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직장 일로 고민하는 동생을 보면서 공과 사는 구분하여 집에 오면 일같은 건 깡그리 잊어버리라고 몇 번이고 이야기하던 내가, 요즘은 곧 그만둘 이 지긋지긋한 회사 일때문에 잠도 편히 자지 못하고 있을 뿐더러, 간만에 시간 내서 알라딘에 지껄이는 하소연이 고작 또 이 놈의 회사에 관한 이야기라니. 거참!

막상 회사를 뜨려니 슬퍼하는 두 사람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무겁다. 울 사장과 다른 부서 동생.

사장님은 지나가는 말로 그러신다, 그냥 말뚝박지 그러냐구. 그 말이 마음에 걸려 아팠다. 또 내게 하시는 넋두리. 나도 이젠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채까지 빌려서 꼬라박으니 대책이 안선다, 고. 사장님도 오죽하시면 내게 그런 이야기를 하시겠나 싶다. 사실 그런 사장님 마음이나 사정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을까. 다들 제 몫 챙기기 바쁘니...

그만둔다고는 했지만 마음이 편치는 않다. 사실 지긋지긋한 이 회사 금방이라도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아직 나를 대신할 사람도 구하지 못했고(이거 정말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형편이 좋지 않은 회사에서 일하라고 하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은데다가 어지간히 조건을 충족시키는 사람은 도통 전화를 받지 않거나 지금 다른 회사를 다니는 중이라서 금방 그만둘 형편이 못된다) 매일 무슨 일들이 그리도 많이 터지는지 해야 할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므로. 사실 이 글을 쓰는 이 시간도 아깝다.

그렇지만 오늘은 기분이 좀 그러하여 여기에라도 털어놓지 않으면 앙금처럼 남아 두고두고 날 괴롭힐 것 같아서 잠시 짐을 풀어놓는다. 어서 빨리 떡두꺼비같은 사람이 나타나면 좋겠다. 그래서 어서 홀가분하게 짐을 덜어버리고 즐거운 여행-기꺼운 고행길에 오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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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5-06-30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은 맘 편히 가야하는데.... 어서 어서 사람 구해지고, 회사도 사정 나아져서 무탄트님 홀가분히 여행가게 되길 바랄께요...

무탄트 2005-07-01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ㅡㅡ;;...사람을 구하는 게 정말 쉽지 않군요. 세상살이나 매한가지 같아요. 저도 괜찮은 사람이 들어와서 홀가분하게 떠나게 되길 정말 바란답니다.
감사합니다. 라이카님 덕분에 힘이 나요. 어쨌든 여행길에 오르면 분명 행복해하면서 헤롱댈거예요. ^^
 

지난주 목요일이던가.

매력적인 한 분을 만났다. 세계일주 중이라는. Y의 소개로 만났는데, 두 사람은 방콕의 카오산로드에서 만났단다. 그 분(이후 L이라고 지칭한다)이 Y를 헌팅했다나 뭐라나.

여행에도 공부가 필요한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혼자 공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세상에 상상도 못할 가격의 항공권을 살 수 있는 방법같은 것도 몰랐으니 말이다.

그녀는 진정한 배가본더다. 배가본더는 여행을 하기 위해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여행을 한다. 남들 보기엔(나도 그랬다) 무슨 갑부의 무남독녀쯤 되야 그런 세계일주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녀는 온전히 자기의 힘으로 돈을 벌고 자유롭게 여행한다. 너풀거리는 긴 치마를 입고 앞에서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에선 여유만만함과 자유로운 바람같은 것이 느껴졌다. Y의 표현처럼 어디에 있든 항상 편안해 보이는 사람.

그녀가 그러더라. 보통은 여행 한달 전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해서 출국일 이삼일 전부터는 몹시 불안감에 시달린단다. 여행을 잘 할 수 있을까, 공부도 많이 못 한 것 같고 준비도 미흡한 것 같은 등등. 그러다가 막상 비행기에 올라서 목적지를 향해 날아가는 동안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마음이 편해진다고.

내 딴에도 준비한다고 (일도 미뤄놓고) 이러저리 인터넷의 바다를 뒤지고 이 책 저 책 읽어댔지만, 이제 시간이 한 삼주 남짓 남았다고 생각하니 아무래도 준비가 미흡한 것만 같아 마음이 조급해진다. 몇년전부터 생각해왔던 대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그녀가 나보고 여행 잘 하실 것 같다고 한 사소한 말이 위안이 된다.

그녀는 이번에 유럽쪽으로 가려고 한 계획을 바꿔서(2006년 독일 월드컵때문에) 북미에서 남미까지 아메리카 대륙을 한바퀴 돌 생각이란다. 처음엔 유럽쪽으로 가는 줄 알고 있어서 어쩌면 먼 타국에서 만날 수도 있겠구나 하고 일말의 희망을 품었었는데 좀 아쉽다. 그녀는 어디에 있든 잘 지낼 것이다.

