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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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직된 뒷모습이 주는 위태로움에 끌려, 연일 더웠던 날씨마저 가을바람 같았던 오늘의 책.

한편의 성장 소설이자, 심리묘사가 섬세하게 더해지는 글을 읽다보니 첫인상에서 <우아한 거짓말>

이라는 작품이 오버랩된다. 아마도  등장인물의 배경이라거나, 가족의 죽음과 마주하는 상황들이 더해

지니 책과 영화로 봤던 작품의 장면들이 떠오른 탓이다.

사건의 발단은 우연히 버려진 담배꽁초에서 시작된다. 누군가의 습관적인 무심한 행동이 한 가족의

삶을 하루아침에 바꾸어 버리는 계기가 된다. 실제로 연일 뉴스에서 소개되는 사건사고는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에 벌어지는 일들이 다반사이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하던가. 타인의 행복보다 사람은 타인의 고통에 더 공감을 느낀다고 하는 말이

이 작품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의도하지 않게 사람들에게 배려의 대상이 되고,  관심이 대상이 되는

일은 당사자에게는  오히려 위축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우연한 사고로 타인에 의해 목숨 값을 치른 삶은

어느새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삶의 무게를 몇 배 더해가기도 한다.

관계와 관계 속에서 누군가는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와중에도 인간의 본성은 천사와 악마의

두 얼굴을 드러내기도 한다.

스토리를 이어가는 하나의 발단이 된 사건은 다양한 형태로 묘사되고, 재현된다.

한 챕터가 고작 6줄의 묘사로 꿈속 장면을 묘사한다. 미세한 감정과 관계를 탁월하게 표현한 책이라고

느끼게 하는 장면과 표현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오고 여운을 남긴다.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어른 곁에는 너무 일찍 성장해 버린 아이들이 등장한다.

트라우마에 누군가는 좌절을 하고, 누군가는 절대 지지 않겠다는 의지로 이겨내는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기도 한다. 아픔을 경험한 사람은 타인의 고통에도 무심하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생명의 은인으로, 누군가에게는 없는 것보다 못한 존재가 되는 인물로 등장하는 한 사람.

인간의 본성의 양면을 탁월하게 담고 있어서 씁쓸했다. 내면의 의도까지 더해지면 세상엔 완전한 악인도

완전한 의인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책 속 장면 중 유원과 수현이 서로의 마음속 깊은 곳의 비밀을 털어놓는 장면에서 막상 꽁꽁 숨겨두었던

비밀들이 말로 더해져 드러내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려 허무해 하는 장면이 있다.

삶의 모든 순간은 아무리 지독하더라도, 드러내 산화되고 나면 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는 것.

그러니 용기 내어 현실의 벽들과 마주하라는 또 하나의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높은 곳에 서려면 언제나 용기가 필요했다. 나는 옥상에서 아래를 볼 때 느끼는 감정을 단순하게 불안과

공포라고 여겼다. (중략) 그러나 이곳에 서 보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나는 오히려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이곳에서 느끼는 감정은 설렘과 기대감, 혹은 전율이라고 불러야 마땅했다. "


삶의 과정은 누구에게나 용기가 필요하다. 시도하지 않으면 변화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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