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달이, 구만 리 저승길 가다 ㅣ 높은 학년 동화 19
이성숙 지음, 한지선 옮김 / 한겨레아이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 |
|
|
| |
경고
허가 없이 동굴 안으로 들어가지 마시오.
들어가면 길을 잃어 위험에 빠질 수 있음.
탐사를 원하는 단체나 개인은 군청에
신청서를 제출해야 함.
|
|
| |
|
|
이라는 노란 팻말이 동굴 앞에 붙어있다. 그리고 그 앞에 비를 맞으며 서 있는 한 소녀. 갑자기 쏟아진 여름비를 맞으며 검정생 상복을 입고 있는 아이는 시커멓게 입을 벌리고 있는 으시시한 바람이 훅 끼쳐 나오는 동굴을 고집스런 눈으로 노려보며 서 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산 아래를 내려다 보고는 뒷걸츰 치다가 다시 멈춰 선다. 거추장 스러운 치마 저고리를 벗어 팻말 위에 걸쳐 놓고는 동굴 안으로 들어간다.
그 동굴은 사람들이 저승동굴이라 불렀다. 나이 지극한 동네 어른들은 동굴 끝에 가면 저승으로 가는 입구가 있다고 믿는다고 한다. 아무도 끝이 어딘지를 모를뿐만 아니라 수 많은 사람들이 동굴의 끝을 찾겠다고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방송국에서도 카메라를 들이댔지만 동굴의 끝을 보았다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그 누군가는 꾀를 내어 허리에 줄을 매고 들어가기도 했지만 수십 킬로미터나 되는 줄이 바닥나도 동굴의 끝을 찾지 못했다. 동굴에서 겨우 빠져나온 사람들은 그 안으로 들어가면 무언가 홀린 것처럼 똑같은 자리를 맴돌게 된다고 말한다. 최근 한 방송국에서는 탐사원들이 들어갔지만 동굴 안을 헤매다가 초췌한 모습으로 나왔고 끝은 발견하지 못하고 나온 것만도 다행이라고 감격했다고 한다. 그저 닫힌 미로 동굴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동네 어른들은 그보다 더 오래전 옛날 병든 아버지를 낫게 할 약을 구하려고 저승 동굴로 들어간 바리라는 여자아이도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가장 나이 많은 할아버지가 하는 이야기를 달이는 들은 적이 있다.
| |
|
|
| |
" 저승 동굴이 아무한테나 문을 열어 줄 것 같으냐? 어림도 없지. 동굴 끝에 저승이 있다고 믿는 사람한테만 그 문을 열어 주거든. 믿는다는 게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었으면 이 할아버지도 벌써 갔다 왔을 게다. 그냥 머리로만 믿어선 어림도 없는 일이거든. 마음속 바람이 쌓이고 쌓여서 품게 된 믿음이어야 하지. 그런 믿음이라야 하늘도 움직일 수 있는 거거든. ......"
.........................
" 난 저승길을 믿어요."
...............................11~12쪽에서
|
|
| |
|
|
손전등을 든 달이는 동굴 안으로 들어간다.
마음속의 두려움을 떨치며 달이는 세상을 떠난 자신의 엄마를 찾아 한발 한발 들어간다. 엄마의 장례를 지켜보던 달이는 한 녀석이 달이의 엄마가 달이를 버리고 자살한거라고 하자 그 녀석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날려 코피를 쏟아내고 그 녀석 엄마의 손등까지 물어 버린다. 그리고 달이는 엄마를 만나 정말 달이를 버린 게 아니란 걸 확인하기 위해 저승 동굴에 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그걸 확인하지 않고는 자신이 너무 하찮게 여겨져 견딜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달이 앞에 저승 동굴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할아버지의 말대로 달이가 믿는다면 정말 저승 동굴이 문을 열어줄까?
작가는 달이가 엄마를 만나러 가는 과정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한다. 아이들이 판타지의 세계 속에서 여러가지 상황들에 직면하는 것은 자신의 감정과의 싸움이기도 한다. 판타지의 세계에서 아이들을 이끄는 것은 새로운 상황들이고 모험이지만 그 속에는 판타지를 만들어내는 기조들 속에는 인간의 수많은 감정들이 담겨있고 그 감정들을 주인공이 어떻게 이겨나가느냐를 보며 독자들에게도 내면의 성장을 이끌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