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돼가? 무엇이든 -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 이경미 첫 번째 에세이
이경미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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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참 무섭다고 느낀건 사춘기 때부터였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제 웃어주던 사람들이 돈 때문에 하루아침에 무서운 사람들으로 변하고, 길거리에 내몰려도 도움의 손길 하나 없던 냉랭한 현실을 마주하는데, 아이러니 한 것은 숨 쉬면서 일상을 살아가고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경험을 했으나, 정신을 차려보면 하늘과 땅은 그대로이며 나도 그대로입니다. 죽지 못해 살아가는 것. 아주 고통스럽게만 느껴졌지만 "삶은 뭔가.. 왜 이러고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늘 달고 살았습니다. 사회구성원으로 배제되지 않고 인정받으면서 살고 싶어서 힘들어도 괜찮은척 아프도 아프지 않은 척 살았는데, 나의 감정을 무시하며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힘겨웠습니다. 나답지 않은 건 죽은 거나 다름없어서 나의 색깔을 표출하기 시작했고, 표현할 수록 세상과 동떨어지는 느낌은 들었으나, 나다워서 살만했고 지금도 살만합니다. 나의 흐름, 내가 삶을 살아가는 흐름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순간순간을 살아가는 것이 무거운 삶을 흥미롭게 바라보면서 그나마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미쓰 홍당무"와 "비밀은 없다"를 만든 이경미감독의 에세이 "잘돼가? 무엇이든"를 읽으면서 나의 무거운 삶을 흥미롭게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 잘돼가?무엇이든 내용


이경미 감독의 에세이 내용을 담으라면 아주 간단합니다. 좌충우돌 그녀의 인생을 담았습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조금더 길게 이세이 내용을 담으라면, 흠... (에세이 내용을 설명하는 건 소설의 줄거리를 설명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 같아요. 암튼) 책 내용의 흐름과 상관없이 저자가 마음가는대로 글을 써내려 간 듯한 에세이입니다. 감독이라 하면 후광이 엄청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에세이를 보면 감독이 아닌 우리처럼 삶을 꾸역꾸역 살아가는 사람. 차이가 있다면 무게감이 짙은 삶을 아주 어이없지만 재치있게 그려간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솔직담백합니다. 그래서 맘에 듭니다.(감독님 축하해요 내 맘에 드셨어요) 삶의 어두운 이면을 있는그대로 드러내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해는 내공도 있습니다. 에세이를 읽어갈 땐 중구난방으로 글이 흘러 간다고 생각했으나, 표시해 둔 좋은 글귀 위주로 다시 읽고 필사했더니 저자의 에세이가 제대로 눈에 들어왔습니다. 좋은글귀만 읽다보면 이 에세이가 읽고 싶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어서 읽는 것보단 단편적으로 읽는 재미가 있는 에세이입니다. 



■ 느낀 점 



제목에서 공감을 얻기 보단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어감이 입에 착착 붙지 않았거든요(나만 그런가?) "잘돼가?무엇이든"에서 "잘돼가" 뒤에 물음표가 붙었습니다. "무엇이든 잘돼가?"라면 모를까..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형태인가..?라는 의문이 뿜뿜하며 지금도 의문이긴 합니다. 그래서 읽는 건 독자 마음이니,"무엇이든 잘돼가?"라고 묻는 뉘앙스라 생각하며 에세이를 읽었습니다. 에세이 저자는 이름부터 각인되기 보단 영화"미쓰 홍당무"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 영화는 아주 강렬했거든요. 홍당무처럼 얼굴이 붉어지는 안명홍조가 심한 여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예요. 에세이에 대한 느낀 점을 말하기 전에, 이 영화에 대한 느낀 점을 이야기 하자면, 답답했고 짜증났습니다. 안면 홍조 때문에 외모 컴플렉스가 심하고, 성격까지 모가 난 여주인공을 보는 내낸 짜증이 났습니다. 즉 감정이입을 심하게 했죠. 나 같아서. 한창 열등감에 쩔어있던 시기에 봤으니까, 나 같은 사람을 스크린에 담아 나를 객관적으로 들여다 보는 것 같아서 불편했습니다. 그만큼 영화를 잘 만들었다는 반증이기도 하고요. 영화감독이 되려고 애초에 꿈꿔오지 않았는데 우연히 영화학교에 원서를 내고 부터 영화감독이 되었다는 그녀. 그래서 영화감독이 된 동기를 물으면 그저 부끄럽다고 합니다. 준비해서 영화인이 된 것이 아닌, 그래서 자신을 더욱 부족하게 느꼈을지 모를 저자의 입장, 그리고 그녀의 사적인 여러가지 상황들이 반영된 영화가, 늘 자신을 부족하게 여기고 자기 연민을 짙에 영화에 담았을 것이라 추측합니다. 그런 그녀의 색채가 에세이에도 여실히 드러나는데, '이 말들이 무슨 말이지.."하는 의문을 품다가도, 자신의 느낌가는대로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이후에 성찰하는 저자의 모습을 보니, 삶을 무겁게만 바라보고 중압감을 심하게 느꼈던 나의 어깨에 힘이 조금씩 빠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에세이의 서두를 적으면서, 세상이 무너질 듯한 상실감을 느껴봤지만 그럼에도 살아있는 나를 보면 내가 드센 것이 아니라, 인간 그 자체가 살고자 하는 본능이 그만큼 강렬할 수 있다는 것 세삼 깨닫기도 했습니다. 잃었을지는 몰라도, 하늘과 땅이 그대로인 듯  나도 그대로라는 것을 깨닫게 된거죠. 잃었다고 해서 내가 없어진 건 아니잖아요. 다시 채우면 그만인 것을.. 이경미 감독의 에세이는 이런 힘이 있어요. 무거운 삶을 흥미롭고 가법게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어요. 



