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 나의 삶

박이문


어려서 나는 새를 무척 좋아했다. 여름이면 보리밭을 누비고 다니며 밭고랑 둥우리에 있는 종달새 새끼를, 눈 쌓인 겨울이면 뜰 앞 짚가리에서 모이를 쪼고 있는 방울새를 잡아 새장 속에 키우며 기뻐했다. 가슴이 흰 엷은 잿빛 종달새와 노랗고 검은 방울새는, 흔히 보는 참새와는 달리, 각기 고귀하고 우아해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개도 무척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와 개와 더불어 뒷동산이나 들을 뛰어다녔다. 가식 없는 개의 두터운 정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어느 여름날, 그 개가 동네 사람들에게 끌려가게 되던 날 나는 막 울었다. (…하략…)

- 출처 : 고등학교 국어 (하)권


질문자 1 : 박이문 선생님의 [나의 길, 나의 삶] 같은 수필을 보면, '나는 새를 좋아한다' 라고 시작하는데, 지금도 좋아하시는지요.

박 : 제가 시골뜨기입니다. 벽촌에서 살았는데, 집에서 새장을 직접 만들어서 그 안에 새들을 기르곤 했습니다. 겨울이면 참새를 잡아서 사랑 부엌에서 구워서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함께 웃음) 개를 좋아해서 개에게 프랑스 이름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삐에르' 라고 붙였는데, 하루는 오후에 들어오니까 개를 잡으려고 하는데, 그것을 개가 알고서는 대청마루 밑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결국은 동네 앞 개천에 끌려가서 저녁 때 잡아 끓여서 멍석을 펴놓고, 보신탕을 해먹는데, 저는 맛있어서 더 달라고 했었습니다.(함께 웃음)

- 출처 : 금요일의 문학이야기 (박이문, 김우창 - 문학과 철학)
http://www.kcaf.or.kr/lecture/munhak/2002/20020927.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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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여행자 2004-01-06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웃긴다...ㅋㅋ

쎈연필 2004-01-06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저도 읽었던 글인데 놓친 부분이네요. 정말 웃깁니다 (아이구 - 라는 단어가 특히) ㅋㅋㅋ

도서관여행자 2004-01-06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말은 글보다 헐겁고 가볍지만, 그래서 더 재밌는 거 같아요^^

wald33 2004-01-14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학기에, 박이문 선생님께 수업을 들었어요. 지금 수강생들은 손자뻘이라면서 아이처럼 웃으시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