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틀넥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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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자와 호노부 청춘 미스터리 소설의 분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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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탑의 살인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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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우연히 읽게 된 치넨 미키토 작가님의 ‘병동 시리즈’(가면 병동 2017, 시한병동 2018)는 미국의 슬래셔 영화를 연상 시키는 킬링 타임으로 적당한 소설이었다. 하지만 큰 감흥이 없었기에 이후  작가님과 연이 닿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데뷔 10년 차에 출간 한 『유리탑의 살인』이 일본 대표 추리작가들에게 극찬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현직 의사 겸 작가로 그간 의학을 토대로 미스터리/서스펜스/감동 장르의 소설을 쓰던 분이 갑자기 본격 추리소설을 썼다기에 반신반의 했다. 
《설원 위에 우뚝 솟은 유리탑. 미스터리 애호가이자 성공한 의사는 명탐정, 형사, 미스터리 잡지 편집자, 영능력자, 미스터리 작가에게 세상을 놀래킬 깜작 발표가 있다며 이들을 초대했다. 그런데 그는 발표를 앞두고 살해 당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살인사건. 고립 된 유리탑에서 과연 명탐정은 범인을 찾아 낼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 이런 장르에 익숙한 독자일수록 식상한 요소다. 나 또한 그랬다. 하지만 책을 덮는 순간 반성했다. 선입견의 무서움을 새삼 깨달았다. 이 책은 추리소설 팬을 위한 요소가 가득함과 동시에 충격의 반전을 선사하는 걸작이었다.


<클리셰를 극한까지 다듬어 완성한 소설>
본격 추리 소설을 처음 읽기 시작한 건 대학교 1학년 때였다. 중, 고등학교 시절 셜록 홈즈, 아르센 뤼팽 시리즈, 애거사 크리스티 작품 등을 탐독하며 추리/미스터리 소설에 입문한 뒤 자연스럽게 일본 추리소설을 접하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본격 추리 소설이라 불리는 ‘지적, 논리 추리게임’은 무료함을 달래는 최적의 장르였다.
하지만 반복 되는 배경, 황당한 설정, 트릭을 위해 무시되는 개연성과 황당함 때문에 언젠가부터 멀리하게 되었다. 『유리탑의 살인』도 그러한 분위기가 연상되어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관 시리즈’를 오마주 한 ‘유리탑’이란 명칭부터 추리 소설의 정석과도 같은 직업의 등장인물, 눈사태로 마비 된 도로와 통신(클로즈드 서클) 그리고 암호 미스터리는 반가움과 동시에 따분함을 불러 일으켰다. 전개 또한 범인이 서두에 공개하는 도서倒敍 추리소설로 시작해, 연속 밀실 살인사건이라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이어진다. 트릭 자체도 크게 어렵지 않아 일부 독자는 충분히 알아챌 만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클리셰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다듬어 인물과 배경에 매력을 더하고 다음장을 넘기게 하는 필력에 여러모로 감탄했다. 그리고 이러한 클리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본격 추리 소설 매니아를 위한 테마파크>
『유리탑의 살인』에서 인용 된 작품 43편이다.(리드비 출판사 링크, 개인 체크) 전부 열거 할 수 없지만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점성술 살인사건』, <관 시리즈>, 『Y의 비극』, 『용의자 X의 헌신』, 『리라장 살인사건』 등 동서양 추리 소설 역사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작품이 소개 된다. 단순히 언급 되는 작품도 있지만, <관 시리즈>처럼 주요 배경의 오마주와 트릭으로 사용되는 소설도 있다. 이중 미번역 된 9작품을 제외하고 34편 중 내가 보유한 책은 31권이다. 대부분을 읽었다는 말이다. 
예쁜 표현은 아니지만, 쉽게 말해 나 같은 추리 쓉.덕.들이 환장할 떡밥이 가득했다. 끊임 없이 제시되는 복선과 반전에 대한 힌트는 덕후들로 하여금 한 문장도 놓칠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본격 추리 소설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반대로 이런 요소에 익숙해지면 지루함을 느끼는 요소이다. 그러한 식상함을 이겨내고 일본 추리 소설 대가들의 극찬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해결 파트이다. 
200X년(스포 방지)개봉하여 영화계의 한 획을 그은 어떤 작품이 생각나는 반전을 가진 후반부를 읽고 전율하지 않을 독자가 몇이나 될지 궁금하다. 작가가 직조해낸 설정 그리고 메타 소설에 대한 완벽한 이해에서 파생된 결과물에 감탄이 나온다. 한마디로 본격 추리 소설의 극한을 표현해냈다.

