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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전설의 모든 것
얀 해럴드 브룬반드 지음, 박중서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5월
평점 :
어릴 적부터 간이 컸다. 그런 이유에선지 괴담이나 공포 이야기 썰을 듣고 보는 걸 좋아했다. <무서운게 딱 좋아 시리즈>를 비롯하여 일본의 공포 만화가 이토 준지의 만화를 비롯하여 공포 영화도 가리지 않고 찾아 보았는데, 해당 장르에서만 느낄 수 있는 등골 서늘한 느낌이 좋았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든 뒤로는 내성이 생겼는지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관심을 가진 건 ‘무서운 이야기 썰 모음’이었다. 현실과 어느 정도 맞닿아 있으면서 창작의 원천이 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자료를 구하기 쉽지 않았다. 대부분 커뮤니티나 웹툰, 유튜브 등에 떠도는 이야기여서 체계가 없어 아쉬웠다.
『도시전설의 모든 것』은 인디애나 대학에서 민속학 박사를 취득하고 유타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던 얀 해럴드 브룬반드의 책이다. 저자는 ‘카더라’ 통신’으로만 떠돌던 민간전승들을 방대한 문헌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다양한 도시전설 연구서를 집필했으며, 이러한 공로를 인정 받아 ‘20세기 미디어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학자’로 불리고 있다.
<270편의 짧은 무서운 이야기 썰 모음>
1,016쪽. 괴담 · 공포 썰 모음 『도시전설의 모든 것』의 페이지 수이다. 양장본으로 제작되어 두께감이 더욱 부각되는데, 단순히 짧은 무서운 이야기를 나열한 게 아니라 주제를 나눠 체계적으로 분류한 부분이 인상 깊다. 도시전설을 다루고 있는 만큼 우리 일상과 밀접한 이야기가 많은데, 애완동물 · 자동차 · 아기 · 캠퍼스 · 음식 등을 주제로 삼고 있어 더욱 섬뜩하다. 이중 인상 깊었던 이야기 하나를 소개한다.
[뜻밖의 식인종]
이 이야기의 진실성이야 나도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전직 식물병리학자인 캐미시어의 엘리스 달리의 말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 사는 예전 동료 가운데 한 명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역시나 과학자인 그 동료는 유고슬라비아 출신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아직 유고슬라비아에 살고 있던 그 친구는 심간한 식량부족을 겪었는데, 미국에서 살던 친척들이 보낸 구호품 소포 덕분에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식품을 깡통에 담아서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라벨도 붙지 않은 채 도착한 꾸러미가 있었다. 열어보니 무슨 가루가 들어 있기에, 유고슬라비아인 가족은 그 당시에 간절히 필요했던 구호품 식량인가 보다 하고 넘겨 짚었다.
가족은 그 가루를 다른 음식에 섞어보았는데, 의외로 색다른 풍미가 느껴지기에 결국 한 통을 다 먹어치우고 말았다.
그러다가 여러 주가 지나서 편지가 한 통 도착했는데, 그 안에는 앞서 보낸 꾸러미 이야기가 나와 있었다.
미국에 살던 친척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화장한 유해라도 고국의 품으로 보내드리고 싶어서 깡통에 담아 보냈다는 내용이었다. 음, 여하간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 것은 확실히 맞았다.
<괴담 · 공포 · 추리 미스터리 소설 작가 필독서>
소설 쓰기에 도움 되는 『도시전설의 모든 것』는 직접적인 공포감을 주지 않는다.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인만큼 허무한 이야기도 많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부분이 상상을 자극하는데, ‘나라면 어떻게 이야기를 이어갈까, 복잡적으로 구성할까’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도시전설이 270편이나 되는 만큼 하나쯤은 관심을 끄는 이야기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각 도시전설에는 저자의 해설이 실려있는데, 이 부분을 참고해 상상력을 발휘하면 분명 좋은 괴담 · 공포 · 미스터리 한 편을 집필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나의 책장에는 소설 쓰기 관련 책을 모아둔 책장이 있다. 짧은 무서운 이야기 썰 모음집 『도시전설의 모든 것』은 당당히 그곳 중심에 자리했다. 책을 읽는 내내 흥미를 끈 이야기가 아주 많았는데, 잘 조합하고 버무려 나만의 이야기로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았다. 이 책이 단순히 괴담 · 공포 모음이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무서운 이야기 썰을 좋아하는 모든 분에게 『도시전설의 모든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위즈덤 하우스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