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 - 청년세대의 정치무관심, 그리고 기성세대의 정치과잉
안성민 지음 / 디벨롭어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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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먹고 사는 일에 급급했을 땐 정치에 아주 무관심했습니다. 하루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데 정치에 관심을 둘 여력이 안되었거든요. 그럼에도 마음 한켠에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발언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고 무조건적인 복종만 강요받는데 늘 불만이 가득한 반면 열심히 일만하면 보상이라도 해줄 듯한 분위기로 몰고가서 주어진대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조직을 위해서 최선을 다한 만큼 나에게 돌아오는 보상은 아무것도 없었고, 허무함을 느껴서 조직생활을 그만두고 이후엔 번아웃, 공황장애와 우울증 등이 말려왔습니다.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처절하게 일을 했건만, 내 힘에 부쳐서 결국엔 스스로 낙오자를 자처했던 나. 사회부적응자라며 나를 몰아세우고, 세상과 타협하기 위해서 나 자신과의 싸움을 내적으로 많이도 했습니다. 내 안에서 문제점을 찾으려고 노력했으나, 나만 문제가 있다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억울해서, 사회의 흐름에 눈을 돌렸더니 나와 같이 노력했음에도 노력으로부터 배신을 당한 젊은이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잘못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이후로, 심리공부를 기반으로 사회전반에 대한 문제, 역사의 흐름, 그리고 마지막엔 정치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더라고요. 안성민의 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를 읽는 내내, 내 머릿속에 맴돌던 생각들을 정리해서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 내용 및 구성


책 표지에 표기된 "청년세대의 정치무관심, 그리고 기성새대의 정치과잉"이라는 문구로 책 전반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책의 프롤로그는 "고령화·양극화로 치닫는 대한민국, 청년정치를 말하다"라는 제목으로 시작으로, 1) 청년, 신체적·정신적으로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사람 2) 낡고 주름진, 그리고 갈수록 늙어만 가는 한국 정치판 3) 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4) 대한민국, 그리고 청년정치가 가야 할 길, 총 4 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대사회에 직면한 청년정치 문제의 심각성과 그 원인에 대해서 다양한 자료를 근거로 하여 면밀하게 분석합니다. 특히 기성세대의 정치과잉이 어떤 영향으로 청년세대의 정치무관심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느낀 점 


저자는 84년생으로, 나와 같은 세대의 사람(?)입니다. 그도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12년차 직장인자 한 집안을 이끌어가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장입니다. 국가에서는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라는 외치지만,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여전히 예나 지금이나 권력과 부를 가진 자들 앞에선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노력한 만큼 결실을 맺지 못하는, 허무함과 무기력을 경험해야하는 사회라는 것을 저자 또한 절실히 체감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는 다양한 자료를 근거로 현대 청년정치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청년정치 문제의 원인과 결과까지 설득력있는 문체로 하나씩 하나씩 짚어가고 있습니다. 정치경제분야임에도, 자료들을 아주 쉽게 풀어서 설명해줍니다. 정치입문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을 정도예요. 그만큼, 저자가 평소 대한민국 현실,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와의 정치적인 갈등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고 갈증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고 증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을 책을 통해서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그저 감으로만 할고 있던 것을 자료를 근거로 제대로 들여다보고, 현실을 제대로 직감한 기분이랄까요? 기성세대가 정치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반면, 청년세대는 정치에 아주 무관심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 기성세대는 당신들이 살아온 지난 역동의 시절과 비교하면서 요즘 청년세대들에게 의지가 없고 당신들만큼 노력안한다고 핀잔을 줍니다. 그러나, 기성세대에 비해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치에 관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않고, 의지와 열정도 없고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하는 건 지양해야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평균나이가 현재 58.5세라고 합니다. 20대 국회의원 기준으로 보면, 20대는 1명, 30대는 딱 2명뿐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2030세대에게 정치는 열려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중년의 정치인들이 2030세대 청년들의 삶을 얼마나 이해할까요. 산업화시대, 민주화의 주역이었던 386 기성세대들은 격정의 역사현상에서 살아남고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시대입니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국민전체가 힘을 모아서, 단시간에 대한민국 성장을 일궈낸 주역들이기도 합니다. 그들의 희생과 노고에 대해선 정말로 높이 평가할 부분이긴 하지만, 시대는 변화하고, 압축성장으로 인해서 간과해서 터져나오는 여러가지 문제들을 2030세대들도 힘겹게 감당하고 있는 현실을 심각하게 들여다 봐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청년세대는 의지가 없는 것도 아니고 노력안하는 것도 아닙니다. 2030세대는 IMF 키즈로,부모들이 경제적인 타격을 입을 때 한창 학교를 다니던, 경제적인 활동에 뛰어들기에도 애매한 나이에 함께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러다보니,공부만이 살길이라며 경쟁에 내몰리면서 학업에 열중했죠. 살기 위해서. 그러나,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회사에 취직하면 삶이 나아질 줄 알았지만, 경쟁은 더더욱 치열해지고, 부모의 재력과 권력에 따라 성공의 기회가 주어지는, '돈도 실력이고 능력인 시대'에 직면했죠.


