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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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 대한 단상에 이어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들 기대하며 뭉클하게 읽었어요. 섬세한 문장들에 울컥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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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 세상을 뒤흔든 여성독립운동가 14인의 초상
윤석남 그림, 김이경 글 / 한겨레출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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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전시 오픈과 동시에 출간된 한겨레 출판사의 동명의 책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라는 주제로 우리 역사 속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기획은 동시대 화가(윤석남)와 소설가(김이경)의 협업으로도 의미가 있는데 기록과 문헌을 바탕으로
14인의 독립투쟁을 1인칭과 3인칭, 인터뷰, 다큐멘터리, 편지 등 다양한 형식으로 각색하여 출간했다.

​우리 역사 속에는 많은 여성 독립운동가나 각 분야의 선구자 들이 있는데 어려웠던 시대와, 유교적 전통

사회였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드러나지 않은 인물들이 꽤 많을 수밖에 없다.

당당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개인의 안위보다 대의를 위해 살았던 여성들의 이야기.

 

 

세간에서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라고 찬사를 받는 권기옥은 자신이 비행기를 조종한 것이 '최초'라는

타이틀이나 '여성 비행사'라는 명예보다 조국의 해방을 위해서 했던 일로서의 의미가 크다고 이야기

한다. 책에 소개된 여성 운동가들은 모두 다른 분야에서 활약을 했지만 결국 그들의 목표는 오직 하나

나라의 안위와 애국의 차원에서 했던 활약들로 귀결된다.

나라가 어려울 때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여성들의 직업군은 다양했다. 여성 독립운동가라는 명명하에

글로 읽기에도 험난했던 그녀들의 여정에는 삶에 대한 고민들과 경험, 인생 역경이 가득했다.

모진 고문과 가족들과의 이별, 고국을 떠나 낯선 땅으로 떠나서 겪어야 했던 어려움들을 일일이 열거하

기도 벅찰 만큼 험난한 인생의 여정들이 책 속에서 소환된다.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먹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에 있다던 그녀들은 한결같이 같은 상황이 되면

또다시 자신들의 위치에서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비춘다.

여전히 역사 속에는 알려지지 않은 더 많은 여성 운동가 들이 있고, 그들의 말로가 다 좋은 결과를 가져

오지 못했다. 생몰년도 마저 알려지지 않은 역사 속 많은 여성 운동가들을 기억하는 하나의 시작으로서

이 책은 더 큰 의미를 가질 것이다.


전시를 먼저 보고 책을 읽었는데 책 속에 전시 작품이 모두 수록되어 있어서 더 반가웠다.

책은 마치 잘 짜인 오디오 가이드처럼 전시에 대한 여운을 오랫동안 남게 해 주었다.

 

 



학고재 갤러리에 가면 책에 수록된 인물 초상 작품들을 원화로 감상할 수 있다.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

로 꼽히는 윤석남 작가가 근간에 집중하는 작업 방식이 전통 채색 초상화 작업으로 전환되었는데

전통예술의 재현이라는 의미 이외에도  기록에서 사라지고 기억에서 잊힌 그들의 삶을 그림으로 복원

했다는 점에서도 이 기획의 의미는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책에서 소개하는 인물 중 한 사람인 강주룡에 대한 책이 몇 년 전 한겨레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책인데 우리나라 최초 고공 농성 여성노동자인 그녀의 삶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을 먼저 읽고 그녀의 이야기를 다시 접하니 더 반가웠다.

(좀 더 디테일하나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우리 역사 속 씩씩하고 용감했던 언니들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쭉 이어질 것이다. 많은 이들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작업인 것 같다. 함께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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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지금, 너에게 간다
박성진 / 북닻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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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e BOOK으로 만 출간이 된 책이다.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를 배경으로 쓰인 소설로 작가는 소방대원들의 노고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고 전한다. 세상에는 꽤 많은 직업군들이 있지만 숨은 조력자로서 공익을 위한 일들을 하는 사람

들이 꽤 많다. 열악한 환경에서 자신의 안전을 뒤로하고 묵묵히 도움의 손길을 뻗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 사회가 유지되는 것이 아닐까.

100페이지가 채 안되는 짧은 소설이지만 이야기 속에서는 그 외에도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부실공사와 입찰비리, 공금횡령과 사람과의 관계. 삶과 죽음 등.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그 반경 내에서 있을법한 이야기를 소설이라는 장르로 풀어내고 있지만

현실감 있는 설정들이 일상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 몰입감이 높았다.


