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새 사무실로 출근하는 첫날이었다. 오늘이 둘째날인데도 얼떨떨한 것이 아직까지 모든 게 생소하기만 하다. 항상 도시락 아니면 중국집에서 음식을 배달시켜 먹던 점심시간에 어디가서 뭘 먹을까 고민하는 것도, 좀 복잡하긴 해도 시간대만 잘 맞추면 그럭저럭 탈만한 1호선 영등포역에서 내려서 가비얍게 버스를 갈아타다가 신도림에서 사람들의 까만 머리만 보이는 바글대는 만원 2호선을 타는 것도, 문래역에서 내려 만원 전철의 숨막힐 듯한 기분에서 벗어나려고 총총걸음으로 걸어오다가 바로 눈 앞에서 간발의 차로 떨어지는 새똥 세례를 아슬아슬 피하는 것도.

그러나 그 모든 생소함과 낯설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출퇴근길이 좋아질 것 같은 느낌은, 어제 퇴근길에 우연히 들린 빵집에서 시작되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확인해본 바에 의하면, CHEF CHO란 이름의 빵집이다. '조'란 성이 내가 몹시 싫어하는-지금 이순간에도 미치도록 싫은- 누군가를 연상시켜 좀 찜찜하지만, 주인장-아마도-의 싱그러운 미소와 싹싹하고 자신감에 차 있는 태도는 Chef Cho란 간판을 걸만큼 빵맛엔 자신있다는 장인의식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앞으로 두달 남짓 남은 기간동안 매일같이 들르는 단골이 되겠다는 전의(?)에 불타게 만들었다. 물론 거기에는 어제 맛본 빵맛도 약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처음보는 빵이었는데, 보통 피자빵같은 모양에 위의 내용물은 계란 노른자와 양파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노릇노릇한 빵이었다. 평소에 텁텁하고 밋밋한 소보루나 단팥빵보다는 감자나 야채가 많이 들어간 촉촉하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스타일의 빵을 선호하는 편인 나 빵순이는 그 노르스름한 빵의 맛에 반해버렸다. 계란노른자의 텁텁함을 연상, 각오하고 한 입 깨물어 씹는 순간, 음! 그 부드럽고 아삭한 맛이라니... 게다가 별로 느끼하지도 않고 그리 달지도 않아서 딱 좋았다. 참으로 주인장의 미소와 자신감이라는 훌륭한 양념이 빵맛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경지라고 볼 수 있겠다.

어제 그 빵집을 나오면서 남은 기간이 두달 남짓 하다는 사실이 몹시 아쉽게 느껴졌었다. 그래서 평소에는 회원가입 비스무리한 것만 하라고 해도 경기를 일으킬 만큼 싫어하는 내가, 이번에 오히려 살짝 입가에 미소를 띄우면서 '하나 만들어 주세요'하고 나서서 먼저 말해버렸다고 했더니, 같은 사무실에 있는 동생이 박장대소를 하면서 거기를 꼭 같이 가보잔다. 그리하여 오늘도 즐거운 하루로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다. 히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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