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우리는 행복하다 - 톤도, 가장 낮은 곳에서 발견한 가장 큰 행복
김종원 지음 / 넥서스BOOKS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사실 나는 톤도라는 곳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필리핀하면 마닐라, 세부 정도? 관광지, 휴양지로만 알고 있었던 필리핀.

그런 그 곳에 행복을 가득 품은 ‘톤도’ 도시가 있었다. 톤도는 세계 3대 빈민촌이다.

엄청난 쓰레기더미 속에 무너질 듯한 판자촌에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과연 이런 곳에서,

악취가 몇 주간 잊히질 않는다는 그 곳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삶일까?

톤도라는 곳에 대한 설명만 들어도 불행할 것 같은데 톤도의 아이들이 그렇게 행복하다니 도대체 어떤 곳일지 너무나도 궁금해졌다.

신발이 없어 맨발로 다녀야 하는 아이, 통을 들고 있다. 길가에 뾰족한 나무조각이나 쇳조각을 주워 담는다고 했다.

그리고 기도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해달라고.

아이를 어찌 예쁘다 하지 않을 수 있을까?

톤도에는 교육센터가 있다. 그 곳에서 교육받은 아이들이 커서 좋은 대학에 가게 된다고 한다.

우리와 같이 대기업, 좋은 직장에 취직하길 바라기보다 다시 톤도에 돌아와(충분히 취직할 수 있음에도) 교육센터에서 교육봉사를 하고 있다.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쓰레기가득한 동네에서 벗어나고 싶을 거란 생각은 오산이다. 그들은 다시 돌아와서 아이들을 위해 봉사한다.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너희는 충분히 좋은 기업에 취직해서 지긋지긋한 빈민가를 벗어날 수 있었을 텐데, 왜 이런 선택을 한 거니?”

그러자 그들이 이렇게 답했다.

“나만의 희망을 키우는 것보다 세상을 위한 희망을 키우는 일을 하는 것이 더 행복한 삶이 아닐까요?”

그들은 높은 연봉이 아니라 자기와 같은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이 희망을 갖고 성장하길 바라고 있었다.

그것이 더 행복한 삶이라며 희생이 아닌 스스로가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늘 행복은 물질로만 이루어질 수 없으며 부와 명예, 그런 것들이 행복을 결정짓지 못한다고 믿고 있고 그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게 삶이라며, 환경을 무시할 수 없다며 자기합리화를 시키곤 했다. 일단 그래도 어느 정도의 돈이 있어야 하잖아.

내가 하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을 가졌을 때 행복해지는 거니까, 라며 스스로에게 합당한 이유를 부여했다.

톤도의 아이들을 보며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르겠다. 내 생각이 얼마나 안일하고 이중적인지도 알았다.

마음으론 행복의 조건을 알고 있으면서도 껍데기역시 포기하지 못하는 나였다. 내가 가진 것이 많다는 것,

그럼에도 더 갖고 싶어하는 것, 넘쳐나는 풍요 속에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것, 오로지 나의 행복만을 바랐던 것.

그러면서 나는 행복하다고 착각했던 것이다.

“행복이 뭐 별건가요? 내가 행복해지고 싶은 만큼, 그 마음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해 주면 되는 거죠.

그 마음은 다시 제게 행복이 되어 돌아올 거예요. 저는 지금 정말 행복해요. 아버지가 행복하시니까요!”

“혼자 먹으면 혼자만 행복하잖아요. 이렇게 많은 친구가 있는데, 혼자만 행복하다면 그건 진짜 행복이 아니죠.

나눌 수 없다는 것은 불행이니까요. 우리 모두가 함께했으니 저는 조금만 먹어도 행복해요.”

상대에게 행복을 전하는 것, 상대가 행복하다는 것이 나의 행복이 되는 것. 이런 단순한 진리는 톤도의 아이들은 알고 있었다.

행복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에도 세상살이 힘들다며 한탄하기도 하고, 우울해하는 친구에게 행복을 나누지도 못했던 것만 같다.

왜 나는 나의 행복에만 만족했는지 가슴이 뻐근해진다.

“제 꿈은 선생님이예요. 배우고 싶어도 돈이 없어 배우지 못하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요. 그 모습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터질 것처럼 두근거려요.

하루라도 빨리 꿈을 이루고 싶어요. 분명 그렇게 될 거예요. 제 꿈은 혼자만 애태우는 짝사랑 같은 것이 아니예요.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있죠.

그래서 저는 매일 머릿속에, 가슴속에 제 꿈을 그려요.”

내 꿈도 선생님이었다. 학교에서는 아니지만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으니 꿈을 이루긴 했다.

어릴 때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지역아동센터와 같은 곳에서 봉사하는 것도 꿈꿨었다.

그런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살기에 바쁘다는 핑계로. 저 아이처럼 꿈과 서로 사랑하지 못했나보다.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일인지, 하고 싶었던 꿈이 맞는지조차 모르겠다.

그런 나에게 이 아이가 진정한 꿈에 대해 알려주었다.

내가 사랑하는 꿈, 매일 매일 그리는 꿈. 다시 꿈 꾸고 내 꿈을 사랑해야겠다.

유난히 자학적인 리뷰가 되었는데, 그만큼 톤도의 아이들이 해맑은 미소와 행복한 모습. 행복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이 참 와닿았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어요."

 

그렇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다. 불평, 한탄, 후회보다는 지금 내 앞의 작은 행복과 사랑을 발견해야겠다. 움켜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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