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10미터 앞 베루프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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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베르푸 시리즈>의 3편을 소개하게 되었다. 워낙 꾸준히 작품 내는 요네자와 호노부 작가님이라 언젠가는 4편이 나오지 않을까 희망회로를 돌려보지만, 현재로선 3편이 마지막이다. 

『진실의 10미터 앞』은 사회파 추리소설로 분류할 수 있어 화려한 트릭이나 충격의 반전은 없다. 대신 기존 시리즈 독자를 위한 소소한 선물이 준비되어 있다.


<소설에서 ‘1인칭 시점’이 가지는 매력>

학창 시절 그렇게 재미없었던 소설 이론(시점, 묘사법 등)은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기 시작하며 그 가치를 알게 되었다. 저자가 왜 이 작품에서 특정 시점을 사용했는지 생각하며 소설을 읽는 재미는 직접 해본 사람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이다.

『진실의 10미터 앞』은 총 6편의 단편 소설이 담겨 있다. 1편을 제외하고 2~6편은 모두 사건에 얽힌 타자의 시선 혹은 사건의 당사자 1인칭으로 펼쳐진다. 1인칭이 가지는 장점은 화자의 속내를 모두 알 수 있다는 장점과 어떤 인물을 주관적+객관적 시선으로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매력을 지닌다. 전작 『왕과 서커스』에서는 주인공 ‘다치아라이 마치’의 1인칭으로 진행되었는데, 『진실의 10미터 앞』은 다른 이들의 관점에서 마치를 표현했다. 이런 방식 덕에 시리즈를 보아온 독자는 인물 서사에 입체감 느낄 수 있다. 소설을 잘 읽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러한 차이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한 단계 성숙한 독서가 가능해진다.



6편의 작품 중 흥미로웠던 단편은 책날개에 소개 된 3번째 단편 ‘고이가사네 정사’ 편이다. 고등학교 커플이 동반 자살을 했는데 의문스러운 점이 많다. 한 사람은 다리에서 뛰어 내렸고, 한 사람은 칼에 목을 찔려 사망했다. 일반적인 동반 자살의 경우 같은 장소에서 발견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사건은 평범하지 않았다. 거기다 커플이 독극물까지 마셨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사건은 더욱 미궁속으로 빠져든다. 

이외에 작품들은 크게 인상 깊거나 울림을 주는 작품은 없지만,  『안녕 요정』을 읽은 독자를 위한 소소한 선물같은 단편이 실려있다. 2번 째 단편 ‘정의로운 사나이’는 학창 시절 친구이자 『안녕 요정』 주인공 ‘모리야 미치유키’가 등장한다. 직접적으로 이름이 표시되진 않지만, 주인공을 ‘센도’라 부르는 장면에서 눈치 챌 수 있다. 

5번째로 소개 된 ‘나이프를 잃은 추억 속에’는 『안녕 요정』에 등장했던 ‘마리야 요바노비치’의 오빠가 등장한다. 일본으로 출장오게 된 그는 어릴적 동생이 왜 마치를 그렇게 칭찬하고 좋아했는지 궁금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의 취재 현장에 동행한다. 마리야에 대해 이야기 하는 둘의 모습을 보는 것도 즐겁지만, 전작 『왕과 서커스』에서 ‘저널리즘’에 대해 답하지 못했던 그녀가, 서른 넘어 자신만의 해답을 보여주는 장면은 묘한 감동 전달한다.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 신념 등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이러한 작품에 오글거림을 느끼는 독자라면 <베르푸 시리즈>는 여러모로 추리/미스터리 소설의 범주에 넣기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난 이런 작품도 좋아한다. 장르가 다를 뿐이지 ‘틀리진’ 않았다. 꼭 추리/미스터리 소설이라 해서 죽고 죽이는 장면이 등장하고, 화려한 트릭, 반전이 있어야 좋은 소설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소설은 결국 ‘사람’에 대해 말하는 존재다. 그렇기에 이런 추리/미스터리 소설도 있어야 한다. 화려한 트릭, 자극적인 사건에 익숙한 추리/미스터리 소설 독자라면 한 번쯤 <베르푸 시리즈>를 손에 들어보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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