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기 이기원 디스토피아 트릴로지
이기원 지음 / 마인드마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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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정의란 무엇일까?'


수천 년 전부터 인간이 던져온 질문이다. 법은 공정해야 하며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다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감정에 흔들리는 판결. 우리는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차라리 AI가 재판을 하는 게 더 공정하지 않을까?"


이기원 작가의 디스토피아 SF소설 『사사기』는 바로 이 물음에서 출발한다. 폐허가 된 근미래, 대한민국은 기업의 손에 넘어가고 ‘전국기업인연합(전기련)’이 세운 도시국가 ‘뉴소울시티’는 완전히 새로운 법질서 제도를 도입한다. 수많은 판례와 데이터를 학습한 AI 판사 ‘저스티스-44’가 등장하면서 범죄율 제로의 유토피아가 탄생한다.


완벽한 질서는 완전무결한 정의를 보장할 수 있을까? 인간의 감정 · 직관 · 맥락은 정말 필요 없는 것일까? 장편소설 『사사기』는 이러한 철학적 질문을 흡입력 있는 플롯에 담았다.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가 오히려 진실을 가릴 수 있다는 역설. 이 작품은 우리가 기술에 품고 있는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응시하며, "누가 정의를 판단할 수 있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새롭게 되묻는다.



<완벽한 판결에 균열이 생기다>

『사사기』는 초반부터 뚜렷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주인공 우종은 교통사고 현장을 조사하러 나간다. 그런데 이상하다. 자율주행 시스템이 완벽하게 작동하는 도시에서 일어난 사망사고라니. 게다가 며칠 뒤엔 고급 아파트에서 폭발 사고까지 발생한다. 단순한 우연이라고 넘어가기엔 뭔가 석연치 않다.


22세기 미래도시 뉴소울시티는 겉보기에 완벽하다. AI 판사 '저스티스-44'는 모든 사건을 빠르게, 그리고 공정하게 판결한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고 모두가 환호한다. 불합리한 감정 개입 없이 빠르게 재판 결론을 내린다. 사람들은 이제 정의를 AI에게 맡기는 데 익숙해졌다.


하지만 반복은 균열을 일으킨다. 의문 가득한 사건,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 그리고 그 뒤에 숨은 진실. 우종은 사건을 추적하고 그 중심에 저스티스-44가 있다는 걸 직감한다. 우종뿐만 아니다. 감사부 직원 영무, 사회부 기자 재민도 각각의 방식으로 이 거대한 시스템에 의문을 품는다. 이들이 바라는 건 시스템의 붕괴가 아니라 진실이다.



<완벽한 질서란 존재할 수 있는가?>

『사사기』가 그리는 뉴소울시티는 얼핏 보면 이상적인 사회다. AI 판사 저스티스-44가 법을 집행하고, 모든 사건은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된다. 사람들은 그 판단을 맹목적으로 신뢰하며 판결에 이견을 품는 것조차 금기로 여겨진다. 그러나 반복되는 문제를 '단순한 시스템 오류'로 정리해버리는 모습에 주인공 우종은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다. "그런데 왜 매일 사고가 발생할까? 완벽한데 오류가 왜 나는 거야?"(27쪽)


이 작품이 강렬한 이유는 이러한 '오류'를 단순한 시스템의 결함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이기원 작가는 오히려 그 틈을 통해 우리가 믿고 싶어 하는 '정의'의 실체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기술로 만들어낸 공정함은 과연 진짜 정의일까? 작가는 이를 흑백의 선택지가 아닌, 회색 지대에 가까운 현실로 그려낸다. "0과 1. 그 사이엔 무수히도 많은 숫자들이 존재하죠. (중략) 정의는 단순히 0과 1,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329쪽) 숫자와 판례로 대변되는 기계적 정의는 인간의 직관, 맥락, 윤리라는 복잡한 요소들을 놓치기 마련이다. 이 작품은 바로 그 '놓쳐지는 것들'에 집중한다.


