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 사기56 - 본기, 세가, 열전, 서의 명편들 현대지성 클래식 9
사마천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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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한 불만과 원망이이 가득할 땐, 내가 폭넓게 이해하는 폭과 시야가 너무 좁았기 때문이었다는 걸 요즘에서야 깨닫습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누리고 싶은 것만 누리고 싶은데 뜻대로 하지 못해서 오는 불만과 원망. 이는 불편하고 고생스럽고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과 멀어지고 싶은데 더 가까워지니까 두려움에 떠는 반증이라 생각해요. 내가 모르는 미지의 영역이 많다보니, 쉽게 뛰어들지 않으려고 몸을 사리고 싶은데, 세상은 나보고 미지의 세계도 경험해야 한다며 등떠밀죠. 세상이 등떠밀려 시련과 불행도 경험했더니, 세상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해야 삶이 존재한다는 것을 세상이, 자연이 나에게 알려주었지요. 세상에 존재했던 양날의 검과 같은 부조리, 훌륭한 인물과 업적, 선조들의 지혜 등을 들여다봐야, 지금 몸담고 있는 세상에서 내 삶을 존속시킬 힘을 키울 수 있다는 것. 그 힘을 키우는 방법은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입니다. 사마천이 세상과 자연을 대신하여 세상에 존재했던 부조리함, 지혜, 성인과 업적을 기록하고, 부조리함을 해석하여 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혜안을 가질 수 있도록 후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 사마천 사기 56 내용 및 구성

 

 

사마천의 사기는 편안하게 설명하자면 역사의 기록historical record입니다. 중국의 지난 역사를 담은 동양고전입니다. 사기는 "본기","세가","표","서"와 "열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본기"에는 연대순으로 제왕의 언행과 업적을 기술하고, "세가"엔 제후국의 흥망성쇠와 영웅들의 업적을 기술했으며, "표"는 연대별로 각 시대의 중대사건을 기록하였으며, "서"는 각종 전장(제도와 문물) 제도의 연혁을, "열전"에는 대표적인 인물들의 활동을 기재(p. 9)했습니다. 사기는 130권, 총 52만자로 3000년에 걸친 중국역사를 담고 있는 역사서입니다. 사마천 사기 56은 역사의 범위자체가 방대하고 현대엔 효용성이 없는 부분도 있어서, 불필요한 문자나 문구를 과감하게 버리는 방법을 택했는데도 불구하고 총 973쪽이라는 방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사마천 사기의 특징

 

사마천의 사기는 귀구한 사연이 깊게 담긴 역사서입니다. 흉노와 불리한 조건에서 싸워야 했던 이릉장군이 결국엔 조건에 밀려 대패하고 부득이하게 투장해야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한무제는 이릉의 선택에 격노하고 그의 가족들을 옥에 가둡니다. 이릉 장군의 투항에 모든 대신들이 쉬쉬하던 중, 사마천만이 이릉의 투항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그를 변호(이릉변호사건)합니다. 하지만, 사마천의 변호에 한무제는 생각을 달리하는 것이 아닌, 격노하여 사마천에게 사형선고를 내립니다. 그는 사형선고를 면하기 위해서 궁형(생식기를 자르는 치욕스러운 형벌)을 자처합니다. 사마천이 죽음이 두려워서 치욕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사관이었던 아버지 사마담이 사기와 같은 대작을 남기기 위해 평생을 받쳤는데, 그도 아버지를 이어서 사기를 완성하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사마천의 사기는 단순히 역사적인 기록에만 치중하지 않고, 역사에 대한 사마천만의 관점과 인식으로 역사를 기록하며, 역사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전모를 다면적으로 파악하고, 객관적으로 서술합니다. 시대적 현실에서 존재했던 부정부패를 과감하게 비판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사기는 자신이 직접 경험하거나 교류를 통해서 알아낸 사실과, 치밀한 조사를 통해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진실성이 높으며 사회적 약자인 평민의 입장과 시각으로 역사를 파악하고 해석하고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사마천의 사기는 역사의 시대적 순서대로 서술한 역사서가 아니라 다면적이고 종합적인 해석과 인생사가 담겨진, 역사에만 국한되지 않는 중국문화를 넘어 동양문화의 초석입니다. 뿐만 아니라, 인간사에선 고난과 역경에 쉽게 굴복하지 않고 이겨낼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정치에선 치세의 도리를 터득하며 경제에선 경제의 원리를 파악(p. 10)하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즉, 우리가 몸담고 있는 세상의 흐름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 느낀 점

