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를 먹는 불가사리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4
정하섭 지음, 임연기 그림 / 길벗어린이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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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 우리 나라에 전해오는 전설 속에 불가사리라는 동물이 있었다는 사실이 무척 생소하게 느껴졌습니다. 불가사리라는 이름은 익숙한데 그 이름과 표지 속의 그림이 영 딴판이라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디가서 이런 말 하면 학교 다닐 때 공부 안하고 뭐 했냐고 핀잔만 들을까요.^^

올해 다섯 살 되는 둘째 아이도 꼭 저처럼 엄마가 분명히 불가사리라고 말했는데 정작 책을 펼치면 자신이 알고 있는 별 모양의 불가사리가 어딜 봐도 등장하지 않으니 불가사리 찾아달라고 고집을 피우기도 한답니다.

시중에 불가사리에 대한 책이 몇 권 나와 있는데 이 책이 그 중에서 이야기를 제대로 소화한 책이라는 평론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야기는 전쟁으로 남편과 아이들을 잃고 깊은 산골 외딴집에서 홀로 살고있는 한 아주머니가 밥풀을 뭉쳐 작은 인형을 만들고 불가사리라는 이름을 지어 준데서 시작합니다.
아주머니는 전쟁으로 가족을 잃었기 때문에 칼이나 창을 만드는 쇠를 몹시 싫어하지요.
아주머니는 불가사리를 손바닥에 올려놓고는 조용히 노래를 부른답니다. 세상의 모든 쇠를 먹어 치우라고..

쇠를 먹고 먹어 집채만큼 커진 불가사리는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온갖 쇠들을 먹어 치우지요. 그러던 중 오랑캐들이 쳐 들어와 전쟁이 일어나고 쇠를 찾아 돌아다니던 불가사리는 전쟁터로 나가고.. 칼이며 창, 대포를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자 오랑캐들은 겁을 먹고 도망을 치지요.

전쟁이 끝나자 사람들이 불가사리를 칭송하고 그 이름을 드높이자 마침내 임금은 불가사리에게 자신의 자리를 빼앗기는 것이 아닌가하고 위협을 느끼게 된답니다. 그런 임금에게 외눈박이 점쟁이는 불가사리를 잡는 방법을 일러주고.. 임금은 곧바로 일을 꾸민다는 이야기로 전개되지요.

불가사리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그의 생사가 아이들에게 상상의 여운을 남긴답니다. 재미있는 것은 불가사리라는 이름을 한자로 풀이하면 절대로 죽일 수 없는 동물인 반면 불로 죽일 수 있는 동물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코끼리 몸에 소의 발, 곰의 목에 사자 턱, 범의 얼굴, 물소의 입, 말의 머리에 기린의 꼬리를 단 불가사리는 나쁜 꿈을 물리치고 병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준다하여 옛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동물이라고 하는군요.

고려가 망해 갈 즈음 나타나 온갖 쇠를 다 먹어 치우고 다니다가 조선이 세워지면서 사라진 동물이라 하니 이참에 우리의 역사를 조금 알아보고 넘어가는 것도 좋겠네요.

어쨌든 이 책은 무시무시할 것만 같은 불가사리의 첫인상과는 영 딴판으로 진한 감동과 무거운 슬픔으로 다가오는 우리 민족의 이야기입니다. 책을 덮고 나면 큰아이에게서 순간의 침묵을 느낄 수 있죠. 아직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둘째 아이는 엄마 왜 이렇게 됐어? 불가사리가 죽었어. 하며 어리지만 슬픔을 조금은 이해하는지 애처로운 얼굴로 책을 들여다 보고 있구요.

