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잘 있습니다 (리커버) 문학과지성 시인선 리커버 한정판
이병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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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그라피 #하리의서재
#오늘의시집 #문장수집생활

#바다는잘있습니다 #이병률

마음속 혼잣말을 그만두지 못해서
그 마음을 들으려고 가는 중입니다.
2017년 9월
이병률
#시인의말 중에서

이번에 새롭게 옷을 갈아입고 나온 <바다는 잘 있습니다>
문학과 지성시인선의 똑같은 커버가 아닌 바다가 있는 아름다운 커버가 시집과 참 잘 어울린다.

바다를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사람은 두렵지만 자연은 그저 제자리에 묵묵히 있으니까 사랑한다고 해도 좋겠다. 바다가 주는 평온함이 좋다. 계절마다, 날씨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는 그 모습 하나하나 다 아름답다.


우리는 안 괜찮으면서 괜찮다고 말합니다. 당신은 혼자를 핑계로 혼자만이 늘릴 수 있는 힘에 대해 모른 척합니다. 누구든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겠지만 당신만은, 방에서 나와 더 절망하기를 바랍니다.

오래 전하지 못한 안부를 전합니다.
바다는 잘 있습니다.
#뒤표지

처음 이 시집이 나왔을 때는 몰랐는데 뒤표지가 마음을 쿡쿡 찌른다. 이래서 시집을 읽지. 읽을 때마다, 그때그때의 마음, 상황, 기분에 따라 다르게 읽히니까. 다정한 시인은 이렇게 안부를 전한다. 바다는 잘 있다고. 괜찮은 척 하지 말라고, 더 절망하라고, 그래도 괜찮다고.

시인의 시를 읽다보면 사람과 사랑, 마음과 자리, 그리고 당신을 떠올리게 한다. 선을 이어서 자국을 남기고 서로의 자리를 만드는 밤. 사랑이 끝나면 커다란 산 하나가 사라지지만 저마다 닫지 못하는 문을 닫아줄 누군가가 오고 있다. 완전한 혼자가 되어라, 라고 말하지만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어 만나자고도 한다. 사람에겐 사람이 필요하고 사람으로 위로받는다는 것. 혼자서는 닫지 못하는 문이 있으며 서로 부둥켜안고 지내지 않으면 안된다고.

그러고도 이 편지의 맨 끝에 꾹꾹 눌러 쓰나니 부디

당신은 사라지지 말아라
#당신은사라지지말아라

척척 선을 이을 때마다
척척 허공에 자국이 남으면서
서로 놓치지 말고 자자는 듯
사람 자리 하나가 생기는 밤이다
#사람의자리

사랑이 끝나면 산 하나 사라진다
그리고 그 자리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퍼다 나른 크기의 산 하나 생겨난다

산 하나를 다 파내거나
산 하나를 쓰다 버리는 것
사랑이라 한다
#사랑의 출처

있지

문득 던지는 말
던지는 곳이 어디인지 모르므로 도착하지도 않는 말

있지

더없이 있자 하고 싶은데
말할 수 없음이 그렇고 그런 말
#있지

‘여기’라는 말에 홀렸으며
‘그곳’이라는 말을 참으며 살았으니

여기를 떠나 이제 그곳에 도달할 사람
#노년

우리는 저마다
자기 힘으로는 닫지 못하는 문이 하나씩 있는데
마침내 그 문을 닫아줄 사람이 오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온다

자다가도 몇 번을
당신을 생각해야
이 마음에서 놓여날 수 있습니까
#새

마음을 붙이게도 하고 사라지게도 하니
무작정이란 말도 참 좋겠지요
#염려

눈보라가 칩니다
바다는 잘 있습니다
우리는 혼자만이 혼자만큼의 서로를 잊게 될 것입니다
#이별의원심력

우리가 살아 있는 세계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계와 다를 테니
그때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어 만나자

무심함을
단순함을
오래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 만나자

저녁빛이 마음의 내벽
사방에 펼쳐지는 사이
가득 도착할 것을 기다리자

과연 우리는 점 하나로 온 것이 맞는지
그러면 산 것인지 버틴 것인지
그 의문마저 쓸쓸해 문득 멈추는 일이 많았으니
서로를 부둥켜안고 지내지 않으면 안 되게 살자
#이넉넉한쓸쓸함

이번 생에는 한 덩어리의 완전한 혼자가 되어라
#다시태어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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