 



먼저 이 서평을 쓰기 위해 최대한 흥분을 가라앉히고 써서 이정도라는 점 양해 바란다. 아마 읽자 마자 썼다면 여러모로 심각했을게 분명하다. 3번 정도 읽으니 조금 진정되어 키보드에 손을 올릴 수 있었다.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12층이나 되는 유리탑에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설정, 등장인물의 과장 된 만화적 개성은 독자에 따라 괴리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단언컨데 최근 몇 년 동안 읽은 최고의 본격 추리 소설이었다. 아니 일본 본격 추리 소설 역사를 통틀어도 TOP5 안에 들어간다.(리드비 출판사로 부터 책을 지원 받았지만, 재미없는 책은 반려하는 B블리오다. 믿으셔도 좋다)
그렇다면 조금 예민한 문제. 이 책을 사도 될까? 개인적으론 추리/미스터리 소설의 팬이라면 살포시 권해본다. 지금 읽어도 좋지만, 몇 년 뒤 추리 내공이 쌓여 다시 읽으면 분명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 매니악해서 입문자에겐 선뜻 권하기 어렵지만, 동서양 추리/미스터리 소설을 찍먹 해본 분이라면 강력히 독서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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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10미터 앞 베루프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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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베르푸 시리즈>의 3편을 소개하게 되었다. 워낙 꾸준히 작품 내는 요네자와 호노부 작가님이라 언젠가는 4편이 나오지 않을까 희망회로를 돌려보지만, 현재로선 3편이 마지막이다. 

『진실의 10미터 앞』은 사회파 추리소설로 분류할 수 있어 화려한 트릭이나 충격의 반전은 없다. 대신 기존 시리즈 독자를 위한 소소한 선물이 준비되어 있다.


<소설에서 ‘1인칭 시점’이 가지는 매력>

학창 시절 그렇게 재미없었던 소설 이론(시점, 묘사법 등)은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기 시작하며 그 가치를 알게 되었다. 저자가 왜 이 작품에서 특정 시점을 사용했는지 생각하며 소설을 읽는 재미는 직접 해본 사람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이다.

『진실의 10미터 앞』은 총 6편의 단편 소설이 담겨 있다. 1편을 제외하고 2~6편은 모두 사건에 얽힌 타자의 시선 혹은 사건의 당사자 1인칭으로 펼쳐진다. 1인칭이 가지는 장점은 화자의 속내를 모두 알 수 있다는 장점과 어떤 인물을 주관적+객관적 시선으로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매력을 지닌다. 전작 『왕과 서커스』에서는 주인공 ‘다치아라이 마치’의 1인칭으로 진행되었는데, 『진실의 10미터 앞』은 다른 이들의 관점에서 마치를 표현했다. 이런 방식 덕에 시리즈를 보아온 독자는 인물 서사에 입체감 느낄 수 있다. 소설을 잘 읽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러한 차이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한 단계 성숙한 독서가 가능해진다.



6편의 작품 중 흥미로웠던 단편은 책날개에 소개 된 3번째 단편 ‘고이가사네 정사’ 편이다. 고등학교 커플이 동반 자살을 했는데 의문스러운 점이 많다. 한 사람은 다리에서 뛰어 내렸고, 한 사람은 칼에 목을 찔려 사망했다. 일반적인 동반 자살의 경우 같은 장소에서 발견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사건은 평범하지 않았다. 거기다 커플이 독극물까지 마셨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사건은 더욱 미궁속으로 빠져든다. 

이외에 작품들은 크게 인상 깊거나 울림을 주는 작품은 없지만,  『안녕 요정』을 읽은 독자를 위한 소소한 선물같은 단편이 실려있다. 2번 째 단편 ‘정의로운 사나이’는 학창 시절 친구이자 『안녕 요정』 주인공 ‘모리야 미치유키’가 등장한다. 직접적으로 이름이 표시되진 않지만, 주인공을 ‘센도’라 부르는 장면에서 눈치 챌 수 있다. 

5번째로 소개 된 ‘나이프를 잃은 추억 속에’는 『안녕 요정』에 등장했던 ‘마리야 요바노비치’의 오빠가 등장한다. 일본으로 출장오게 된 그는 어릴적 동생이 왜 마치를 그렇게 칭찬하고 좋아했는지 궁금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의 취재 현장에 동행한다. 마리야에 대해 이야기 하는 둘의 모습을 보는 것도 즐겁지만, 전작 『왕과 서커스』에서 ‘저널리즘’에 대해 답하지 못했던 그녀가, 서른 넘어 자신만의 해답을 보여주는 장면은 묘한 감동 전달한다.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 신념 등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이러한 작품에 오글거림을 느끼는 독자라면 <베르푸 시리즈>는 여러모로 추리/미스터리 소설의 범주에 넣기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난 이런 작품도 좋아한다. 장르가 다를 뿐이지 ‘틀리진’ 않았다. 꼭 추리/미스터리 소설이라 해서 죽고 죽이는 장면이 등장하고, 화려한 트릭, 반전이 있어야 좋은 소설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소설은 결국 ‘사람’에 대해 말하는 존재다. 그렇기에 이런 추리/미스터리 소설도 있어야 한다. 화려한 트릭, 자극적인 사건에 익숙한 추리/미스터리 소설 독자라면 한 번쯤 <베르푸 시리즈>를 손에 들어보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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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탑의 살인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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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데 최근 몇 년 동안 읽은 최고의 본격 추리 소설이다.
아니 일본 본격 추리 소설 역사를 통틀어도 TOP5 안에 속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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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서커스 베루프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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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다보면 호감가는 인물, 불편한 감정이 들게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왕과 서커스』의 주인공 ‘다치아라이 마치’는 그 경계에 있는 인물이다. 장신의 윤기 흐르는 긴 머리를 가진 모델 같은 여자이지만, 무표정한 얼굴과 무뚝뚝한 말투를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어떤 인물과 사건도 편견없이 바라보기에 말수가 적은 사람이다. 그래서 싫지 않았다. 