앞으로 숨어있는 이런 신화나 전설 설화가 좋은 그림책으로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많이많이 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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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 방정환 선생님 이야기
이재복 지음 / 지식산업사 / 199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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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라는 낱말을 떠올릴 때면 방정환이라는 이름이 항상 같이 연상될만큼 어린이와 방정환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처럼 우리에겐 너무도 익숙한 이름이지요.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이제껏 선생님에 대해 알고있는 것이 너무나 적어 죄송스런 마음이 들더군요.이렇게 훌륭한 분을 왜 이리 모르고 지냈던 걸까요? 어린이 날이 되면 어린이 날을 만드신 분 방정환 ..어린이 날을 만드신 분 방정환..이라는 말은 수도 없이 들었지만 그 외는 더 들은 것이 없어요.

제 기억으론 학교에서도 그 이상은 배운 기억이 안 나네요. 안데레센에 대해서는 그렇게 많이 떠벌리면서 정작 우리의 동화작가 방정환 선생님에 대해서는 왜 그리 조용했던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선생님의 짧은 생애와 그의 동화들과 그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모여든 사람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는 강연회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묶어 놓았답니다.또 뚱뚱한 체구때문에 일어났던 일들도 빼 놓을 수 없죠.

그리고 이 책을 읽다보면 작가 이 재복 선생님의 방정환 선생님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잘한 것은 잘했다고 못한 것은 못했다고 따끔하게 일침을 놓는 부분들이 미화된 위인이 아닌 인간적인 한 사람을 다시 만나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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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칠단의 비밀 - 방정환의 탐정소설 사계절 아동문고 34
방정환 지음, 김병하 그림 / 사계절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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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환 선생님의 탐정소설이라는 글을 읽고 내용이 무척 궁금했습니다. 방정환 선생님과 어린이, 탐정소설이라는 게 제 머리 속에서 잘 연결이 안 되었고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탐정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는데다 어린이들이 그 주인공이니 더욱 그랬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 읽은 외국 동화 비밀의 화원이 생각나더군요. 이런 동화에 견주어 이야기의 탄탄한 구성이나 탐정 소설로서의 긴박감이나 어느 것 하나 빠지지않는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일제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이 주는 긴장감과 나라 잃은 백성들의 하소연할 곳 없는 그 억울함과 분노가 아이들에게 설득력 있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체념하고 낙담할만한 지경의 어려움 속에서도 그 가시밭길을 헤쳐나가는 주인공들의 대담함이 아이들에게 우리 역사를 바로 세우려고 노력한 많은 사람들의 정신을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아 다른 탐정 소설과는 차별화 되어야 된다는 생각입니다.방정환 선생님도 이중 삼중으로 억압받는 아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그리고 나라를 찾기 위해선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를 심어 주려고 이런 글을 쓰셨다 합니다.고학년 아이들에게 많이 권해 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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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어린이표 - 웅진 푸른교실 1, 100쇄 기념 양장본 웅진 푸른교실 1
황선미 글, 권사우 그림 / 웅진주니어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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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는 3학년 남자 아이입니다.건우네 반은 칭찬을 받으면 착한 어린이표를 그리고 친구들과 싸우거나 준비물을 챙겨오지 않거나 숙제를 하지 않으면 나쁜 어린이표를 받게 되지요.나쁜 어린이표는 착한 어린이표를 몇 번 받으면 감해지기도 하는데 이런 규칙은 건우네반 누구에게나 공평히 적응시킨다는 것이 선생님의 생각이랍니다.

이건 또 반을 좀 더 쉽게 이끌기위한 선생님의 방편이기도 하지요.하지만 건우의 눈을 통해 바라본 교실안 풍경은 이런 선생님의 생각에 반기를 들게 만드는군요.건우의 말대로 착한 어린이표를 받는 아이들은 늘 착한 어린이표를 받고 나쁜 어린이표를 받는 아이들은 늘 나쁜 어린이표를 받으니깐요.좀 속되게 말한다면 건우는 같은 반 아이들과 선생님께 찍힌거죠.한 번 나쁜 어린이표를 받고나니 그 다음부턴 친구와의 작은 다툼에서도 그 잘잘못을 따질 필요도 없이 모든 책임이 건우에게로 돌아가니깐요.

