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일이와 수일이 힘찬문고 26
김우경 지음, 권사우 그림 / 우리교육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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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라면 아니 누구나 한 번쯤 가질 법한 상상을 옛이야기를 접목시켜 억지스럽지 않게 풀어내 재미있게 읽은 동화입니다. 어쩌면 뻔한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해내는 작가가 예사롭지 않게 보이더니 무섭고 까다롭기로 소문이 나신 고 이오덕 선생님께서 좋은 말씀만 해 놓으셨네요.

수일이와 수일이라는 제목에선 전혀 무슨 이야기인지 감이 안 오더군요. 이제와서 표지를 들여다보니 학원 가방을 든 어두운 모습의 수일이와 축구공을 들고 웃고 있는 환한 수일이의 사이에 쥐 한 마리가 쪼르르 달려 가고 있네요. 책을 중간쯤 읽었다면 어두운 모습의 수일이가 가짜 수일이고 종반이 다 되어 갈 때쯤이면 이 수일이가 진짜 수일이로 느껴질 것 같습니다.

나를 대신해 학원을 다녀줄 가짜 수일이. 얼마나 신나는 일일까요? 하기 싫은 공부는 가짜에게 떠넘기고 난 매일매일 신나는 놀이만 하면 되니깐요. 하지만 그렇게 신나는 일도 잠시. 엄마를 속이고 주위 사람들을 속이면서 수일이는 차츰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고 죄책감에 빠져 가짜 수일이에게조차도 자신을 당당하게 내세우지 못하는 수일이로 변해 간답니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된 판단을 깨달을 때쯤이면 이미 돌이키기에는 너무 많이 와버렸죠. 수일이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군요.

마지막의 들고양이 말처럼 엄마는 수일이를 길들이고, 수일이는 쥐를 길들이고, 이제 쥐는 수일이와 엄마 아빠를 길들이려고 하고 있어요. 익숙해져버리면 사람들은 그 틀을 깨기가 힘들죠. 그리고 두렵기도 하고..길들여지지 않으려면 용기와 고민이 필요할 것 같군요.

들고양이의 도움을 받아 일이 잘 해결이 될지는 아이들의 상상에 맡겨지겠지만, 만일 잘 마무리된다면 이젠 예전과 같이 소극적인 수일이가 아닌 당당하게 자신을 다듬어가는 아이가 되어 있겠죠? 작가의 말처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이니.. 비록 이젠 말도 잘 듣고 학원도 잘 다니는 수일이에게 길들여지고 익숙해져버린 엄마가 많이 힘들어할 수도 있겠지만 부딪쳐야 될 때는 엄마와 부딪치더라도 문제를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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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나라 비룡소의 그림동화 42
존 버닝햄 글 그림, 고승희 옮김 / 비룡소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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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인가..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무렵에 40일동안 매일매일 그것도 아침잠자리에서 게슴츠레한 눈을 부벼뜨고 아이와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동생들 성화에 편안히 큰아이와 책을 들여다 볼 여유가 생기지 않아 아침시간에 좀 부지런을 떨었지요.그것은 참 잘한 일이였어요.동생들로 인해 뭔가 욕구불만에 가득차 있던 아이가 그 시간을 평화롭게 느끼는 것 같았거던요.

근데 그 아침.40번을 되풀이했던 저의 물음에 대한 아이의 답은 한결같이 구름나라였지요.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묘한 매력을 느껴 한번도 마다하지 않았답니다.구름나라를 충분히 느끼고싶었다고나 할까요.읽고나면 뭔가 해소되지 않는 욕구가 있어 오늘은 그 답을 찾아야지라는 저만의 숙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그리고 40일 동안 아이는 늘 마지막장을 덮으면 반지작만지작 반지작 호-이!(이 주문이 정확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차피 구름나라로 들어가는 주문을 기억하는 것은 현생에서는 불가능하니깐..그래도 자신과 판타지를 연결해 주는 나만의 주문을 외워본다는 것만으로도 그것이 이루지못할 절실함이니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괴상한 주문을 자리를 털고 일어섬과 동시에 음미하듯 중얼거리며 행복한 뒷모습으로 세수를 하러 욕실로 향했습니다.
저렇게 좋을까..!?

