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어준다면
게일 포먼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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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에 가족을 잃어버린 소녀의 이야기다.

 

열 일곱 살의 미아는 가족과 함께 집을 나섰다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미아 혼자 살아남는다.

미아는 혼수상태에 빠졌고, 미아는 그 모든 상황을 볼 수 있다. 영혼이 되어 병원에 따라간다.

엄마와 아빠는 이미 죽었고, 남동생 테디가 보이지 않는다.

테디를 찾아보지만 결국 테디마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행복하기만 했던 가정은 순식간에 부서지고 미아 혼자만 남게 되었다.

이 세상에 남을 것인가. 살 것인가. 그건 내게 달린 문제였다.

약물로 유도한 혼수니 뭐니 그런 건 전부 의사들이 그냥 하는 말이다.

의사들한테 달린 게 아니다. 부재중인 천사들에게 달린 것도 아니다.

혹 존재한다 해도 지금 이 순간 어디에도 없는 신에게 달린 것도 아니다.

내게 달린 문제다. - p.98

 

남을 것인가. 살 것인가. 자신에게 닥친 이 엄청난 불행 앞에서 미아는 어떤 선택을 할까?

엄마도, 아빠도, 테디도 없는데....

미아의 혼란스러움, 절망감, 슬픔이 담담하게 그려져 오히려 더 마음이 아팠다. 먹먹했다.

미아는 가족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그들과의 행복한 시간을 떠올렸다.

“하지만 진짜로요, 떨리는 걸 어떻게 이겨내요?”

아빠는 빙그레 웃고 있었지만,

말이 느려진 걸로 보아 아빠가 진지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겨내기 어렵지. 그냥 떨면서 하는 거야. 그냥 버티는 거란다.” - p.34

내가 무언가 불안해할 때 엄마가 가끔 하는 말을 생각했다.

“좋아질 때까지 좋아하는 척하는 거야.” - p.104

할아버지의 포옹은 힘차고 친근했다.

나는 알았다. 이것이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말하는

할아버지의 언어라는 걸. - p.59

미아는 혼자가 아니었다.

전혀 다른 스타일이지만 마음은 매우 잘 맞는 누구보다 가까운 단짝 킴이 찾아왔고,

록밴드를 하는 남자친구 애덤이,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미아가 살아주길 바라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고통스러운 현실 앞에서,

자신에게 닥친 불행 앞에서 미아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위로받고 살아갈 희망을 얻는다.

 

“괜찮아. 네가 떠나고 싶다고 해도. 다들 네가 남아주길 바라지만.

나는 살면서 이보다 더 간절하게 원한 것은 없었단다.

할아버지는 네가 남아주면 좋겠구나. - p.196

 

말로 표현하기보다 따스한 포옹으로 사랑하는 감정을 표현하던 할아버지는

깨어나지 못하는 미아의 곁에서 남아주길 바라고 있다.

할아버지의 그 마음이 너무나도 와닿았다.

나를 기다리고 살아나길 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나를 살게 하는 힘을 준다는 것이 느껴졌다.

“남아줘.” 그 한마디를 내뱉으며 애덤은 울먹였다.

하지만 그는 이내 감정을 추스르고 말을 이었다.

“너한테 일어난 일은 말로 다 할 수 없어. 좋게 생각해볼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어.

하지만 살아야만 하는 이유는 있어.” - p.248

그래. 살아야만 하는 이유는 있어. 애덤의 절박한 한 마디. 남아줘.

죽는다는 것은? 내가 죽고난 후의 남겨진 사람들은? 함께한 기억과 추억은?

너무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작가가 말했듯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놓지만 않는다면 불멸을 가능케 한다. 사랑은 정말 아름다운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되지만 어떤 경우라도 삶을 포기하지 않기를.

미아와 같이 살아주기를. 사랑을 놓지 않기를.

사랑을 소중히 여기고 삶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

소중한 이들이 내 곁에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더욱 표현하며 살고 싶다.

2014.09.16. 하리

2년 전만 해도 나는 삶을 소중히 여기고 살았던 거 같은데

지난 가을, 겨울은 삶은 너무 방치해놨다.​

이 마음 다시 한 번 가슴에 담아야겠다.

 

"하지만 진짜로요, 떨리는 걸 어떻게 이겨내요?"
아빠는 빙그레 웃고 있었지만, 말이 느려진 걸로 보아 아빠가 진지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겨내기 어렵지. 그냥 떨면서 하는 거야. 그냥 버티는 거란다." - p.34

내게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는 모르겠다. 나는 오늘 처음으로 그것에 신경쓰지 않는다. 신경 쓰지 말았어야 했다. 이렇게 애쓰지 말았어야 했다. 이제 알겠다. 죽는 건 쉽다. 사는 게 어렵지. - p.189

"미아, 오 나의 미아. 아빠는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아. 이건 참이 아니면 거짓인 수학명제가 아니거든. 선생이냐 음악이냐, 청바지냐 정장이냐 그런 게 아니야. 음악은 언제나 아빠 인생의 일부일 거야."
"하지만 밴드를 그만두셨잖아요. 펑크족처럼 옷 입는것도요!"
아빠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어렵지 않았어. 내 인생의 한 역할을 연기했던 거니까. 때가 된 거란다. 할아버지나 헨리 아저씨 생각은 다를지 모르지만 아빠한텐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어. 살다보면 때로는 내가 선택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내 선택이 나를 만들기도 하지. 무슨 말인지 알겠니?" - p.208

"그때 제가 들어와서 미아가 죽을 뻔했어요."

"그렇게 따지면 난 푸에르토리코에 남아서 개자식하고 결혼할 뻔했어요!" 라미레스 간호사가 발끈했다. "하지만 안 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다른 인생을 살고 있고. 어떤 일을 할 뻔한 건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 눈앞의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중요하지. 그리고 미아는 아직 살아 있어요." - p.212

연애란 모두 어려운 거야. 음악과 마찬가지로. 때로는 화음을 내기도 하고, 때로는 불협화음이 생기기도 하지. - p.226

인생이 너희를 다른 길로 데려갈 수는 있겠지. 하지만 각자 어떤 길을 택할 건지 결정할 기회가 있어. - p.227

네가 애덤과 같이 있고 싶어서 여기 남는다면 엄마는 그걸 지지할 거야. 하지만 그건 네가 줄리아드를 거부하지 못할 거란 걸 알기 때문에 하는 말이지. 네가 사랑을 택한다면, 음악에 대한 사랑보다 애덤에 대한 사랑을 택한다면 엄마는 그것도 이해해. 어떤 선택을 해도 이기는 거고, 어떤 선택을 해도 지는 것이기도 해.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니? 사랑이란 게 원래 그렇게 고약한 것일걸. - p.228

사랑은 결코 죽지 않으며 사라지지도 희미해지지도 않는다. 당신이 사랑을 놓지만 않는다면. 사랑은 불멸을 가능케 한다. -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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