선생님의 부당한 판결에 대해 변명조차 하지못하고 물러나야 하는 건우의 심정이 어떠했을까요.얼마나 골이 나고 화가 났을까요.더군다나 아이들의 냉대와 무시는 더 참을 수 없을만큼 건우를 외롭게 하니 말이예요.과학 경진대회가 있었던 날 착한 어린이표를 늘상 받는 모범생 경식이의 행동에 대해 듣고 있던 제아이가 `안경재-비(안경잽이)`하며 이죽거리며 건우처럼 경식이에 대해 분을 삭히지 못하더군요.아이의 심리를 작가가 잘 읽어 내려간 덕분인 것 같습니다.

저도 가끔 경험하지만 어떤 감정의 흐름을 표현하고는 싶은데 그 표현이 참 서툴고 뒤죽박죽일 때,딱히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혼자만의 정리되지 않는 생각으로 느낌으로 가슴에 남을 때,그렇게 쌓인 느낌들이 어느날 문득 한 줄의 글을 읽고나면 어쩜!이라는 감탄사와 함께 터질 때가 있지요.작가 황선미 선생님은 아이들의 숨어있던 그런 마음들을 책 속의 건우를 통해 잘 드러내 주고 있는 것 같아요.

또 건우는 선생님에 대한 못마땅함을 자신의 수첩에 하나하나 기록해 나간답니다. <나쁜 선생님표 하나 ! 저도 발표 좀 시켜 주세요.> 이런 식으로요.전 선생님의 잘못 된 처사에 대해 조목조목 따져나가는 건우가 기특하게 느껴지더군요.그리고 이걸 단지 생각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기록한다는 것이 앞으로 있을 사건을 암시하는 것 같아 더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구요.건우와 선생님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될지 말이예요.

`이 건우 너 한 장`하며 냉정한 얼굴로 집게 손가락을 세우던 선생님.건우가 노란 스티커를 선생님의 이마에 다다닥 붙여 하늘이 노래지는 기분을 선생님도 알게 하고 싶다던 그 선생님은 건우에게 수첩에 대해 그리고 나쁜 어린이표가 없어진 이유에 대해 건우에게 우리끼리의 비밀로 붙이자고 하지요.나쁜 선생님표를 건우에게 달라고 하시면서요.나쁜 선생님표를 받아드신 선생님도 이젠 건우 마음을 알겠죠.왜 하늘이 노란지를..

빈틈없어 보이던 선생님의 축 쳐진 어깨를 보며 선생님도 건우와 함께 그리고 선생님이 맡을 많은 아이들과 함께 더 좋은 선생님으로 자라가리라 는 생각이 드는군요. 권위적인 어른들로부터 또는 친구들로부터 상처받은 아이들의 여린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책입니다.그리고 문제를 바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고 그 해결점을 찾아갈 수 있도록 아이들의 마음을 키워주는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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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에 파리 한마리를 꿀꺽 삼킨 할머니가 살았는데요 - 베틀리딩클럽 취학전 그림책 1002 베틀북 그림책 3
심스 태백 지음, 김정희 옮김 / 베틀북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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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읽은 독자 서평이 기억나네요.아이가 버스를 타고 가다 어떤 할머니의 입을 빤히 쳐다봐 굉장히 민망했는데 그러길 계속하던 아이가 느닷없이 곧 죽고 말거야 라는 말을 내뱉어 몸 둘 바를 몰라했었다던 어떤 엄마의 이야기였습니다.이 글을 읽고 눈물이 찔금거릴 정도로 웃고 그 엄마로선 설명할 길없는 상황의 당황스러움과 할머니의 아이에 대한 괘심함이 한꺼번에 느껴져 또 다시 웃음을 터뜨렸죠.그래서 당장 책을 구입해서 읽어 보았답니다.읽으면서 기가 막혀 웃고 놀라워서 웃고..정말 이 책은 웃은 기억밖엔 없군요.참 재미있습니다.벌써 구입한지 2년정도 된 것 같은데 아직까지 저희집 베스트셀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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