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이크의 책 <메리 스튜어트, 스코틀랜드의 여왕>을 진작에 사놓고도 읽지 않고 있다가 지금 읽고 있는데, 너무 재밌어서 손 놓기가 힘들다. 마치 메리 여왕의 마음과 머리 속으로 들어가본 사람처럼 콕콕 집어내는데, 그 추리가 단순히 주관적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기가 막히다. 생생한 인물의 성격과 심리 묘사에 내내 감탄사를 발하다. 책 속에 나오는 여러 인물들에 대해서 관심이 샘솟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역사의 현장들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졌다. 몹시도.  내 속의 열망을 흔든다. 꿈 속에서도 헤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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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피부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 편이다. 이틀에 한번씩 스팀 타월을 정성스레 얼굴에 씌워주고 가끔 맛사지 해주는 동생의 피부보다도 어떨 땐 내 피부가 더 괜찮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 피부에도 가끔 뾰루지가 나지만 말이다. 그건 아마도 내장의 차이 혹은 생각의 차이때문이 아닐까 싶다. 평소 단순하고 즐겁게 살자라는 유일무이한 내 철칙 때문에 복잡한 생각같은 건 좀처럼 하지 않으려 하고 잠 잘자고 먹는 걸 즐기고 시간나면 가끔 싸대는 나와는 달리, 내 동생은 직업이 직업인지라 잦은 야근에, 직장내 스트레스를 풀 데도 없을 뿐더러 가끔 멀쩡하다 싶으면 남친이 밤늦게 신경을 긁어대지 않나, 아무튼 속이 편할 날이 없으니 어찌 내장이라고 멀쩡하고 피부라고 성할텐가.  여자의 피부엔 잠만큼이나 편한 속(마음)이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동생을 보면서 깨닫는다.

아무튼 그렇게 피부에 별달리 신경쓰지 않았던 나이지만, 요즘 들어서는 입장이 조금 달라졌다.  내 이마 눈썹과 눈썹사이에 세로로 깊은 주름 하나가 생긴 것이다. 아니, 어렸을 때부터 햇빛만 봐도 곧잘 찌푸리던 버릇이 있었으니 아마 하루 아침에 생긴 건 아닐 게다.  내가 무엇인가에 집중해서 볼 때는 나도 모르는 사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는 버릇이 있어서 좋지 않다고 고치라고 얘기한 사람만 해도 부지기수다. 그런데도 이제와서 내가 새삼스레 그 주름을 문제 삼는 것은, 이 주름이 이제는 눈썹을 찌푸리지 않고 있을 때조차 눈에 띄게 되었기 때문이다. 진작에 생긴 것을 이제서야 새삼스레 그 존재를 인식하고 부각시키게 된 것이겠지만, 어쨌든 그 주름을 보는 내 마음은 왠지 서글프다. 내가 아무리 나이 먹고 싶지 않다고 몸부림쳐봤자 내 몸은, 내 피부는 자연스레 흘러가는 세월을 따라 나이를 먹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 같아서...

 그래도 요 며칠 미간을 찌푸리지 않으려고 신경쓰고 손으로 곧잘 맛사지하듯 잡아당기고 펴고 그래서인지 전보다는 골의 패임이 눈에 덜 띤다. 하도 만져서 조금 빨개진 내 얼굴을 보고 있으니 왠지 민망해서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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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마주보고 앉은 사이.

어제 난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들을 만났다. 익숙한 중국집에서 익숙한 자리에 앉아 익숙한 얼굴들을 보고 있었지만, 그들과 나 사이엔 탁자만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거리도 그만큼 떨어져 있는 것 같이 느껴져서 난 자꾸 트집 부리듯 괜한 말들을 늘어놓았다. 그러면 그럴수록 점점 더 쥐구멍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리고 아쉽게 헤어졌다. 정말 아쉬웠다. 과거의 지푸라기라도 붙잡듯 그들의 옷자락을 잡고 싶었다. 달리 할말도 없으면서, 마치 피곤하다고 쓰여있는 듯한 그들의 얼굴을 보면서도 난 무작정 그들을 붙잡고 싶었다.

