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짤리면 지구가 멸망할 줄 알았는데 - 회사에서 뒤통수 맞고 쓰러진 회사인간의 쉽지도 가볍지도 않았던 퇴사 적응기
민경주 지음 / 홍익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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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목적을 위한 사회활동에 뛰어든건 딱 20살이었고, 딱 31살에 사회생활로 인해 많은 상처를 받고 일을 놓아야 했습니다.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목적으로 일을 해야했기에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그 또한 사회생활의 일환인 줄 알고 버티면서 야근을 밥먹듯 하며, 나를 챙기도 못하고 살았던 지난 20대. 중간에 짤리기도 했지만, 일복이 있었던 덕분에 그나마 일을 이어서도 했지만, 조직을 위해서 치열하게 충성하며 열과성을 다했으나, 나에겐 어떠한 보상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정규직을 목표로 일했는데, 조직은 일개미같은 직원을 위해서 힘써주지 않는 현실을 보곤, 사회생활에 치를 떨곤 자발적으로 일을 그만둬야 했죠. 이후 나는 백수의 삶을 살았고, 지금도 내 길을 찾가 위해서 여전히 퇴사적응기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퇴사적응기라는 표현은 회사에서 짤리면 지구가 멸방할 줄 알았는데라는 책을 읽고 알게 되었고, 이 책을 읽으며 퇴사 후 경험해야 하는 물질적, 심적인 딜레마를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짤리면 지구가 멸망할 줄 알았는데 내용 및 구성


저자는 서른 살 겨울, 회사에서 짤렸습니다. 엄청난 기업도 아니고, "코딱지만한 회사에서 쥐꼬리만 한 월급을 월급날 정확하게 받지 못해 찔끔찔끔 밀리면서 받다가 결국 방출 통보를 받은(p. 15)"은 저자가, 퇴사 후 경험해야 하는 여러가지 고충과 심리적인 고통을 겪었던 이야기를 1) 퇴사 후에 오는 것들 2) 퇴사하고 뭐하세요? 3) 도전에는 실패가 따르지 4)퇴사 후에 맞는 역풍 5) 바닥과의 조우 6) 다시 쌓아 올리기, 총 6파트로 나눠서 퇴사 후 인생적응기를 담고 있습니다. 



느낀 점


책의 제목처럼, 생계를 위해 돈때문에 일을 해야만 상황에 놓여서, 일을 그만두고 나면 세상이 무너지고, 우리 가족들은 전부 거지가 되어서 길바닥에 나 앉는 줄 알았습니다. 일 그만두면 지구가 멸망하는 듯한 절망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것이라는 두려움에, 힘들어도 일을 꾸역꾸역 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윗 선에서 지시하면 지시하는대로 일을 척척 잘 해내는 편이어서, 총알받이도 역할도 자주 자처해야만 했습니다. 일에 있어서 책임을 다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고, 또 그렇게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내면 조직에선 날 알아주고 내가 어떤 실수를 해도 커버해 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으나, 큰 잘못을 하면 그 책임 또한 나 혼자서 짊어져야 했습니다. 조직의 일개 직원 중에 한 사람이었는데 말이죠. 따지고 보면, 함께 책임을 분담해야 할 조직에서 소위 "발뺌 현상"을 목격했고, 혼자서만 속 앓이하고 죄책감은 물론 주변사람들 눈치를 살펴야 했습니다. 심지어 직무유기라는 말도 들으면서 죄의식을 가중 시켜서, 책임감의 무게는 더해졌습니다. 그때 알았죠. 사회는 참 냉정한 곳이며, 같은 조직에 있어도 절대 엮이지 말아야 할 일에 있어선 동료를 커버해주는 것도 인색했습니다. 그리고 일개 직원이 조직의 성과를 올리기 위해 밤낮없이 일해도, 성과와 영광만 날치기할 뿐, 나에게 공을 돌리지도 않았습니다. 참 허무했고, 이용만 당하는 기분에 너무 화가나서 일을 박차고 나왔습니다. 퇴직금 명분으로 실업급여는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해서, 그나마 실업급여정도만 받고 초라하게 조직에서 나와야만 했죠.


