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툴 2003-11-02  

즐거운 편지 -황동규-

내가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ceylontea 2003-11-02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그새 아름다운 시를 많이 적으셨네요...
시를 읽는 것 참 좋지요...때론 소리내어 읽어보기도 합니다.. 느낌이 많이 다르거든요...
그리고 때론 이렇게 한 글자 한 글자 음미하면서 키보드를 두드려보면(종이에 적을때도... ^^), 소리내어 읽을때보다 시향에 흠뻑 빠질 수 있어서 좋아요..
황동규님의 "즐거운 편지" 도 정말 아름다운 시입니다.. 수첩에 적어서 가지고 다니면서 시 생각날때마다 읽곤한답니다.
음.. 그러고 보니 요즘은 시를 많이 안읽었습니다...
문득 옛생각이 나서 윤동주님 시집도 한권 샀습니다... 전에 있었던 것은 제가 중학교 다닐때 선물 받은 것이었는데... 세월따라 사라져버리고 없더라구요..
시는 어느 계절에 읽어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가을에 읽는 시가 더 좋습니다.. 낙엽지는 쓸쓸함을 시가 채워줘서 그럴까요?
푸우님 덕분에 아름다운 시 마음껏 즐기다 갑니다.. 시 읽고 싶으면 푸우님 서재로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