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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안 나이트 - 천일야화 ㅣ 현대지성 클래식 8
작자 미상 지음, 르네 불 그림, 윤후남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7월
평점 :
아랍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고전 <아라비안나이트>
페르시아의 황제 샤리야르는 왕비의 배신에 대한 분노로 결혼을 하고 하룻밤을 지내면 여자들의 목숨을
빼앗는 일을 반복했다. 아라비안나이트는 재상의 현명한 딸 세에라자드가 잔혹한 왕과 결혼하여
1,001일 동안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담았다.
그래서 천일야화로 불리는데 이야기 속 이야기들 속에는 영화로도 제작되어 남녀노소에게 익숙한
지니, 알라딘과 요술램프,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신밧드의 이야기와 더불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추가로 수록되어있다. 역시나 이번에도 에피소드처럼 몇 가지 이야기들만을 겉핥기처럼 알고
있던 것과 달리 탄탄한 고전 한편을 제대로 읽는 느낌이다.
특히 아라비안나이트에는 현대 지성 클래식의 또 다른 재미, 삽화가들의 작품이다.
아리비안 나이트의 삽화가 중 최고라고 평가받는 르네 불 ReneBull의 100년 전 일러스트를 그대로 담아
감상하는 맛이 있다. 화려한 컬러 삽화와 일러스트 삽화를 보는 느낌이 각각 다르고, 간혹 잔인한
장면들은 일러스트 삽화라 조금 순화되어 다가오는 느낌.
천일이 넘는 기간 동안 이어지는 이야기 들 속에는 모험과 지혜, 그리고 용기와 사랑이 담겼고 결국
현명한 세에라자드는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나 더 이상의 비극의 끈을 이어가지 않는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 수록된 작품 중 유명한 작품들은 하나의 독립된 스토리로 다양한 버전으로 창작되어 소개가
되다 보니 아라비안나이트에 대한 명확한 이해보다는 하나의 에피소드 같은 형식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구슬을 꿰듯 정리하여 읽으니 각각의 스토리로 접했던 것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재미도 있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메시지도 울림이 있다. 사람의 욕심이 빚어내는
어리석은 행동과 그에 따른 결과들을 보면 이성적인 판단과는 사뭇 거리가 있다.
한쪽 눈에 바르면 엄청난 보물들이 보이지만 다른 한쪽 눈에 더 바르면 아예 눈이 멀어버리는 신비의 약.
세상의 온갖 보물들을 욕심껏 가질 수 있을 거라는 욕심에 사로잡혀 무모한 용기와 도전을 하는 어리
석은 등장인물은 인생을 살아가는 범인들에게 하나의 경고의 메시지를 주는 것처럼 와닿는다.
얼마나 많은 순간들에 작은 이익을 위해 고민과 번민을 하게 되는지 생각해 본다.
이야기들 속에는 현명한 조력자들과 어진 임금, 그리고 상반되는 사람들과 상황들이 등장한다.
길지 않은 각각의 스토리를 이어가는 방식은 또 누군가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다. 타인에게 관심을
갖고,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과정들 속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현명한 조력자들은 또 우리 주변의 그런 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좋은 사람과 어울리면 덩달아 좋은 사람이, 현명한 사람과 어울리면 더불어 현명한 사람이 되는 될
확률이 높아질 거란 기대.
민심에 귀를 기울이는 왕은 현명하다. 어린아이의 말도 소홀히 넘기지 않는 왕은 어진 임금이다.
이기적이고 게으른 어른의 판단보다 순수한 아이들의 눈에 오히려 진실이 보이는 경우들도 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들.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책이 아니라 어른들이 더 읽어봐야 하는 이유이다.
<아라비안나이트>는 작자 미상의 이야기다.
특정한 작가도 없이 입에서 입으로 오랜 시간 이어져 세계 각국으로 전해지는 이야기.
아라비안 나이트는 짤막짤막한 이야기들의 향연이다.
모험심이 넘치고, 결말도 권선징악으로 명확하게 끝이 난다.
실제로 일어날 수 없는 상상의 극대화 과정에서 묘한 성취감을 느끼게도 한다.
알라딘의 요술램프를 읽고 우리 집 어느 사물에서 느닷없이 요정 지니가 등장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꿈과 환상의 모험. 아라비안나이트를 읽으며 지금 이 시간에도 전 세계 많은 이들이 환상의 여행을
떠나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고전 중의 고전 아라비안나이트.
이제서야 제대로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