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랜드
천선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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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랜드, 천선란


외롭지 않기 위해 외로워진 사람들과

이름 없는 땅에서 자라난 무섭고 아름다운 이야기





SF소설은 좋아하지 않았다. 그걸 깨트린 게 바로 천선란 작가다. 이끼숲을 가장 먼저 읽었는데 슬픔이 유별나도 되는 곳으로 가고싶다 던 소마의 말이 아프게 와닿았던 소설이었다. 이끼숲 다음으로 천선란 작가의 책들을 사들이고 있다. 그 중 노랜드를 이어서 읽게 되었다.


《노랜드》에는 멸망하는 세계 속에서도 느리지만 꿋꿋하게 희망을 곁에 두는 열 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 


천선란 작가의 작품이 좋았던 것은 아름다운 문장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잊고 있던, 아니 놓치고 있던 사실들을 소설을 통해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미움보다 사랑을 찾고 절망보다 희망을 잃지 않기 때문이었다. 


<-에게>에서 이름은 잃은 망자가 추모의 현장에서 이름을 되찾게 된다. 어떤 인간들은 이제 그만하라고, 지겹다고 덮어버리려고 하지만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이렇게 짧은 글로도 강렬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단편 하나하나 이별의 순간들을 담고 있다. 영원히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르는 명월에게 100년이라도 기다릴테니 죽지 말고 돌아오는 강설. 헤어지는 게 두려워 상처주는 말을 쏟아내고 밀어냈지만 결국은 희망을 놓을 순 없었다. 마지막을 홀로 보낼 순 없었다. (흰 밤과 푸른 달) 더 이상 살 수 없게 지구를 대체할 행성을 찾아 먼저 떠난 사투르호. 지구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 암흑으로 끝나길 바라지 않았다. 우리의 아름다운 지구를 기억할 수 있게.(푸른 점) 백혈병으로 죽은 형이 돌아왔다. 형의 기억을 갖고 있으면 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슬퍼하고 아파하고 기뻐하고 사랑하는 것은 기억이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워하는 것은 사람인가 기억인가 고민해본다. 기억없이 그 사람을 그리워할 수는 없을 것이다.(옥수수밭과 형)

<노랜드>에서 지구는 대부분 멸망하거나 멸망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지구는 지금도 이미 망가져가고 있고 기후위기와 환경문제 등은 심각한 상태다. 천선란 작가가 그리는 미래의 모습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마저 든다. 지구가 멸명한다면, 지구에서 더 이상 인간이 살아갈 수 없는 때가 온다면 소설에서처럼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이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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