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조카아이에게 이 책을 사 주며 과연 좋아할까 하고 잠시 의문을 가졌습니다.의문의 대상은 조카가 아니고 제 동생이지요.아무 설명도 없이 그림만 있는 그림책.그 그림들 옆에는 숫자가 1,2,3,4...하고 형식적으로 수학 그림책임을 나타내고 있죠.부끄럽게도 이건 제가 이 책을 처음 대면했을 때의 느낌입니다.동생도 아직까진 맹숭맹숭한 것 같습니다. 그림책을 자꾸 접하다 보니 이런 경우가 종종 있더군요.엄마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서 좋아하는 경우,또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자꾸 읽어주다 보면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새록새록 나서 좋아지는 경우말이예요.이 책도 아이들이 먼저 좋아해 자꾸 들여다보고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할려다 보니 저도 모르게 좋아진 책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겨울부터 다음 겨울까지 1년 12달의 모습이 아름다운 그림들과 함께 펼쳐지지요.한달이 갈 때마다 집과 나무들과 아이들은 하나씩 늘어나고 그 소리없는 변화들이 색의 농도의 변화와 함께 그 섬세함을 돋보이게 하더군요.소리없이 떄론 그림 속의 아이들만의 아기자기한 이야기들로 세상을 채워가고 있다고나 할까요? 수 세는 것 자체를 아이들은 즐기지요.아이들에겐 배움 자체가 큰 즐거움이니깐요.마음껏 수를 세어보고 싶어하는 아이가 있다면 이 책을 권해보고 싶네요.
얼마전 티비에서 유레카라는 말을 듣고 유레카가 무슨 뜻이지?하며 아이들과 같이 궁금해했었는데 이 책에 답이 나와 기뻤습니다.의문을 갖기 시작해 이틀 뒤에 답을 보게 되어 아이들이 좋아하더군요.백과사전을 찾아 보아도 되겠지만 그렇게 잘 되질 않더군요.오히려 그림책을 통해 알게 되어 아이들은 이 말을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유레카는 그리스어로 알았다!발견했다!라는 뜻이더군요.여러동물들과 목욕을 하며,욕조안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수도없이 반복하는 발가벗은 아르키메데스의 몸을 아이들이 재미있어해요.꾸미지않은 과학자의 순박한 열정을 보는 것 같습니다.이 책을 읽은 며칠 후 또 티비에서 우연히 아르키메데스에 대한 다큐를 보게 되었습니다.아마 이 책을 통해 아르키메데스를 알지 못했더라면 아이의 관심을 끌지 못했겠지요.재미있게 본 그림책 주인공에 대한 실제 이야기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지 않겠어요?요즘 많이 하는 질문 중에 하나가 그 사람이 정말 있었던 사람이냐?언제 살아냐?지금도 살고 있냐?어디에 살았냐?라는 것이니 더 말할 필요가 없지요.그림책 속에서 만난 뚱뚱하고 어딘지 모르게 우스꽝스런 아르키메데스의 이미지가 현실 속에서 어떤 이미지로 아이에게 다가왔을까요! 아르키메데스를 잡아 오라는 명령을 받은 로마군인이 내 칠판에 손대지 말라고 고함친 아르키메데스를 너무 쉽게 베어버리는 대목은 아이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듯 했습니다.감동적인 이야기였지요. 아이가 책을 통해 현실로 생각의 폭을 넓혀가는 모습이 긍정적으로 다가온 책이였습니다.
