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드펠 수사의 참회 캐드펠 수사 시리즈 20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20권에 이르는 긴 여정을 마무리하는 작품, 『반란의 여름』은 캐드펠 시리즈의 마지막 장편소설이다.


수도사이자 약초사, 탐정이자 전직 병사로 활약해온 캐드펠 수사의 삶은 이번 편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이전까지는 늘 타인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사건을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만큼은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며 가장 인간적인 선택을 한다. 그리고 이 선택이야말로 시리즈의 피날레를 장식하기에 가장 적절한 결말이라는 생각했다.


‘완결’이라는 단어는 흔히 끝을 의미하지만 이 시리즈에서 완결은 새로운 시작을 암시한다. 세속과 신앙, 수도사와 아버지 사이에서 갈등하던 캐드펠은 마지막 편에서 결국 자신이 진정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증명한다. 그것은 권력도 명예도 아닌 책임과 참회다.


<정의와 책임, 시리즈 전체를 꿰뚫은 중심 축>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인간 본성과 도덕, 정의 문제를 꾸준히 탐구한다. 수도사로서 그는 언제나 사건의 이면을 바라보고, 피의 흔적보다 감정 균열에 먼저 반응한다.『반란의 여름』 역시 이러한 시리즈의 주제를 그대로 유지하며, 동시에 한층 더 깊은 물음을 던진다. '진실을 밝히는 것'보다 '무엇을 위해 밝히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이번 작품에서 캐드펠은 이전과 다른 위치에 선다. 타인의 억울함을 풀어주던 사람에서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책임지려는 사람으로, 타인의 정의를 세우던 인물에서 자신의 진실을 지키려는 인물로 전환된다. 이는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가장 내밀하고 인간적인 이야기로, 독자로 하여금 '정의는 타인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때로는 가장 가까운 사람을 위해서, 스스로를 위한 정의가 필요할 때가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책임'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수도사의 서약, 사회적 신분, 종교적 규범, 그리고 아버지로서의 역할 사이에서 그는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무엇도 정답이라고 단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캐드펠은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것을 선택한다. 이는 결과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시리즈 전체가 오랜 시간 축적해온 '책임감의 윤리'가 마침내 마지막 편에서 하나의 형태로 완성된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모두가 행복한 결말도 아니다. 하지만 어떤 편보다 묵직하고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기에 실수하고, 실수했기에 참회하며 참회했기에 다시 누군가와 마주할 수 있다. 이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진리를 캐드펠은 삶 전체를 걸고 증명한다.


---


『반란의 여름』을 덮은 후 가장 기억에 남은 건 사건의 반전이나 서사보다, 캐드펠이라는 인물이 품고 있던 깊은 태도였다. 삶의 절반을 내려놓고 다시금 감정의 바깥으로 걸어 나가는 그의 모습은, 평범한 사람으로서 용기와 흔들림을 그 누구보다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정답이 없는 선택 앞에서, 그는 단지 자신이 믿는 것을 따랐다.


시리즈의 마지막이 유독 여운이 짙은 이유는 누군가를 구하고 어떤 진실을 밝히는 데서 끝나지 않고, 스스로를 용서하는 데까지 나아갔기 때문이다. 그 안에 담긴 흔들림, 회복, 참회는 긴 여운을 남긴다.


지금도 어디선가 자신이 품은 진심을 끝내 증명해 보이려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걸어갈 길이 늘 옳지만은 않겠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결코 헛되지 않다는 것을 캐드펠은 보여준다. 오랜 시간 함께했던 시리즈를 보내는 건 아쉽지만 아직 읽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천천히 독파할 예정이다.



