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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엔젤 - 나는 머리냄새나는 아이예요
조문채 글, 이혜수 글.그림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마빡소녀의 편지
..................
'고집'이라는 등뼈나 '이기심'이라는 등뼈가
우리의 생각 속에 단단히 박혀 있다면 우린 어떻게 될까?
세상은 깊은 바다처럼 넓고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수압만큼이나 우리를 짓누르고 있는데
자기 고집이나 이기심의 등뼈를
머리나 마음속에 넣고 있다면 살아나가기 힘들지 않겠니?
때로는 백상어처럼 자기 등뼈도 버려야 할 때가 있단다.
...................140쪽에서
배추벌레의 일기
저 애는 엄마 없는 애잖아!
학교 앞 떡볶기 집에서 떡볶기를 사 먹었습니다.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내가 떡볶이를 먹고 있는데
뒤에서 "백원만 빌려줘, 응?"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나보고 그러는 줄 알고 뒤를 돌아보았더니
다른 반 아이엿습니다.
그 아이가 제 친구한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싫어!" 하고 말했습니다.
"내일 꼭 갚을께, 응?" 하고 그 아이가 다시 부탁해도 "안 돼!" 했습니다.
그러자 그 아이는 다른 아이에게, 또 백원만 빌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아이들이 다 먹는데 저만 못 먹으니까 무척 먹고 싶은 것 같았습니다.
다른 아이가 주머니에서 돈을 꺼냈습니다.
그런데 거절했던 아이가 돈 꺼낸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저 애는 엄마 없는 애잖아, 돈 빌려주면 못 받아!"
돈을 빌려주려고 했던 아이가 주머니에 돈을 도로 집어넣었습니다.
나는 화가 나서, 엄마 없으니까 돈 빌려주지 말라고 한 아이의
머리통을 갈기고 싶었습니다.
어른들의 일로 친구를 차별하는 애들이
한 반에 꽃 명씩은 끼어 있는 것 같습니다.
승아도 4학년 때 그런 일로 엉엉 울어서 내가 얼마나 곤란했는데요.
.........................108쪽에서
노란색 바탕의 알록달록한 열쇠 그림들. 제목도 아주 독특하고 표지도 마음에 들고 무엇보다도 마음에 드는 것은 2010년 볼로냐 국제도서전 일러스트 당선작이라는 것이었다. 일단 상탄 책은 다 모으고 보자...가 내 신조이다. ^^;;; 거기다 가장 최근의 볼로냐 국제도서전이라는 그것도 우리나라 사람이 그린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엄마와 딸이 만들어낸 공동작품이다.
씨앗을 뿌리는 사람이라는 출판사의 대표인 조문채씨와 딸 이혜수씨가 공동작업을 한 것이다. 글은 엄마가 쓰고 그림은 딸이 그렸는데 이야기를 보다보니 엄마 역시 그림을 전공했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면서 글을 쓰는 사람. 내가 꿈꾸는 모델이다. 제목도 아주 마음에 든다. 나에게도 단점은 있다. 그래서 나는 100% 엔젤이라는 건가? ^^;; 이 책은 딸아이가 어릴때부터 일기를 쓰면 엄마가 딸아이에게 답글을 달아주는 형식으로 중학교때까지 이어져왔던 글이다.
그림을 그리는 엄마는 출판사에서 책 만드는 일을 하고 그런 엄마를 따라 딸은 그림을 전공해서 그림을 그린다. 딸의 글 솜씨가 아주 빼어나다. 따뜻하고 정감있는 모녀의 모습들이 그대로 담겨있다. 일상적인 가정사들이 그대로 배어나면서 일상속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행복의 비밀들도 만날수 있다. 나는 이 속에 나오는 엄마처럼 다정하지는 못하다. 그리고 이 엄마처럼 도덕적이지도 않은 편이다. 그렇지만 딸아이와 같이 다른 사람을 욕할수는 있다. ^^;;;
떡볶이를 먹고 싶어하는 친구를 보면서 그 친구를 보고 가슴아파하는 이야기는 정말 마음이 너무 아팠다. 많은 마음 아픈 사람들의 상처가 그 속에 빼곡히 담겨 있어서 톡 건드리면 그치지 않는 눈물을 흘릴것 같은 그런 사람의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이렇게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씨앗을 뿌리는 사람이라는 출판사에 믿음이 간다. 부자가 아니기에 더욱더 친근함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동질감을 느껴서 일 것이다. 지금은 부자가 되었을까?
일단은 그림이 아주 자유분방하고 마음에 들어서 눈에 들어왔는데 글도 역시 따뜻하고 아주 마음에 든다. 어서 딸아이에게 넘겨주어야겠다. 연세가 많으신 친정 엄마가 다 큰 딸이 아프다고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오고 그런 엄마를 배웅 나간 딸은 엄마를 위해서 허풍을 떨어서 짐을 드는 장면들. 그런 딸아이가 아는 사람을 만나자 엄마로 인해 창피할까봐 뒤로 숨어있는 엄마의 모습. 딸아이를 위해 돈이 없어도 문화적인 공간에서 키우고 싶다는 일념으로 전세로라도 문화의 터전에 삶의 터전을 잡는 엄마의 딸을 사랑하는 마음등등. 다 너무 이쁘고 아름다운 엔젤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