장편소설 『사사기』는 정의를 구현하는 기술이 아니라 정의를 묻는 태도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 태도는 결코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몫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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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나서 한동안 생각이 많았다. 공정함에 대한 갈망은 있지만 그 정의가 나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면 끝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기원 작가는 자신이 창조한 디스토피아 세계관에서 그런 불편한 질문은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은 독자에게 오래도록 남는다.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해도 결국 정의는 단순한 판단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비롯된 감각이라는 사실을 책을 통해 다시금 실감했다.


전작 『쥐독』에서 이어지는 세계관을 프리퀄의 형식으로 더욱 깊이 있게 확장한 장편소설 『사사기』는 기술과 윤리, 신뢰와 의심 사이에서 길을 묻는 문제작이다. 앞으로 나올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리사이클러』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특히 이번 작품의 영상화가 확정되었다는 소식은 반가웠다. AI 판사 저스티스-44가 구현된 도시, 뉴소울시티의 디스토피아적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탄생할지 기대가 크다. 첨단 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꼭 한번은 마주해야 할 질문을 담은 이 시리즈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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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의 냉동 이것이 정답이다 - 니치레이 푸즈(Nichirei Foods)의 홍보팀에게 배운다
니치레이 푸즈 지음, 이진원 옮김 / 지상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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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식재료 냉동 보관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냉동실에 무심코 넣었다가 변색된 고기, 흐물흐물해진 채소, 냉동고 특유의 냄새가 밴 생선을 만난 적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결국 식재료를 버리지 않으려면 올바른 보관 방법을 알아야 한다.


요리책 『식재료의 냉동 이것이 정답이다』는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전 가이드북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냉동식품 기업 니치레이 푸즈가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정리한 이 책은 150가지 이상의 식재료를 대상으로 최적의 냉동과 해동 방법을 제공한다. 생선, 육류, 채소, 반찬, 디저트 등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식재료를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보관하는 법을 알려주며, 간단한 레시피와 실용적인 팁까지 함께 전한다.


<블랙홀 같은 우리 집 냉장고>

냉장고를 정리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식재료와 마주칠 때가 있다. 며칠 전 장을 보고 신선하게 보관한 줄 알았던 채소가 시들어 있거나, 냉동실 한쪽에서 얼어붙어버린 고기가 보관된 지 얼마나 되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때가 많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싶지만, 보관을 잘못해 결국 버리는 재료들이 늘어난다. 냉동 보관이 해결책이 될 수도 있지만, 해동했을 때 식감과 맛이 변하는 일이 많아 아쉬움을 느낄 때도 있다.


요리책 『식재료의 냉동 이것이 정답이다』를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냉동 보관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저 냉동실에 넣는 것만으로 신선도가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식재료별로 적절한 손질과 보관 방법이 필요하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 책은 냉동 보관의 기본 원칙을 설명하면서 재료마다 최적의 방법을 제시한다.


채소는 단순히 씻어서 얼리는 것이 아니라 용도에 따라 손질해 냉동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배추는 전골용과 무침용으로 구분해 자르고,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 후 냉동용 지퍼백에 보관하면 해동 후에도 아삭한 식감을 유지할 수 있다. 시금치는 생으로 얼리는 것보다 살짝 데쳐서 얼려야 색이 변하지 않고 맛도 유지된다. 얼린 상태 그대로 국이나 볶음 요리에 넣으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냉동 보관은 요리를 더 편하게 해준다>

냉동 보관은 단순히 식재료를 오래 두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 요리를 더 쉽게 만드는 단계이기도 하다. 책에서는 단순히 냉동 보관법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냉동한 재료를 활용하는 다양한 요리법도 소개한다.


