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제일 좋아하는 세계문학 시리즈입니다. 문학과지성사의 자존심으로 엮은 전집. 작가가 아무리 이름이 높더라도 그 작가의 결실 가운데 딱 한 작품만 골랐으니 작품의 품질이야 저절로 좋을 수밖에 없을 터. 한 작가 당 딱 한 작품. 20세기 중반까지는 이런 출판 기획도 드물지 않았지만 신자본주의의 절정기인 지금 시대에 고집을 꺾지 않기는 틀림없이 쉽지는 않을 듯합니다. 따라서 시리즈 2백 권 모두 엄정한 편집부의 고심 끝에 결정해 최고의 작품들을 선정한 결과물이겠지만 그래도 독자가 읽기에 정말 좋았더라, 하고 감탄할 수 있는 열 편을 고르려 합니다.

  제가 이 시리즈에서 나온 시를 제외한 모든 장르는 거의 다 읽은 거 같습니다. 이 가운데 번역 시하고는 아예 인연이 없어서 대산세계문학총서의 자랑인 다양한 고전 시 빼고, 나머지 목록 가운데 이 시리즈 출판물로 가장 감명 깊게, 재미있게, 또는 의미 있게 읽은 책을 리스트 업 했습니다. 그랬더니 열아홉. 더하기 1차 필터를 통과하지 못한 아쉬운 책과 다른 세계문학 시리즈를 통해 읽어 제외할 수밖에 없었던 책도 또 열아홉. 이 가운데 딱 열 편을 소개합니다.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 2백번 작품, 울리츠카야의 <통역사 다니엘 슈타인>은 지금 희망도서 신청 중이라 읽지 못했습니다만 이것도 혹시 기념할 만한 책 목록에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이 책은 다음으로 하자는 뜻입니다.



  작품 소개는 시리즈 번호 순으로 하겠습니다.



1. 호세 호아킨 페르난데스 데 리사르디, <페리키요 사르니엔토>


  라틴 아메리카의 세르반테스라고 상찬하는 모양인데 그것과는 별개로 매우 독특한 시각으로 쓴 진짜 고전 가운데 한 편이 바로 <페르키오 사르니엔토>이다. 페르키오 사르니엔토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옴쟁이 앵무새 새끼.’ 1810년대에 쓴 오래 묵은 작품이라고 곰팡내 날 거 같지? 천만의 말씀. 인종과 계급 차별의 찬란한 반어법도 있고 뭐 그런데 다른 말 길게 할 거 없이 무척 재미있지만, 두 권 1천 페이지가 넘도록 비슷한 필체를 읽는 난관은 감안하셔야 할 것.



2. 이반 알렉산드로비치 곤차로프, <오블로모프>


  이이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재미진 작가인 줄 알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문학과지성사 덕분이다. 소위 LDT, 레르몬토프,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내가 주장하는 러시아 3인방의 위명에 눌려 자꾸 순서가 뒤로 밀렸다가 정작 읽어보니 이게 웬일? 오블로모프의 게으름은 틀림없이 ‘천재성이 없는’ 조아키노 로시니의 도플갱어일 듯하다. 나도 나머지 삶을 이렇게 살 수 있다면 을매나 좋을꼬? 이 책 역시 두 권의 빵빵한 분량, 감안하고 선택하시라.



3. 이보 안드리치, <드리나 강의 다리>


  이 책, 내 최애 리스트 가운데 한 권인데 독자에 따라 호오가 있을 듯. 10년 전, 2016년에 내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선정했을 만큼 대단한 임팩트를 준 작품이건만 역시 소설은 독자의 결정이 최종 심판이다. 16세기 초반에 만든 돌다리. 다리를 만들 당시 보스니아 지역에서 튀르키예 소년병으로 편입한 시절부터 20세기 초까지의 파란만장했던 다리와 주변 사람들이 겪어온 신난고난. 사람들이 당했던 착취와 죽음, 오해와 반목, 그러나 그 속에서도 언제나 건강했던 사람들의 초상.



4. 모옌, <홍까오량 가족> 또는 <붉은 수수밭>


  영화보다 더 재미있는 작품의 전형. 예전에 있었던 창피하고 불행하고 참혹했던 과거에 관한 솔직한 기록. 1920년대부터 40년대 초반까지 강태공의 제나라 지역에서 있었던 항일, 국공, 토비의 난과 이 속에 끼어 죽을똥 살똥했던 인민들의 적나라한 모습. 그리고 남녀상열지사! 이 책 읽고나서 공리 나오는 영화가 이 책의 1`부에 그쳤다는 걸 알게 됐지 뭐야. 모옌 읽으려면 단연 이 책부터 들추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느냐 하는 의견이 저절로 생길 것.



5. 엘리자베스 개스켈, <남과 북>


  요즘 문학동네 세계문학에서 <북과 남>이란 제목으로 새 번역이 나왔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이 첫 정. 이 책으로 하여금 나는 단박에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팬을 자처하게 됐다. 19세기 초반의 목사 부인께서 어떻게 이리 노동자들의 운동을 이해할 수 있었으며, 진보적 시각을 갖추게 되었는지 말 그대로 깜놀, 했다는 거 아닌가. 스토리 하나 가지고 굳세게 작품을 밀고 나가는 힘을 보여주고, 결혼이 삶의 종결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도 은근히 눈치를 주는, 솔직히 이 정도면 명작 아냐?



6. 페터 바이스, <저항의 미학>


  아오, 이거 리스트에 올렸다가 욕만 한 태배기 먹는 거 아닌가 싶다. 세 권에 무지막지 건조한 문장으로 꽉 채워진 어마무시한 분량의 책. 문장 부호라고는 쉼표와 마침표 말고 다른 건 하나도 찾을 수 없는 지옥의 순례길. 그러나 인내하시라. 생각도 못한 미학 강의와, 그리고 미국, 영국, 프랑스 등 1차 세계대전 승전국이 어찌하여 히틀러의 독일이 군비증강을 허용했는지 설명하는 명 강의를 들을 수 있을 터이니. 그러나 이 책의 백미는 예술품을 감상하는 미학적 시선이라 바이스, 이 엄하게 생긴 독일 양반한테 혹, 넘어가버렸다는 거 아닌가.



