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후 가장 뛰어난 번역서는 무엇일까?
각 출판사의 추천을 받은 90명의 현역 번역가들이 설문으로 뽑은 해방 이후 가장 뛰어난 번역서 순위는 다음과 같다.


1. 움베르토 에코, 이윤기 옮김, 『장미의 이름』(열린책들, 1992 개정증보판)
2. 가브리엘 마르케스, 안정효 옮김,『백년 동안의 고독』(문학사상사,1973)
3. 알베르 카뮈, 김화영 옮김,『카뮈 전집』(책세상,1987~)
4.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옮김,『영혼의 자서전』(고려원,1981)
5. 아놀드 하우저, 백낙청/염무웅/반성완 공역,『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창작과 비평사,1974~1981)



역시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하나 하나가 정말 쟁쟁한 책들이다.
물론 일률적으로 번역이 잘된 책을 뽑는다는 게 객관적인 자료라고 보긴 어렵지만, 공통적인 추천을 받은 책들에는 처음 출판된 년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시대를 뛰어넘어 꾸준히 읽히는 좋은 번역의 표본이면서 현재 한국 번역문학계의 수준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하나의 좋은 지표 구실을 충분히 한다.

(조희봉 씨 글 중에서...)

http://www.8hobook.co.kr/common/pds/pds_list.asp?DataID=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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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2004-04-28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미의 이름은 한국어 번역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까뮈 전집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나의 길, 나의 삶

박이문


어려서 나는 새를 무척 좋아했다. 여름이면 보리밭을 누비고 다니며 밭고랑 둥우리에 있는 종달새 새끼를, 눈 쌓인 겨울이면 뜰 앞 짚가리에서 모이를 쪼고 있는 방울새를 잡아 새장 속에 키우며 기뻐했다. 가슴이 흰 엷은 잿빛 종달새와 노랗고 검은 방울새는, 흔히 보는 참새와는 달리, 각기 고귀하고 우아해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개도 무척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와 개와 더불어 뒷동산이나 들을 뛰어다녔다. 가식 없는 개의 두터운 정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어느 여름날, 그 개가 동네 사람들에게 끌려가게 되던 날 나는 막 울었다. (…하략…)

- 출처 : 고등학교 국어 (하)권


질문자 1 : 박이문 선생님의 [나의 길, 나의 삶] 같은 수필을 보면, '나는 새를 좋아한다' 라고 시작하는데, 지금도 좋아하시는지요.

박 : 제가 시골뜨기입니다. 벽촌에서 살았는데, 집에서 새장을 직접 만들어서 그 안에 새들을 기르곤 했습니다. 겨울이면 참새를 잡아서 사랑 부엌에서 구워서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함께 웃음) 개를 좋아해서 개에게 프랑스 이름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삐에르' 라고 붙였는데, 하루는 오후에 들어오니까 개를 잡으려고 하는데, 그것을 개가 알고서는 대청마루 밑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결국은 동네 앞 개천에 끌려가서 저녁 때 잡아 끓여서 멍석을 펴놓고, 보신탕을 해먹는데, 저는 맛있어서 더 달라고 했었습니다.(함께 웃음)

- 출처 : 금요일의 문학이야기 (박이문, 김우창 - 문학과 철학)
http://www.kcaf.or.kr/lecture/munhak/2002/20020927.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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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여행자 2004-01-06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웃긴다...ㅋㅋ

쎈연필 2004-01-06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저도 읽었던 글인데 놓친 부분이네요. 정말 웃깁니다 (아이구 - 라는 단어가 특히) ㅋㅋㅋ

도서관여행자 2004-01-06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말은 글보다 헐겁고 가볍지만, 그래서 더 재밌는 거 같아요^^

wald33 2004-01-14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학기에, 박이문 선생님께 수업을 들었어요. 지금 수강생들은 손자뻘이라면서 아이처럼 웃으시더군요.^^
 
 전출처 : 쎈연필 > 그리고 다시, 기형도

모든 것은 기형도로부터 시작되었다. 헐벗은 나무처럼 두 팔을 벌리고 있어도 좋다, 단 한 번의 포옹으로 눈과 눈이 스치고 귀와 귀가 맞닿는 순간을 그려내고 싶었던 나의 詩를 읽은 문학 선생님은 기형도를 읽으라 했다. '장밋빛 인생'을 펼쳐주며 이것이다, 했다. 시인은 하늘만이 알고 있는 것을 너무 많이 알아냈기 때문에 요절한다는데 뇌졸중으로 어둡고 침침한 극장 한 구석에서 죽어버린 기형도는 그 순간 얼마나 많은 것을 알아냈을까. 그의 시집은 차라리 한 장의 유서이다.