책을 처음 읽고는 던져지는 메세지의 난해함에 약간의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우리 감정의 흔들림을 무시하듯 작가의 의도대로만 흘러가는 그림책의 당돌함에 무척 당황스러웠지요.앨버트의 명확하고 단정적인 죽음에서 저는 현실적인 당혹함과 깊은 슬픔을 느끼게 되더군요.여태껏 표지에서 보여지듯 아이들이 구름위를 떠다니는 행복함만 그리다가 이런 당혹함을 어떻게 수습해야할 지 난감했습니다.그리고 어떠한 기대도 가지지 못하게 앨버트라는 한 아이의 죽음과 맞서게 만드는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무척 궁금했지요.도대체 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까?순간이지만 너무도 궁금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장은 지금까지의 너무나도 현실적인 공간에서 너무나도 환상적인 세계로 이동을 하지요.큰 슬픔에 젖어있는 독자에게 안도의 긴 숨을 쉬게 한다고나 할까요.그러면 그렇지!이건 단지 꿈일 뿐이야!하지만 이내 아니 정말로 앨버트가 죽은 건가?라는 의문을 갖게 만들더군요.그렇다면 앨버트를 그리워할 엄마아빠의 슬픔은 누가 달래주지?엄마아빠의 슬픔따위는 이제 없어지는 건가?

엄마가 된 후로는 버릇처럼,남아있는 사람의 슬픔에 대해 늘 생각하게 되더군요.뜬금없이 이런 생각이 들 땐 저도 모르게 맘이 너무 아려온답니다. 슬퍼해야할지 즐거워해야할지 참으로 난감한 그림책입니다.누군가가 이 책을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해 준다면..? 하지만 정리하고싶지 않군요.그 복잡한 감정들이 사라지면 이 책을 읽지 않게 되겠죠.

구름나라에서의 앨버트의 일상은 어른인 저도 꼭 한번 경험해 보고싶은 그런 멋진 일이예요.이 멋진 경험들을 더 크게 나누고싶은 생각에 작가는 그렇게 큰 슬픔을 안겨주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다행히 앨버트는 다시 돌아오지만 이젠 옛날의 앨버트로 돌아갈 수 없어요.마음의 병을 안고 살아가지요.멍하니 밖을 내다보는 앨버트의 모습은 그를 다시 구름위로 돌려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군요.내가 그 주문을 알고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연민이 생길만큼요.앨버트에게 현실과 판타지가 단절되지 않고 이어질 수 있다면 더 큰 행복은 없겠지요.그러고보면 제 큰아이에게도 앨버트의 마음의 병이 옮은 게 아닐까요?어떻게 하면 구름나라의 문이 열리는 주문을 알아낼 수 있을지 이제 나만의 주문을 외워봐야 되겠습니다.아이들과 앨버트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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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계동 아이들 - 시공주니어문고 3단계 13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13
노경실 글, 심은숙 그림 / 시공주니어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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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에 실려있는 작가 노경실과 상계동 아이들을 결합시키기가 힘들다.그녀는 매우 세련돼 보이고 서민적이지 않아 보인다.하지만 외모는 그저 외모일 뿐.이런 세련됨 속에 녹아있는 그의 살아있는 글과 소외된 이웃에 대한 사랑이 이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을 그에게 끌리게 할 것 같다.

난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70년대 이야기이겠거니라고,아마 70년대 맞을거야 라며 못을 박으며 이 확신을 마음의 위안으로 삼고 읽어나갔습니다.요즘도 주위에 이렇게 어려운 아이들이 간혹 보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집단적으로 모여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웠으니깐요. 아!그런데 1999년 5월에 쓴 작가의 말에 4월 24일 최형일이가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는 구절에서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상계동 아이들을 발표한 시점에 그 주변의 아파트주민들이 이 책때문에 집값이 떨어질 것을 걱정해서 말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친구로부터 듣고는 우리들의 사는 모습이 참 한심해 보입니다.있는 사람들은 배 터져서 죽고 없는 사람들은 배 곯아서 죽는다는 책 속의 누군가의 말이 생각납니다.그 말 한마디한마디가 우리처럼 웃으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닌 그들에겐 참으로 뼈에 사무치는 절절함이 아니겠습니까?

적어도 병원비때문에 학비때문에 먹는 것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우린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어른들에게 화가 납니다.이 책을 보며 참 많이 화가 났습니다.어린 아이처럼...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이런 책을 꼭 읽으면서 자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각박한 세상을 살아내야 할 우리 아이들이 비인격적인 처사로 모멸감을 느끼게 될 때, 정당하지 못한 일로 고민해야 할 때 책 속의 형일이와 명주와 깐돌이, 광칠이와 은주...가 힘이 되어 주고 위로가 되어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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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직동 보림 창작 그림책
한성옥 그림, 김서정 글 / 보림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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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그림들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예전 초등학교 시절 학교 가던 길이 생각난다.그 땐 제법 먼 길도 걸어 다닐 때라 우린 산길을 따라 고개를 넘어 철망같은 것을 통과해서 꼬불꼬불 미로같은 길을 다니길 즐겨했다.물론 일직선으로 뻗은 차도를 낀 지름길이 있긴 했지만 그 길을 웬지 낯설어 보이고 어린 우리에겐 가까이 하기엔 너무 크고 먼 느낌이라 미로를 찾 듯 오늘은 이 길로,내일은 저 길로 빙글빙글 돌아가며 통학을 했었다.

