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 - 육아에 무너진 여자를 일으킨 독서의 조각들
김슬기 지음 / 웨일북 / 2018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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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을 올리고, 나에겐 아내 며느라는 타이틀이 추가되었습니다. 나는 하나인데 새로운 조직이나 관계망이 형성될 땐 역할을 부여하는 타이틀이 생겨납니다. 아기를 낳으면 아기에겐  나는 엄마가 되고 남편은 아빠가 되겠지요. 너무 많이 부여되는 역할과 타이틀 때문에 진짜 나를 잊고 살아갑니다. 내가 있기 전에, 난 역할 수행에 최선을 다하고, 최선을 다하다보면 뭔가 모를 허무함과 답답함에 사무치기도 하지요.  아직 부모가 되기 전이지만, 엄마의 역할을 미리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육아의 고충을 털어놓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세겨들어 봅니다. '내가 엄마가 된 순간엔 어떨까, 잘 견뎌낼 수 있을까, 변한 내 자신을 보면 난 나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 섞인 염려가 쓰나미처럼 밀려들 때가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가끔음 엄마가 될 준비, 마음가짐 등을 미리 생각합니다. 그리고 엄마가 되는 순간 다양한 감정변화를 마주해야 하는데 그땐 어떻게 할지 고민될 때가 있는데, 그땐 책을 읽거나 번역공부, 언어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엄마이자 아내인 김슬기 작가는 책을 통해서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아이가 잠들면 나는 서재로 숨었다에 실었고, 그녀의 책을 읽으면서 결혼생활과 육아에 대하여 자리잡지 못한 내 생각의 방향성을 잡아봅니다. 



■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 내용 ::


저자 김슬기는 육아와 책에 관해선 유명한 블로거(나무와 열매)이자 작가예요. 그녀가 자신의 일상을 담고 고민을 담아 맥락에 맞춰서 책의 한 구절을 언급하고 그녀의 생각을 더합니다. 독후감과 서평과는 또 다른 느낌이랄까요? 이 책도 그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저자 진짜 자신과, 엄마로서 자신, 아내로 자신과 대립된, 그 속에서 진짜 자신을 찾고 엄마와 아내로서의 역할을 하는데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가장 힘겨워 하는 건,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증으로, 또 "좋은 엄마"라는 자격이 없다는 생각에 스스로 수치심을 느꼈다는 점입니다. 좋은 엄마가 될 수도 없고, 좋은 엄마가 될 자격도 없다는 생각이 들면, 얼마나 혼란스러울까요. 자신의 내면적 혼란을 글에 담고, 그 힘겨운 과정 속에서 진짜 자신과 엄마로서의 자신이 성장하는 과정들이 그러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녀가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책이였고, 책을 읽으면서 그녀의 고민과 마음의 짐을 하나둘씩 덜어낼 수 있었다는 걸 언급합니다. 책이 그녀를 구하고, 그녀도 책이 뻗어주는 도움의 손길을 넙죽 잘 잡았던 겁니다. 진짜 자신으로서, 엄마로, 아내로서 성장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책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진짜 자신을 찾으려는 내적갈등으로 시작하지만, 진짜 자신이 소중한 만큼, 아이 자체로도 아주 소중하며, 사회적으로도 아이는 아이답게 커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가족 구성원들이 자본주의적 수단이 아닌, 인간으로서 대우받는 행복한 세상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도 담겨져 있습니다.



■ 느낀점 ::


책의 내용에서도 언급했지만, 좋은 엄마가 될 수 없고, 좋은 엄마가 될 자격이 없다고 느꼈을 때 밀려오는 수치심과 죄책감을 나는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게 됩니다. 책의 초반엔 저자 자신과 엄마로서 자신의 균형을 맞추려 하는 동안, 내적 갈등이 얼마나 심했는지, 글을 읽으면 감정이입이 되어 힘겹기도 했습니다. 엄마가 되어야 하는 순간을 받아들이기가 그토록 어려운 일임을 간접적으로 경험해봅니다. 그렇게 처절해보이는 사투는 포기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어떻게든 이겨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생각도 들었습니다. 책의 초반엔 어둠의 터널에 있는 듯 했으나, 그녀를 이끌어 주는 책 이야기가 나오면 빛이 드리우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그녀에겐 책의 존재가 구원의 빛처럼 느껴졌을 것이라 짐작도 해봅니다. 책을 통해서 스승을 만나고 몰랐던 세상을 들여다보면서, 좁았던 그녀의 시야는 서서히 넓혀집니다. 독자로서, 그녀의 글에 감정이입하니, 시야가 같이 움직이더라구요. 저자는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책을 통해서 많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육아와는 다른 개념의 고통이지만, 개인적으로도 심적 갈등과 고통이 심할 때, 책을 통해서 치유를 하고 고통을 받아들이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니, 책과는 죽을 때까지 친해져야겠단 결심을 해봅니다. 엄마가 되는 순간, 호르몬의 작용도 있겠지만 갖은 무게감으로 나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우울감과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면, 책을 통해서 나를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며, 엄마란 무엇이며, 엄마가 되면서 아이와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 곰곰히 성찰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미리, 책을 알아보고 읽어보며 예행연습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요. 저자의 책은 예비엄마가 진짜 엄마가 되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예비 엄마를 위한 책이기도해요. 그리고, 이미 엄마지만 여전히 엄마 역할이 어려운 분들이 읽으면 공감되고, 방법과 방향성을 찾는데 도움이 될거예요. 개인적으론,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하나 둘 소개되는 책에 관심이 쏠리더라구요. 저자 자신에게 영감을 준 문구들이겠지만, 마음에 와 닿는 문구로 책의 내용을 이야기하는데, 참 흥미롭게 느껴졌거든요. 얼마나 책을 많이 읽으면 자신의 이야기 속에 맥락에 적절하게 책의 내용이 쏙쏙 나올까요? 그녀가 언급한 책엔 포스트잇을 다 붙였네요. 독서목록에 추가해야 할까봐요. 