 #북하우스 #캐드펠서포터즈 #캐드펠수사시리즈 #추리소설 #추리소설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성스러운 도둑 캐드펠 수사 시리즈 19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엘리스 피터스의 『성스러운 도둑』은 중세 수도원을 배경으로 한 역사 추리 소설이다. 이번 작품은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열아홉 번째 이야기로, 1권에서 등장한 위니프리드 성녀의 유골함이 다시 중심 소재로 등장한다. 폐허가 된 램지 수도원, 폭우로 인한 혼란, 성골함의 도난, 살해당한 양치기 소년. 이번 이야기는 사건 해결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인물들의 믿음과 욕망이 어떻게 충돌하고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준다. 수도원장, 귀족, 수사, 하인 등 다양한 인물들이 각자의 논리로 성골함을 원한다. 그들의 말에는 종교적 정당성이 담겨 있지만 실제로는 공동체의 이익과 개인적인 열망이 작용한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옳고 그른가 보다 그들이 무엇을 믿고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믿음, 선택, 갈등> 투틸로 수사는 음악에 재능이 있는 젊은 수도사로 수도원에서 노예 신분의 여가수 달니를 만나 감정을 공유한다. 램지 수도원의 부원장 헤를루인은 성골함을 램지로 옮기려 하고 귀족 로베르 보몽은 자신이 성골함을 보관하게 된 과정을 신의 뜻이라 주장한다. 캐드펠은 이 모든 상황을 조용히 지켜본다. 양치기 소년의 죽음은 사건이 도둑질에서 살인으로 확장되는 계기다. 범인을 찾는 일이 중요하지만 더 근본적인 질문은 성골함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에 있다. 역사 추리소설 『성스러운 도둑』은 이 질문을 통해 성스러움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인지 되묻는다. 중반 이후 등장하는 '소르테스 비블리카'는 복음서를 무작위로 펼쳐 신탁을 받는 방식이다. 이 의식은 결과를 받아들이기보다는 그것을 해석하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믿음이라는 것은 종종 개인의 선택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작품은 그 점을 떠올리게 한다. --- 1권을 읽은 독자라면 위니프리드 성녀의 진짜 유골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성녀의 유골이라고 믿는 그 성골함을 통해 기적이 일어났다고 여긴다. 이 믿음이 만들어낸 경험과 연대는 유골함의 진위보다 더 강한 의미를 갖는다. 캐드펠은 그 점을 알고 있고 그래서 판단하지 않는다. 사건 얼개보다 사람을 보는 이야기, 판단보다 이해를 말하는 작품이다. 1편을 읽고 보면 이해가 더 잘 되지만 다른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읽지 않아도 이해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특히 '성스러움'이라는 개념을 다시 생각해 보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의 심리학 - 부자가 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돈의 속성
김경일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협찬도서


나는 올해로 8년 차 주식 투자자다.


특별한 계기가 있던 건 아닌데, 문득 저축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실과 수익이 탁구공처럼 오갔는데, 현재는 수익금이 조금 더 많다. 몇 백 권의 투자 관련 서적을 읽으며 반성하고 복기하며 얻은 결과라 생각한다.


경제도서는 크게 분류하면 투자 기술을 알려주는 책과 마음가짐 · 투자관 · 마인드 컨트롤에 도움 되는 책으로 나눌 수 있다. 어느 쪽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지만 경험상 후자가 훨씬 중요하다고 믿는다.


『부의 심리학』의 저자 김경일 교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지심리학자로,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재직 중이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은 후,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교 심리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사 과정에서는 세계적인 인지심리학 권위자인 아트 마크먼(Art Markman) 교수의 지도 아래 · 인간의 판단 · 의사결정 · 문제 해결 · 창의성에 대한 연구를 심도 있게 진행했다.


일상과 학문을 잇는 탁월한 설명력으로 주목받는 김경일 교수는 다양한 공공기관과 기업에서 강연을 이어가며, 〈어쩌다 어른〉, 〈세바시〉,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 등 여러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과 만나고 있다.


<솔직함에서 오는 신뢰감>

경제도서와 주식책은 지뢰가 많다. 자신의 투자 성공담을 과장해서 헛소리를 늘어놓는 사람, 검증되지 않은 이론을 바탕으로 시황을 분석하는 사람 등 때문에 자칫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저자를 유심히 살필 필요가 있는데, 『부의 심리학』의 저자 김경일 교수는 다방면에서 검증된 사람이다. 하지만 이런 의문이 들 수 있다. '인지심리학자가 투자에 대해 얼마나 알겠어?'