 

고전은 세상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파악할 수 있는 혜안을 제시해줍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본질을 파악하는 그 자체가 헙난합니다. 아무래도 옛 성인들이 그 시대에 따른 언어로 기록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사마천 사기56도 분명히 우리말로 표기했지만, 거의 한자어에 기반을 두고 있어 한자어를 이해하기 힘들고(특히, 번역체로 된 부분도 있어서, 표현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으며) 중국의 역사 순서와 흐름을 기본적으로 알지 못하면 사기의 내용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황제와 귀족에게 국한 된 것이아니라, 대관, 대신, 장군, 성인, 상인, 농사꾼, 도박꾼 등 다양한 위치에 있는 인물들을 그리고 있어,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며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건 정말로 어렵습니다. 러시아 문학소설에 나오는 기억하기 힘든 이름과 비슷한 맥락일 것입니다. 그나마 진시황제, 유방과 항우, 그리고 강태공의 이야기는 익숙해서 금방금방 이해할 수 있어요. 물론 아는 인물들이 나왔을 때만 이해됩니다. 중국역사와 문화, 혹은 역사 자체로 관심이 많은 분들은 흥미를 가지고 인내하며 사기에 빠져들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사기를 읽는다는 건 모험이자 도전입니다. 고전 자체에 도전장을 내민상태라, 읽고 또 읽습니다. 사기 속에서 주옥같은 명언들이 있는데, 그 명언이 한번씩 눈에 띄면 사기56의 책장을 넘겨봅니다. 그렇게 사기와 친해지고 있습니다. 사기와 친해지고 싶어요. 내가 마주하는 세상이,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세상을 조금더 넓게 바라보는 눈을 가지고 싶거든요.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삶 속에서 의미를 찾고 싶거나, 또 인간관계를 사색하고, 나의 직위와 위치에 필요한 도리와 처세를 읽히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삶의 희노애락을 조금더 지혜롭게 마주 하고 싶은 분들에게도 추천드립니다.

 

 

■ 책 속 글귀

 

p. 10 『사기』는 사마천이라는 작가의 이른바 '복안(複眼)' 에 의해 기술된 작품이다. 사마천은 결코 어떠한 인물이나 사건을 일면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항상 다면적으로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해석하였다. 그리하여 역경에 처해 좌절하고 실의에 빠져 있는 사람은 『사기』를 통하여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힘과 지혜를 얻을 수 있고 영광의 자리에 있는 사람은 『사기』를 통하여 그 영광을 지키는 이치를 깨달을 수 있다.

 

p. 25 한비자는 인재 등용에 있어서 개인적인 관계를 버리고 오직 능력을 중시해야 하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격하게 법을 적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었다. 특히 그의 가르침은 반 유교적 경향이 강한데, '백성을 대하되 덕망으로 하라.'는 유교의 가르침을 반대하였다. 이를테면 종기가 난 사람을 그냥 그 사람이 하고 싶은 대로 놓아둔다면 죽을 수도 있으므로 그가 아파서 참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종기를 칼로 째서 치료해야 하듯이 옳은 일을 위해서라면 강제로라도 백성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p. 63 진나라가 사해를 통일하고 각국의 제후들을 겸병하며 남면하여 황제를 칭하면서 해내의 백성들을 다스리자 천하의 선비들은 이 소문을 듣고 모두 복종하였다. 이러한 국면은 무슨 이유 때문인가? 이는 근고 이래 매우 오랫동안 제왕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략) 이제 진왕이 남면하고 앉아 천하에 칭왕을 하자, 비로소 윗자리에 한 명의 천자가 있게 된 것이었다. 모든 서민 백성들은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하였고, 따라서 그 누구도 거짓으로 황상을 경앙(공경하여 우러러보다)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이때 위세를 유지하고 공업을 공고히 하는 것은 국가 안위의 관건이다. 하지만 진시황은 도리어 탐욕스럽고 비열한 마음을 품고 오로지 자기의 작은 꾀만 부려 공신들을 믿지 않고 선비와 백성들을 가까이 하지 않았으며 인의치국의 원칙을 폐기하고 개인의 권위를 수립하면서 문서를 금하고 형벌을 가혹하게 행사하였다. [*밑줄 친 부분의 표현이 어색하게 느껴짐 : "거짓으로 황상을 경앙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는 표현은 "거짓으로 황상을 경앙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뜻으로 파악됩니다. 문맥에 따라 백성들이 안정된 생활을 희망하였기에 "거짓으로 황상을 경아하는 사람은 없었다"라고 표현해 맞지 않을까요?]

