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처음으로 시인을 만났다. 시랑은 영 인연이 없을 줄 알았더니, 어쩌다보니 나도 시인을 만나게 되는구나...!

지금 4학년인 딸아이 효주가 친구들 몇 명과 글짓기를 배우게 되었는데, 오늘 그 선생님 댁을 다녀왔다. 선하게 웃는 인상이 무척 좋아보이던 선생님은 문단에 등단한 시인이셨다. 말씀도 조근조근하게 하시고 동작도 간결하여 참 곱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선생님을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나오기전에 책을 한 권 선물해 주셨다. <강동문학>이라고.. 강동문인회에서 정기적으로 펴내는 시집인가 보다..  나도 드디어 시의 세계에 젖어드는걸까...!! ^^*

설해목雪害木 눕는 소리에 잠이 깨다

 -  박이현  -

속절 없이 눈은 내려
꿈과 꿈 사이를 덮는다

털어 낼 수도
안아 들일 수도 없는
애련의 끝

기어이
버팀의 지경을 놓아
기울고 마는 나무의 몸

비명은 영嶺을 넘어
시인의 가슴에 꽂힌다

무섭게 우는 우듬지의 피
정령으로 달래며
산처럼 키우던 바램
저승으로 미루어 두는구나
누움의 미려함이여

한 겨울 그대는
깊은 산중의 밤
설해목 쓰러지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선물받은 <강동문학> 여러 시인들의 작품이 실려있다.. 알고있는 시인도 있네~



선생님의 시가 담긴 엽서.. 곱기도 하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4-12-28 1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4-12-28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대학때 교양 과목 교수님이 시인이셨기에 그분 시집을 샀더랬지요. 그 시집을 교과서로 채택하시는 바람에 ㅠ.ㅠ 싸인이나 받을 걸 그랬습니다...

날개 2004-12-28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고맙습니다..^^*

물만두님.. 시를 지은 사람에게서 직접 배운다니.. 감상이 더 좋았을것 같은데요? ^^

아영엄마 2004-12-28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가 제 곁을 떠난지 어언 몇 년인지...^^;;

날개 2004-12-29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저도 그랬어요..^^ 시랑 완전히 헤어졌었는데 말이죠..히히~

로드무비 2004-12-29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같은 순수한 독자가 있어 시인들은 좋겠어요.

소현이가 좋은 선생님 만난 것 같아 다행이네요.^^

날개 2004-12-29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효주여요..^^ 순수한 독자라니, 좋게 봐주시는군요.. 사실, 무지한 둑자지요..흐흐~ 로드무비님이 가끔 보여주는 시 외에는 전혀 눈에 들어오질 않으니..

로드무비 2004-12-29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잉? 아는척 좀 하렸더니......

그러고보니 소현이는 깍두기님과 책울타리님 아이 이름이군요.

효주, 외워야지.^^

진주 2005-01-01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도 소도 책을 내고 시인이 된다"는
시인과 작가가 사랑받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서러워 하는데,
날개님은 참.....참말로 착하고 선하시군요.
곱게 볼 수 있는 날개님의 눈이 보배지요....

날개 2005-01-01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찬미님.. 넘 과찬의 말씀을 하셔서 몸둘바를...ㅎㅎ 그렇게 생각해 주시는 찬미님이 더 고운 분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