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잔혹사 - 약탈, 살인, 고문으로 얼룩진 과학과 의학의 역사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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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만족감'은 독서를 지속하는 강력한 동기 중 하나다.


대부분의 사람은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바란다. 특히 지적 성장은 인간만이 가지는 독특한 특성이기에 가치가 더욱 크다. 지적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책은 많다. 철학 · 역사 · 요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느낄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건 과학이다. 인류 역사와 함께한 성장한 과학은 과거에는 생각도 못 했던 일을 너무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빛만 존재했던 건 아니다. 광기에 사로잡힌 과학자가 인류애를 거부한 채 벌인 수많은 만행은 역사 속에서 되풀이되어 왔다.


『과학 잔혹사』는 과학과 스토리텔링을 결합해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샘 킨의 저서이다. 〈뉴욕 타임스〉, 〈뉴 사이언티스트〉 등에 글을 기고했으며, 2009년에는 미국과학작가협회 특별상을 수상했다.


과학 서적 전문 출판사인 해나무는 2011년부터 샘킨 작가의 책을 꾸준히 출간하고 있는데, 주기율표에 얽힌 광기와 사랑을 다룬 『사라진 스푼』을 시작으로 『바이올리니스트의 엄지』, 『뇌과학자들』, 『카이사르의 마지막 숨』 등 하나같이 흥미로운 주제의 책을 번역해 주어 신뢰도가 높다.


<과학자는 언제 어떻게 인간성을 망각하는가>

소제목으로 쓰인 문구는 신간 도서 『과학 잔혹사』를 관통하는 문장이다. 약탈과 살인, 고문으로 얼룩진 과학과 의학의 역사 속에서 인간성을 유지한 채 후대에 존경받는 사람이 된 사람과 질타 받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해적질 · 노예 무역 · 시신 도굴 · 살인 · 동물 학대 등 목차만 보아도 소름 돋는 이야기가 많다.


책 전반에 걸쳐 범죄를 저지른 과학자들의 공통점은 '집착'이다. 이러한 감정이 광기로 확장되며 한 마디로 눈에 보이는 게 없는 상태가 되는데 그들은 더 이상 인간이길 거부한 인간이 된다. 『과학 잔혹사』가 좋은 책인 이유는 과학사의 뒷이야기를 다루면서 인간의 욕망을 언급하기에 훌륭한 인문서의 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두껍지만 지루하지 않다>

『과학 잔혹사』는 528쪽이다. 판형도 큰 편이라 한 손에 들면 무게감이 느껴진다. 독자에 따라 덜컥 겁이 날지도 모르겠다. 겁먹을 필요 없다. 가독성이 좋아서 술술 읽힌다. 저자가 스토리텔링에 신경을 쓴 티가 많이 난다. 각각의 이야기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흥미로운 사건을 적절히 배치했기에 어려움 없이 한 챕터를 끝낼 수 있다.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한 번에 읽기보다는 조금씩 나눠서 읽어도 좋고, 소제목을 보고 관심 가는 이야기만 읽어도 괜찮은 독서가 되리라 생각한다. NPR 사이언스 프라이데이라는 곳에서는 이 책을 <마치 스릴러 소설 같다. 단, 전제가 있다. 이 책의 모든 범죄는 과학의 이름으로 저질러졌다>고 평가했는데, 『과학 잔혹사』를 읽다 보면 크게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장르소설, 그중에서도 추리/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여러모로 흥미로웠다. 자극적인 사건을 다루지만 샘 킨 저자의 완급조절 덕에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없었고, 무엇보다 만능으로 여겨지는 과학을 신성시해선 안 된다는 진실도 깨달았다.

내가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즐거움' 때문이지만 과학책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지적 만족감'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희열감이 있다. 흥미로운 과학책을 찾는 모든 분에게 이 책을 권한다.

<해나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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