루이 트롱댕의 종이괴물 시리즈가 저희집 아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꽤 오랜 시간 베스터셀러의 위치에 머문 적이 있지요.그 때 다시 한 번 바람을 몰고올 것을 기대하며 구입했던 그의 책인데 읽으려면 초등학생정도는 되어야할 것 같아 그대로 책꽂이에 꽂아 두었답니다.그리고 이리저리 얽히고 섥혀있는 그림의 복잡함에 읽어줄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고요.그런데 정리하기 힘든 그림책과 미로찾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둘째가 오늘 이 책을 읽어달라하네요.아이구! 지레 겁먹고 이건 형님들이 보는 책이야 하며 멀리 달아나려고 애쓰보았지만 헛일이였습니다.도대체 어떻게 읽어란 말인가?어려운 시험지를 받아든 학생같이 머뭇머뭇 앉아 있으려니 빨리 읽어줘어~볼멘 소리가 터져 나오네요.역시 처음엔 꽤 애를 먹었답니다.세 명의 주인공이 각자의 길을 떠나는 장면이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우며 연결고리없이 흘러가는 초반의 이야기들이 각자의 길에 맞춰 읽어주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더군요.하지만 세 갈래 길이 교차점을 통해 만나기 시작하면서 서로의 공통 분모를 갖기 시작해 앞으로의 전개가 훨씬 쉽게 이해되기 시작했지만 읽어주기에는 더 난해하고 어려워졌죠.그래서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한 명씩 따로 따로 읽기로 했습니다.중간에 숨이 차서 힘든 부분은 아이에게 이야기를 해보라고 시키면서요.평소에 간혹 이 책을 들고 앉은 아이를 보며 알고 쳐다보나?의문스러웠었는데 의외로 그림을 보고 이야기로 연결시켜 나가는 모습을 보며 그림책의 장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죠. 독특한 이야기의 구조가 아이들에게 참 흥미롭게 다가갈 것 같아요.혼자 책 읽을 나이가 되면 이 책의 묘미를 듬뿍 느낄 수 있을 것도 같구요.하지만 저희 둘째처럼 어려도 혼자 책 보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그림을 읽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네요.
이 책은 방정 선생님 이야기,우화적인 이야기,현덕 선생님 이야기,소년소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방정환 선생님 이야기는 자서전적인 동화로 선생님의 어릴 적 모습들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고요, 애기와 크레용과 고양이에서는 다른 이들의 어려움은 생각하지 않는 가족이기주의를 볼 수 있었습니다.그리고 월사금과 스케이트는 어려운 친구를 위해 하고싶은 것을 포기할 줄 아는 기수의 진중함이 돋보이는 작품이였구요.나비를 잡는 아버지는 그림책으로도 나와 있는데 전 그림책을 읽기 전에 이 책부터 읽어서 그림없이 보는 것이 더 좋게 느껴졌습니다.바우와 아버지 경환이에 대해서 제가 상상했던 모습들이 그림책과 너무 달라 좀 어색했거던요.현덕 선생님 작품 중 고양이나 개구쟁이 노마와 현덕의 동화나라에 실린 유아들이 보는 동화는 그림으로 보는 게 훨씬 나았는데 고학년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동화는 상상을 하면서 보는 게 더 나은 것 같아요.고양이는 그림없이 그냥 읽을 때 왜 좋은지 감이 잘 안오던데 나비를 잡는 아버지는 그렇지가 않더군요.현덕 선생님 글은 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그리고 염소,눈 내리는 날도 참 좋았습니다.
이 책을 통해 본 이 주홍 선생님은 가슴 따뜻한 분이였습니다.그리고 섬세한 감성과 가난하고 억눌린 삶에 대한 사랑과 불의에 대한 분노로 일그러질 줄 아는 힘이 있는 분이였지요.책 속의 이야기들도 이런 여러가지 감정들이 섞여 하나의 이야기로 다가와,때로는 푸근하게 미소짓게 하고 때로는 연민의 정으로 가슴을 아프게도 하고 나쁜 사람들이 꼭 천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아이같은 심성으로 바라보게 하는군요.조금만 더 가지 바위라는 이야기는 이게 무슨 말인가 궁금해 빨리 읽게 되었습니다.제목만 보고 재미있는 설화정도로 여기고 있었는데 그 숨겨진 사연이 너무 딱하고 안타까워 눈물이 핑 돌더군요.그리고 청어뼉다귀는 배고픔이라는 게 인간에게 얼마나 절실한 본능인가를 느끼게 해 주는 작품이였지요.잉어와 윤첨지의 경우도 아버지의 부질없는 기대가 어처구니없이 무너지는 현실 앞에서 너무나 배가 고프고 지금 당장 먹고싶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맛난 잉어를 먹을 수 있다는 아이의 기다림이 눈에 밟혀 아이의 배고픔과 머지않은 미래에 있을 아이의 허탈함에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었지요.메아리에서는 돌이가 내 산아 하고 외치는 모습에서 내 산아 속에 담겨있는 돌이의 외로움과 내 산아가 주는 묘한 감동이 여운을 깊이 남기는 것 같습니다.그 외에 멸치,살찐이의 일기같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글도 몇 편 됩니다.시대적 상황의 열악함 속에서 가난하고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의 위태위태한 삶의 모습들이 지금의 아이들에게 얼마만큼의 강도로 다가갈진 모르겠지만 아!이렇게 사는 모습도 있구나.옛날의 아이들은 많이 힘들었겠구나.라는 정도만 느껴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