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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람들
박솔뫼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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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솔뫼. 데뷔 17년. 짧은 장편 <을>로 제1회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타 등단. 우와, 벌써 마흔한 살. 세월 빠르다. 또래 우리나라 작가들 가운데 눈 여겨 보고 있는 작가 중 한 명. <을>과 《사랑하는 개》를 재미있게 읽었다. 이번이 다섯 번째 박솔뫼니까 이 정도면 팬을 자처해도 좋겠지? 그런데 이 두 권의 책을 당신한테 추천하는 건 아니다. 독자마다 호오의 차이가 심할 것 같아서. 다행히 나는 딱 맞아, 특히 《사랑하는 개》가 내 취향이라 이이에게 좀 집중하게 됐다.
《우리의 사람들》 표제작 <우리의 사람들>을 제일 재미있게 읽었다. 두 번 읽었다. 이 작품에 집중해보자. 첫 대목에 나오는 문장.
“사진작가가 주카이숲에 간다고 하여 모두 따라가기로 한 것이다. 일정은 새벽 두시에서 오후 여섯시까지였고 전날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기 때문에 밤을 새우고 출발할 수 있을까 그 상태로 여섯시까지 버텨낼 수 있을까 그렇게 다들 갈까 말까 하다가 결국 그냥 안 가기로 하였고…” (p.9)
주카이숲에 따라가기로 했다가 그냥 안 가기로 한 사람은 화자 ‘나’의 친구들.
이어서 같은 문단에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은 ‘나’가 등장한다.
“나는 나대로 혼자 방 침대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다가 숲에 가지 않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차를 마시다 커피를 마시다 쏟아지는 햇빛을 보다 그러나 친구들이 숲에 갔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p.9~10)
이어서 ‘나’는 친구들이 들어갔다가 여차하면 길을 잃을 정도로 깊은 숲인 주카이숲을 간 친구들을 연상 또는 상상한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싱글이지만 만일 ‘나’가 부산 중구에 산다면, 이라고 가정하고 그랬다면 결혼을 일찍 하고 당연하다는 듯이 애도 두 명” 있겠지, 라는 생각을 한다.
다음 문단은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밤을 온양관광호텔에서 보내는 것이 좋았다.”로 시작한다. 부산은 박솔뫼의 여러 책에 등장하는 장소. 온양도 서울, 부산 다음으로 박솔뫼가 애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부산 골목골목 거의 다 아는 것이 부산의 매력에 단단히 빠진 것 같다. 이 책에서도 다른 소설집에서와 마찬가지로 부산과 부산 지리, 부산 사람들이 자주 등장한다.
《사랑하는 개》에 실린 <여름의 끝으로>에서도 한 번 써먹은 적이 있는데, 만일 사람이 동면冬眠한다면, 하는 가정. 《우리의 사람들》에서는 두 번 나온다. 인간의 저 먼 조상들이 동면을 했을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말을 들었지만 믿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좀 그랬으면 좋겠다. ‘나’는 추운 걸 견디기 힘들고 더운 여름을 좋아해서. 그럼에도 부산, 온양, 동면은 연이어 읽는 것이 이 책을 읽을 때 특별한 거치적거림을 주지는 않는다.
화자 ‘나’가 친구들이 사진작가와 더불어 주카이숲으로 가는 상상을 하는 분량, 그러니까 ‘나’의 상상이 만만치 않다. H와 사진작가가 번갈아 운전하는 차를 타고 주카이숲을 향해 가다가 담배를 피우기 위하여 차를 멈추고 밖에 나가 있는 동안, 붉은 털을 가진 짐승을 발견한다. 늑대라는 말도 있고 들개, 여우가 아닐까 하는 의견도 있지만 절대로 곰은 아닐 거라는 데 모두 의견을 같이 한다.
