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초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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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설 <리얼라이즈> 이후 T.M 로건의 새로운 소설 《29초29를 만났습니다. 저자는 주로 현대의 사회문제들에서 영감을 얻어 소설을 전개합니다. 지난 번에 읽었던 소설 <리얼라이즈>도 SNS로 인한 진실과 거짓,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힘, 즉 판단력이 약해지면 얼마나 큰 혼란을 경험할 수 있는지를, 소설로 보여준 작품이라면, 이번 소설 《29초29》은 힘을 가진 자가 지신만의 권한으로 힘없는 자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29초 줄거리 


내게 이름 하나를 주십시오. 한 사람의 이름을. 내가 그 사람을 사라지게 해주지(p. 144)


두 남매의 엄마이자, 대학 계약직 강사로 간간히 생활하며 정규 교수를 목적으로 고군분투하는 세라. 설상가상으로 남편 닉은, 자신을 찾아야겠다며 세라와 가족을 떠나있는 상태. 혼자서 모든 것을 이겨내야 하는 그녀의 절박한 상황에, 그녀를 옥죄는 한 사람 앨런 러브룩이 있습니다. 그는 사회적으로 아주 뛰어난 학자이자 재능있는 연구자이며, 특히 그의 전문 분야에 있어서 이미 세계 최고의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미 사회적 세계적으로 그의 역량은 정편이 나있어서, 대학은 그를 통해서 막대한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어서 그의 이면에 어둡고 비열한 모습이 있다할지라도, 눈을 감아 주는 상태. 앨런 러브룩은 그런 그의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세라에게 성희롱과 성추행을 하며 그녀의 절실함을 쥐고 흔듭니다. 그리고, 그녀의 아이디어도 그가 자신의 것인냥, 중간에 낚아채며 뻔뻔하게 굽니다. 세라는 치욕적인 상황임에도 겨우 버텨내고 있던 어느 날, 세라의 딸 또래로 보이는 아이가 위험에 처한 상황을 목격합니다. 아이를 위협하는 남자를 향해서 세라의 차를 몰아붙이고 그를 들이받고 아이가 위기를 모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러나, 들이받힌 남자의 동료가 세라의 차 번호를 찍은 후 그 자리에서 뜨는데, 세라는 그들이 그녀에게 보복할까봐 극도로 불안한 일과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를 평소에 주시하고 있던 검은 그림자들이 그녀에게 복면을 씌우고 어디론가 향합니다. 그녀가 마주한 사람은, 세라가 구해준 아이의 아빠, 볼코프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러시아의 마피아이자 대부호였습니다. 세라로부터 소중한 딸을 지키는 신세를 졌다며, 신세를 갚을 기회를 주라고 합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사라졌으면 하는 한 사람의 이름을 볼코프에게 알라주면 볼코프의 전문방식(?)대로 그녀의 인생에서 누군가를 사리지게 해주겠다는, 썸뜩하지만 솔깃한 제안을 합니다.


느낀 점


이 소설을 읽으면 미투운동이 생각납니다. 각 분야의 최고라고 알려진 사람들이 꿈과 성공을 갈망하는 힘없는 자들을 성적으로 학대했던, 암묵적으로 묵혀서 세상에 털어낼 수 없던 진실들을 표출할 수 있었던 그 운동. 저자인《뉴욕타임즈》가 할리우드의 성추문 관련 보도하기 1년 전인 2016년부터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추측하자면, 사회적으로 공헌하는 절대 권력자들이 이미 꿈이 크고 성공을 원하는 힘없는 여성들에게 성상납을 강요하며, 꼭 성공의 동아줄이라도 되듯, 변태적인 행위가 이행되고 있었으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나, 묵혔던 진실이 언론의 보도로 인해서 온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그들의 권력은 꿈이 절실한 여성들의 경력 혹은 성공을 좌지우지하는 힘을 가진 치욕적인 폐해를 시사했습니다. 