왜였을까. 그들과 나 사이엔 무엇이 있어서.

 

사이[명사]
1.
에서 까지어진 공간.
서울 부산 사이./마을 학교 사이 왕래하다.
2.
어떤 과의 어진 .
글자 글자 사이./사이 띄우다.
3.
어떤 에서 까지 시간적 동안.
잠깐 사이.
4.
주로, ‘없다 함께이어 시간적 겨를이나 .
잠시사이 없다.
5.
어떤 한정모임이나 범위 .
친구 사이에는 인기 있다.
6.
사람 사람과의 관계.
사랑 사이./사이 않다. (준말)4.

 사이(가) 뜨다

1.사이가 멀다.
2.서로 친하던 관계가 서먹하게 되다.

[명사]
1.
어져 사이 자리. 간격.
창문 .
2.
겨를. 기회.
없다./식사 시간 소포.
3.
서로 어진 거리. 불화().
친구 사이 생기 도록 조심여라.

 틈 난 돌이 터지고 태 먹은 독이 깨진다
앞서 무슨 조짐이 보인 일은 반드시 후에 그대로 나타나고야 만다는 뜻으로, 어떤 탈이 있는 것은 반드시 결과적으로 실패를 가져온다는 말.


트집[명사]
1.
어서 덩이 어야 물건이나 어진 .
피리 트집 생기다.
2.[하다 자동사]
조그만 흠절 추어 굶.
트집
부리다.

 트집(을) 잡다
남의 조그만 흠집을 꼬집어 공연히 귀찮게 굴다.

다리적다[―따][형용사]
1.
거칠다.
2.
하고 퉁명스럽다.

괘념()[명사][하다 자동사·하다 타동사] 마음 . 괘의().
괘념하지 .

떼다[타동사] 거절하다. (준말)괘괘떼다.

괜ː―하다[형용사][ 불규칙 활용] <공연하다> 준말. 주로, ‘괜 .》 괜―[부사]
.

공연스럽다(―)[―따][∼스·∼스][형용사][ 불규칙 활용] 까닭이나 필요 보이다. (준말)괜스럽다. 공연[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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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확신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 라는 플라시보님의 글이 생각난다.

어렸을 때도 내게 세상은 불확실한 것 투성이었고, 부끄럽지만 지금도 내게 확실한 건 없다. 다만 요즘 내가 나이를 먹어가고 있구나, 라고 느끼게 하는 게 있다면, 그 하나는 예전에 '그런 것인가 보구나' 하고 머리로 이해되던 것들이 이젠 마음으로 절실하게 와닿는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그런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나의 말투는 달관 혹은 단정적인 투가 되어버린다는 것인데, 문득 그런 나의 말투를 느낄 때마다 아차 싶고 나의 편견, 독단이 아닐까 두려워지기도 한다.

죽지 않으면 사는 거지.

모군은 늙은이같은 말투라고 했지만, 나로서는 조금은 시니컬하게 내뱉은 말이었다. 어쩌면 그 말은 다른 누구보다도 내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한때 내게도 죽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보다 편안하게 죽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때 난 죽음을 맞을 용기도 없었고  그냥 죽어버리기엔 하고 싶은 것도, 미련도 너무 많았다.  살다보면 앞으로 내게도 죽고 싶은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난, 죽지 않으면 사는 거지, 라고 중얼거리면서 살아야 하는 이유, 살고 싶은 이유들을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하나둘씩 떠올릴 것이다. 아마 그렇게 난 죽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돈을 요구하는 남자(애인)