그 좁은 골목길이 어떨 땐 두렵고 무섭게 느껴져 머리 끝이 쭈뼛거릴 때도 있었지만 호기심많은 어린 우리들에겐 신기한 일이 더 많았고 탁 트인 신작로보다 더 안정감있게 다가온 것 같은 아련함으로 기억된다.멀리서 신작로를 내려다 보며 오늘은 저기로 함 가볼까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곤 좀 힘이 들지만 재미있는 놀이와 같은 그 길을 선택했었다.

그 미로를 돌다 보면 부모님들끼리 아는 집이 하나 있었는데 그 집을 지나칠 때면 어떤 기대감으로 대문을 빼꼼 열어보며 웬지 설레던 기억이 난다.그 집 아줌마는 내가 보이는 날이면 반갑고도 귀한 손님이 들른 마냥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내가 일찍이 맛 보지 못한 귀한 과일을 어린 손에 꼭 하나씩 쥐어서 보내셨기 때문이다.난 그 과일을 받아 든 순간 목적을 달성한 기쁨으로 내 마음이 들키지 않게 쾌재를 부르며,얼른 인사를 드리고 처음엔 사뿐히,그리곤 곧 뛰듯이 돌아서왔다.

그렇게 돌던 그 길의 한 가운데가 어느 날 갈아 엎어져 있을 때의 그 막막함.난 거기서 내가 어디로 가야할 지 순간적으로 생각 속에서 길을 잃었었다.잠시 후 다시는 그 길로 다닐 수 없다는 허전함은 금방 그리움으로 가슴 한켠을 찡하게 만들었고... 우린 그렇게 우리의 소중한 것들을 무자비한 도시화와 경제 개발의 논리 속에 빼앗기고 살아왔나 보다.

난 사직동은 잘 모른다.하지만 도시화로 황폐해진 이 땅의 모든 곳이 사직동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날부터인가 자연스레 우리의 미로는 잊혀지고 일직선으로 뻗은 신작로가 늘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이 우린 그 길로 걸어다녔다.그렇게 익숙해져 버린 그 길을 버스를 타고 지나칠 때면 높은 담 뒤에 숨어 있는 우리의 그리움과 돌아가고싶다는 회귀본능이 또 다시 나의 가슴 한켠이 서늘하게 만든다. 요즘은 그 길로도 걷는 사람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달리는 차 속에서 단지 바라 볼 뿐...

나의 사직동을 보고 있으니 뿌옇고 희미했던 그림들이 세세하게 떠올라 너무 반갑다.자칫 나의 사직동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난 이 기억들을 영원히 놓치지 않았을까! 이런 푸근함을 아이들에게 전해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따름이다. 우리 다시 돌아가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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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임금님이 꿈쩍도 안 해요! - 1986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55
돈 우드 그림, 오드리 우드 글, 조은수 옮김 / 보림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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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 탁자 위에 올려 두고 미뤄놓은 설겆이를 하고 있는데 마침 유치원에서 돌아온 둘째가 들어오다 이 책의 표지를 지나치다 얼핏 보곤 상당한 호기심이 발동한 모양인지 책을 이리저리 바삐 뒤적이더군요.몇 분 후 아주 흥분한 목소리로 도대체 이게 뭐라고 하는거야!라는 볼멘 소리를 내뱉더니 책을 들고 저한테 덤비듯이 쫓아오더군요. 읽어라는 것이지요.지금 당장.

조금있다 설겆이 끝내고 읽어준다니 기다리기가 너무 힘든 표정입니다.아휴-한숨까지 쉬면서요.그래서 대충 손 씻고 읽어 주기로 했답니다.책 보는 것을 참 좋아하지만 이렇게 과도한 반응은 또 처음입니다. 반응의 정도는 아이의 눈빛과 동작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것이지요.엄마만이 알 수 있는 느낌.

정말 책을 읽어주다보니 아이의 그런 반응이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현실과 상상의 경계선을 조금씩 알아가는 아이의 입장에선 믿기지 않는 일들이 목욕탕 안에서 벌어지고 있었으니..알고싶다는 욕구를 누르기 힘들었겠지요. 이야기가 끝나갈 즈음 아이를 돌아보니 그 새 답답함이 풀렸는지 책을 들여다 보는 아이의 얼굴이 편해 보입니다.즐거움이 가득 담긴 얼굴이였지요.

둘째 아이는 얼마 전부터 참말인지 거짓말인지를 자꾸 물어봅니다. 전 아직 아이가 상상의 세계를 일찍 벗어나질 않았으면 좋겠는데 아이는 이제 현실의 세계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합니다.하지만 한 편으론 그런 아이의 성장이 사랑스럽지요. 읽을수록,해가 둥실 뜨는데.. 라는 표현이 너무 재미있고 좋습니다.오히려 전 전체적인 이야기보단 이 문장 하나가 이 책의 전체적인 느낌을 잘 살려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보석같은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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