7. 리온 포이히트방거, <고야, 혹은 인식의 혹독한 길>


  말로만 듣던 포이히트방어. 난 “~방거”가 아니라 “~방어”라고 배워서. 그건 그거고, 이 책은 작가 포이히트방거에 대한 나의 경외심을 심어주어 이후 <톨레도의 유대여인>과 <유대인 쥐스>를 사서 읽게 했으며 앞으로도, 장담하노니, 어떤 책이 나와도 끝내 찾아 읽을 것이라고 단단히 각오했다. 이미 세상의 태양이 이베리아 반도를 떠나 대서양 북쪽의 섬나라와 이웃한 프랑스로 넘어갔음에도 세상 무능한 카를로스 4세의 궁정화가로 이름을 날렸던 고야. 그의 타협하지 않는 삐딱한 세계관과 왕족을 희화화하면서도 능력을 인정받는 시절. 하여튼 이 책은 대산셰계문학총서 가운데 틀림없이 추천작이다.



8. 마거릿 드레블, <찬란한 길>


  조선의 혜경궁 홍씨를 모델로 쓴 소설 <붉은 왕세자빈>의 작가 드레블의 삼부작 가운데 첫 번째 작품. 이 책이 다른 출판사의 세계문학 시리즈로 나왔으면 모두 출판했을 거 같다. 1979년 12월 31일의 신년 파티가 작품의 시작이니 위에 소개한 작품과 비교하면 제일 현대물이다. 1979년? 마거릿 대처가 집권하고 다음 해인 1980년에는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에 등극해 천박한 신자본주의의 전성기를 마련하는 기념비적인 송구영신의 장이 1979년 12월 31일이겠지. 이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 신개념의 고전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읽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후속작품의 번역본이 나오지 않아 아쉽다.



9. 윌리엄 매이크피스 새커리, <신사 베리 린든의 회고록>


  정말 우습게 알았던 새커리. 오래 전에 <허영의 시장>을 별로 인상깊게 읽지 않아 조금 실망하던 차에 제임스 미치너가 <소설>에서 반드시 평가절하해야 할 영국 작가 네 명 가운데 한 명으로 꼽는 바람에 우습게 알았던 작가. 그러다가 이 책 읽고 쌍코피 철철. 아오, 새커리가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가였구나! 대오각성해서 이 책 좀 읽어보라고 세계만방에 고했거늘 아직도 즐겨 찾아 읽는 독자가 별로 없는 것이 안타깝다. 신사 베리 린든은 말 그대로 신사 그 자체. 라고 주장하는 엽색 사기꾼. 이의 천방지축 설레발을 찾아 읽는 일이 이리 즐거울 수 있을 거란 걸 미쳐 몰랐던 인종이 나 말고도 무척 많을 걸?



10. 패트릭 화이트, <전차를 모든 기수들>


  호주에서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패트릭 화이트. 나도 아무 기대 없이 그냥 대산세계문학총서 라는 타이틀 딱 하나 보고 사서 읽었는데, 세상에 이게 웬 일? 한 방에 껌뻑 넘어가서 이이의 단종된 단편집 <불타버린 사람들>을 헌책방에서 사서 읽었고, 지금 새로 번역해 나온 두 권짜리 장편 <폭풍 한 가운데>를 희망도서 신청해서 기다리는 중이다. 말이 필요 없다. 아직 화이트를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것이 아쉽고, 그리하여 고조선 때인가, 당나라 때인가 을유문화사가 찍은 두 권짜리 <인간의 나무> 헌책도 사 읽어보려 했다가 활자가 너무 작아 이미 찌든 시력이 받쳐주지 못해 그냥 보관 중이다. 조여청사모성설. 눈물이 앞을 가린다.



  열 권을 다 마쳤다. 그러면 뒷 번호에 배치한 작품들은 어쩌냐! 맞다 그래서 열 권에 딱 두 권만 더 보태자. 괜찮지?



11. 레일라 슬리마니, <타인들의 나라>


  2018년에 공쿠르상을 받은 <달콤한 노래>라는 별 볼 일 없는 작품 때문에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가 대박을 친 작품. 작가 슬리마니 가계를 모델로 쓴 삼부작 가운데 첫 번째 작품이라는데, 이 책 읽어보면 2부와 3부가 왜 아직도 번역 출판되지 않았는지 한숨을 멈추지 못하리라. 알자스-로렌 지역이라 하면 예전 교과서에 나온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의 무대인데, 여기 출신 어린 아가씨 마틸드가 당시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모로코에서 징병당해 2차세계대전에 참전한 병사 아민과 결혼해 모로코에 가서 삶을 시작하는 이야기. 당연히 이슬람 문화 속에서 갖은 고초를 겪게 되는데 이게 무척 재미있다는 말이다. 이 책을 읽고 슬리마니를 다시 봤을 정도이니 한 번 읽어 보고 싶으시지?




12. 쥴퓌 리바넬리, <세레나데>


  이 책을 얘기하지 않고 대산세계문학 200을 마치기는 정말 아쉽다. 인종, 종교, 피부색, 젠더, 핸디캡, 지위, 국적에 관한 모든 차별을 반대하는(것처럼 읽히는) 정서 안에서, 유대인 여성을 사랑하는 아리안족 노 교수의 끝내 잊지 못하는 사랑 때문에 독자는 눈물이 앞을 가릴 것이다. 부르주아 출신의 좌파이고 진보적 성향의 작가는 이 막시밀리언 바그너 교수와 나디아의 사랑 이야기에 보태 진정한 문학에 관한 논의도 보태고 있으니, 아마도 이 책을 읽은 독자는 나처럼 에리히 아우어바흐의 명저 <미메시스>를 찾아 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 냉혹한 한파가 몰아치는 보스포루스 해변에서 미친 듯이 한 여인을 위한 세레나데를 연주하는 노 신사. 그 잔영이 쉽게 가시지 않을 듯.


.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페넬로페 2026-07-10 19: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허걱
올려주신 책 중 읽은 것이 하나도 없어요.천천히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Falstaff 2026-07-10 20:28   좋아요 2 | URL
대산총서가 사실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잖아요. 근데 좋은 책들이 곳곳에 숨어 있더라고요. 새 털같이 많은 나날입니다. 천천히 읽으셔요. ㅎㅎ

곰돌이 2026-07-10 2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물 같은 페이퍼! 일찍이 폴스타프님께서 올려주신 글을 보고 <드리나 강의 다리>와 <세레나데>를 담아두었는데, 저도 천천히 읽어보겠습니다. 또 오세요...ㅎㅎ

Falstaff 2026-07-11 04:14   좋아요 1 | URL
아이쿠, 틀림없이 과찬입니다.
천천히 읽으셔요. 세상에 책이 없습니까, 시간하고 돈이 없지. ㅋㅋㅋ

다락방 2026-07-11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드리나강의 다리를 읽은 저는 뿌듯합니다. 게다가 남과북 은 가지고 있어요. 전 남과북 을 영화로 먼저 봤습니다. 이 페이퍼 너무 좋네요. 붉은 수수밭도 영화로 봤는데 책으로 읽어봐아겠어요. 이런 페이퍼 베리베리 땡큐입니다!! >.<

Falstaff 2026-07-11 17:49   좋아요 0 | URL
ㅎㅎ 고맙습니다. 다락방 님도 문학 책 다시 보시는 거 같아서 반갑더라고요!

coolcat329 2026-07-11 0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흐흑...가지고 있는 책(역시 폴스타프님의 추천으로 구입)은 몇 권있으나 역시 읽은 책은 한 권도 없네요! 그렇지만 저도 대산세계문학은 정말 볼때마다 기분좋고 든든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적립금 모이면 몇 권 더 구입해야겠습니다. 이런 페이퍼 너무너무 좋아합니당!