저자는 이 부분을 의식했는지 프롤로그부터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분명히 밝혀드릴 사실이 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는 여러분들에게 돈을 많이 벌게 해드리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죠. 죄송하지만 제게는 그럴 만한 능력 자체가 없습니다. 그 방법을 알고 있다면 이 책을 쓰기 전에 저 스스로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어 있어야 할 테니까요. 그렇다면 저는 이 책을 왜 쓴 것일까요? 여러분이 돈 때문에 겪는 어려움과 고통을 줄여드리는 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서입니다.(5쪽)


만약 저자가 확신에 차서 돈 버는 법, 투자 필승법을 언급했다면 나는 진즉에 이 책을 덮었을 것이다. 한 분야에서 이미 뚜렷한 성과를 이뤘음에도 겸손과 위트를 유지하는 모습에서 책에 대한 신뢰감이 상승한다.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구성>

대부분의 경제도서, 투자서는 읽기 어렵다. 배경지식이 없으면 막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린이 주식책 추천 도서 『부의 심리학』은 고등학생도 쉽게 읽을 수 있을 만큼 가독성이 좋다. 또한 1부 <심리학자, 일의 본질을 묻다>와 2부 <심리학자, 부자의 조건을 배우다>로 나뉜 책은 각 부가 아주 세세하게 나누어져 있어 틈틈이 읽기 좋게 구성되어 있다.


한 번에 몰아 읽지 않고 한 꼭지씩 아침, 저녁으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데, 신문이나 잡지의 좋은 칼럼을 읽는 느낌으로 읽다 보면 어느새 완독할 수 있는 그런 책이다. 1부 1장 '작심삼일을 깨는 법'을 보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는 어려움을 심리학 용어로 쉽게 설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투자와 무슨 상관이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손실을 보지 않고 수익을 내기 위해선 중심을 잘 잡고 있어야 한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다.


---


입문자 주식책 추천 도서로 종종 언급되는 『돈의 심리학』만큼 김경일 저자의 『부의 심리학』은 유용하다. 오랜 경력에서 나오는 저자의 해박함과 여유가 책에 잘 녹아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모른다는 건 창과 방패 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같다. 물론 돈에 미친 사람이 되어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사람이 되어서도 안 된다.


중요한 건 '돈'이라는 게 정확히 무엇이고, 어떤 심리에 의해 우리가 지배 당하는지 깨닫는 것이다. 유명한 투자 구루들은 돈의 노예가 되지 말고 주인이 되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최근 국내 주식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영원한 상승장이란 없다. 살아남는 투자자가 되기 위해선 공부가 필요하고 『부의 심리학』은 좋은 참고서이다.


---


<참고 자료>

1. tvN 어쩌다 어른, 알아두면 살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수업📚 김경일 교수 명강의 모음

2. tvN 어쩌다 어른, 김경일 교수가 말하는 심리학의 모든 것📁 다양하고 새로운 경험이 성공에 기여한다

3. 유튜브 지식 인사이드, 역대 세계 1위 부자들이 가진 의외의 공통점 '1가지' (김경일 교수)

4. 조선일보, 행복, 얼마나 자주 느끼고 계신가요?

5. 트래비, 완벽은 내려놓고 신나게 여행하는 법, 김경일 & 제시카 민 인터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란의 여름 캐드펠 수사 시리즈 18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작년,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역사 추리소설 <캐드펠 시리즈>.


중세의 혼란 속에서 인간 군상과 따뜻한 시선을 섬세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한 마디로 마스터피스다. 그래서 후속권 발매 소식을 들었을 때 설렘을 감출 수 없었다. 기다림 끝에 2025년 6월, 11권~ 21권(완)이 한 번에 출간되었다. 감사하게도 나는 3기 서포터즈로 선정되었다. 덕분에 18권부터 20권까지 세 권을 미리 받아볼 수 있었고, 오랜만에 <캐드펠 시리즈>의 세계로 다시 들어설 수 있었다.


