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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곰탕 1~2 세트 - 전2권 - 김영탁 장편소설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평소엔 삶에 대한 여러가지 해결책을 찾고자 방법론적인 자기계발서를이 읽었습니다.
책 편식이 심하니까 생각과 창의적인 발상에도 제약이 따른다는 것을 문득 인지하곤,
문학적 감성을 찾고 싶어서 소설책을 조금씩 접하고 있는데요.
오랜만에 꺼내든 소설은 곰탕입니다.
소설 제목이 곰탕이예요.
제목만 읽으면 뽀얗고 구수하게 우러난 훈훈한 이야기일 것이라는 추측을 했는데요.
이 소설의 저자가 영화 <헬로우 고스트>와 <슬로우 비디오>의 감독 김영탁이라는 점에서,
분명히 따뜻하면서도 감동적인 전개가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요.
그런데 말입니다.
경험에만 근거를 둔 섣부른 추측과 판단은 금물이라는 점!
새롭게 경험한다면, 새롭게 접하면서 판단하고 추측해야 한다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서 알게됩니다.
(곰탕1)
p. 115~116 깨달음이 그렇다. 깨닫기 전에는 인생이 편하다. 하지만 깨닫고 나면 걸리는 게 많아진다. 깨달았으니까 똑같이 살면 안되는 것 같다. 깨닫기 전으로 돌아가려 하면, 그러고도 네가 사람이냐? 라는 질문을, 남에게 주로 어른에게 듣던 그 질문을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반복하게 된다. 깨닫고 나면 평온이 찾아올 거 같지만 사실은 아닌 거였다.
p. 118~119 그러나 생각뿐 실제로 떠나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기분이 아닐까 싶다. 목적지는 이미 정해져 있지만, 가던 길이 아닌 새로우 길로 가는 기분. 늘 마주치는 사람이지만 그 사람과 새로운 시간을 보내는 기분. 종인은 아무렇게나 여행은 그런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무렇게 해도, 망칠 수 없는 기분이었다.
p. 139~140 아버지는 불 앞에 느긋한 사람이었다. 순희는 그렇게 느긋한 아버지의 모습을 처음 봤다. 지겨워서 더는 먹기 싫다가도 먹으면 먹게 되는 게 늘 신기했던 곰탕이었다. 어쩌면 애초에 이런 지겨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남들보다 몇 겹은 더 되는 삶을 산 것처럼 보였던 아버지였다. 어쩌면, 이런 긴 하루들이 거듭되어 그 겹이 만들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순희는 처음으로 그 겹이 불행으로만 보이지 않았다.
p. 197 말이 적은 사람이 일을 잘하는 경우가 많다. 말이 적은 사람이 말귀를 잘 알아듣는 경우가 많다. 말을 적게 해보면 안다. 입을 좀 닫고 얼굴에 달리 다른 것들을 활용해보면 훨씬 더 많은 게 보이고, 많은 걸 알게 된다. 말로만 말하고 말로 오해를 만들고 말로 싸움을 거고 말로 인생을 망치는, 문제는 언제나 말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곰탕2)
p. 34 그리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상대방의 얼굴만 집중해서 살폈다. 그럼 되었다. 상대방의 얼굴만 제대로 보고 있으면 듣는 사람의 마음 상태뿐만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거짓말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얼굴에는 많은 게 드러났다. 하지만, 아주 섬세했다. 두리번 거리는 눈으로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한곳만 봐야했다. 한곳만 집중해서 들여다봐야 했다. 그래야 보였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신간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