Falstaff 2026-07-11 17:50   좋아요 1 | URL
살살 읽어보셔요. 책 값을 제대로 하는 시리즈 아닙니까. ㅎㅎㅎ

얄리얄리 2026-07-13 2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대산세계문학총서에서 몇 권 못 읽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그 몇 권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최고라면 [드리나 강의 다리]였습니다! 음 그리고.. 제일 웃겼던(?) 건 [가르강튀아]였네요..

Falstaff 2026-07-14 05:08   좋아요 0 | URL
<드리나 강의 다리> 좋아하시는군요! 반갑습니다.
옙. <가르강튀아> 저도 무척 웃었습니다. ㅋㅋㅋ
 
열여덟, 소녀를 내게 줘 ㅣ 묘보설림 18
펑탕 지음, 문현선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1971년에 인도네시아 화교 출신 아버지와 몽골족 어머니 사이에서 난 소설가, 시인, 부인과 의학박사이자 사모펀드 투자수석전무인 동시에 방송인, 서예가, 수필가까지 겸한다니 이게 사람이야, 귀신이야? 열아홉에 베이징연합의과대학에 입학해 8년만에 임상의학과 부인종양학 박사를 따고 곧바로 미국으로 날아가 에모리대학에서 MBA를 따고, 의사를 할까 경영을 할까, 고민 한 번 없이 이름만 들어도 놀라운 맥켄지에 들어가 글로벌 매니징 파트너까지 승진했단다. 2014년에 중국으로 돌아와 1년간 자원voluntary의료를 떠났다가 다시 도미, 위에서 얘기한 사모펀트 투자수석전무를 하고 있다는데, 위키피디아 정보를 마지막 업데이트한 게 작년 크리스마스였으니 지금도 연봉 수백만 달러를 받는 전무님으로 있을 것 같다.


FengTang, 2022


  이 책 <열여덟, 소녀를 내게 줘>는 애초에 2005년(으로 짐작하는데 아닐 수도 있다), <주상>이라는 중편소설을 써서 인터넷 주관 문학작품 공모대전에 네 명 수상하는 3등 상을 받은 것을 2010년에 장편소설로 발전시킨 책이다. 원래 무대가 되는 80년대 후반 베이징에 개발을 위한 철거 붐이 있어서 제목을 “철거” 어쩌고저쩌고 라고 지을 예정이었지만 출판사 언니 오빠들이 너무 평범한 제목이라고 해서, 분명하게 얘기하지 않았으나 행간을 보면, 그 언니 오빠들이 지어준 제목인 듯하다.

  그런데 몰랐지? 중국에서는 먹혔을지 몰라도 우리나라에선 일단 제목이 심히 구려 책방 독자서평 하나 없는 비인기 책으로 등극, 2024년 10월 말일에 출간된 책이 2026년 5월 9일 현재 세일즈포인트가 123점에 불과하다. 즉 돈 내고 책 사 읽은 독자가 별로 없다는 뜻이다. 네이버 블로그를 검색해봐도 독후감은 두 편만 뜰 뿐이다.

  하지만 이 책, 괜찮다. 아, 미리 말할까? 나, 출판사 글항아리 사장하고 인맥, 지연, 학맥 기타 등등 관련 있는 거 하나 없고 하다못해 만원도 꿔준 거 없다. 그래도 이 책은 괜찮다. 물론 인생 살면서 리비도가 가장 왕성한 시절, 성호르몬 과다분비로 교실에서 책상 모서리에 슬쩍 닿기만 해도 불뚝 발기하던 중고등학교 시절의 일종의 성장소설이긴 하지만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 색다르다.


  이 독후감을 읽는 여성분들은 사춘기를 지나는 남자 청소년들이 얼마나 성적으로 힘든 날들을 보내는 줄 모를 것 같다. 이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열세 살부터 열여덟 살까지를 시간적 공간으로 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여긴다는 불쾌감을 가질 수 있는데, 만일 그런 준비가 완비되신 분은 이 독후감과 책을 읽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 상 좋다. 실제로 지금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풋풋한 남자 중고딩, 특히 중딩들은 아주 미칠 지경의 시절을 보내고 있다. 내가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아 하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도 이 우라질 사춘기를 또 겪기 싫어서라는 건 몇 번 이야기한 것 같다.

  (한 단락 통째로 검열, 삭제 판정)

  남자들 인생 살면서 딱 그때는, 그때가 아니면 두 번 다시 발휘되지 않는 투시력이 생겨 지나가는 모든 가임 여성을 한 번 척 보기만 해도 그냥 알몸이 훤히 보인다(이순원 작 <19세> 독후감 참조). 정말이다. 그러니 얼마나 힘들겠어. 그것도 모르고 청소년 소설에 여자애와 남자애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소설은 대개 아련하고 풋풋하고 상큼하고 평생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추억이니 뭐니 하는데, 천만의 말씀. 이런 의미에서 펑탕의 제목이 드러운 소설 <열여덟, 소녀를 내게 줘>는 청소년 남자애들의 실제 모습과 많이 흡사하다.


  화자 ‘나’이자 주인공 추수이. 베이징판 8학군 가운데서도 으뜸인 중학교에 다니다가, 시험을 봐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졸업을 바로 앞둔 시기까지.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도 그랬다. 제일 좋은 중학교가 경기중. 졸업하고 대부분 경기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그래도 남는 인원을 다른 중학교 출신들이 머리 터지게 공부해서 입학하는 거였는데 딱 그거 생각하시면 된다. 추수이하고 친한 친구들도 다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는데 성공한다. 걔네들 이름이 훗날의 성공한 영화감독 장궈둥, 크게 사업을 벌여 신흥 갑부의 반열에 올랐으나 자기 소유의 호텔에서 일찌감치 칼 맞아 세상 뜨는 류징웨이, 그냥 아버지 하던 사업을 물려받아 여유롭게, 그래도 부자로 사는 덜 중요한 조연 쌍바오장.