이 시리즈는 연속성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순서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그래서 고민 없이 18권 『반란의 여름』을 펼쳤다. 이번 작품에서는 익숙한 슈루즈베리를 벗어나 웨일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평화로운 귀향길인 줄 알았던 여정이 어떻게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이어질지 책장을 넘기는 내내 긴장과 설렘이 교차했다.



<웨일스로 떠난 캐드펠, 시리즈의 색깔이 바뀌다>

역사 추리소설 『반란의 여름』은 <캐드펠 시리즈> 18번째 작품으로 익숙했던 슈루즈베리를 벗어나 이번엔 캐드펠의 고향인 웨일스를 무대로 삼는다. 새로운 공간은 그 자체로 신선한 긴장감을 선사하고 웨일스 특유의 역사와 문화가 작품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놓는다.


이번 권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추리 요소의 비중이 줄어들고, 역사적 배경과 시대의 갈등이 더 깊게 다루는 점이다. 웨일스 왕과 동생의 권력 다툼, 외세인 덴마크인들의 개입, 교회와 세속 권력의 충돌이 사건의 중심을 이루며 살인사건조차 이 거대한 시대 흐름의 일부로 녹아든다. 그만큼 캐드펠의 역할도 변한다. 날카로운 추리로 사건을 해결하던 그가 이번 작품에선 냉정한 관찰자이자, 시대를 통찰하는 시선으로 이야기에 깊이를 더한다.



<인간의 선택이 만든 갈등과 이야기>

이번 작품을 끌고 가는 가장 큰 힘은 '사람'이다. 특히 캐드펠의 시선은 이번에도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비춘다. 포로로 잡혀 있는 상황에서도 그는 당황하거나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차분히 관찰하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진심을 읽어낸다. 또 한 명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헬레드다. 원치 않는 결혼, 강요된 수녀 생활 대신 자신의 삶을 선택하기 위해 떠난 그녀의 여정은 중세 여성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한 반항을 넘어 스스로 원하는 길을 찾으려는 헬레드의 용기는 이번 이야기의 핵심 플롯이다.


웨일스 왕 오웨인과 동생 카드왈라드르의 갈등도 인상 깊다. 혈육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욕망, 권력 다툼, 그로 인해 무너지는 신뢰와 관계는 중세의 혼란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반란의 여름』은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람들의 선택이 어떻게 갈등을 만들고, 그 갈등이 다시 인간을 흔드는지를 치밀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



익숙했던 슈루즈베리를 떠나 웨일스로 무대를 옮긴 <반란의 여름>은 그 자체로 신선한 변화였다. 평소보다 역사적 배경과 정치적 갈등이 더 깊이 녹아들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캐드펠 수사의 냉철한 시선과 인간적인 면모는 여전했고, 새로운 공간이 주는 낯섦이 긴장감을 조성했다.


이번 작품은 특히 인물들의 심리와 갈등이 돋보였다. 원치 않는 결혼을 거부하고 자신의 삶을 선택한 헬레드, 권력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형제들, 그 속에서 사람들의 선택을 조용히 지켜보는 캐드펠까지. 모두가 각자의 사정과 욕망을 안고 살아가는 모습이 현실적이다.


자연스럽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캐드펠은 또 어떤 사람들과 얽히고, 어떤 진실을 마주하게 될까. <캐드펠 시리즈>가 늘 그래왔듯, 다음 권도 또 다른 재미와 울림을 선사해 줄 거라는 믿음으로 19편으로 넘어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합리적인 미스터리를 쓰는 법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협찬도서


작가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책 한 권을 내는 데 아주 오래 걸리는 사람과 쉬지 않고 책을 내는 사람. 전자는 퓰리처상을 받은 도나 타트(10년에 1권씩 책을 내기로 유명)가 있다. 후자는 스티븐 킹, 히가시노 게이고, 나카야마 시치리가 있다. 이중 48세로 가장 늦은 나이에 등단한 게 나카야마 시치리이다.


적은 나이가 아님에도 저자는 등단하자마자 쉬지 않고 소설 쓰기를 이어왔는데, 2010년 『안녕, 드뷔시』를 시작으로 2025년 기준 77권이 넘는 책을 썼으니 엄청난 속도라 할 수 있다. 놀라운 점은 이렇게 다작을 하면서도 대부분의 작품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것이다. 그런 인기에 힘입어 국내에도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시리즈>, <비웃는 숙녀 시리즈>,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등이 번역되었다.