예를 들어 오야꼬동을 만들 때 닭고기와 양파를 손질해 소스와 함께 냉동해 두면, 조리할 때 그대로 해동해 끓이기만 하면 된다. 양념이 재료에 충분히 배어들어 더욱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또한 토마토는 깍둑썰기해 얼려 두면 필요할 때 파스타 소스나 스튜에 바로 사용할 수 있고, 옥수수는 껍질째 전자레인지에 가열한 후 식혀서 냉동하면 단맛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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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은 그저 식재료를 오래 보관하기 위한 수단이라고만 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식감과 맛을 유지하고 요리를 더 쉽게 만드는 기술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냉동 보관 하나만 제대로 해도 장보기 빈도를 줄이고 식재료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요리를 간편하게 준비할 수 있다는 점이 새롭게 다가왔다.


책을 읽고 난 후 냉동고를 다시 정리했다. 무심코 얼려둔 식재료들을 올바른 방법으로 보관했다. 더불어 해동 과정을 신경 쓰며 요리를 하니 식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났다.


냉동 보관은 단순히 편리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음식을 더 맛있게 먹기 위한 작은 변화였다. 식재료를 오래 두고 신선하게 보관하는 법을 알게 되면서 요리에 대한 부담도 줄었다. 이 책은 그런 작은 변화가 쌓여 더 나은 식생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매번 냉장고 속에서 버려지는 식재료를 보며 아까운 마음이 들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이 좋은 해결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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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반짝이는 계절
장류진 지음 / 오리지널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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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나는 친구가 적다.

한때는 카카오톡 친구 목록이 가득하면 좋은 줄 알았다. 드문드문 안부를 묻고, 생일이 되면 기프티콘을 주고받으며 내가 잘 살고 있다고 착각했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며 그게 얼마나 공허한 일인지 깨달았다.

요즘 내가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는 손에 꼽을 정도다. 대학생 때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내가 행복한 건 나누는 대화 하나하나가 메아리처럼 되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반짝이는 계절』은 2018년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장류진 작가의 첫 여행 에세이다. 저자는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으로 수많은 직장인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연이어 『달까지 가자』, 『연수』를 펴내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장류진 작가의 여행 에세이 『우리가 반짝이는 계절』의 원래 제목은 <눈 녹은 뒤 떠난 여행>이었다. 2024년 6월 17일부터 '밀리의 서재'에서 연재를 시작해 20화로 마침표를 찍었다. 책은 연재분을 포함해 그 이후의 이야기까지 담고 있다. 책 발매 이후 온라인 서점 리뷰를 보니 연재 당시 2.2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한 만큼 책이 나오기를 애타게 기다린 독자가 많았던 것 같다.



<나를 진심으로 응원해 주는 사람>

『우리가 반짝이는 계절』은 장류진 작가의 핀란드 여행기다. 대부분의 여행 에세이가 작가 혼자 떠난 여행인 반면 이 책은 장류진 작가의 절친과 떠난 여행기를 담고 있다. 두 사람은 2008년 교환학생으로 처음 핀란드 땅을 밟았다. 보통의 경우 그렇게 맺은 인연은 귀국과 함께 흩어진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달랐다.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왔고 15년 후 다시 핀란드를 방문한다.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느낀 건 장류진 작가가 참 좋은 사람이란 점이다. 그리고 그녀의 절친 '예진' 또한 좋은 사람이었다. 서로를 배려할 줄 알며 호의를 진심으로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장류진 작가의 이런 성품이 잘 드러나는 건 책의 후반부 '에필로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세 번째 책 『연수』의 온라인 서점 예약 판매 페이지가 열리는 날이었다. 책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이런 악플이 달린다. '기대하고 읽었는데 그저 그런 하급 소설이라 대실망. 얘는 이제 『일의 기쁨과 슬픔』 같은 작품을 못 쓰는 듯.'

깊은 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뜻밖의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이건 뭐죠? 책이 아직 인쇄되지도 않았는데 악평을 남기셨네요?', '예약 판매 중인데 어떻게 책을 읽으셨다는 건가요? 타임머신이라도 타셨나요?'. 장류진 작가의 친구들이었다. 악플을 단 사람은 다음 날 아침 스스로 글을 지웠다.