  여학생이 빠지면 섭섭하겠지? 추수이가 사는 동네에서 과거 100년간, 지역 10리 안팎을 통틀어 가장 예뻤던 엄마를 둔 주상. 5년 전에 상 받은 작품 <주상>의 주상이 바로 이 주상이다. 추수이가 좋아하는지, 사랑하는지 막 헛갈려하는 애. 근데 시절을 지낸 내가 보기에 그건 사랑이야. 이 주상을 연모하는 애가 또 있으니 원래 주상의 옆자리에 앉았던 쌍바오장과 장궈둥 추수이는 자기가 주상 옆에 앉고 싶어 쌍바오장에게 동서양의 포르노잡지 두 권을 주고 기어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쌍바오장은 그 잡지를 빌려주고 대여료를 챙기는 부업에 나섰다가 훗날 학교에서 크게 벌점을 먹고, 잡지의 원천지인 추수이 역시 빠른 전학을 전제로 제적을 면하는 벼락을 맞는다. 그리고 장궈둥. 얘는 추수이가 주상을 좋아하는지 뻔이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자기가 주상을 좋아하니 네가 걜 좋아하지 않으면 나하고 좀 엮어달라고 청탁한다. 그러니 그 시절 어린 마음에 추수이가 어찌 양보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지. 하지만 주상은 장궈둥을 그리 좋게 보지 않는다. 추수이가 사는 아파트 바로 옆의 낮은 건물에 엄마하고 사는데, 추수이는 바람에 휘날리는 흰 바탕에 분홍 꽃무늬가 프린트된 주상의 팬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해한다. 근데 그게 재미야? 아닐 걸? 그것도 일종의 애가 타는 그리움일 걸?

  외모로 보면 주상보다 더 예쁘고 쭉쭉빵빵한 취얼. 추수이도 취얼을 좋아하지만, 그건 주상이 추수이의 사랑의 신호에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아서 생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취얼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노숙한 남자를 선호해서 중학교 다닐 때는 고딩 남학생과, 고등학교 다닐 때는 대학생과 사귀더니 훗날 무지하게 부자이며 늙어 꼬부라졌지만 뇌심혈관 계통에 문제가 있는 미국인과 결혼해, 계산대로 일찌감치 과부가 되어 큰 부자가 된다. 이후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의 왕자와 결혼해서 아프리카로 떠나는데 그건 당연히 이 작품이 끝나고 10년이 더 흘러야 한다. 일찌감치 몸과 마음의 사랑에 달통한지라 고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정기적으로 추수이의 방을 찾아와 몸의 갈증을 해소한다. 주상을 향한 추수이의 마음을 놀려 먹으면서. 그만큼 취얼도 추수이를 좋아한다는 의미겠지. 평생을 함께 할 마음은 눈꼽 만큼도 없지만.


  추수이가 중학교 다닐 무렵, 얘한테 최고의 인생 스승이 있었으니 쿵젠궈라는 이름의 늙은 건달. 말인 즉, 남자라면 일생에 오직 한 사람만이 온 힘을 사라지게 하는데 그이를 찾으려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고, 찾았으면 가서 해버려야 하는 거라고, 그게 패기이고 상남자라고 가르친다. 스승의 말씀을 결코 놓치지 않는 추수이는 결심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주상과 일생을 보내기로. 빵 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는데 우유부터 벌컥벌컥 들이켜는 거다. 늙은 건달 쿵젠궈야말로 추수이의 빠싹 말라붙은 삶의 한줄기 빛인 듯 섬겼단다.

  쿵젠궈는 정말 건달 짓을 하고 살다가 이제 나이 들어 백수 상태이고 단칸방에서 형과 형수, 이렇게 세 명이 살다가 형수가 못 살아, 못 살아, 하는 바람에 무허가로 방을 하나 덧대 주었더니, 이게 웬일? 동네 중딩들이 모여 밤이 깜깜해질 때까지 존경하는 사부님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였다는 거 아닌가.

  이 아이들은 당연히 다른 학교 아이들과 패싸움을 벌인다. 서로 마주치면 무조건 쪽수 많은 쪽이 이기는 건데, 지는 편은 당연히 이에 상응하는 복수혈전을 준비한다. 고딩 시절의 추수이, 그가 보는 앞에서 자가용에서 내린 대학생 남자 둘이 주상을 차에 태워 놀러 가려 하고, 주상은 싫다고 할 때, 추수이는 사이다병을 자기 이마빡에 퍽 부딪혀 깨버리고, 다른 사이다병으로 대학생 한 몀의 머리통을 으깨버린다. 뭐 이런 식이다. 시절이 80년대 중후반이었을 테니 이 정도의 폭력 행사는 중국에서, 비록 마오쩌둥의 큼지막한 사진이 천안문 광장에 걸려 있더라도 그저 큰 일 없이 지나가버리던 무협시대. 그 시절을 견뎌낸 사춘기 남자 아이들의 좌충우돌.

  후진 제목 때문에 머뭇거릴 필요 없다.

  내가 읽기로는 세계사나 곰 출판사에서 찍었지만 지금은 절판된 이순원의 <19세>가 훨씬 재미났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클로드의 개 ㅣ 로알드 달 베스트 단편 2
로알드 달 지음, 정영목 외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제 교유서가에서 펴낸 “로알드 달 베스트 단편선” 세 권을 다 읽었다. 취향에 맞는 독자들은 열광할 수 있는 작가. 나처럼 취향은 아니라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내기, 도박, 사기, 엽기 이야기들.

  이번 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우리 시대의 가장 인기있는 역자 가운데 한 명인 정영목이, 자신이 교수로 있는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제자 박종윤, 손명희, 이혜정, 정해영, 최희영, 이렇게 다섯 명한테 작업을 시켰다는 점. 정영목 자신도 역자 제일 위에 이름을 박았으니 뭔가 작업을 하긴 했겠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이런 것 가지고 시비냐고? 지금 시비하는 거 아니다. 오해 말라. 눈에 띈다고 했을 뿐.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다. 근데 스승과 제자 다섯 명의 문장이 구분이 가지 않는다. 거 참 잘 배웠네. 다만 좋은 스승한테 배웠으면 청출어람의 미덕을 보여야 하건만 마치 한 명의 글을 읽는 것 같아 좀 그랬다는 거다. 책 뒤에 습관적으로 싣는 “역자해설” 또는 “역자의 말” 같은 것을 달고, 그 속에서 어느 작품을 누가 번역했다는 표시를 왜 하지 않았을까? 아예 “역자해설” “역자의 말” 같은 건 있지도 않다. 이거 큰 건 아니지만 조그만 반칙 아냐? 네 명의 제자들도 섭섭하겠네. 기껏 작업해 놓았더니 내가 무슨 작품을 번역했는지 표시도 안 해주고. 당연히 받았겠지만, 번역비는 두둑하게 챙기셨지, 들?