■ 좋은글귀 ::


p. 19 '나는 문제가 있어.''나는 너무 멍청해.''나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야.''내 안에서 끊임없이 나를 평가하며 비난하는 내면의 목소리, 세상에서 가장 지독하고 잔인한 평론가를 불러오는 감정, 이것이 바로 수치심이다.


p. 32 브레네 브라운은 말한다. 진정한 용기는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그리고 내가 경험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그것이 좋은 나쁘든 솔직하고 당당하게 말하기 위해 필요한 내면의 힘과 진실함'이라고. 진심에서 우러나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이야말로 '평범한 용기'이고, 이러한 용기가 바로 우리가 갖춰야 할 힘이자 퍼트려야 할 가치라고.


p.51 나는 왜 '좋은 엄마'라는 프레임에 나를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며 발버둥 쳤을까. 세상에 태어나는 아이들 모두가 다른 모습인 것처럼 세상에 존재하는 엄마를 모두가 다른 것이 당연한데, 아이는 엄마 혼자 책임지고 키울 수 있는 존재가 아닌 것이 당연한데. 나는 자녀 양육의 책임을 오로지 엄마에게 강제하는 '좋은 엄마''숭고한 모성'이라는 포장에 세뇌당하고, 주입당하고, 철저하게 복종했다. 내가 처한 상황과나를 억압하는 생각이 얼마나 부당한 것인지 인지하지 못한 채, 내가 매우 주체적인 사람이라고 단단히 착각한 채로 말이다.


p. 89-90 내가 글을 쓰든 말든, 작가를 꿈꾸든 꾸지 않든, 이 세상 어느 누가 신경을 쓸까, 신경은커녕 관심도 없는 일에 나 혼자 지레 겁을 먹고 눈치를 보고···. 더 이상 나를 평가하지 말자. 그냥 내 마음대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자. 쓰고 싶으면 쓰자. 쓰고 싶은 걸 쓰자. 내가 쓰는글은 나만 쓸 수 있는 나만의 글이다. 그건 그거대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내 맘대로, 내 멋대로, 화근하고 당당하게 자신감 충전!


p. 113 내일의 문제는 내일의 나에게! 오늘 의 나는 오늘에 충실하게! 함께여서 행복한 오늘에 집중하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면 우리의 내일 또한 반짝일 거라 믿고 간다. '이런 일'이라는 그들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우리만의 오늘을 산다. 세상의 강요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행복을 찾는다. 우리는 오늘도, 지금 이 순간을 누리는 삶을 산다.


p. 172-173 <<코스모스>>를 만난 뒤 나는 인간이라는 존재, '나'라는 존재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 나의 몸과 연결되어 있는 우주에 대한 이해 없이 과연 나를 제대로 알 수 있을까? 답은 '아니요'였다. 아니요, 아니요, 결코 아니요! 우주는 나와 상관없는 과학자들만의 세계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우주에 대한 이해와 탐구가 나와 인간, 인류와 자연, 세계와 지구에 대한 이해를 가능하게 함을,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p. 180 <<인간이 그리는 무늬>>, <<탁월한 사유의 시선>>의 저자 최진석 교수는 우리의 시선을 높이는 것이 생각의 높이를 올리는 것이라 말한다. 시선이 올라가면 생각이 올라가고, 생각이 올라가면 삶이 올라가고, 그렇게 한 명 한 명 삶이 올라가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국가의 높이 또한 올라간다. 철학을 한다는 것은 어렵고 고리타분한 이론을 외우며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고, 철학이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글을 보며 깨달았다. 


p. 218 나를 돌아보았다. 좋은 성적, 이름 있는 대학, 그럴듯한 직업,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정하는 화려한 성공. 나는 그런 것들에 목을 매며 달려오지는 않았는지. 아이들에게 공부만을 강요하며 성적으로 줄을 세워 평가하지는 않았는지. 아이에게 옆에 있는 친구가 나만큼 소중한 존재임을 알려주고 있었는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해볼 시간과 기회를 주었는지. 다시 한 번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치열하게 보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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