소설 초반부터 앨런 러브룩은 세라를 희롱하는데 진짜 화가 나더라고요. 그리고 세라의 입장에 감정이입되는 건 당연한거고요. 그녀와 같은 성희롱을 당한 건 아니지만, 내 위치를 바로 잡기 위해서 치열한 노력을 해도, 결국엔 힘있는 자들의 한마디에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경험을 해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정규 교수의 자리를 두고 세라와 같이 성상납을 요구받는 입장이 된다면, 상상만해도 너무나 끔찍합니다. 정규교수직에 대한 절실함을 볼모로, 절대 권력자 앨런 러브룩의 압박을 견뎌내는 건 지옥의 불구덩이 속에서 살고자 허우적대는 고통과도 같은데, 그 순간, 신세를 갚겠다면 그녀에게 나타난 러시아의 대부호인 볼코프의 제안에 그녀는 고민하다가 29초의 통화로 앨런 러브룩이라는 이름을 남깁니다. 그리고 앨런 러브룩이 실종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그녀는 자신이 간접적으로 그를 사라지게 한 것이라며 불안해 합니다. 그러나 왠걸, 독자가 상상했던 당연한 전개로 이야기는 흘러가지 않습니다. 실종되어 사망했을 것이라 짐작했던, 러브룩은 살아서 돌아와, 그의 실종이 세라와 관련있다고 확신하는데, 아오- 솔직히 이 장면에서 정말로 환장합니다. 앨런 러브룩은 자신의 분야에서 명성을 얻을만큼 훌륭한 인재라는 점에서, 상또라이지만, 엄청나게 치밀하게 똑똑한 사람이었습니다. 힘없는 세라의 상황은 이전보다 더 심각해집니다. 그렇게 확신에 차서 세라에게 신세를 갚겠다던 볼코프의 허술함에도 화가 났습니다. 활활 불타오르는 세라의 절박한 삶에 석유를 드립다 붙는 형국같아 보였으니까요. 진짜, 여기서 "볼코프의 힘은 세라를 돕는데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일까"라며, 세라의 입장에 다시 한번 몰입하면서, 읽었던 소설 《29초29》. 


소설의 초반에선 화가 솟구치고, 중반에 들어서면서 세라의 힘겨운 내적갈등을 보고 있노라면 (어찌할 수 없는 현실에) 그저 답답해서 책장을 덮었다 폈다를 반복하고, 후반부에 들어서서는 내가 예측했던 사실과 다르게 급커브를 터는 듯 전개되는 반전에 사실 깜짝 놀라기도 했고, 세라는 후반에 가서도 앨런 러브룩의 똑똑한 치밀함에 극으로 내몰립니다. 책장이 몇 장 남지 않았는데, 끝나지 않는 치욕적인 세라의 처절함. 세라는 이렇게 끝나는 것인지, 손에 땀을 쥐며 결말을 집중해서 들여다봤습니다.


추리소설이라곤 하지만, 단순히 추리소설이라 단정지을 수 없는 《29초29》 현실에서도 이런 일들이 허다하고, 특정 음흉한 엘리트 카르텔 무리들은 힘없는 자들의 꿈과 성공을 자신의 손에 달렸다며 우쭐대고 있으니까요. 문명이 발달하고, 지성인이 많아지면 힘없는 자들은 비이성적, 비인간적, 야만적인 처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믿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교활해지고 심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너무나 씁쓸했습니다. 비난 해외에서만 그렇습니까, 언어와 문화만 다를 뿐, 사람이 가진 욕망은 누구나 비슷하기에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는 점에서, 더욱더 쓰라립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힘을 길러서 용기내서 살아야 하는 것이 지금 생을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니까요. 


■ 책글귀


p.80 그런 다음 스테레오의 음향을 최대로 높이고 운전대를 꽉 쥔 채 소리를 질렀다. 좌절감과 굴욕감에 마구 소리를 질렀다. 그 모든 부당함에 대해 소리를 질렀다. 억울해서,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어서, 그리고 너무도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건 단지 화에 그치지 않았다. 그 이상이었다. 그건 분노였다.


p. 133 "아닙니다. 진정한 선행이란 조금의 사심도 없는 행위지요. 보상을 바라지도 기대하지도 않는 겁니다. 그 특성상, 진정한 선행에는 사실 보답이란 걸 할 수 없습니다."

p. 215 그동안의 노력이, 그 모든 시간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어.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것. 그 모든 공부와 시험, 박사 학위, 면접, 잠 못 들던 밤과 단기 계약직, 고군분투, 희생, 트라우마, 가끔 찾아와준 작은 승리. 다 아무것도 아닌 게 디었어. 0. 무(無). 러브룩이 모든 패를 다쥐고 있으니까.

p. 414 계획이 파편들이 한데 모이기 시작했다. 러브룩이 아직 살아 있음을 알게 된 바로 그 순간부터, 세라 자신도 의식하지 못할 때 조차, 마음 한구석에서 조용히 합쳐지고 있던 조각들이다. 마지막으로 던질 주사위가 될 계획이었다. 


p. 462-463 세라가 일어났다. 몸을 꼿꼿이 세우고 서서, 자신이 만든 무기를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될 정도로 꽉 쥐고 있었따. 굴복하고 싶은 마음이 자신에게서 모두 빠져나가는 것을, 그 모든 이성이, 논리와 상식이, 걱정과 우려가 완전히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지난해의 그 모든 좌절과 분노를 끌어올리고 몇 달간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한 그 모든 두려움을 들이켜며, 이 감정이 온몸에 퍼지도록, 전부 이 남자에게로 향하도록 했다. 그리도 많은 사람들에게 본모습을 감춰왔던, 그렇게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 남자를 향해. 끝을 내야 했다, 어떻게든. 




■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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