<새로운 버킷리스트. 핀란드 여행>

이 책의 주제는 '친구, 우정, 인연'으로 볼 수 있는데, 소재인 여행 에세이 또한 결코 식상하지 않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핀란드라는 북유럽의 먼 나라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기 충분하다. 마침 올 초 재밌게 보았던 tvN의 여행 예능 <핀란드 셋방살이>도 떠올라서 더욱 몰입되었다.

책을 읽으며 알게 된 건 핀란드의 커피 원두 소비량이 전 세계 1위라는 것이다. 무려 12kg에 달하는데, 2위인 노르웨이가 9.9kg이고 우리나라는 1.8kg에 불과했다. 이외에도 핀란드에는 무려 20만 개의 크고 작은 호수가 있다는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구글맵 켰다. 물을 좋아하는 내게 이처럼 찰떡인 나라는 없다는 생각에 버킷리스트 여행지 목록에 추가했다.



『우리가 반짝이는 계절』을 선물하기 좋은 책이라고 말한 만큼 온라인 서점에서 3권을 주문했다. 책을 좋아하는 나의 오랜 친구 3명에게 선물하기 위해서다. 2년 전, 제목에 이끌려 우연히 손에 든 『일의 기쁨과 슬픔』으로 장류진 작가를 처음 만났을 때 깨달았다. '아... 나는 이 사람의 팬이 되겠구나.'


책의 에필로그에는 『연수』의 첫 번째 북토크 이야기가 실려있다. 김하나 작가는 장류진 작가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작가님은 10년 뒤에 자신이 어떤 모습일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여기에 대한 답변은 책에 실려 있지만, 내가 대신 답변하자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더 좋은 이야기를 생각하고, 따뜻하지만 현실적인 문장으로 우리를 위로하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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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 코드: 더 비기닝
빌 게이츠 지음, 안진환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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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게이츠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하나다하지만 우리가 아는 그는 대부분 마이크로소프트의 창립자, 혹은 억만장자 자선가라는 모습이다. 이번에 읽은 자서전 『소스 코드: 비기닝』은 이런 공식적인 모습이 아닌, 게이츠라는 사람 자체를 깊이 들여다볼 있는 책이었다. 특히 책은 게이츠가 직접 번째 자서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반적인 자서전이 대필 작가에 의해 쓰인 것과 비교했을 진짜 자서전이라 불릴만하다.


『소스 코드: 더 비기닝』을 펼치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빌 게이츠도 평범한 어린 시절을 보냈을까?"였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그의 어린 시절이 결코 평범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책은 그가 타인과의 소통보다 논리적 사고와 숫자에 관심을 가졌던 어린 시절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특히 학창 시절 도서관에서 사서를 도우며 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사물을 분류하고 연결하는 법을 배운 일화는 흥미로웠다. 경험이 후에 그가 소프트웨어 개발에 몰입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게이츠의 학창 시절을 이야기할 빼놓을 없는 사람이 있다. 바로 앨런이다. 『소스 코드: 비기닝』은 단순히 게이츠 개인의 성장 이야기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함께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레이크사이드 학교에서 처음 컴퓨터를 접했던 순간과 앨런과 함께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며 미래를 꿈꾸던 이야기는 마치 영화 장면처럼 생생했다.


특히 그들이 무료로 제공된 컴퓨터 사용 시간을 아껴가며 프로그램을 만들던 모습에선 그들의 비범함을 엿볼 있었다. "우리는 단순히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라는 그의 말에서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하는 즐거움과 도전 정신이 느껴졌다. 더불어 책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창립 이야기를 단순한 성공 스토리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창업 이전의 불확실성과 두려움, 실패와 실수를 통해 배우는 과정을 강조한다.


그는 자신의 실수와 시행착오를 숨기지 않고 이를 솔직하게 고백한다. 예를 들면 그가 하버드 대학교를 중퇴할 때의 고민, 그리고 초기 사업 운영에서의 실수들이 책에 그대로 담겨 있다.


