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디다. 지금은 바야흐로 '바렌의 날' 부분을 읽고 있는데, 긴장감이 고조되어 쉽사리 책장을 넘기기가 힘들다. (난 늘 이렇다, 영화를 봐도 책을 봐도 긴장감이 고조되면 잠시 진정하고 마음을 다잡을 시간이 필요하다) 잠시 덮어놓고 다른 책 <책 한권 들고 파리를 가다>를 읽고 있다. 위고의 <93년>을 들고 파리를 여행하는 부부, 나도 위고의 책이 읽고 싶어졌다. 책이 (나의 관심을 끌어당기는)책을 부르고, 책 속에서 역사와 인간을 다시 보게 되는 것. 예를 들면 츠바이크의 책들을 읽으면서 영국과 프랑스의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들과 인물들, 미처 몰랐던 부분들을 알게 되고, 나아가 같은 주제를 가지고 다루고 있는 다른 책들 혹은 책 속에 언급되는 책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책을 통해서 내 관심사를 넓히고 알고 싶고 배우고 싶은 욕구들을 충족시키는 것, 그래서 나는 책을 읽는 게 즐겁다.  내겐 지루한 역사 개론서들을 열권 읽는 것보다 츠바이크의 책 한권을 읽는 것이 확실히 더 효과적임을 알게 되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annerist 2005-03-23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늦게알았다니깐. 누난. 흐흐흐... 근데 가기전에 정말 읽어야 되는 책은 '어제의 세계'라구요. 무. 조. 건. ㅎㅎㅎ ^_^o-

무탄트 2005-03-23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원래 뒷북을 잘 치잖우. ㅋㅋㅋ 알고는 있었지만 실감을 못했다고 해야 하나. 그렇지 않아도 가기 전에 <어제의 세계>를 한번 더 읽어봐야지 하고 있단다. 아니, 읽어야할 책들이 너무 많아서 고민. 맘 같아선 갈 때 츠바이크의 책을 하나 들고 가서 바로 그 장소에서 그 결정적인 대목들을 음미하고 싶어. (어제의 세계를 들고 갈까? ㅋㅋㅋ)
 

어제는 새 사무실로 출근하는 첫날이었다. 오늘이 둘째날인데도 얼떨떨한 것이 아직까지 모든 게 생소하기만 하다. 항상 도시락 아니면 중국집에서 음식을 배달시켜 먹던 점심시간에 어디가서 뭘 먹을까 고민하는 것도, 좀 복잡하긴 해도 시간대만 잘 맞추면 그럭저럭 탈만한 1호선 영등포역에서 내려서 가비얍게 버스를 갈아타다가 신도림에서 사람들의 까만 머리만 보이는 바글대는 만원 2호선을 타는 것도, 문래역에서 내려 만원 전철의 숨막힐 듯한 기분에서 벗어나려고 총총걸음으로 걸어오다가 바로 눈 앞에서 간발의 차로 떨어지는 새똥 세례를 아슬아슬 피하는 것도.

그러나 그 모든 생소함과 낯설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출퇴근길이 좋아질 것 같은 느낌은, 어제 퇴근길에 우연히 들린 빵집에서 시작되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확인해본 바에 의하면, CHEF CHO란 이름의 빵집이다. '조'란 성이 내가 몹시 싫어하는-지금 이순간에도 미치도록 싫은- 누군가를 연상시켜 좀 찜찜하지만, 주인장-아마도-의 싱그러운 미소와 싹싹하고 자신감에 차 있는 태도는 Chef Cho란 간판을 걸만큼 빵맛엔 자신있다는 장인의식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앞으로 두달 남짓 남은 기간동안 매일같이 들르는 단골이 되겠다는 전의(?)에 불타게 만들었다. 물론 거기에는 어제 맛본 빵맛도 약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처음보는 빵이었는데, 보통 피자빵같은 모양에 위의 내용물은 계란 노른자와 양파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노릇노릇한 빵이었다. 평소에 텁텁하고 밋밋한 소보루나 단팥빵보다는 감자나 야채가 많이 들어간 촉촉하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스타일의 빵을 선호하는 편인 나 빵순이는 그 노르스름한 빵의 맛에 반해버렸다. 계란노른자의 텁텁함을 연상, 각오하고 한 입 깨물어 씹는 순간, 음! 그 부드럽고 아삭한 맛이라니... 게다가 별로 느끼하지도 않고 그리 달지도 않아서 딱 좋았다. 참으로 주인장의 미소와 자신감이라는 훌륭한 양념이 빵맛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경지라고 볼 수 있겠다.