■ 좋은 글귀



p. 73 그동안 살면서 깨달은 점 하나는, 선의와 도덕성이 아무리 충분해도 나와 같은 입장이 아닌 사람에게 온전한 동의와 공감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살아온 배경이 제각각인 우리. 그러나 인생은 덧없이 짧고, 세상이 변하는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이 빠르고,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시대에 어떻게든 살아남겠다고 아등바등 버티기는 다 마찬가지다.


p. 75 같은 입장이 아닌 사람에게 온전한 동의와 공감을 바라진 않는다. 마음이 싫다는데 어쩌겠나. 나도 사람인지라 살다보니 나쁜 줄 알면서 싫은 마음이 생길 때가 있다. 다만,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티 내진 말자 이 말이다. 마음 깊이 우러나오는 존중은 아름답지만, 떄로는 정말 싫은 마음을 완벽하게 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일도 아름다운 존중이다.  진짜 싫은 상대를 위해 이 불타는 싫은 마음을 숨기는 게 얼마나 힘든데.


p. 88 진정한 믿음은 미친 상태인지도 몰라요.



p. 90 삶이라는 피할 수 없는 패배에 직면한 우리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것은 바로 그 패배를 이해하고자 애쓰는 것이라고 밀란 쿤데라는 말했다. (중략) 힘들다고 좌절하거나 투정하지 말라며 원래 인생은 다 고행이라고 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밀란 쿤데라의 말도 내 인생의 등불인 엄마의 말도 죽을 때까지 모른척 하고 싶다. 



p. 99 '잘돼가?무엇이든"이라는 제목은 내가 지었는데 제목과 영화 내용은 아무 상관없다. 미래에 대한 작은 기대도, 설레는 희망 한 조각도 없이 그저 살아야 되니까 살던 그 시절의 나에게 안부를 묻고 싶었다.



p. 132 남한테 칭찬을 받으려는 생각 속에는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다. 혼자 의연히 선 사람은 칭찬을 기대하지 않는다. 물론 남의 비난에도 일일이 신경 쓰지 않는다.



p. 158 두렵다. 실패를 경험하게 될 시간은 언제나 두렵다. 그런 날이 올 때면 운전석에서 절망했던 산동네 재개발 지역 좁은 비탈 골목 안에서의 그날 밤을 떠올려야겠다. 차 밖으로 나와서 멀리 떨어져 보니 불과 몇 준 전의 내 패배감이 작게 느껴졌던 그날 밤.



p. 189 후회하는 일이제일 싫다. 그래서늘 최선을 다했지만 그래도 후회된다. 아빠와 싸우는 일이 힘들어서 정면으로 대결하지 않고 늘 편한 길로만 도망 다닌 일이 후회된다. 

p. 252 시나리오를 쓰면서 경계하는 점. /나를 무고하고 억울하고 불쌍한 사람으로 만드는 습관. /어려운 장애물을 대충 피하고 싶은 습관./인물을 통해 남 탓하고 싶은 습관.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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