  《클로드의 개》는 로알드 달의 전매특허인 크고 작은 내기, 도박, 사기는 별로 없고 대신 그로테스크한 엽기 소설이 많다.

  이 책에 실린 작품을 보면, 크게 《클로드의 개》라는 타이틀 속에 다섯 편의 단편소설이 있고, 따로 일곱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표제작이 1953년 발표작이니 당시 출판 관행으로 보면 《클로드의 개》 다섯 편의 단편으로 책 한 권을 찍었을리 없지만, 그래도 요즘 독자는 혹시 그러했고, 여기다가 일곱 편의 작품을 보태 우리나라에서 한 권으로 편집한 것인지, 아닌지 궁금하기도 하다. 뭐 중요한 건 아니다. 신경쓰지 마시라.


  《클로드의 개》는 주인공 가운데 좀 덜 주인공인 화자 고든과, 고든이 운영하는 중고차 판매점과 주유소에서 일하는 고용인이자 진짜 주인공인 클로드, 두 명이 자기들이 살고 이는 그레이트 미센든 주변에서 벌이는 일종의 도둑질, 사기도 있고, 동네 사람들이 저지르는 엽기도 있다. 끽 해야 달의 소설집 두 권을 읽었을 뿐이지만 처음 읽은 달인 《맛》이,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워낙 감명깊어 달, 하면 기발한 내기와 도박 이야기이겠거니 하는 기대가 있었다.

  《클로드의 개》의 첫번째 작품 <세계 챔피언>은 도둑질. 달스럽다. 두번째 <피지 씨> 딱 이런 걸 기대했는데 사기fraud 그리고 사기 위에 또 사기. 역시 달스럽다. 그런데 세번째 <쥐잡이 사내>는 돈 걸고 내기해서 겁나게 큰 쥐를 깨물어 죽이는 사내. 이렇게 그로테스크 또는 엽기를 시작한다. <러민스>는 지미 씨가 동네에서 사람 좋기로 이름이 났지만 술꾼인 러민스 씨를 건초 작업 중에 살해해버리고 건초 속에 숨겼다가, 날이 흘러 건초를 해체하는 작업 중 지미의 아들 버트가 건초 절단용 전기톱으로 이미 죽은 러민스 씨를 토막내는 이야기 역시 엽기. 아, 장소는 영국이다. 전기톱 나왔다고 B급 영화 <텍사스 전기톱> 연상하지 마시라. 마지막 <호디 씨>는 주인공 클로드가 애인 클라리스 호디의 아버지 집에서 결혼 승낙을 받는 촌극. 클라리스한테 장가만 들면 손 끝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게 해주겠다고 큰소리 뻥뻥 치다가, 자기가 구상중인 혁신적인 아이템의 사업 이야기를 하는데, 그 빌어먹을 혁신 아이템이 낚시꾼들에게 미끼용 구더기를 길러 판매한다는 것. 돈도 별로 들지 않는다나? 그저 뚜껑 절단한 드럼통 두 개와 썩은 고기 몇 덩이, 양머리 하나만 있으면 똥파리들이 알아서 알을 까고 토실토실한 구더기가 몽글몽글 기어다닐 거란다. 이건 코믹 그로테스크 맞지?


  그리고 《클로드의 개》 아래 붙인 일곱 단편도 거의 그로테스크 또는 엽기 작품이다.

  갖난 딸이 분유를 통 먹지 않아 배배 마르기 시작하자 양봉업자 아빠가 로열 젤리를 먹여 아이가 가슴에 솜털이 돋는 등 점점 꿀벌의 외양을 갖추기 시작한다는 것도 있고, 하여간 여러가진데, <윌리엄과 메리>가 제일 엽기였다.

  외모에 자신이 없는 옥스포드 교수 윌리엄은 두뇌 하나만큼은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살다가 덜컥 암에 걸렸다. 길어야 몇 달 밖에 못 산다는 판정을 받고 병실에 누워 있는데 신경외과 전문의이자 친구인 랜디가 방문한다. 그리고 곧 고인이 될 환자를 살살 꼬드긴다.

  죽으면 뇌에 인공심장을 달아 피와 산소를 공급해 보관하자고. 그러면 길면 4백년 정도 아무 삶의 고통 없이 당신의 지적 사색이 가능하게 될 것이니 허락을 해달란다. 뇌에 유일하게 연결할 수 있는 감각기관은 시각. 즉 볼 수만 있고, 말, 청각, 촉각 즉 신체적 고통, 감각 즉 정신적 고통 없이 유일하게 뇌에 연결되어 있는 눈을 통해 몇 백 년 동안 책을 읽으며 지식을 확장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그래서 그렇게 한다.

  윌리엄이 1950년대 보수적인 옥스포드 교수였던 만큼 아내 메리한테 완벽한 가부장적 독재를 펼쳤다.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고, 기타 등등. 그래 자기 사후 처리에 관해 메리한테 서신을 통해 죽고 일곱째 날에 알게 해, 메리는 윌리엄이 지시한대로 의사 랜디에게 전화해 죽은 자기 남편 윌리엄의 뇌가 아크릴 세수대야에 담겨 동동 떠 있으며 눈알 하나가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현장에 가서 직접 목격한다. 당신 같으면 어떻겠어? 징글징글하니 정이 똑 떨어지겠지?

  메리는 어땠을까? 안 알려드린다.

  읽기로 했던 달의 세 권을 다 읽었다. 앞으로 그의 책을 더 읽는 일이 생길까? 있을 수 있겠지만 쉽지는 않을 거 같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우리의 사람들
박솔뫼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박솔뫼. 데뷔 17년. 짧은 장편 <을>로 제1회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타 등단. 우와, 벌써 마흔한 살. 세월 빠르다. 또래 우리나라 작가들 가운데 눈 여겨 보고 있는 작가 중 한 명. <을>과 《사랑하는 개》를 재미있게 읽었다. 이번이 다섯 번째 박솔뫼니까 이 정도면 팬을 자처해도 좋겠지? 그런데 이 두 권의 책을 당신한테 추천하는 건 아니다. 독자마다 호오의 차이가 심할 것 같아서. 다행히 나는 딱 맞아, 특히 《사랑하는 개》가 내 취향이라 이이에게 좀 집중하게 됐다.