얼마 전 뉴스에서 소방대원들의 특수복을 스스로 세탁해서 입곤 하는데 특수 세탁기가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위험한 상황들에 노출되는 소방대원들의 안전을 지켜줄 보디슈트의 관리

가 그렇게 어렵다는 사실은 충격 일수 밖에 없었다.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들에 종종 놓이고, 업무의

특성상 각종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안타까웠다.

​삶을 살아가며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어 나간다. 때로는 가족으로, 친구로 혹은 직장동료로

만나 인연의 끈을 이어간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위로를 받는 것도, 상처를 남기게 되는 것도 그런 관계들

속에서 일어난다. 가까운 사람들과의 소중한 인연을 지켜나가고 사랑과 감사의 인사를 충분히 나누며

살아가길 제안한다. 실제로 임종을 앞둔 사람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 중의 하나가 좋아하는 사람과

충분히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했거나 따뜻한 말을 전하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유한한 삶 속에서 언제가 마지막이 될지 아는 사람은 없다. 따뜻한 말 한마디의 위력은 천 냥 빚을 갚을

만큼 큰 가치가 있다고 하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

 

나라에 큰 위기가 닥쳤을 때, 특히 요즘은 코로나의 확산으로 많은 의료인들의 노고가 연일 회자되곤

하는데 이처럼 사회 전반에는 묵묵히 자신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며 사는 이들이 많다.

어쩌면 사회가 유지되는 원동력의 근원은 그분들에게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게 한다.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화재와 위생상의 이유로 객차 내 시트가 패브릭에서 메탈로 전환이 되었다.

안타까운 사고의 후유증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이후의 안전을 위한 하나의 계기로 삼는다면 보다 나은

건강한 미래의 날들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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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 아래 여자들 - 여성의 노동은 왜 차별받는가
아이린 파드빅.바버라 레스킨 지음, 황성원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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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노동 현장에서 나타나는 여성과 남성의 일을 검토하고 노동에 젠더화 된 의미가 어떤 식으로

스며드는지 검토한 다양한 통계와 사례들을 리포트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20세기 초와 비교하여

지금 현재는 얼마나 많은 변화들이 있었을까 기대하며 읽다가 통계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미 이전에 신여성에 대한 전시해설을 하며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100여 년의 시간 동안 여성의 삶

자체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던 터라 큰 기대감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식의 변화가

실생활에 적용되는 속도가 무척 다르게 흘러감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성별과 젠더는 동의어처럼 사용하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에 근거한 분류를 일컫

는 성별과 달리 젠더는 사회 행위자들이 구성한 분류로 보통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과장한다.

산업화는 노동의 지불 활동과도 연결되는데 노동시장의 지불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의 노동 값이 다르게

매겨지는 상황들이 발생한다.  주로 가사노동의 비중이 높은 여성들의 경우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남성들과 다르게 적용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크게 작용을 한다.

노동보호법은 여성과 어린이들이 정해진 시간 이상 노동을 하지 못하게 하고, 정해진 무게 이상을 들거나

야간노동환경에서 제외되는 불리한 고용의 조건이기도 했다.

고용과 승진의 불평등은 소득의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고착화된 사회적 이데올로기는 여성들의 불리한

노동환경이 되었다. 고용주의 보수적인 인식이나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치러야 하는 역할분담들이

고용시장에서 여성의 선택폭을 축소시키는 원인이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출산과 육아에서 감당해야 하는 한계는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이라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는 시기가

오기 마련이다. 짧지 않은 시간을 육아와 가사분담에 할애한 이후의 사회복귀가 생각보다 녹록치않음

을 많은 여성들이 경험하게 된다. 노동시장의 유리천장이라고 하는 현실적인 모습들을 책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하다 보니 참 답답하기만 하다. 경력단절 여성을 일컫는 경단여라는 단어는 주로 여성에게만

적용되는 단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다.

