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우리집 책장에 아주 얌전하게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라고 알려질 때도 보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제목이 너무 격해서요. 왠지 너무나 자극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을 듯 했으나, 빅터 프랑클의 죽음의 수용소를 읽고 큰 감동을 먹은 기억이 났습니다. 격한 제목 뒤에 감동적인 내용이 담겨있을 것이란 발상(?)으로 이 책을 들고, 페이지를 넘겨봅니다. 이 책은 한마디로 페이지 터너입니다. 그냥 넘겨져요.


■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내용 


이 책의 저자는 하야마 아마리. '아마리'라는 필명은 '나머지, 여분'이라는 뜻으로 스스로에게 부여한 1년의 삶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 책에는 저자 아마리는 스물 아홉살 생일, 1년 후 죽음을 선택하는, 스스로에게 시한부 인생을 선고하며 전개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물론, 책 속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아마리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이야기입니다. 어린시절부터 아주 평범하게 자라온 아마리. 어떤 꿈도 희망도 없이 살아갑니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선 생각지도 못한 많은 시련을 경험하며 홀로 쓸쓸한 스물아홉의 생일을 맞이 합니다. 거의 벼랑끝에 서있는 듯한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 텔레비전 속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함이 눈에 들어왔고, 그녀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서른 살 생일, 최고의 순간을 경험하고 죽음을 맞이하기로 결심합니다. 최고의 순간을 위해, 그녀는 아주 과감한 결단을 내리며, 1년을 아낌없이 열정을 다해서 살아갑니다. 그리고 죽음을 결심한지 딱 1년 후, 화려한 순간을 만끽할 서른 살 생일을 맞이합니다. 


■ 느낀점 


격한 제목 뒤엔 엄청난 감동이 있는 건 확실합니다. 맘 잡고 읽으면 하루만에 읽을 수 있는 이야길 담고 있습니다. '정말 난폭한 방식의 자기개혁'이라는 저자의 말이 참 와닿습니다. 아마리 자신이 얼마나 절박했으면, 이왕 죽더라도 딱 한 순간만이라도 화려하고 멋지게 즐기고 죽자라는 그녀의 결단이 아주 난폭했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이 독자들에게 던지는 메세지는 "인생에서의 마법은 '끝이 있다는 것'을 의식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것을 나는 몸으로 깨달았다. p.233" 라는 메세지 딱 한가지입니다. 저자 또한 자신이 진짜 죽을 것이라는 각오로 남은 생은 치열하게 살았고, 화려함을 만끽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깨달음이었을 겁니다. 우리들 스스로가 참 오만한 것은 인생이 무한하게 흘러갈 것이라 생각하고 방황하고 자신을 학대하는데 시간을 아낌없이 쓴다는 사실입니다.그러나, 삶에는 끝이있습니다.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그 죽음을 외면하려 들죠. 죽음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이상, 죽음이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을 땐 그저 남일 같으니까요. 그러나, 지체할 시간은 사실 없습니다. 우리들의 삶이 언제까지 얼마만큼 허락되었는진 아무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를 살더라도, 자신을 가장 먼저 사랑하고 주변을 아우르며 재미있게 사는 것, 그것 뿐입니다. 나도 방황할 땐 정말로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선물, 시간을 함부로 썼습니다. 주로 원망하고 분노하는데 사용했죠. 나도 아프고 원망의 대상도 아프게 했습니다. 선물을 아주 낭비하듯 썻습니다.그러니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피폐해져갔습니다. 그때를 참 많이반성하고 있어요. 갈 곳이 없을 정도로 코너로 나를 몰아 붙이는 순간, 나는 살고 싶었고 행복해지고 싶다는 간절함이 튀어나왔습니다. 그때부터 나에게 관대해지기 시작하면서 하루하루가 달라졌거든요. 세상에서 나만 괴로운 줄 알았는데, 나보다 더 치열하게 살았던 얼굴없는 작가 아마리. 그녀를 통해서 지난 나의 삶을 위로받고, 나도 끝이 있는 삶의 순간을 소중하게 대할 줄 아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지금을 달려온 나를 대견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 좋은글귀


p. 28 훗날 사회에 나가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세상에는 그런식으로 '공부만' 잘했던 사람이 꽤 많다. 자기가 뭘 좋아하고 뭘 잘하는지도 모른 채 고속열차처럼 학창시절을 내달리다가 어느날 '툭'하고 세상에 내던져진 그런 사람들 말이다.


p. 61 줄곧 패배자로 살아오던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도전자가 되었다. 그리고 나와는 아무 상관없었던 라스베이거스를 인생의 마지막 도달점으로 삼았다. 생각 속에 어떤 씨앗이 있었기에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 목표가 생기자 계획이 만들어지고, 계획을 현실화시키려다 보니 전에 없는용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p. 61 정말이지 인생의 구석구석에서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무리 무모하더라도 일단 작정을 하고 나면 무슨 일이든 생길 수 있다. 정말 신기한 것은 내가 '움직였다'는 것이 다. 원래의 나라면 좁은 방바닥에 드러누워 꼼짝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머릿속에서만 수십 채의 집을 짓고 허물며 게으른 몽상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 것이 나였다.


p. 86 사람들은 긴 학창시절 동안 참 많은 것을 배운다. 수없이 시험을 치르고 성적을 올리고 많은 공부를 한다. 그리고 사회에 나와 직장을 구하고 열심히 일을 한다.하지만 그 모든 과정도 대부분 인생의 수단을 갖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그 다음'은 가르쳐 주지 않고, 또 그럴 수도 없다. 그것은 자기 안에서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p. 96 두려움이란 건 어쩌면 투명한 막에 가려진 일상인지도 모른다. 그 투명 막을 뚫고 들어가기 전까지는 미치도록 무섭지만, 정작 그 안으로 들어가면 여전이 아무렇지도 않은 또 하나의 평범함 세계가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p. 106 내가 알고 있는 ㄴ나는 하나뿐이지만,남들이 보는 나는 천차만별이었다. 사실 그림 속의 나는 '나'이면서 또한 내가 아니었다. 내가 느끼는 나와 남이 느끼는 내가 같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늘 내가 알고 있는 느낌과 나의 기준대로 이해받길 원했다. 그러나보니 자연히 '왜 아무도 날 이해해 주지 않을까?"하고 의기소침해질 때가 많았다. 


p. 122 "뭐든 그렇겠지만 일류니 고급이니 하는 말은 늘 조심해야 해. 본질을 꿰뚤기가 어려워지거든. 출세니 성공이니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잣대를 갖는 거라고 생각해. 세상은 온통 허울 좋은 포장지로 덮여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기만의 눈과 잣대만 갖고 있다면, 그 사람은 타인의 평가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고 비로소 '자기 인생'을살 수 있을 거야. 그게 살아가는 즐거움 아닐까?'


p. 168 '적의 행군을 막으려면 술과 고기를 베풀어라.' 그게 무슨 말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아. 평생의 꿈을 가로막는 건 시련이 아니라인정인 것 같아. 현재의 안정적인 생활을 추구하다 보면 결국 그저 그런 삶으로 끝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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