처음 그의 전집을 읽고 울고 싶었다. 지적 열등감에 사로잡혀 죽고 싶은 욕망에 시달렸다. 소주 두 병만 마시면 그를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느 날 휭하니 바람따라 날면 사뿐히 바닥에 닿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기형도를 읽고 나서 시를 쓰지 않았다. 단 한 편도 쓸 수 없었다. 윤동주가 그리웠다. 때묻지 않은 순결한 미소가 그리웠다. 기형도는 너무 아픈 이름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이름을 순간마다 떠올리며 산다. 특히 눈이 내리는 어두운 겨울엔 더욱 그의 숨결을 가까이 느낀다. 나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구나, 느낄 때면 그는 마치 나의 연인처럼 바삭바삭한 어깨를 대어준다. 기형도는 젊은 날의 잊지못할 이름이며, 세계를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유일한 통로였다. 그리고 눈에게 감히 닿을 수 없던 죽음처럼 그는 죽음같은 시를 남겨놓고선 오히려 삶이 되어 너무 많은 젊은이들의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다. 미친 듯이 방황하고 많이 외로웠던 젊은이들의 삶 속에.

그리고 기형도는 늘 시작된다. 입 속에 질기게 달라붙은 검은 잎처럼 두려운 환희로 세상의 경계에 서 있는 그에서 모든 것은 다시 시작된다. 기형도를 알고 난 후부터 나는 울지 않는다.

ㅡ 셰헤라자데님의 <입 속의 겊은 잎> 독자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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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참혹한 운명의 화살을 맞고 마음속으로 참아야 하느냐, 아니면 성난 파도처럼 밀려오는 고난과 맞서 용감히 싸워 그것을 물리쳐야 하느냐. 어느 쪽이 더 고귀한 일일까. 남은 것이 오로지 잠자는 일뿐이라면 죽는다는 것은 잠드는 것. 잠들면서 시름을 잊을 수 있다면, 잠들면서 수만 가지 인간의 숙명적인 고통을 잊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진심으로 바라는 최상의 것이로다. 죽는 것은 잠드는 것…… 아마도 꿈을 꾸겠지. 아, 그것이 괴롭다. 이 세상 온갖 번민으로부터 벗어나 잠속에서 어떤 꿈을 꿀 것인가를 생각하면 망설여진다. 이 같은 망설임이 있기에 비참한 인생을 지루하게 살아가는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이 세상의 채찍과 조롱을, 무도한 폭군의 거동을, 우쭐대는 꼴불견들의 치욕을, 버림받은 사랑의 아픔을, 재판의 지연을, 관리들의 불손을, 선의의 인간들이 불한당들로부터 받고 견디는 수많은 모욕을 어찌 참아나갈 수 있단 말인가. 한 자루의 단검으로 찌르기만 하면 이 세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일진대, 어찌 참아나가야 한단 말인가. 생활의 고통에 시달리며 땀범벅이 되어 신음하면서도, 사후의 한 가닥 불안 때문에, 죽음의 경지를 넘어서 돌아온 이가 한 사람도 없기 때문에, 그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안 때문에 우리들의 결심은 흐려지고, 이 세상을 떠나 또다른 미지의 고통을 받기보다는 이 세상에 남아서 현재의 고통을 참고 견디려 한다. 사리분별이 우리들을 겁쟁이로 만드는구나. 이글이글 타오르는 타고난 결단력이 망설임으로 창백해지고, 침울해진 탓으로 마냥 녹슬어버린다. 의미심장한 대사업도 이 때문에 샛길로 잘못 들고 실천의 힘을 잃게 된다. 가만, 저게 누군가. 오, 아름다운 오필리어! 기도하는 미녀여, 그대의 기도 속에서 나의 죄도 용서를 받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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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덮인 한 권의 책
아무런 쓸모없는, 주식시세나
운동경기에 대하여, 한 줄의 주말방송프로도
소개되지 않은 이 따위 엉터리의.
또는, 너무 뻣뻣하여 화장지로조차
쓸 수 없는 재생불능의 종이뭉치.

蔣正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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