책을 통해 여성노동이 저평가되고,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었던 여러 요인들을 분석한 자료들을

보고, 이해와 공감을 하긴 했지만 아쉬웠던 점은 책에서 제안하는 솔루션 또한 현실적으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이론적인 사항들이라는 것이다. 결국 여성과 남성의 오랜 사회적 역할분담이 이미 고착화

되어 하루아침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고 인식의 변화와 현실이 너무나도 큰 괴리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또한 탁상공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문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발자국씩 내딛는 더딘 움직임속에서도 변화는 시작되는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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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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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가 호메로스가 지은 기원전  고대 그리스의 대서사시라고 한다면 <키르케>는 그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매들린 밀러의 여성 대서사시라고 할 수 있다. 고향을 동경하는 지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오디세이와 이 작품의 차이는 태양신 헬리오스의와 님프의 딸로 태어났으나 키르케는 자신에게 적대적인

세계에 반항하며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대학에서 고전을 현대적으로 각색

하는 수업을 받았던 작가는 시대를 넘어 오디세이아의 등장인물들을 소환하는 연결고리를 통해 힘을 가진

여성으로 자신을 성장시켜가는 키르케의 모습을 영웅적인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

지중해 외딴섬에 고립되며 그녀는 자신의 세계를 강화해나가는 계기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신이 아니었던 키르케에게 마법은 만들고 작업하고 계획하고 모색하고 파헤치고 말리고 다지고 빻고

끓이고 그 위에 대고 말을 걸고 노래를 불러야 하는 과정이었다. 그걸 다 했어도 실패할 수 있다는 것에

실망하지 않고 도전했던 그녀는 그 과정에서 단단한 항성을 갖고, 자기 자신을 잘 아는 여자가 되었다.

마법은 세상을 바꾸는 능력이었다.


키르케가 인간인 오디세우스를 만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펼쳐나가는 여정 속의 여러 만남과 헤어짐.

그 외의 여러 상황의 묘사들이 무척 섬세하게 다뤄진다. 신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마법의 능력을 가진

마녀 키르케의 이야기 속에서 인간의 삶의 여러 모습들을 오버랩하게 되는 장면이 많았다.

대서사시라고 불릴 만큼 섬세한 인물들 간의 관계 속에서  철학적인 삶의 문장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했던 책 속 단락들이 인상적이다. 가볍게 읽고 넘기기에는 다소 묵직했던 장면들이 꽤 많다.

 

 

불행한 인간과 행복한 인간 중 누가 더 신에게 제물을 열심히 바치겠는가 하는 질문과 대답.

노파심에 절박한 얼굴로 안전한 항구만을 고수하고 싶은 어른과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이 젊음의 특권

이라고 할 수 있는 서로 다른 시선. 약은 보여주기 용일뿐 대부분의 상처는 충분히 시간을 두고 기다리

기만하면 저절로 낫는다는 기분의 효과. 신이나 인간 모두에게 지켜질 수 없는 비밀의 가벼움

삶이란 누군가는 상처를 입히고, 상처를 받기 마련인데 부상을 입힌 사람이 그때 썼던 창으로만 치료가

가능하다는 문장 또한 의미심장하다. 요즘 미투에 이어 학폭 문제가 사회를 들썩이게 하는데 그 부분과도

연결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약한 인간에 대한 연민을 키르케의 시선 속에서 많이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별하게 와닿았다.


키르케 또한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는 자신의 아이에게 좋은 면만을 보여주고자 하는 노력을 보인다.

하지만 한 생명을 키워내는 일은 그렇게 생각만큼 꽃길로만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관계를 매끄럽게 하는 첫 번째 단계는 이해다. 그녀 또한 결국 아들에게 세상이 그리 녹록지 않은 곳임을

시인하고 그런 어려움 속에서 때로는 성장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자기 아이를 제대로 아는 부모는

애초에 없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보면 우리가 저지른 실수만 거울처럼 비쳐 보인다는 것을 아이를 키워

본 어른이라면 누구나 느끼게 되는 감정인가 보다.

 

키르케는 환영받으며 태어난 인물은 아니었지만 스스로의 개척과 노력으로 점점 발전하는 삶을 살아가

는 마녀로 성장하고 단단해지는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무모하게 보일지도 모르는 그녀의

도전과 실험정신은 결국 완벽한 마녀로 성장하는 그녀의 오늘을 만들어내는 디딤돌이 되었다.

누군가의 보호를 필요로 했던 삶에서 누군가를 지켜낼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책.

키르케의 삶을 통해 괜찮다는 말은 아프지 않고, 무섭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파도 속에서 헤엄친다는 게,

흙을 밟고 걸으며 그 느낌을 감상한다는 게 살아있다는 그런 뜻이라고 멋지게 마무리를 하고 있다.

 

키르케는 자신의 마법이 매일매일 조금씩 노력한 결과였으며 수백 년 동안 노력했음에도 여전히 완전히

익히지 못한 게 있다고 말한다. 완벽한 마녀인 그녀도 그런데 하물며 인간인 우리의 삶이야 실수투성이인

것이 오히려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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