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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그 사랑을
카챠 랑게-뮐러 지음, 배정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월
평점 :
난 당시에는 잘 몰랐어. 한 인간의 판단기준은 무엇보다도 본인의 아주 고유한 체험의 총합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이 인식 역시 네 덕에 얻은 거야. 나와는 달리 넌 체포된 호네케를 마침내 자기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된 추락한 독재자로 보지 않았어. 넌 그를 다시 감방으로 돌아가야 하는, 수감된 적이 있는 그로서는 틀림없이 죽음보다 더 무서운 재수감이라는 불행을 당하게 된 한 사람의 감방 동료로 봤을 뿐이야.
....................266~267쪽에서
동독에서 서독으로 이주한 조야는 숙련 식자공이자 꽃 가판대 아르바이드를 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어느날 거리에서 한 서독 남자를 만나게 된다.
조야와 해리는 처음 우연히 만나던 날 빠져들게 되고 그 이후로 항상 함께 한다. 해리를 알아가면 갈수록 조야는 힘겨운 사랑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십일 년을 감옥에서 보냈고 마약중독자이자 에이즈 환자인 해리.
해리는 조야를 사랑하고 항상 조야곁에 머물지만 마약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폐렴, 에이즈 합병증 등으로 거듭되는 입원을 하게 된다. 작가는 1951년 동베들린에서 동족 지도층의 딸로 태어나 청소년 시절부터 '반사회주의적 행동'으로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하고 무단 가택 점거에 가담하는 등 반체제 성향을 보였으며 숙련 식자공 직업교육을 받기도 하고 정신 병원에서 간호 조무사로 일을 하기도 하는등 다양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그러한 경험들이 이 책속에 그대로 묻어난다.
해리를 사랑하는 조야의 마음은 해리가 더 이상 자신의 곁에서 떠나지 않기를 자신이 모르는 시간이 없기를 애타게 갈구한다. 해리가 자신의 사랑에서 벗어나서 몰래 마약을 하고 전화를 받지 않고 멀리 떠나가도 간절히 해리만을 사랑한다. 젊음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사랑이란 그렇게 이성적으로 합리적으로 빠져드는 것이 아니라..자신도 모르는 어떤 다른 세계에 깊이 빠져드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 사랑에 메달리게 되는 것이다.
해리는 마약중독자이고 에이즈 환자이고 생활력이 딱이 없는 그런 남자이지만 그런 해리를 조야는 끊임없이 사랑한다. 그리고 해리 곁을 떠나지 못하고 항상 해리가 자신 곁에 있어주기를 간절히 원한다. 마약중독자일뿐 아니라 에이즈 환자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해리를 조야를 도와주려던 사람들도 모두 떠나가지만 조야는 해리의 곁을 떠날수가 없다. 해리는 그런 조야가 자신으로 인해 감염되기를 원치 않는다. 진정한 사랑이란 그런 것이리라. 해리가 이 세상을 떠나고 해리의 수첩을 발견하게 되고 조야는 조야에 대한 사랑이나 조야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기를 바라며 조야의 노트를 읽는다. 그렇지만 어디에도 조야에 대한 이야기는 담겨있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그 속에서 나의 이야기가 담겨있기를 바란다. 확인을 하고 싶은 것이다. 정말 제목 그대로이다. 차마 그사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