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코 앞에서 용산행 직통 전철 하나를 허무하게 보내고 난 뒤, 난 땅을 칠만큼 후회하게 되었다. 서울역에서 사고가 나서 차가 오고 가지를 못한다나 뭐라나. 그래서 내가 타야할 용산행 직통 전철은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져 버렸고, 울며 겨자먹기로 의정부북부행(아마도 내가 타야할 용산행이 삽시간에 의정부북부행으로 바뀐 게 아닌가 싶다)을 탈 수밖에. 내가 타는 동암역에서 내리는 영등포역까지 보통 직통으론 25~30분, 완행으론 38~42분 정도 걸리는데, 오늘 따라 한번 멈추면 좀처럼 움직일 생각을 안하는 탓에 1시간이 남짓 걸리고 보니 여기저기서 분통터뜨리는 소리가 터져나오는 건 당연지사. 그나마 다행히 난 중간쯤에 자리나 나서 앉았기에 눈을 감고 잠을 청하다가, 회사에 전화 한 통은 해줘야 할 것 같아서 전철이 연착되서 꼼짝달싹을 안한다는 조금은 과장섞인 통화를 하고, 다시 차분한 마음으로 차가 움직이기만을 기다릴 수 있었다. 허나, 일이 꼬일려고 드니 설상가상으로 이번엔 회사 근처까지 오는 261번 버스가 올 생각을 안하는 게 아닌가. 162번 3대, 605번 5대, 360번 3대 등등 다른 번호 버스들은 잘만 지나가는데 추운 날씨가 눈섞인 바람 맞아가며 동태가 될 지경이 되니 울화통이 치밀어서 입에서는 십원짜리 욕들이 절로 터져 나올려고 한다. 아무리 회사에 미리 통보했다고는 하나, 원래 출근시간에서 1시간 정도 지나고 보니 좌불안석 마냥 기다릴 순 없어서 눈물을 머금고 택시를 탔다. 이럴 땐, 택시도 신호란 신호는 다 걸리기 마련. 신호를 기다리는데 그 옆에 선 파란색 버스, 아마도 아마도 내가 기다리던 그 버스일 것만 같은데 직접 내 눈으로 그 번호를 확인하면 눈이 확 뒤집힐 것 같아서 앗사리 감아버렸다. 이럴 땐 모르는 게 상책.
내가 마음 먹고 좀 일찍 나온 날은 이상하게도 꼭 늦게 나오니만 못한 상황이 벌어지니, 이게 무슨 귀신의 조화속인가. 그냥 원래 하던대로 계속 늦게 다니라는 신의 계시인가, 아니면 애매하게 조금 이른 시간에 나오지 말고 새벽같이 움직이기를 독촉하는 하늘의 뜻인가.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