이런 분위기에 힘을 얻어, 기성세대들은 자신들이 힘겹게 구축한 자리를 절대 청년세대들에게 물려주지도 않을 뿐더러, 기성세대의 위치와 자리만을 챙기는 정치를 하거나,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정치를 하는데 급급합니다. 가뜩이나 기성세대 쪽수에 밀리는 청년세대. 무슨 힘이 있을까요. 세대교체를 위해서 새로운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고, 경험을 축적할 기회도 없습니다. 그저 생존만을 위해서 살다보니 청년세대는 정치에 무관심해보이는 겁니다. 정치에 무관심해보이는 세대들이 2017년 국정농단으로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정권을 막내리게 하는데, 생각없는 세대라면 굳이 광화문 광장에 삼삼오오 몰려서 촛불을 밝히며 나라를 위한 외침을 왜 외쳤을까요? 세상이 잘못 돌아도 제대로 잘못 돈다는 걸, 직시하고 있디 때문입니다. 모르는 것도 아니고 무관심하다는 것도 아니라는 뜻이에요.


저자의 말대로 고령화, 빈부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대한민국. 힘이 있는 쪽에만 힘이 실리고 힘이 없는 쪽은 아예 힘이 없는, 불균형의 대한민국. 단순히 기성세대만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세대간의 균형을 바로 잡고 대한민국의 미래가 지금과는 달리, 올바른 흐름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머릴 맞대야 하는 건 사실입니다. 이에, 안성민의 책, 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를 읽으며, 현대 사회흐름과 정치구조를 분석해서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간의 불균형을 들여다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 책 속 글귀


p. 18 청년 일자리 문제는 결혼과 직결되고, 결혼은 저출산 문제를 낳고, 저출산은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이와 같은 패턴으로 노년층에도 같은 문제가 생긴다. 노년층이 청년층의 몫을 가져가게 되면 청년층의 소비 저하와 내수시장 붕괴로 이어지는 등 모든 사회문제는 얽히고설켜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세대 간 갈등, 특히 청년층의 문제에 제로섬게임 이론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이 함께 잘 살 수 있는지를 근간으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p. 18-19 정부가 '다 함께 잘사는 포용 국가'를 선포하고 그에 따라 노력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 바로 정치 세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다음으로는 기존 정당들이 청년들을 위한 작은 몫을 떼어주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자신들의 기득권 일부를 내려놓아야 한다. 한때 민주화의 주역으로 불렸던 386세대 그들도 사회적 변화와 역사적 반성을 통해 정치유산을 물려받은 세대이다. 그리고 그들이 50대 60대가 되어가는 지금, 그들 역시 후배들을 위한 길을 열어줘야 하는 시기이다.


p. 28 청년이라는 시기의 삶은 개인에게 있어 전체 삶을 통틀어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결혼하건 아이를 낳건 상관없이 성인이 된 청년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때의 노력은 이들이 청소년기에 대학 진학을 위해 학업에 몰두했던 경험이나 막연한 꿈을 향한 동경, 노력과는 차원이 다르다. 왜냐하면, 성인이 되고 난 다음의 꿈과 목표는 앞으로의 생존과 그리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에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p. 42-43 직장 초년생으로 사회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동시에 가장 많은 일을 해내야 하는 이들은 늘 분주하다. 그러면서도 미래를 예측하고 20~30년 뒤 자신의 모습을 전망하고 새로운 목표를 세워야 하는데, 2030세대 대부분은 어떠한 직장을 다닐지라도 자신의 미래가 장밋빛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희박하다. 저성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대에서 예측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청년이 어쩌면 보통의 사고방식인 듯 하다.(중략)이러한 사회 시스템과 분위기는 청년들이 겪는 불합리한 제도와 직장 내 갑질 등에도 제대로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만든다. 그저 버티기가 가장 중요한 직장인의 덕목이라고 생각하며 결국 개인의 삶을 내던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직장인의 퍽퍽한 삶에 기존 제도나 정치권은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p. 103 대한민국에서 적어도 중간 정도의 삶을 살고자 하는 젊은 직장인들은 그 어떤 세대보다 더 열심히 일한다. 일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저 생존과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워커홀릭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야만 말 그대로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젊은이들에게 산업화 시대를 겪은 윗세대가 여러 지혜로운 조언을 해주지 못할망정 '노력'하지 않는다는 망언은 삼가야 할 것이다. 아무리 보아도 청년들의 서글픈 현실은 앞으로도 스스로 고용을 포기하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니까.


