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아워 2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13-2018 골든아워 2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국종 교수의 골든아워는 총 2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의료 현실을 아주 냉정하게 담고 있는데요. 1권과 2권 각각 담고 있는 맥락은 비슷하나, 그 내용이 달라서 이 책에 대한 리뷰도 나눠서 담아봅니다. 


■ 골든아워 2 내용


골든아워 2에서도 골든아워 1 못지 않은, 우리나라 정책이 응급의료 상황에 얼마나 외면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세월호가 침몰할 때 구조를 위해서 출동했지만 사고해역 상공은 해양경찰이 관할하기 때문에 다른 헬리곱터가 사고해역으로 진입하면 충돌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이유로 사고해역을 벗어나라는 명령을 받게 되는 긴박한 상황을 담고 있습니다. 구조에만 신경 쓴다면 침몰하는 배 속의 사람들을 충분히 구해낼 수 있었지만 구하지 않는 아주 속터지고 아이러니한 상황을 마주합니다. 거기에 한창 정치적인 이슈로 시끌벅적 했단 북한병사 이야기까지 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국종교수가 몸담고 있는 대학병원이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로 힘겹게 지정된 후에도 국제표준에 맞는 시스템으로 정착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이국종교수와 그와 함께하는 의료진들이 뼈를 깍아내는 듯한 고통을 감수하면서 진퇴양난의 상황에 몰려 힘겹게 버텨내는 그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느낀 점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아주 높아서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아주 큽니다. 막연하게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고 마음에 품고 있는 것만으로 애국자로서 도리를 하는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국정농단 사건이후로 지나치게 긍정만 하는 것이 나라를 위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어느 조직에서 사회생활을 할 때도 부조리함에 치를 떨기도 했지만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 믿었고 억울함을 절대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내색조차 하지 않으면 부조리한 상황은 개선되지 않은채 뫼비우스의 띠처럼 끊임없이 무한 반복될 것이라는 두려움에 휩싸이기 시작하더군요. 이 책을 읽으면서 더더욱, 냉정하게 세상을 바라고 옳고 그름을 판다하는 힘부터 길러야겠다는 결심부터 서게되었습니다. 좋은게 좋다는 생각이 우리 삶을 어떻게 궁지로 몰아세울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우리나라는 정치적인 영향력에 의해 좌우되고 또 부조리하게 돌아갑니다. 특히 세월호 사건에서도 살릴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한데도, 윗선에서 어떠한 명령을 하지 않으면 절대로 뛰어들지 않는, 아이러니하게 말 잘듣는 사람들의 태도를 보곤 고구마를 머금는 기분이었습니다. 이국종 교수가 사고 현장근처에서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상황이 어떻냐고 물으면 모두들 모른다고만 일관하는. 답답한 사람은 이국종 교수와 그와 함께 했던 의료진들과 소방대원들이었습니다.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 외상센터는 이국종 교수뿐만 아니라, 의료진들의 희생을 바치면서 간신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무전기를 정부에 요청했으나 요청한지 8년지 지나도 이에 대한 지원이 없어서 카카오톡으로 응급상황을 주고 받는다고 하니, 정말로 어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중증환자들을 외상센터로 이송하기 위해서 닥터헬기가 주거지역 상공에서 비행할 때마다 주민들이 시끄럽다고 항의를 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등산 중 김밥을 먹을 때 헬기가 뜨면 김밥에 먼지 들어간다고 항의하는 사람도 있다고..) 주민들이 구청에 항의하면 구청은 중증의료센터에 넘겨서 주민의 항의를 잠재우라고 책임을 떠넘깁니다. 이 사실을 책을 통해 확인하곤,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왜 나라에선 국민에게 닥터헬기를 띄울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설명해주지 않을까, 시민의식을 심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부상당하지 않았다고, 남일처럼 바라보는 이기적인 시민의식을 보곤, 힘이 빠지더군요. 응급처지를 할 수 있는 시민의식이든 재정지원이 뒷받침 되어야 우리의 생명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아주 긴박한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이국종 교수가 알리기 위해서 혹은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 이 책을 썼습니다. 골든아워 2편 제일 후반부에 보면 인물지가 부록으로 담겨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자신의 희생하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국림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과로로 돌아가신 사실만 봐도, 응급의료센터가 얼마나 힘겹게 돌아가는지 확인할 수 있었죠. 돌아가시고 나서야, 관심을 갖는, 그러고 어느정도 기간동안 그를 기억하고, 또 응급의료센터가 얼마나 개선될까요? 개선될 수 있을까요? 본질을 파악하고 무엇이 옳고 그런지, 혹은 무엇이 최우선인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 결과적으로 돈이 되는 것에만 급급하고 지속된다면 우리가 몸을 담고 있는 이 사회는 우리의 삶을 안전하게 보장해줄지 의문을 가지며 책장을 덮었습니다.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긍정적인 사고로 사회를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때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비판하는 자세와, 이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고민해보는, 사회의식을 길러야 하는 국민이라면 꼭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엔 당연하게 그냥 주어지는 것이 없습니다. 사회 한켠엔 자신을 내던지며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며 희생하는 많은 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꼭 인지하면 좋겠습니다.