퇴사를 하고 보니, 나에게 남은 것은 마이너스 500만원. 오로지 정직원만 되면 생활권에 안정이 찾아 올 것이라는 희망만 가지고, 돈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었습니다. 계속 일을 할 것이라는 막연한 확신이 나를 챙기지도 못하고 재정관리도 하지 못한채, 그렇게 꾸역꾸역 나를 밀어붙였는데, 역시나. 자리도 잃고 돈도 잃었습니다. 나도 잃었고요. 노력의 배신이라는 말이 정말로 와닿았습니다. 일을 치열하게 하든 하지 않든, 내 그릇 챙기는 건 내가 해야 한다는 걸, 퇴사 후 암울한 삶을 살면서 뼈절이게 느꼈어요.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와 비슷하게, 퇴사 후에 자신의 삶을 비관하고, 우울증까지 겹치는 등 여러가지 악재같은 딜레마에 빠져드는 이야기를 접하니, 이건 필히 사회문제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에 갓 입학해 졸업을 앞둔 선배들을 보며 저들은 심사숙고 끝에 자신의 진로를 확정하고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줄 알았고, 진심으로 그들을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들 중 대부분이 '어쩌다 보니' 그쪽 공부를 하고 있고 '어쩌다 보니' 그 회사에 취직해 '어쩌다 보니' 그 직무를 맡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p.87)"라는 문구를 보고 완전 공감. 남들하는대로만 살면 잘 살아지는 줄 알았죠. 그러나, 그 속에서도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고, 개인의 집안 소득수준과 배경 등에 따라, 주어지는 기회는 한정되어 있으며, 기업은 개인의 성장을 기다려주지 않되, 책임만 다 떠넘기며, 만만한 사람을 아주 만만하게 대하는, 보이지 않는 차별 등이 사회구조 속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무엇보다 퇴사 후에 내 업을 갈고 닦는 건 결국엔 자기 몫이며, 사회가 만들어낸 딜레마에서 빠져 나오는 것도 결국 내 몫이라는 걸 알고, 내가 해낼 수 있는 작은 일부터 하나씩 해내가는 것이 정답이라면 정답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 동안에 생계문제 또한 혼자서 껴안아야 하고요. 아효-!


그럼에도 살아갑니다. 그 과정을 버텨내는 건, 언젠가 내가 하는 모든 행동과 실천이 이어져 나의 업과도 연결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으면서 말이죠. 내가 회사를 그만뒀다고해서 짤렸다고해서 지구는 멸망하지 않고, 지구는 무심하게도 참 잘 돌아갑니다. 나 또한 일을 그만두면 죽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고민과 고충을 고통스럽게 껴안으면서 살궁리를 하면서 지금껏 숨쉬고 있습니다. 나의 운명관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은 하지만, 결국엔 살아갑니다.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최선을 다해서 조직생활을 하는 중, 갑자기 퇴사통보를 받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고 스스로 조직을 벗어난 경험이 있는 모든, 퇴사자들에게 추천합니다. 그리고 퇴사 후, 나의 업을 찾아가는 나만의 치열한 여정 중에 있는 있는 모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책 속 글귀


p. 18-19 풍랑을 만났을 때 배가 너무 무겁다며 선원을 바다에 던지는 선장, 내가 그동안 일하면서 회사로부터 받은 것은 월급밖에 없었는 것 같은데, 심지어 그동안의 고생에 대해 아무것도 보상받은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나는 영문도 모른 채 바다로 던져지고 있었다. 이런 선장 밑에서 계속 버틴다고 해서 언젠가 내가 보상이라는 것을 찾을 수 있을까.


p. 30 기업이란 수많은 사람들의 책임감으로 꾸역꾸역 굴러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회사가 개인에게 제공해야 하는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오랫동안 일한 사람에게 그 기간에 상응하는 퇴직금을 주어야 하며 스스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면 실업 급여를 제공해야 한다는 법이 있지만, 법은 기업에게 그 이상의 책임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다음부터는 도덕의 문제다.


p. 32 내가 회사를 아무리 사랑해도, 회사가 나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p. 55-56 지금 방향이 아니라 움직임 자체가 없어서 슬픈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백수의 삶은 행복 그 자체지만 돈은 점점 떨어지고 그로 인해 삶의 질도 자꾸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목적 없이 움직이는 것은 에너지 낭비다. 일단 움직일 방향부터 최대한 빨리 결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컴퓨터에 있는 사진첩을 뒤적거렸다. 물론, 그날 하루를 또 그렇게 탕진해버리고 말았지만.