  《우리의 사람들》 표제작 <우리의 사람들>을 제일 재미있게 읽었다. 두 번 읽었다. 이 작품에 집중해보자. 첫 대목에 나오는 문장.


  “사진작가가 주카이숲에 간다고 하여 모두 따라가기로 한 것이다. 일정은 새벽 두시에서 오후 여섯시까지였고 전날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기 때문에 밤을 새우고 출발할 수 있을까 그 상태로 여섯시까지 버텨낼 수 있을까 그렇게 다들 갈까 말까 하다가 결국 그냥 안 가기로 하였고…” (p.9)


  주카이숲에 따라가기로 했다가 그냥 안 가기로 한 사람은 화자 ‘나’의 친구들.

  이어서 같은 문단에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은 ‘나’가 등장한다.


  “나는 나대로 혼자 방 침대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다가 숲에 가지 않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차를 마시다 커피를 마시다 쏟아지는 햇빛을 보다 그러나 친구들이 숲에 갔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p.9~10)


  이어서 ‘나’는 친구들이 들어갔다가 여차하면 길을 잃을 정도로 깊은 숲인 주카이숲을 간 친구들을 연상 또는 상상한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싱글이지만 만일 ‘나’가 부산 중구에 산다면, 이라고 가정하고 그랬다면 결혼을 일찍 하고 당연하다는 듯이 애도 두 명” 있겠지, 라는 생각을 한다.

  다음 문단은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밤을 온양관광호텔에서 보내는 것이 좋았다.”로 시작한다. 부산은 박솔뫼의 여러 책에 등장하는 장소. 온양도 서울, 부산 다음으로 박솔뫼가 애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부산 골목골목 거의 다 아는 것이 부산의 매력에 단단히 빠진 것 같다. 이 책에서도 다른 소설집에서와 마찬가지로 부산과 부산 지리, 부산 사람들이 자주 등장한다.

  《사랑하는 개》에 실린 <여름의 끝으로>에서도 한 번 써먹은 적이 있는데, 만일 사람이 동면冬眠한다면, 하는 가정. 《우리의 사람들》에서는 두 번 나온다. 인간의 저 먼 조상들이 동면을 했을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말을 들었지만 믿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좀 그랬으면 좋겠다. ‘나’는 추운 걸 견디기 힘들고 더운 여름을 좋아해서. 그럼에도 부산, 온양, 동면은 연이어 읽는 것이 이 책을 읽을 때 특별한 거치적거림을 주지는 않는다.


  화자 ‘나’가 친구들이 사진작가와 더불어 주카이숲으로 가는 상상을 하는 분량, 그러니까 ‘나’의 상상이 만만치 않다. H와 사진작가가 번갈아 운전하는 차를 타고 주카이숲을 향해 가다가 담배를 피우기 위하여 차를 멈추고 밖에 나가 있는 동안, 붉은 털을 가진 짐승을 발견한다. 늑대라는 말도 있고 들개, 여우가 아닐까 하는 의견도 있지만 절대로 곰은 아닐 거라는 데 모두 의견을 같이 한다.

  드디어 주카이숲에 도착해 깊은 숲 속으로 떠난다. 이때 친구 가운데 하나인 ‘하나’의 눈에 자꾸 붉은 털의 여우가 들어온다. 이게 정말 붉은 여우인지, 아니면 하나의 생각, 상상, 아니면 환각인지는 끝까지 모른다.


  그러니까 박솔뫼는 확실하게 정해진 것을, 그 반대로 되었다면이라는 가정 또는 상상을 해서 마치 그게 진실인 양 스토리를 만들었다.

  자신이 만일 부산에 살기로 결정하고, 정말 부산에 살았다면, 이라는 가정/상상도 재미있다.

  12월 31일과 1월 1일 사이를 아산에 있는 온양관광호텔에서 묵으며 아산시장에 들러 칼국수를 먹고(이 집 진짜로 유명한 집이다. 나는 안 가봤지만), 시장 안의 헌책방에 가서 책 구경한 다음에, 떡볶이, 튀김을 사 전철을 타고 서울로 오는 일정을, 매년 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더니 알고 보면 그것도 아니다. 올해에는 연극연출가 사쿠라이 다이조와 그의 극단인 “야전의 달” 멤버를 만나기 위해 일본 후지노에 갔다. 그래서 친구들이 주카이숲에 가는 상상을 할 수 있었던 것.

  이렇게 막 헝클어진 구성의 작품을 읽다가 만일 독자가 조금 다른 생각을 하면 그 순간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무척 헷갈리게 된다. 저절로 그렇게 된다. 그러나 실망하지 마시라. 이게 진짜 박솔뫼의 매력이다.


  일본 후지노에 가면서 ‘나’는 책 한 권을 가지고 간다. 로제 마르탱 뒤 가르가 쓴 <티보가의 사람들 1>. 이 작품의 1권을 우리는 흔히 <회색 노트>라고 하고, 이 1권만 번역해 단행본으로 나온 것도 상당히 많다. 뒤 가르의 모든 작품이 저작권 시효가 만료되어 번역물이 많다. 그러나 만일 <티보가의 사람들>을 읽으려면 1부만 읽고 치우지 말고 5권까지 다 독파하는 것이 훨씬 좋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 작품이다.

  그런데 이 작품 <우리의 사람들>에서 <티보가의 사람들 1>이 어떤 스토리와 연결이 되는지 결국 알아내지 못했다. 그냥 그 책을 가져가서 다 읽지 못했으며, 작중 주인공 자크의 형 앙투안느(전편을 읽으면 당연히 자크 못지 않은 주인공이다. <회색 노트>에 국한하면 “주인공의 형”이 맞다)이 티보의 친구 다니엘의 어머니 테레즈 혹은 퐁타넹 부인에게 호감을 갖는 장면을 특히 강조한다.

  <화색 노트>를 읽는 독자들은 흔히 자크의 청소년기/사춘기의 열정과 방황에 초점을 맞추지만 하여간 박솔뫼가 특이하기는 하다. 이 <티보가의 사람들 1>은 뒤에 붙은 다른 단편에서 <회색 노트>로 다시 등장한다.