<추리소설 쓰기의 어려움을 속 시원하게 긁어드립니다>

『합리적인 미스터리를 쓰는 법』는 한 마디로 프로페셔널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일본 추리소설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 쓰기 꿀팁 모음집'이다.** 기본적으로는 추리/미스터리 소설 작가를 꿈꾸는 분에게 큰 도움이 될 내용이 많은데, 자신의 작품에 미스터리 요소를 넣고 싶은 분이나 프로 작가의 마음가짐을 배우고 싶은 분에게도 유용하다.


목차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자세한 작법서라기 보다는 '원 포인트 레슨' 느낌의 소설 쓰기 책이다. 그 덕에 가독성이 상당히 좋은데, 마음먹고 읽으면 몇 시간 만에 다 읽을 수 있다. 한 번이라도 소설을 써본 사람이라면 고민했을 법한 부분을 속 시원하게 긁어주는 게 포인트인데, 작가 지망생이자 나카야마 시치리의 팬으로서 다방면에서 감탄하며 읽었다.


<프로 중의 프로>

다작으로 유명한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는 하루에 몇 시간이나 글을 쓸까? 정답은 17시간 15분이다. 몇 년 전 일본의 모 유튜브에 나와 밝힌 자신의 하루 일과다. '설마 사람이 이렇게까지 글을 쓰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합리적인 미스터리를 쓰는 법』을 읽어보면 결코 저자의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원서 『超合理的!ミステリーの書き方』가 2024년 9월에 나왔으니 저자의 소설 쓰기 루틴은 현재 진행형으로 보인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가로서의 자긍심과 프로페셔널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 책 곳곳에 있다.


작가가 쉬운 방법으로 편하게 가려 하면 독자는 지루하죠. 작가가 쓸 때 편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114쪽


하루에 반드시 원고지 25장을 씁니다.(중략) 물론 매일 반드시 25장을 쓴다는 건 아닙니다. 플러스마이너스 3장이죠. 140쪽


데뷔 전, 지금처럼 에너지 음료가 많지 않았던 13년 전에는 컴퍼스 바늘로 발바닥을 찔러 졸음을 쫓았습니다. 198쪽


이외에도 저자는 책 속에서 편집자와 잘 교류하는 방법,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 방법 등 작가로서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음을 쉴 틈 없이 어필한다. 자칫 자기자랑처럼 보일 수도 있는 부분인데,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건 저자가 그만큼 '작가'라는 직업에 긍지를 느끼고 있고 작가로서 평생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정신론에 입각한 일부 조언, 조금 더 디테일한 요소를 알려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부분은 분명 단점이다. 그럼에도 일본 추리소설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 쓰기 꿀팁 모음집' 『합리적인 미스터리를 쓰는 법』는 현역 작가, 작가 지망생은 물론 저자의 팬에게도 선물 같은 책이다. 글쓰기 팁 외에도 저자가 자신의 소설을 집필하며 있었던 썰을 푸는 부분에서 팬심이 상승한다.


얼마 전 올렸던 나카야마 시치리의 『비웃는 숙녀』 서평에서도 밝혔듯이 나는 저자의 책을 다수 가지고 있다. 그런 만큼 이 책이 더 흥미롭고 유익했다. 원래 작가들의 글쓰기 조언 책, 집필서 등을 읽고 독자가 100% 만족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추리소설에 관심 있고,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분명 이 책이 아주 높은 확률로 마음에 들 것이다.


<참고 자료>

1. 위키피디아, 나카야마 시치리

2. BookLink, インタビュー『護られなかった者たちへ』『境界線』(NHK出版)/中山七里氏に聞く

3. 아마존 JP, 『超合理的!ミステリーの書き方』

4. bookmeter, 『超合理的!ミステリーの書き方』

5. 유튜브 有隣堂しか知らない世界, 【どんだけ稼いでるの?】職業作家の1日ルーティン ~有隣堂しか知らない世界06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