p. 62-63 퇴사를 하면 겨울은 따뜻하게, 여름에는 시원하게 앉아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진다. 더 이상 수입이 없는 상황에 매일같이 카페에 앉아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신의 집이 있다면 매달 죽일 듯이 날아오는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해낼 수도 없다. 공간은 사람의 생활과 기분까지 지배한다. 퇴사자가 있어야 할 공간은 어디인가. 그렇게 어떻게든 빨리 일을 해야하는 이유가 늘어났다.


p. 80 우리는 생활에 뭔가가 더해지는 것만으로 삶이 바뀔 것이라 기대하면서 그 변화에 맞춰 기존의 환경을 바꿀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항상 쓰던 대론 새로운 도구를 쓰고는 달라진 것이 없다며 성질을 내는 일이 많다. 이런 사고는 회사에서 사람을 쓰는 일에서도 빈번히 발생한다. 


p. 106 나는 나의 상황이 정말이지 너무 창피하고 비참했다. 나름 열심히 일하면서 인정받길 바랐던 회사에서 뒤통수를 거하게 맞고 내 일과 사람들을 빼앗겨버린 현실이, 그 뒤로 멋지게 재기하지 못하고 고꾸라져 있는 내 모습이. 하지만 내가 부끄러워하든, 아무 성과를 내지 못하든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어떻게든 내가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느낌이 드는 지점을 찾아야 했다.


p. 126 퇴사를 맞이하면 평소보다 더 많은 약속이 생겨난다. 누군가의 삶에 급자스러운 변화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주변 사람들은 그 이유를 궁금해하기 마련이다.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퇴사를 계기로 얼굴이나 한 번 보자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은 제법 괜찮은 인간관계를 가져왔다는 고마운 증거이기도 했다.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시간을 정말 넘쳐났다.


p. 132 살아서 뭐 하나 싶고, 더 이상 어떤 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나날이 계속되었다. 와중에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일을 하고 있을 때 찾아오는 우울증은 일에 더 집중하면서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다는 자기 최면을 걸 수 있다. 하지만 일도, 계획도 없는 상태에서 찾아오는 우울증은 차고 올라갈 수 있는 바닥을 가늠할 수 없는 상태로 끝없이 어딘가로 빠지고 있는 느낌을 준다. 계속 허우적거릴 뿐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

p. 135-136 역사에 이름을 남길 정도로 업적을 세우는 피곤한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자기 일에 확신을 가지고 몰두하는 매력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나의 업은 어디로 갔고 어디서 다시 찾을 수 있는 걸까.


p. 138-139 특별히 하고 있던 일도 없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없으니 생각은 자꾸 과거로만 갔다. 그 여파인지 꿈속에서는 과거의 일들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억울했던 일, 누군가에게 미안했던 일, 지금 생각해도 너무 쪽팔려서 이불을 뻥뻥 차야 하는 일, 일생일대의 기회를 바보같이 놓쳐버린 일…. 이상하게 좋았던 일들은 생각나지 않고 나쁜 일들만 떠올랐다.


p. 191 한참 달리다가 갑자기 멈추게 될 때 받는 충격만큼, 다시 움직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동력을 필요로 한다. 오랫동안 방황하고 나서 움직여야 한다고 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의욕을 잃어버린 나는 좀처럼 빠르게 움직일 수 없었다. 그저 주자앉아 있었다. 그런데 소속도, 져야 할 책임도 없으니 아무도 나를 일으켜 세우지 않았다. 끝도 없이 자기 비하만 계속하고 있는 상황, 우울감도 관성의 법칙을 따르는지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었다.


p. 192 우울증이란 결국 혼자 털고 일어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는 병이다. 노여움의 파도가 몇 차례 지나간 후에 조금 정신을 차리니 모든 문제가 운도 지지리 없었지만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하나 꾸준히'를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사단이 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 214-215 첫 직장을 도망치듯 나온 이유는 일주일에 적어도 하루는 쉬고 새벽 두 시에는 집에서 잠들어 있고 싶어서였다. 그게 너무 견딜 수 없어서,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며 도망쳐놓고 나는 또다시 새벽에 잠들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할 풍파만 있을 뿐이었다. 나의 일에 관심을 가지고 도와줄 사람은 나 자신 뿐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p. 218 기록이란 참 신기하다. 갑자기 떠올리려고 하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다가 사진이든 글이든 그 순간의 어떤 것을 마주하면 그때의 기억이 선명하게 되살아나곤 했다. 그렇게 과거의 일들이 다시 한 번 상기하면서 하루에 하나씩, 가끔 귀찮으면 빼먹기도 하면서 글 옮기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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