드디어 주카이숲에 도착해 깊은 숲 속으로 떠난다. 이때 친구 가운데 하나인 ‘하나’의 눈에 자꾸 붉은 털의 여우가 들어온다. 이게 정말 붉은 여우인지, 아니면 하나의 생각, 상상, 아니면 환각인지는 끝까지 모른다.
그러니까 박솔뫼는 확실하게 정해진 것을, 그 반대로 되었다면이라는 가정 또는 상상을 해서 마치 그게 진실인 양 스토리를 만들었다.
자신이 만일 부산에 살기로 결정하고, 정말 부산에 살았다면, 이라는 가정/상상도 재미있다.
12월 31일과 1월 1일 사이를 아산에 있는 온양관광호텔에서 묵으며 아산시장에 들러 칼국수를 먹고(이 집 진짜로 유명한 집이다. 나는 안 가봤지만), 시장 안의 헌책방에 가서 책 구경한 다음에, 떡볶이, 튀김을 사 전철을 타고 서울로 오는 일정을, 매년 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더니 알고 보면 그것도 아니다. 올해에는 연극연출가 사쿠라이 다이조와 그의 극단인 “야전의 달” 멤버를 만나기 위해 일본 후지노에 갔다. 그래서 친구들이 주카이숲에 가는 상상을 할 수 있었던 것.
이렇게 막 헝클어진 구성의 작품을 읽다가 만일 독자가 조금 다른 생각을 하면 그 순간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무척 헷갈리게 된다. 저절로 그렇게 된다. 그러나 실망하지 마시라. 이게 진짜 박솔뫼의 매력이다.
일본 후지노에 가면서 ‘나’는 책 한 권을 가지고 간다. 로제 마르탱 뒤 가르가 쓴 <티보가의 사람들 1>. 이 작품의 1권을 우리는 흔히 <회색 노트>라고 하고, 이 1권만 번역해 단행본으로 나온 것도 상당히 많다. 뒤 가르의 모든 작품이 저작권 시효가 만료되어 번역물이 많다. 그러나 만일 <티보가의 사람들>을 읽으려면 1부만 읽고 치우지 말고 5권까지 다 독파하는 것이 훨씬 좋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 작품이다.
그런데 이 작품 <우리의 사람들>에서 <티보가의 사람들 1>이 어떤 스토리와 연결이 되는지 결국 알아내지 못했다. 그냥 그 책을 가져가서 다 읽지 못했으며, 작중 주인공 자크의 형 앙투안느(전편을 읽으면 당연히 자크 못지 않은 주인공이다. <회색 노트>에 국한하면 “주인공의 형”이 맞다)이 티보의 친구 다니엘의 어머니 테레즈 혹은 퐁타넹 부인에게 호감을 갖는 장면을 특히 강조한다.
<화색 노트>를 읽는 독자들은 흔히 자크의 청소년기/사춘기의 열정과 방황에 초점을 맞추지만 하여간 박솔뫼가 특이하기는 하다. 이 <티보가의 사람들 1>은 뒤에 붙은 다른 단편에서 <회색 노트>로 다시 등장한다.
내가 <티보가의 사람들>을 좋아해서 길게 썼지, 정작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책에서 박솔뫼는 유난히 다른 작품과 책의 내용을 인용하여 그것과 연결되는 사람들을 취재하고 탐색하고 자기 주장을 한다. 이건 내가 전에 읽은 책에 국한해 말해 《겨울의 눈빛》의 한 단편에서 고리 원자로 사건에 관한 부산주민들의 불안을 묘사하는 것을 연상하게 했다. 당연히 그럴 수 있지만, 확실히 이런 모습은 내가 좋아했던 박솔뫼의 다분히 포스트모던한 초기 작품과 다르다. 즉 박솔뫼의 작품이 변하고 있다는 뜻. 그런데, 그런 작품은 다른 작가도 쓸 수 있고, 쓰고 있다. 나는 여전히 이이의 <을>과 《사랑하는 개》, 특히 《사랑하는 개》 같은 작품을 좋아하며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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