요네자와 호노부 작가님의 <베르푸 시리즈>는 현재(2022년 기준) 총 3권이 출간되었다. 『왕과 서커스』는 시리즈의 2편에 해당 하지만 1편을 읽지 않아도 전혀 문제없다. 여담으로 2015년 『야경』에 이어 2년 연속 일본 미스터리 3관왕을 달성한 작품이다. 

주인공 다치아라이 마치가 프리랜서 기자가 된 이후의 첫 사건을 그렸으며, 2001년 실제 있었던 네팔 왕실 몰살사건을 모티브로 그에 얽힌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 


 <네팔 왕족 살해사건과 네팔이 처한 현실>

2001년 6월, 네팔의 디펜드라 왕세자(29)가 총기를 난사해 아버지 비렌드라 국왕(55)과 어머니 아이스라와 왕비(51)를 비롯 8명이 살해했다는 뉴스가 보도 된 적이 있다. 이후 조사 과정에서 총기 폭발 사고다, 국왕 동생이 꾸민 일이다 등 여러가지 음모론이 돌았지만, 사건의 잔인성과 네팔 국내외 사정 때문에 사건의 자세한 내막은 밝혀지지 않았다. 

약간의 스포일러이지만, 괜히 기대하다 실망하는 일을 방지하고자 알려드린다. 이 작품에서 ‘네팔 왕족 몰살사건’에 대한 진상은 밝혀지지 않는다. 누가 왕족을 살해했는지, 동기가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당시 상황만 전달할 뿐 작가는 판단하지 않았다. 

대신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려던 어떤 인물이 살해 당한 일을 다룬다. 그는 주인공과 만난 다음날 길거리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등에는 INFORMER(밀고자)라는 글자가 새겨져있었다. 

소설은 살인범을 찾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네팔의 문화 그리고 현실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네팔은 우리나라보다 면적이 약간 크지만 영국의 식민지였고, 중국과 인도 사이에 끼여 정세가 불안정한 나라다. 이 때문에 경제적으로 가난하다. 소설은 이러한 부분과 살인 사건과 연관지어 추리/미스터리 요소로 잘 버무렸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 찰리 채플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을 어떻게 생각하는가?혹은 국내 사건, 사고 뉴스를 보면 어떤 감정이 드는가?그리고 만약 그런 사건을 눈 앞에서 목격했을 때 핸드폰을 들이 밀지 않고, 지인들에게 카톡과 전화로 떠벌리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이 작품은 그런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물론 주인공이 프리랜서 기자이기에 더 엄격하게 다루지만, 대중의 관심과 말 한마디가 어떤 결과를 낳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한 번 쯤 생각하게 만든다.

가십은 내가 제 3자 일때만 흥미롭다. 당사자가 되는 순간 일상이 무너진다. SNS의 핫이슈, 화제의 사건, 사고는 대중에게 즉각적인 소비→희열→쾌감을 안겨준다. 모두가 그렇지 않겠지만, 타인의 고통과 슬픔을 보며 ‘안타깝네. 하지만 내가 아니라서 다행이야.’라는 감정을 느끼게 한다. 이면의 ‘무엇’을 무시 혹은 방관한다. 『왕과 서커스』는 분명 추리/미스터리 소설이고 복선, 매력적인 등장인물, 사건, 긴장감, 반전과 같은 요소를 모두 담고 있다. 하지만 소설은 재미 이상의 메시지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호불호가 갈릴 부분은 초, 중반까지 특별한 사건이 없다는 점이다. 대화와 묘사를 통해 네팔의 풍경과 문화를 설명뿐이다. 독자에 따라 심심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서술 방식도 사회파-하드보일드 형식이라 밋밋하다. 

하지만 그러한 서사와 방식 덕에 클라이막스 반전과 메시지의 울림이 크게 다가온다. 만약 앞부분이 손에 땀을 쥐는 사건으로 가득했다면 후반부 반전과 메시지가 무뎌졌을지 모른다. 낯선 나라 네팔을 여행하는 기분과 엘러리 퀸의 대표 시리즈가 생각나는 충격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소설 읽고 싶은 분에게 강력히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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