 

* 이번 주 내로 MP3와 이미지 저장장치를 고르고 주문하는 것을 끝내야겠다. 으~~ 생각만 해도 골치다. 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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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예약만 해놨다가 드디어 발권했다. 이젠 빼도박도 못하는 거다.

1.1LEE/SUJINMS                                                
Z5SKE5S 13JUN S84NB4/618-9336                                  
1 SQ 887 B FR 22JUL  ICNSIN HK1 X  1630 2145   DS-K3WAZQ      
2 SQ 328 B FR 22JUL  SINMAN HK1    2350 0650*1 DS-K3WAZQ      
3 ARNK    
6 SQ 491 B TH 19JAN  ISTSIN HK1    1245 0715*1 DS-K3WAZQ      
7 SQ 882 B SA 21JAN  SINICN HK1    2345 0655*1 DS-K3WAZQ  

05/07/22 16:30 출발

06/01/22 06:55 도착

시원섭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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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5-06-23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싱가폴 항공이 Manchester 까지 들어가는군요...
저의 여행이 짧아서 지금도 좀 아쉬움이 남는데, 긴 여행 부럽습니다. ^^

무탄트 2005-06-24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몰랐었는데 그렇더라구요. 때마침 스코틀랜드쪽으로 먼저 여행하려고 했던 제게도 런던보다는 윗쪽에 있는 맨체스터가 좋을 것 같아서 기꺼이 선택했습니다. 여행이 길어도 아쉬움이 남는 건 똑같을 것 같아요. 해외여행이라곤 지인이 있는 필리핀에 한번 가본 게 고작인 제가 겁도 없이 긴 여행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조금 두렵기도 하지만요. ^^
 

거머리같은 거래처 직원이 붙었다. 지쳤는지 우리 사장도 막나가려는 형상이다. 한마디로 배째라 이거지. 요즘은 거머리처럼 악착같이 붙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긴 하지만, 듣기 싫어도 바로 옆에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하는 나로서는 좀 고역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제 삼주 남짓 남았다. 삼주만 견디면 해방이다. 다음 주 월요일에 5명이 인터뷰를 보기로 했다. 제발 맘에 드는 사람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사람만 있으면 좋겠다. 회사 형편이 여의치 않아도 금방 그만둔다고 절대 말하지 않고 어떻게든 견뎌낼 사람.  오! 신이여! (이럴 때만 신을 찾게 된다) 떡두꺼비같은 아들 말고 사람을 내려주세요. 무던한 사람이면 좋겠다. 신경이 다소 무딘 사람이라면 더욱 금상첨화겠다. 이 살벌한 세상 예민한 신경으론 이 상황을 견뎌내기 힘들테니. 오늘부터 정화수 떠놓고 달 보며 빌어야겠다.

아, 그리고 오늘부터 강행군이다. 이제까지 밀린 일들 다 해치울려면 며칠 밤새도 모자랄테니까. 힘내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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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아 2005-06-22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내세요, 누이. 일 잘 마무리 짓고 좋은 후임 들어오길 바랍니다.

무탄트 2005-06-23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나도 괜찮은 사람이 들어오면 좋겠어. 고마워. 가기 전에 한번 더 얼굴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 전에 연락할께. ^^
 

요즘들어 자주 꿈을 꾼다.

누군가에게 쫓기거나, 누군가를 구해내기도 하는 악몽같은 꿈도 꾸지만

가끔은 아주 달콤한- 달콤한가 - 꿈을 꾼다.

내 꿈 속의 남자는 나를 몹시 행복하게 만든다.

무엇이, 무엇때문에 그리 행복하다고 느끼는지는 모르겠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그는 내가 아는 사람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잠에서 깨기 싫다고 생각하면서 서서히 꿈에서 깨면

한동안은 그 꿈이 주는 황홀하고 행복한 여운에 젖어 있다가

정신이 뚜렷해지는 순간, 회의에 빠지게 된다.

난 대체 왜 이런 꿈을 꾸는 것일까.

깨어있을 때의 난, 가끔 외롭긴 하지만 딱히 남자가 필요하지도 그립지도 않은데

내 무의식은 외로움을 느끼고 누군가를 만나서 행복한 사랑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걸까.

사랑이라는 게 그리 행복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텐데도 말이다.

가끔 꿈에서 완전히 헤어나기 전에 이렇게 생각하기도 한다.

내가 앞으로 만나는 사람과는 정말 행복해질 수 있다는 암시가 아닐까 하고.

참 시덥잖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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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5-06-21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런 암시 같아요....정말 좋은 분도 곧 만나실것 같고요..
에잇, 전 그런 달콤한 꿈조차 못꾸니...^^

무탄트 2005-06-22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카님 뵈니까 정말 좋군요. 히힛
여행은 즐거우셨죠? 전 이제 한달 정도 남았습니다. 예정보다 늦어졌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