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 대해서 관심은 조금 있었지만 아는 건 개뿔도 없는, 주면 주는 대로 먹는 수준에 불과한 내가, 와인샵에서 일하는 친구덕분에 분위기 있는 바에서 영혼을 울리는 아르헨티나 소사의 노래를 들으면서 럭떠리하게 와인을 마셨다.
ARNISTON BAY
남아공산 쉬라즈 와인이라는데, 레드 와인치고 탄닌산 특유의 쓴맛이 별로 없고 그리 달지도 않아서 나같은 초짜가 먹기에 딱 좋을 것 같다. 풀바디면서 프루티하다고 했던가. 입안이 꽉찬 듯하고 넘길 때 묵직한 느낌을 풀바디라고 하던가? 음.. 잘 모르겠다. 암튼 풀바디 한지는 모르겠지만 느낌이 산뜻하고 깔끔해서 좋았다.
아, 크래커에 곁들어 먹는 치즈도 맛나더라. 까망베르, 크림, 블루 치즈 등등. 처음으로 먹어봤다. 미묘한 차이를 음미하려고 내 오감을 총동원해야했다.
그런데, 그렇게 노는 것은 참으로 즐겁지만 한가지 단점이 있다. 예외없이 돈이 든다는 것. 그 와인을 즐기기 위해서 내 2주일치 생활비를 다 날렸야 했다. 앞으로의 여행 준비를 위해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하는 내 형편상 꽤 부담스런 액수였지만, 난 절대로 거절할 수가 없었다. 이상하게도 그 친구에겐 No!란 말은 통하지 않을 것 같아서. 항상 그 친구의 페이스에 말려드는 듯한 기분이 들지만, 거미줄에 걸린 파리처럼 어쩌지 못하겠다. 뭐, 가끔은 아주 가끔은 이런 분위기에 빠져드는 것도 괜찮겠지...
아... 내일부턴... 굶을까보다.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