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문학동네 시인선 135
이원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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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이 날아갈 정도의 바람이 불어요

제비 목소리로 귀는 막겠지만

밤엔 지붕이 있는 거나 없는 거나 마찬가지로

눈을 뜬 거나 감은 거나 마찬가지로

어두워요


어두운 건 밤의 장점이에요


깊은 맛이라는 개념은 얕은 물에만 있는 것 같아요

_일부



오늘은 바람이 미친듯이 하루종일 불고 있다 어두운 밤이 되어서도 바람은 잦아들지 않고 오히려 바람소리는 창밖에서 더 기세를 올리고 있다

바람하면 떠오르는 건 제주다

내가 제주에 관해 가지고 있는 기억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바람에 관한 것이다

거짓말 보태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완만한 내리막을 가고 있었는데 제주의 바닷바람에 자전거가 내려가지 않고 심지어 위로 밀려 올라갈 지경이었으니 그 기억은 쉽사리 잊힐 게 아닌 것이다

진짜 지붕이 날아갈 정도의 바람이 제주에 자주 불 것은 팩트인 것이고 이 표현은 시적으로 과장된 것이 아닌 것이고 제주에서 생활해본 사람의 솔직한 경험이란 것이다

제주와 바람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일텐데 시집을 읽다가 그 바람이 등장하는 바람에 리뷰의 시작이 바람이야기가 되었다






시인 이원하는 201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할 당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등단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이제 총 54편의 시가 담긴 첫 시집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를 최근 읽어보았다

언제나 그렇듯 모든 시인의 첫 시집을 읽는건 흥미로운 일이다


어깨너머로 듣기로 시인의 이력이 다소 특이하다면 특이하다고 들었다

일반적인 국문과나 문창과 출신도 아니며 작가를 꿈꿔왔던 문학소녀도 아니었다고 한다

미용고를 졸업해 미용실 스태프로도 일하고, 영화 <아가씨>에 뒷모습이 살짝 등장하는 보조 연기자로 출연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이력을 들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이 시인의 시는 상투적 표현이 되겠지만 새로웠다.

일단 표제작이자 등단작을 한번 읽어 보고 이야기 해보자.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유월의 제주

종달리에 핀 수국이 살이 찌면

그리고 밤이 오면 수국 한 알을 따서

착즙기에 넣고 즙을 짜서 마실 거예요

수국의 즙 같은 말투를 가지고 싶거든요

그러기 위해서 매일 수국을 감시합니다


나에게 바짝 다가오세요


혼자 살면서 나를 빼곡히 알게 되었어요

화가의 기질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매일 큰 그림을 그리거든요

그래서 애인이 없나봐요


나의 정체는 끝이 없어요


제주에 온 많은 여행자들을 볼 때면

내 뒤에 놓인 물그릇이 자꾸 쏟아져요

이게 다 등껍질이 얇고 연약해서 그래요

그들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사랑 같은 거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제주에 부는 바람 때문에 깃털이 다 뽑혔어요,

발전에 끝이 없죠


매일 김포로 도망가는 상상을 해요

김포를 훔치는 상상을 해요

그렇다고 도망가진 않을 거예요

그렇다고 훔치진 않을 거예요


나는 제주에 사는 웃기고 이상한 사람입니다

남을 웃기기도 하고 혼자서 웃기도 많이 웃죠


제주에는 웃을 일이 참 많아요

현상 수배범이라면 살기 힘든 곳이죠

웃음소리 때문에 바로 눈에 뜨일 테니깐요




201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라 고백한 시가 뽑혔을 때, 문단은 대체 이런 시인이 어디 숨어 있다 나타났냐며 술렁댔다. 이 놀라운 신인은 데뷔 첫 해 문예지 등의 청탁만으로 44편의 시를 지었고 출판사 사정으로 1년 늦춰진 걸 감안해도 데뷔 2년만에 첫 시집을 내놨다. 첫 시집은 출간 일주일 만에 벌써 3쇄를 찍었다.


_한국일보 2020. 4.23



일단 시집을 펼쳐 차례 페이지를 보면 페이지를 잘못 펼쳤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시들의 제목이 길어서 그 자체가 한편의 시인가 싶은 시각적 착각을 일으키게 할 정도다. 차례는 그렇다 치고 많은 시들이 경어체를 쓰고 있다. 경어체로 끝나는 시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원하의 시들은 그럼에도 경어체이기 때문에 더 맛이 사는 것 같아 경어체여야만 하는 것이란 걸 읽으면서 느끼기도 했다

4부로 나뉜 구성에 각각의 부제목이 ’ ‘’ ‘’ ‘이다. ‘새싹눈물로 읽을 수도 있고 새싹눈물로 읽어도 되는 부제목들이다.