  내가 <티보가의 사람들>을 좋아해서 길게 썼지, 정작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책에서 박솔뫼는 유난히 다른 작품과 책의 내용을 인용하여 그것과 연결되는 사람들을 취재하고 탐색하고 자기 주장을 한다. 이건 내가 전에 읽은 책에 국한해 말해 《겨울의 눈빛》의 한 단편에서 고리 원자로 사건에 관한 부산주민들의 불안을 묘사하는 것을 연상하게 했다. 당연히 그럴 수 있지만, 확실히 이런 모습은 내가 좋아했던 박솔뫼의 다분히 포스트모던한 초기 작품과 다르다. 즉 박솔뫼의 작품이 변하고 있다는 뜻. 그런데, 그런 작품은 다른 작가도 쓸 수 있고, 쓰고 있다. 나는 여전히 이이의 <을>과 《사랑하는 개》, 특히 《사랑하는 개》 같은 작품을 좋아하며 기다리고 있다.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자목련 2026-07-09 0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읽으면서 이 소설집을 구매한 것 같아 찾아보았는데 구매했더군요. 표제작을 읽다 멈춘 것 같아요. 근데 또 박솔뫼의 소설집 <영릉에서>를 샀습니다. ㅠ.ㅠ

Falstaff 2026-07-09 15:16   좋아요 0 | URL
뭐 인생입죠. ㅋㅋㅋ
저는 다른 분께 박솔뫼 추천하지 않는답니다. 이이야말로 독자하고 뭔가 맞아야 읽지 안 그러면 참 곤란하겠더라고요.
 
일광유년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자음과모음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열두 번째 옌롄커. 이제 물리기 시작한다.

  <일광유년>의 무대는 옌롄커의 작품 속에서만 등장하는 바러우 산맥의 깊숙한 산골마을. 때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초기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옌선생의 소설 속 시간과 장소가 거의 대동소이하다. 심지어 등장인물, 이라기보다 무대가 되는 마을의 촌민들도 어째 비슷하다.

  <레닌의 키스>는 촌 구성원들 거의 대부분 장애인. <딩씨 마을의 꿈> 마을 사람들은 비위생적인 주사바늘을 사용해 매혈을 하는 바람에 거진 에이즈 환자, <해가 죽던 날>에서는 집단 몽유를 하는 마을 사람들이 등장한다. <일광유년>은? 주민들이 오랜 세월 물속 불소함량이 규정보다 17배 이상 높은 물을 마셔서 40세 생일 이전에 목구멍 막힘 현상이 발생해 조기 사망하는 운명을 갖고 태어났다. 아마도 근대 중국에서 한 번 있었던 일을 옌롄커가 바러우 산맥 속 가상 마을 산싱촌에 적용했던 거 같다.

  <레닌의 키스>, <직렬지>, <사서>는 1950년대의 극심한 한발로 고생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즉 <일광유년>에서 산골마을 산싱촌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메뚜기 떼의 습격으로 시작한 전대미문의 한발을 극복하는 일과 주민들의 수명을 마흔 이상, 쉰, 예순을 넘어 일흔, 여든까지 살 수 있게 만드는 과업이다.

  작품의 주인공들도 비슷하다. <물처럼 단단하게>의 가오아이쥔, <작렬지> 밍량, <사서>의 주인공 아이, <레닌의 키스>는 류잉췌. 이들 모두 출세 또는 아무리 보잘것없는 권력이라도 그것을 얻기 위한 일이라면 눈이 뒤집힌다. <일광유년>의 쓰마란(司馬藍)을 비롯해 그의 아버지 쓰마샤오샤오(司馬小小)를 필두로 역대 산싱촌의 촌장들은 자신이 촌장이 되기 위하여 별의 별 쇼를 다 한다. 쓰마란은 이럴 적부터 사랑해마지않던 연인 란쓰스 대신 현직 촌장의 비쩍 마르고 못생긴 딸 두주추이와 혼인한다.

  그러니까 옌롄커의 바러우 산맥 속 작은 산골마을을 무대로 하는 작품의 특징이 <일광유년>에 다 들어 있다는 말인데, 옌렌커 소설 읽기에 열심이었던 독자는 바로 그것 때문에 <일광유년>이 중국 근현대사의 궁상스러움에 관한 한 종합선물세트 정도로 읽혔다는 말씀.

  또 있다. 옌롄커와 비슷한 연배의 중국 작가들 가운데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된 작품들 거의 대부분, 예컨대 찬쉐 같은 골 아픈 포스트모더니스트와 츠쯔젠처럼 서정적 여성 작가들 말고는 어쩌면 그렇게 소재와 스토리와 등장인물이 비슷비슷한지, 내가 지금 옌롄커를 읽고 있는지, 류전윈인지, 또는 거페이나 위화, 쑤퉁인지 막 헷갈리는 거였다. 당연히 건국 이후 기근과 문화혁명을 소년기에 거친 영향 때문에 그렇겠지만 중국 소설 가운데 우리나라에 인기있는 작품 좀 읽었다 하는 독자 입장에서는 이제 물린다. 그리하여 젊은 중국 작가들을 읽기 시작했는데, 전혀 다른 세계관과 시각을 갖고 작품을 쓰며, 옌롄커 시절의 작가들과 비교해 조금도 꿀리지 않는 필력을 보이고 있어 나름 부러웠다.

  <일광유년>은 도서관 관심도서 목록에 1년, 1년이 뭐야, 한 2~3년 담고 있다가, 그래도 옌 선생인데 싶어 읽었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옌롄커 소설의 종합선물세트인 줄은 몰랐고, 960쪽에 달하는 속칭 벽돌책이라 어느 날인지 모르게 보름에 한 번 희망도서가 쏟아져 틈새 독서로는 좀 버거웠기 때문이었다. 이제 독후감 써 놓은 것도 많아 이 책을 비롯해 벽돌 또는 두 권짜리 장편도 읽어야겠다, 싶기도 했고. 문제는 술이다. 술을 덜 마시니까 시간이 남아 좀처럼 주체하지 못하고 책만 파게 된다. 아무래도 꾸준하게 알코올을 들이켜야 책 읽는 것도 적당하게 할 수 있을 거 같다.

  이거 뭐야, 아직 작품 이야기 시작도 안 했는데 서론이 이렇게 길었다고? 좋은 얘기 하나도 없으면서? 그럼 시작해보자.