어제 그 빵집을 나오면서 남은 기간이 두달 남짓 하다는 사실이 몹시 아쉽게 느껴졌었다. 그래서 평소에는 회원가입 비스무리한 것만 하라고 해도 경기를 일으킬 만큼 싫어하는 내가, 이번에 오히려 살짝 입가에 미소를 띄우면서 '하나 만들어 주세요'하고 나서서 먼저 말해버렸다고 했더니, 같은 사무실에 있는 동생이 박장대소를 하면서 거기를 꼭 같이 가보잔다. 그리하여 오늘도 즐거운 하루로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다. 히힛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와인에 대해서 관심은 조금 있었지만 아는 건 개뿔도 없는, 주면 주는 대로 먹는 수준에 불과한 내가, 와인샵에서 일하는 친구덕분에 분위기 있는 바에서 영혼을 울리는 아르헨티나 소사의 노래를 들으면서 럭떠리하게 와인을 마셨다.

ARNISTON BAY

남아공산 쉬라즈 와인이라는데, 레드 와인치고 탄닌산 특유의 쓴맛이 별로 없고 그리 달지도 않아서 나같은 초짜가 먹기에 딱 좋을 것 같다. 풀바디면서 프루티하다고 했던가.  입안이 꽉찬 듯하고 넘길 때 묵직한 느낌을 풀바디라고 하던가? 음.. 잘 모르겠다. 암튼 풀바디 한지는 모르겠지만 느낌이 산뜻하고 깔끔해서 좋았다.

아, 크래커에 곁들어 먹는 치즈도 맛나더라. 까망베르, 크림, 블루 치즈 등등. 처음으로 먹어봤다. 미묘한 차이를 음미하려고 내 오감을 총동원해야했다. 

그런데, 그렇게 노는 것은 참으로 즐겁지만 한가지 단점이 있다. 예외없이 돈이 든다는 것. 그 와인을 즐기기 위해서 내 2주일치 생활비를 다 날렸야 했다. 앞으로의 여행 준비를 위해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하는 내 형편상 꽤 부담스런 액수였지만, 난 절대로 거절할 수가 없었다. 이상하게도 그 친구에겐 No!란 말은 통하지 않을 것 같아서. 항상 그 친구의 페이스에 말려드는 듯한 기분이 들지만, 거미줄에 걸린 파리처럼 어쩌지 못하겠다. 뭐, 가끔은 아주 가끔은 이런 분위기에 빠져드는 것도 괜찮겠지...

아... 내일부턴... 굶을까보다. 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근황

마리의 바보스런 행각에 마음 조마조마해서 책 넘기기를 심히 두려워하다가, 어제서야 그 고비를 살짝 넘기고 드디어 마리의 유일한 사랑이자 진정한 친구 페르센의 등장에 기쁨이 머리 끝까지 치닫다. 책을 끝낸 후엔 다시 한번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를 읽어볼 생각. 음... 흥미진진, 흥분해서 몸이 다 떨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매일매일

내 마음 속에서 사막이 운다.

바스락 말라가는 소리

내 피가 

시퍼렇게 메말라간다

가슴이 오그라들고

목구멍이 죄인다

가느다란 숨소리만

나는 살아있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