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받은지 꽤 된 것 같은데 이제야 펼쳐보았습니다. 이렇게 한동안 아이들과 저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있던 책을, 다른 그림책을 보겠다는 네살박이 막내아이를 꾀어 마침내 읽을 수 있었지요. 전 아이와 함께 책을 읽지 않으면 느낌이 잘 전달이 안되는 편이라 가능하면 같이 읽을려고 합니다.부끄럽게도 이 책의 그림들이 그리 특별하게 다가올 줄은 정말 상상도 못하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 다음은 책을 보신 분들이라면 다 동감하실 거예요. 아이와 전 솔이와 아빠의 정다운 대화에 푹 빠지고 그림에 푹 빠지고..그랬습니다. 책을 덮으며 제가 산에 가고 싶다.단풍이 벌써 졌겠지? 하며 조금 큰소리로 혼잣말을 하고 있으니 둘째가 쪼르르 달려오며 어디 산에 갈 거냐고 물어옵니다. 아이들은 아빠의 말을 솔이가 이어서 따라하는 부분을 특히 좋아합니다.그리고 억새풀로 화살을 만드는 대목에선 어떻게 하냐고 보채는군요. 당장 어디서 억새풀을 구할 방도도 없고 해서 먹다 남은 귤껍질로 흉내를 내봅니다. 아이들 모르게 약간의 손재주를 동원해서 귤껍질 화살을 보기 좋게 날려 보내니 아이들이 너무너무 좋아라 합니다. 곧 온 방에 귤껍질이 굴러 다닙니다. 이러니 억새풀로 날리는 화살은 오죽 좋겠습니까! 각시풀로 머리땋기를 하는 솔이와 아빠를 보니 어릴 적 생각이 새록새록 나는군요. 그러고 보면 머리를 땋아 본지도 언젠지 가물가물합니다. 솔이를 위해 나무를 열심히 흔들어대는 아빠를 보며 잠깐 저와 아이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빠의 뒷모습이 참 편안해 보이고 행복해 보였거든요. 울긋불긋한 나뭇잎 눈을 맞는 솔이의 뒷모습은 말할 것도 없겠죠. 그 둘의 모습이 참 부럽습니다. 저와 아이 아빠의 뒷모습도 이리 편안해 보이면 좋겠습니다. 와! 산꼭대기다.야호! 정상을 향해 영차영차 올라가는 솔이와 아빠를 뒤로하고 책장을 넘기면.. 아! 상쾌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군요. 그것이 공해로 찌든 도심속의 산이란 걸 알아서 더욱 그렇겠죠! 사방이 꽉 막힌 듯 솟아있는 고층 건물 속의 가을산. 해방감이 느껴지는군요. 정말 특별한 느낌입니다. 책을 알고나니 이상권 선생님과 한병호 선생님의 이름자가 눈에 아로새겨지는군요. 보는 눈이 없는 제가 좀 미안하고 죄송스럽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