 

 

책 속 글귀 

 

p. 10 중환자실과 외상 병동의 중증외상 환자들은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았다. 그들의 삶과 죽음은 경계가 모호했고, 매 순간 소멸과 회복사이에 있었다. 그들을 삶에 가까이 끌어다 놓은 것이 내 일이었다.

 

 

p. 12-13 한국의 많은 병원들이 내실을 다지기보다 화려한 외장과 외래공간에 공을 들인다. 보이지 않는 부분은 선진국은 고사하고 중진국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고, 그 수준을 쫓을 생각도 없어보였다. 환자들은 그것을 알 길이 없으므로 번쩍거리는 외관과 맛있는 지하 식당, 편리한 에스컬레이터 같은 것들에 쉽게 홀렸다. 병원들의 형태가 과대 포장한 불량식품 같았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자꾸 입안이 썼다.

 

p. 41-42 고요한 밤 창밖의 희미한 가로등을 보고 있으면 뒤엉킨 생각들이 때로 정리가 되었고 때로는 파편적으로 갈라져 나갔다. (중략) 미안한 얼굴들이 계속 떠올랐다. 많은 생각들이 교차되었으나 그 어떤 결론에도 닿지 못했다. 가장 쉬운 결말은 누군가 나서서 내 일의 종료 시점을 정해주는 것이리라. 내게 맡겨놓는 한 나는 이 일을 그만두지 못할 것이고, 이 일을 지속하는 한 나는 위험한 상황을 좇는 본능에 따라 또 다시 움직일 것이다. 나는 단지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를 알고 싶었다. 그러나 어떤 답을 들어도 무엇도 선명해지지는 않을 것 같았다.

 

p. 59 그러나 나는 갈수록 보람보다 부담이 더 커져갔다. 외상외과를 필요로 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목숨 하나를 살리기 위해 모든 고통을 '몸으로 감내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시스템의 최종 희생자는 내 주위 사람들이다. 거의 완벽하게 건강을 회복한 젊은 환자는 연인과 행복해 보였으나, 외상외과 의료진은 강도 높은 노동 현실에 꺾이며 쓰러져나갔다.

 

p. 82 모르겠다, 잘 모르겠다. 4월 16일 하루 종일 들은 말이었다. 하긴 나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죽도록 비행하고 엄한 이착륙만 하다가 어깨만 아파져 돌아왔다. 현장에도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고 책임자라고 나서는 자도 없었다.

 

p. 93 세월호 침몰을 두고 '드물게' 발생한 국가적 재난이라며 모두가 흥분했다. 나는 그것이 진정 드물게 발생한 재난인지, 드물게 발생한 일이라 국가의 대응이 이따위였는지 알 수 없었다. 사람이든 국가든 진정한 내공은 위기 때 발휘되기 마련이다. 내가 아는 한 한국은 갈 길이 멀어 보였고 당분간은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사실에 힘이 빠졌다.

 

p. 117 ······진퇴양난이구나. 외상센터의 일은 줄지 않았고 줄일 수도 없었다. 나는 병원으로 오는 중증외상 환자의 수를 조절할 수 없고 병원 문턱을 넘어와 생사의 기로에 선 환자를 전원시킬 수도 없었다. 권역외상센터 건물을 지어 올리는 데 따르는 행정 업무까지 가중되어 있었다. 팀원들의 업무량은 날로 늘어났고 업무 강도는 극심해졌다. 그 또한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p. 282 대부분의 정당이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다고들 했다. 그들이 말하는 노동자에 외상센터에서 일하는 우리는 없었다. 한국 중증외상센터의 직원 고용 수준은 영미권의 3분의1에 불과했고, 적은 인력이 과도한 업무를 감당하느라 과로로 쓰러져나갔다. 수술방의 모든 의료진이 감염의 위험을 감수하고 환자의 피를 뒤집어 썼다. 전담간호사들이 다치거나 유산해 대열에서 떨어져나갔다. 그러나 이 현실은 무관심 속에 외면받고 있었다. 이 곳의 노동자들은 무슨 이유로 의생을 기본 값으로 감수해야만 하는가. 거대 담론만이 존재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중증외상센터의 지속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니다.

 

p. 296 한국에서의 중증외상센터 사업은 침몰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미국에서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의 세계적 표준과 워칙을 배웠고, 런던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또한 일본의 외상외과 의사들이 얼마나 뛰어난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중증외상 판 안쪽에서 뒹구는 나는 침몰을 또렷하게 알았다. 본질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많은 사람이 중증외상 의료시스템 구축에 필요하다며 다들 자기 이권만을 관철시키려 할 뿐, 정작 중증외상센터가 무엇인지 해외에서 진정성 있게 공부하려는 이들조차 없었다.


 

p. 297 보건복지부의 의욕 넘치는 관료들을 이 일에 끌어들인 지 15년이 넘었다. 석해균 선장이 다시 살아난 일을 동력 삼아 정부로부터 중증외상센터 지원을 끌고 들어온 지도 10년을 향해 간다. 그러나 초석을 함께 놓던 행정부의 정치권 사람들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중략) 이제 경기도청 안에 중증외상센터 정책을 이해하고 추진해줄 고위층은 사라졌다. 중증외상센터 사업은 보건복지부의 큰 골칫덩이가 되어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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