p. 151 그렇다면 정치를 잘하는 사람이란 누구일까? 그 답은 '대의민주주의'라는 정치 체제에서 찾을 수 있다. 누군가를 대표하려는 사람이 갖춰야 할 조건은 지식도 참신함도 경력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누군가의 삶'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소위 말해, 있는 집안 도련님, 돈맛을 본 뒤 권력 맛까지 보고 싶은 졸부, 연예인 뺨치는 연기력으로 눈속임을 잘하는 유명인이라 아니라, 지극히 평범하고 내세울 것 하나 없을지라도 자신이 대변해야 하는 그 누군가들의 삶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


p. 156 자이든 타의든 청년세대가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노인 집단이 정치를 좌우하는 현상인 '실버민주주의'를 낳게 된다. 실버민주주의란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국가에서 정책을 결정할 때, 노년층이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하며 일본에서 처음 등장했다. 지난 2월에 열인 자유한국당 당 대표자 경선에서 후보가 이른바 태극지 부대에 효심을 호소한 것도 비슷한 시각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는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균형과 견제가 필요한 사회시스템에서 한쪽으로 치우쳐버린다는 것은 결국 균형을 잡지 못하는 상태이며, 이러한 상태가 계속된다면 결국 사회 시스템은 무너지기 마련이다.

p. 171 많은 국회의원이나 위정자,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프로필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학력이다. 얼마나 성공했는지, 리더로서 자격을 갖추었는지 등에 대하여 학력을 기준으로 평가하곤 한다. 하지만 학력만이 정치를 잘하고 못하고를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중략) 하지만 적어도 '정치'에서만큼은 학벌이 중요한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란 모름지기 모든 세대와 계층을 고루 대변하는 활동이다. 그렇기에 국민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소외계층이나 청년세대들을 잘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사람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학벌이나 학업 성취도는 절대 아니다.


p. 186-187 어느 사회에서나 세대교체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다양한 갈등이 촉발되고 그 때문에 아주 오랜 시간 진통을 겪기도 한다. 그럼에도 무릇 정치란 이러한 갈등과 진통을 소화하고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진로와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 주요 역할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정치적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혹은 과욕으로 인해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못하는 것은 물론 사회 전체가 무너지는 경우를 수만 년간의 인류 역사에서 수없이 보아왔다. 과거의 386세대, 이들은 이러한 지점에서 자신의 현재 위치와 역할에 대해 아주 겸허하게 성찰해봐야 한다.


p. 208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데 취직하면 신분 상승을 할 수 있었던 시대는 갔다. 계층이동을 가능하게 했던 사다리는 자신의 노력으로 지금보다 더 나은 삶으로 향해 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한 가닥 희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다리는 대한민국에 이제 없는 듯하다.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갈 가능성이 거의 없어진 것이다. 이제 굳어버린 바닥과 굳어진 천장만 있을 뿐이다. 굳어진 바닥은 소득 수준이 낮은 하위계층이 상위계층으로 오르는 것을 막고 있고, 굳어진 천장은 더욱 견고해져 소득 수준이 높은 상위계층이 하위계층으로 내려오지 못하게 한다.


p. 218 청년들의 삶을 돌보지 못하는 정치 현실은 청년들을 극심한 경쟁으로 내몰았고, 이론 인해 팍팍한 현실에 지쳐버린 청년들은 기존 제도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여력이 없다. 또한, 정치나 경제, 사회문제를 고민할 때 이정표가 되어줄 대상이 없었다. 심지어 자라오면서 보아온 정치권에서 단 한 번도 긍정적인 사례를 본 적이 없는 청년들은 그저 정치에 무감각해지거나 자신의 부모 세대를 따라 자연스럽게 보수화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p. 261 모든 것이 격변하는 시대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들이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단 한가지 수십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으니 이는 바로 '후진적인 정치 환경'이다. 더 배운 사람이, 더 많이 가진 사람이 보통사람들 위에 군림해야 한다는 제왕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 정치해야 한다는 사고가 아직 팽배하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사회가 제대로 작동된다고 여기는 듯 하다. 하지만 기성 정치인들의 이러한 사고방식이 먹혔던, 그리고 국민들도 그저 바보처럼 그들의 손아귀에 잡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던 시대는 이미 한참 전에 지났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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