  역시 바러우산맥 속 깊숙하게 자리한 인구 2백명가량의 작은 마을 산싱촌. 우리말로 하면 삼성촌(三姓村)이다. 란, 두, 쓰마(藍, 杜, 司馬) 이렇게 세 성씨로 구성된 씨족마을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첫 촌장이 두과이즈. 이후 쓰마샤오샤오, 란바이수이로 이어진다. 즉, 두, 쓰마, 란 씨 집안에서 돌아가며 촌장을 맡았는데, 란바이수이 다음 촌장이 책의 주인공 쓰마란이다. 두씨 집안은 쓰마란의 윗대 두옌이 별 볼일 없지만 촌에서 기중 문자를 읽고 쓸 줄 알아 촌의 상급 단위인 현의 주방장으로 진출해 이른바 공직에 오른다. 일이 바쁘지 않으면 현과 산싱촌 사이의 통신원 역할도 하게 되어 촌 사람 입장에서는 촌장에 아주 조금 미치지 못하는 권세를 틀어쥐기 시작해, 그의 아들 두바이에게 통신원 자리를 물려주어 굳이 촌장 자리에 연연할 필요가 없어졌을 지도 모른다.

  앞에서 말했듯이 상신촌의 가장 중요하고 절박한 이슈는 기근 탈출과 주민들을 마흔 살 너머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었다.

  최초의 처방은 두과이즈 촌장 시절에 쓰마샤오샤오가 얻어온다. 지나가는 길에 명 짧은 산싱촌에 거쳐 간 꼬부랑 할아버지가 동네 아이들의 눈에 들어왔다. 마을에 그렇게 늙게까지 산 사람이 없어 아이들은 옛이야기로만 듣던 흰 수염의 산신령을 닮은 쪼글쪼글한 노인을 처음 보는 거라 몽땅 몰려나가 구경을 하고, 한 아이 쓰마란이 동네로 뛰어가 아버지한테 이를 전했다. 쓰마샤오샤오가 곧바로 노인을 쫓아가서 묻기를, “노인장은 어떻게 이리 오래 사십니까?” 흰 수염의 노인이 답하기를 “잘은 모르지만 집안 대대로 유채꽃을 키워 유채 나물, 잎, 유채기름을 늘 먹었는데 그것 때문인 듯하오.”

  쓰마샤오샤오가 이 말을 촌장 두과이즈한테 전해, 유채꽃 심기를 권유했지만 두존장의 나이 벌써 서른여덟, 얼마 가지 않아 꼴딱, 죽어버린다.


  사랑하는 여인이 있어도 촌장이 되고 싶은 마음에 두과이즈의 딸과 혼인한 쓰마샤오샤오는 촌장이 되자마자 유채 심기를 독려했다. 음식이 약이고 독이다. 유채 열매와 기름을 먹기만 하면 마흔을 넘어 쉰, 예순은 물론이고 일흔, 여든까지 살 수 있다고 큰소리 뻥뻥치며 들판 가득 유채를 심게 했다.

  그러나 몇 년 후, 거대하고 거대한 메뚜기 떼가 바러우 산맥 일대는 물론이고 산둥 일대를 휩쓸어버리는 바람에 주식인 옥수수는 물론이고 유채까지 몽땅 거덜이 났다.

  이때가 두옌의 말에 의하면 갑자년이라는데(p.762) 좀 이상하다. 20세기의 갑자년은 1924년하고 1984년이라 전혀 맞지 않는다. 아무래도 허구같다. 중국의 메뚜기 습격으로 시작한 기근이 펄 벅의 <대지> 1부에서 보듯이 1920년대에 확실히 있었지만 <일광유년>의 시대적 배경하고는 맞지 않는다.

  하여간 그리하여 유채로 만수무강은 다음으로 하고 당장 생존하는 것이 크고 큰 위협이라, 읽기 참혹한 장면이 마구 등장한다. 어린 아이 가운데 장애가 있는 아이를 내다 버리고, 이 아이들이 굶어 죽어 까마귀 밥이 되고, 어른들이 까마귀를 잡아 포식을 해 크게 배탈이 나서, 소금을 얻기 위하여 현의 화상병원으로 가 돈 많은 환자에게, 장가든 남자 어른의 허벅지 피부를 도려 파는 것 등등. 질린다.

  쓰마샤오샤오는 결국 기근을 극복하고 목구멍에 죽음의 그림자가 덥쳐 서른 후반의 나이로 죽는다.


  이어서 촌장이 된 란바이수이는 촌민들의 조기 사망 원인을 땅의 악한 기운으로 자란 곡식으로 보고 400무畝(약 400마지기, 약 8만평)의 계단식 전답을 개간하려 한다. 근데 기근에 살아남은 촌민이 다 합해 백명 조금 넘는데 이걸 어떻게 하나? 쓰마란의 꾀를 빌어 현의 루주임에게 별의 별 아부와 성접대를 통해 현 주민들을 대거 투입해 2백무 정도의 계단식 전답을 만들기는 한다.

  그러나 개간한 땅에 심은 곡식을 먹어도 주민들은 여전히 마흔이 되기 전에 죽어버려, 란 촌장의 야심찬 프로젝트는 실패로 마감한다.


  마지막 촌장이 주인공 쓰마란.

  쓰마란도 비슷한 생각을 한다. 곡식이 아니면 물이다. 물을 갈아 마시면 마흔을 넘어 일흔, 여든까지 살 수 있는 게 확실하다. 이렇게 믿었다. 주민들도 어릴 때부터 싹수가 보이던 쓰마란 촌장이 하는 말이니 틀림없을 것이고, 자기들이 생각해도 그럴듯하다.

  하지만 돈이 없다. 그래서 쓰마 촌장은 산싱촌 남자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남자들을 모아 허벅지 피부를 팔게 했더니 도시로 나가 피부를 팔고, 도시 구경을 한 남자들은 촌의 수로 공사를 위해 바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집안 식구들을 위해 촌장의 요구를 무시하고 방 셋짜리 기와집을 올려버린다.

  이에 낙담해 세월을 죽이다가, 서른아홉 살이 되어 곧 죽을 처지에 달했을 때, 다시 주민들을 소집해 인정사정없이 수로 공사를 재개한다. 이번에도 돈이 없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첫사랑 란쓰스에게 땅에 고개를 박으며 부탁한다. 도시에 가서 인육장사를 해달라고. 인육장사? 매춘을 말한다. 이 장면도 옌롄커 세대의 인기있는 작가들이 많이 사용해 질리는 건 마찬가지. 하여간 쓰스는 도시로 진출, 터미널 근처에 방을 얻어 맹렬하게 몸을 팔고, 에초 자기와 약혼했던 촌장에게 돈을 보내 소규모 운하에 필요한 각종 기구와 폭탄 같은 것을 살 수 있게 한다.

  가진 고생과 역경과 주민의 희생을 무릅쓰고 촌장 쓰마란의 나이 서른아홉살도 막바지에 이른 날, 드디어 수로 공사를 완공, 링인천의 물을 끌어오는 데 성공하지만, 어떻게 됐을까? 안 알려드립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