 

p. 417 태사공(사마천)은 말한다. " 상군은 천성이 각박한 사람이다. 그가 당초 제왕의 도로써 효공의 신임을 얻었던 일을 관찰해 보면, 뿌리가 없이 겉만 번지르르하고 근거 없는 낭설에 불과한 것이지 그가 본래 가지고 있는 자질이 아니었다. 더구나 총신을 통하여 뒤로 들어가 임용되고 종실 공자 건을 처벌하였으며, 위나라 장군 앙을 속이고, 조량의 충고를 따르지 않은 것은 모두 상군이 각박하고 은정(은혜로 사랑하는 마음)이 적었음을 충분히 증명해 준다."

 

p. 438 태사공(사마천)은 말한다. " 소진의 책략은 권변, 즉 임기응변에 뛰어났다. 하지만 소진은 간첩의 죄명을 뒤집어쓰고 피살되었고 천한사람 모두 그를 비웃으며 그의 책략을 배우기를 기피하였다. 그러나 세속의 소진에 대한 주장은 사실과 다른 점이 많다. 소진 이후의 시대에 소진의 일과 비슷한 것 모두 소진 한 사람에게 전가되었다. 그는 평민에서 일어나 능히 6국을 연합시켜 진나라에 대항하게 만들었으니, 이는 실로 그의 지혜가 보통 사람을 뛰어넘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그의 사적(사업의 남은 자취)을 열거하여 정확한 시간의 순서에 의하여 진술함으로써 그로 하여감 홀로 나쁜 오명을 받는 것을 막고자 하였다."

 

p. 497 "세상에는 잊어서 안 될 일이 있고, 또 잊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있습니다. 남이 공자에게 베푼 은혜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되지만, 공자께서 남에게 덕을 베풀을 때는 빨리 잊으셔야 합니다. 공자께서는 위나라 왕의 명령으로 위장하여 진비의 군사를 빼앗고 조나라를 구했습니다. 이는 물론 조나라에 대해서는 공이 되겠지만, 위나라 입장에서 볼 때는 결코 충신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지금 공자께서는 교만한 태도로 그 공적을 자랑하고 계시는데, 그것은 결코 취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공자(公子) : 지체가 높은 집안의 아들

 

p. 684 태사공은 말한다. "원앙은 학문을 좋아하지 않았으나, 뛰어난 생각에 의해 여러 가지를 종합함으로써 체계적인 이론을 세웠다. 그는 어진 마음을 바탕으로 정의감에 비추어 세상을 개탄했다. 하지만 효문제가 즉위하자, 그의 재능은 때를 만났다. 그 후 시대는 변하고 바뀌어 오초의 반란이 일어나고 효경제를 한 번 설득시킴으로써 그의 주장이 관철되었으나, 반란을 평정시키지 못하였다. 그는 명예를 중시하고 재주를 뽐냈지만 결국 그 때문에 죽었다. 한편 초착은 젊을 때 자주 조정에 건의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그러나 뒤에 드디어 권력을 얻어 마음대로 행사하면서 법령을 많이 뜯어 고쳤다. 그는 반란이 일어났을 때 당연히 나라의 위급함을 구하는 데 힘써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사로운 원한을 갚는 데 몰두하다가 오히려 스스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옛말에 '예로부터 내려오던 법을 바꾸고 상식을 어지럽히는 자는 죽거나 망한다.'고 했는데, 이는 바로 조착과 같은 사람을 두고 한 말이던가!"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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