특히 어린 시절 친구였던 켄트 에번스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그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감동을 주었다. 경험을 통해 그는 인생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시간을 가치 있게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소스 코드: 비기닝』을 읽으면서 게이츠의 호기심과 탐구 정신이 그를 지금의 자리까지 이끌었다는 점을 실감했다. 그는 단순히 머리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하고 배운 것을 연결하며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가는 사람이었다. 이러한 태도는 단순한 '천재성' 아니라, 그가 의식적으로 길러온 사고방식이라는 점에서 많은 것을 배울 있었다.


많은 자서전 추천 도서들이 있지만, 『소스 코드: 비기닝』는 단순한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오히려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과 배움을 강조한다. 점에서 게이츠의 자서전은 단순한 동기부여를 넘어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인 교훈을 제공한다. 특히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는 "결국 성공이란 사회에 기여하는 "이라고 말하는 부분은 한국 기업가들이 배워야 대목이다.

 

누군가 " 게이츠의 삶에서 무엇을 배울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끊임없는 호기심과 문제 해결을 향한 도전 정신이라 답하고 싶다.

 

<참고 자료>

1. "Inside Bill's Brain: Decoding Bill Gates" (넷플릭스, 2019)

2. "What's Next? The Future with Bill Gates" (넷플릭스, 2024)

3. geekwire, Bill Gates on Microsoft at 50, and what’s next for AI and innovation

4. geekwire, Interview : Bill Gates on his early years, key influences, and outlook on the world today

5. npr, Bill Gates reflects on his youth, beginnings of Microsoft, in new memo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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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고르는 책 - 탐험하는 독서가를 위한 안내서
손민규 지음 / 포르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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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부터는 책 고르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집에 항상 책이 쌓여 있었고 그때그때 내가 관심 있는 주제 혹은 저자의 책을 연속해서 읽고, 거기서 발생한 호기심이 이끄는 데로 다음 책을 골라 읽었다. 딱히 시간을 정해 놓고 읽지 않았으며 그저 틈날 때마다 책을 펼쳤다. 그게 내게 너무 당연한 일이었고 오히려 책을 읽지 않는 게 어색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저 운이 좋았다. 그렇기에 책고수의 조언은 언제나 반갑고 고맙다.


『책 고르는 책』은 온라인 서점 예스24에서 인문, 정치사회, 자연과학 담당 도서 PD(구 도서 MD)로 일하고 있는 손민규 저자의 책이다. 서점에서 일한 지는 15년이 넘었고 채널예스와 블로그(현 사락)을 담당하기도 했다. 『밥 보다 등산』(책밥상, 2021), 『힙 피플, 나라는 세계』(포르체, 2022)에 이은 세 번째 책을 펴낸 저자는 이번엔 자신의 전문 분야를 가장 잘 살린 주제로 책을 집필했다.



<호기심에서 출발하는 책 고르기>

책은 크게 1장 '재밌는 책, 어디서 찾아요?'를 시작으로 2장 '책 세계 여행자를 위한 안내 가이드'를 거쳐 3장 '책 읽으면 뭐가 좋아요?'로 마무리된다.

2장은 『책 고르는 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데, 소설 · 철학 · 심리학 · 사회 과학 · 역사 · 자기계발 · 경제/경영 · 자연과학 · 관계와 가족으로 분류하여 각 카테고리 별 추천도서와 기준을 이야기한다. 덕분에 이 책을 읽으며 여러 번 스마트폰을 켜서 서점에 책 제목을 검색했는데, 책 마지막 부분에 총정리 되어 있으니 나처럼 왔다 갔다 하며 읽을 필요 없다는 걸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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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쓴 책을 읽으면 이렇게 독서 의욕이 생기고 삶의 활력이 샘솟는다. 이런 게 바로 우리가 좋은 책을 소개한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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