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과 음악 말들의 흐름 10
이제니 지음 / 시간의흐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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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과 음악, 이제니




음악만이 유일한 위안이라고 썼던

새벽의 아픈 당신에게




첫장부터 터졌다. 새벽은 늘 외로운 시간이다. 잠 못 이루는 새벽에는 혼자였다.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지도 모르는 시인의 새벽에 <아베 마리아>처럼 '가만히 돌아앉아 흐느끼는 울음 같았고, 누군가 대신해서 울어주는 말 없는 위로 같았고.' p.15 새벽의 고요 속에서 음악이, 시가, 문장이 나를 대신해 울었다.


돌보는 말과

돌아보는 말

사이에서


밀리는 마음과

밀어내는 마음

사이에서

#남겨진것이후에

#그리하여흘려쓴것들


시인의 시를 읽고나면 깊은 바닷속을 유영하는 기분이 든다. 산문집이었으나 시를 읽는 기분으로 읽었다. 시인의 돌보는 말과 돌아보는 말 사이에서 밀리는 마음과 밀어내는 마음 사이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듯이.


오랜 시간 쓰는 사람이었다. 그저 읽고 쓰는 사람. 그러나 무엇을 쓰는지 모르고 제대로 쓰는지도 모르겠는 시간들. 써내려가는 말들이 내 안에 있던 마음들을 제대로 꺼내서 써지는 것은 아니었다.마음을 어떻게 풀어내야할지 몰라 시를 읽었다. 내가 가진 깊은 우울과 슬픔을 발견했지만 그것이 쓰는 것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나는 그저 읽고 그들의 문장을 배꼈을 뿐이다.


시인의 산문을 읽으면서 자주 울었다. 나의 외롭고 지친 새벽을 위로해주는 건 바로 당신. 삶의 의미없음이, 마음을 물들이는 어둡고 무거운 기운이, 쉽게 변하지 않는 나의 침울한 기질이 작고 나약한 존재임을 깨닫게 할 때 당신의 문장이 나를 다시 딛고 일어서게 한다.




우리는 모두 다 조금씩은 미쳐있고, 이상한 구석이 있지. 그러나 우리는 정상과 비정상적이라는 단순하고도 폭력적인 범주 속에 가둬질 수 없는 개별적인 존재라고(p.99) 말해주는 당신이 있어서 어둠 속에 있었으나 빛이 있었고, 그 어둠을 거쳐 그 한 시절을 견뎌왔다고 말하고 싶다.





삶은 그저 놀이일뿐이니 오롯이 나이면서 온전히 나 혼자만은 아니라고.(p.64) 그러니 나아가도 좋고 되돌아가도 좋다(p.106)고 말하는 당신을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느 쪽으로든 열려 있는 길을 굳게 껴안으면서 걸어왔고 걸어왔으므로. 네가 껴안은 것은 이전과 이후를 품은 오늘의 너 자신이었으므로 어제의 너는 죽고 싶었는데 오늘의 너는 내일을 계획하며 한 줄 더 써 내려간다. 작고 희미한 가능성이 되어.이 봄의 새싹은 녹색이 아니라 검정이라고 쓰면서.' (p.106)

지금도 이렇게 당신의 아름다운 문장을 빌려 내 마음을 쓴다. 글을 쓴다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이런 마음을 써도 되는지 걱정하면서. 시간이 흘러가는 것과 계절이 흐르는 것을 분명하게 바라보면서. 오롯이 나 자신으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을 꼭 붙잡고서.





_ 당신에 대해 말하려는 내가 바로 당신이 아니라면 나는 또 누구란 말인가. 그리하여 당신이 내가 아니라면 당신은 또 누구란말인가. 다정한 빛이 얼굴 위로 천천히 내려앉는다. 누군가의 따뜻한 손 같은 오래전 우리의 두 손이. 다정함 속의 다정함 속엔 이제는 없는 다정함만이 남아있구나.(p.200)


당신의 문장으로 나는 또 다른 당신을 떠올린다. 나의 당신. 다정한 빛과도 같은 당신과 나 사이에 이제는 없는 다정함만이 남아있지만 이렇게 당신을 떠올리며 당신의 안녕을 빈다.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도 내내 무탈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조금만 더 울어도 좋다고, 조금만 더 절망해도 좋다고, 누군가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나는 조금만 더 울기로 했다. 조금만 더 절망하기로 했다. 조금만 더 나아가기 위해서. 조금만 더 날아가기 위해서,(p.218)


그래서 나는 오늘도 운다. 오늘도 절망한다. 당신이 조금만 더 울어도 좋다고, 조금만 더 절망해도 된다고 했으므로. 그렇게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날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라면서.


너무 많은 문장을 필사했고 너무 많은 시간을 함께 했으며 오래도록 내 안에 두고두고 새겨질 아름다운 책이었다. 그저 읽고 배껴쓰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독자인 내가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시를 만난다는 것이 무엇인지, 시를 읽는 우리에게 전하는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시를 만나게 될 때 이전과 조금은 다른 사람이 된다는 믿음, 조금은 더 넓어지고 깊어진다는 것을 저는 제 읽기-쓰기를 통해 경험하고 있습니다. 빛보다 빠른 언어로 뭉쳐진 그것으로 당신의 시선이 새로워지기를 당신의 마음자리가 드넓게 자유롭기를. 그렇게 삶이라는 이 여행이 그 언어들의 묵묵한 행진으로 인해 조금은 더 즐겁고 굳건해졌으면 합니다.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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