얼마 전에 한 남자가 서울대 출신의 방송국 직원 행세를 하면서 여러 여자들에게 결혼 혹은 사랑을 빙자하여 돈을 뜯어내는 행각 끝에 뇌출혈로 쓰려져서 그 병원에 5명의 여인들이 병문안을 오는 바람에 들통난 사건이 있었다.  난 한 남자의 달콤한 말과 곱상한 외모에 반해서 몸과 마음뿐만 아니라 돈까지 고스란히 갖다바친 여자들을 탓하려는 게 아니다. 아마도 그 여자들은 그 남자가 필요로 하는 돈을 주면 그의 사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했던 것일 수도 있다. 눈꺼풀에 씌인 콩깍지때문에 그녀들은 실수를 했을 것이다. 잘은 몰라도 그 남자의 작태를 모두 알게 된 후에는 누구보다도 자신이 그런 바보같인 자기 자신을 심하게 질책하며 괴로워할테니 다른 사람들까지 보태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은 여자들의 바보같은 사랑을 이용한 그 남자이니까. 나 역시도 그 입장이라면, 한 남자가 작정하고 그러거나 혹은 조금 허술해 보이는 수작일지라도, 그가 나를 사랑한다는 착각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상태라면, 그가 돈이 없다고 필요하다고 했을 때 내가 나서서 돈을 빌려주겠다고 도움을 주겠다고 자청해서 제 무덤을 팠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른 사람 머리는 깎아도 제 머리는 못 깎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돈을 요구하는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닐 가능성이 많다는 점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그런 상황에 부닥쳤을 때 난 일단 한발 뒤로 물러서서 그 관계를 재고해 보기를 권한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나의 괴로운 짐을 지우고 싶지 않다. 때론 고통을 나누면 반이 된다는 걸 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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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코 앞에서 용산행 직통 전철 하나를 허무하게 보내고 난 뒤, 난 땅을 칠만큼 후회하게 되었다. 서울역에서 사고가 나서 차가 오고 가지를 못한다나 뭐라나. 그래서 내가 타야할 용산행 직통 전철은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져 버렸고, 울며 겨자먹기로 의정부북부행(아마도 내가 타야할 용산행이 삽시간에 의정부북부행으로 바뀐 게 아닌가 싶다)을 탈 수밖에. 내가 타는 동암역에서 내리는 영등포역까지 보통 직통으론 25~30분, 완행으론 38~42분 정도 걸리는데, 오늘 따라 한번 멈추면 좀처럼 움직일 생각을 안하는 탓에 1시간이 남짓 걸리고 보니 여기저기서 분통터뜨리는 소리가 터져나오는 건 당연지사. 그나마 다행히 난 중간쯤에 자리나 나서 앉았기에 눈을 감고  잠을 청하다가, 회사에 전화 한 통은 해줘야 할 것 같아서 전철이 연착되서 꼼짝달싹을 안한다는 조금은 과장섞인 통화를 하고, 다시 차분한 마음으로 차가 움직이기만을 기다릴 수 있었다. 허나, 일이 꼬일려고 드니 설상가상으로 이번엔 회사 근처까지 오는 261번 버스가 올 생각을 안하는 게 아닌가.  162번 3대, 605번 5대, 360번 3대 등등 다른 번호 버스들은 잘만 지나가는데 추운 날씨가 눈섞인 바람 맞아가며 동태가 될 지경이 되니 울화통이 치밀어서 입에서는 십원짜리 욕들이 절로 터져 나올려고 한다. 아무리 회사에 미리 통보했다고는 하나, 원래 출근시간에서 1시간 정도 지나고 보니 좌불안석 마냥 기다릴 순 없어서 눈물을 머금고 택시를 탔다. 이럴 땐, 택시도 신호란 신호는 다 걸리기 마련. 신호를 기다리는데 그 옆에 선 파란색 버스, 아마도 아마도 내가 기다리던 그 버스일 것만 같은데 직접 내 눈으로 그 번호를 확인하면 눈이 확 뒤집힐 것 같아서 앗사리 감아버렸다. 이럴 땐 모르는 게 상책.

내가 마음 먹고 좀 일찍 나온 날은 이상하게도 꼭 늦게 나오니만 못한 상황이 벌어지니, 이게 무슨 귀신의 조화속인가.  그냥 원래 하던대로 계속 늦게 다니라는 신의 계시인가, 아니면 애매하게 조금 이른 시간에 나오지 말고 새벽같이 움직이기를 독촉하는 하늘의 뜻인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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