은 결국 모든 생명 있는 것을 싸안는 한없는 사랑일 듯하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주부'라는 이름으로 또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죽여 가며 가족에게 쏟아붓는 사랑이 진정한 의미에서 모성인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재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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