욕심 같아서는 수십 편의 시들을 많이 소개하고 싶다. 그만큼 오랜만에 아주 흡족한 시집을 만났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고 무엇보다 가장 좋은 건 역시 시집을 직접 손에 쥐고 읽어보는 것이기 때문에 일부 인상적인 부분을 아껴 소개해 보도록 한다.



나는 바다가 채가기만을 기다리는 사람 같다


/.../

아파도 도달해야만 하는 지점을 기억하는데

나는 자꾸만 때를 미루고 있습니다

치과나 병원이면 이렇게 미루지 않았을 겁니다

차오르다 차오르다 뚜껑만 닫으면 되는데

그게 안 됩니다


손수건 한 장이 나를 안쓰러워합니다


손수건 한 장은

아슬아슬하고 별것 아닙니다


이러다가는 내일도

바다가 나를 채갈 겁니다

자꾸 울면

내 눈에만 보이던 게

내 눈에만 안 보일 겁니다


_<나는 바다가 채가기만을 기다리는 사람 같다> 부분



코스모스가 회복을 위해 손을 터는 가을


/.../

휘둘리며 사는 삶에는

애초에 비스듬하게 서 있는 것이 약이니까요


_<코스모스가 회복을 위해 손을 터는 가을> 부분



29에 등단하고 지금 서른 초반의 시인이 지어내는 시와 그 행과 행간에 숨겨놓은 여백들에 나는 새삼 놀란다. 시 전체를 읽어야 맥락을 보고 제대로 느끼겠지만 궁금하다면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든 주문 버튼을 누르자.

시인의 간단한 프로필 이외에 개인사를 알 수는 없고 쉽게 쓰여지는 시는 없겠지만 어떤 한 문장과 그 문장을 이루는 낱말과 그리고 띄어진 공백들이 채워지는데는 쉽지만은 않았겠구나 짐작해 본다.


시집 제목을 의심하지 않은 당신이라면 시인이 제주에 살고 있다는 걸 알고 시집을 읽었을 것이다. 이 시집엔 제주에서 생활해봐야만 쓸 수 있는 시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이원하 시인은 첫 시집을 낼 때까지 제주에 머물 작정이라고 했다.


도시로 돌아오면 시가 망할 것 같아요. 시로 쓸 색()이 없어서요. 저에게 시는 삶이에요. 보고 겪은 것만 시로 쓰거든요. 제가 걸어가지 않으면 시도 멈춰 버려요.”

사실은 술이 세요. 소주 두세 병 마시면 기분만 살짝 좋아져요.” 어쩐지 배신감이 든다. “시로 엄살을 부려 본 거예요. 지난해 5월 혼자 제주로 이사했는데 너무 힘들었거든요. 벌레가 너무 많아서요. 벌레 발 소리에 잠에서 깰 정도였어요.”


한국일보 인터뷰 2018.2.13.


첫 시집이 나온 지금 시인은 제주에 살지도 않고 사실 술도 좀 세다고 한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시인은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면 부다페스트로 떠날 예정이라고 하며 조만간 시인의 산문집이 출간될 예정이라고도 한다.

장담까지 아니더라도 현재 대중 독자들과 평단으로부터 가장 각광 받는 시집이자 시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제주를 떠나 부다페스트로 갈 예정인 시인이 다음 묶을 시집에 과연 어떤 제목을 지을지 그리고 어떤 시들이 지어질지 시집을 읽은 독자라면 나와 비슷한 생각이지 않을까 한다. 한 편을 더 읽어 본다.



싹부터 시작한 집이어야 살다가 멍도 들겠지요


낑깡을 얼마나 크게

한 입 베어 물어야

얼떨결에 슬픔도 삼켜질까요


그리고 어찌해야 그 슬픔은

자신이 먹혀버린 줄 모를까요


노을이 추운지

희끗희끗 몸을 떠네요


떠는 건 진심이지요

겨울이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요

생각으로는 어찌 될 수 없는 일이지요


이렇게 횡설수설하며 걷다보면

횡설수설을 들려주고 싶은 집 앞에

도착하지요


집 앞에 서니

집이 참 멀어 보입니다


진심이란, 집 안에 없고

내 안에 있기 때문이지요


집이 여전히 멉니다


진심은 없던 일이 될 수 있지만

집은 그럴 리 없어서지요


싹부터 시작된 집이 있다면

내가 원하지만 차라리

모르고 사는 게 나아요


싹부터 시작된 모든 것들은

온종일 곁에 두면 서로 멍만 드니까요


시 전체가 좋아서 읽어 본 것이지만 특히나 다음의 연이 오래 남아 있다.


떠는 건 진심이지요

겨울이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요

생각으로는 어찌 될 수 없는 일이지요


/.../


싹부터 시작된 모든 것들은

온종일 곁에 두면 서로 멍만 드니까요



겨울에 우리가 흔히 개 떨듯이 떨다 왔다고 한다. 그렇게 겨울에 개 떨 듯이 이를 부딪히며 떨어본 사람은 안다. 일부러는 그렇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그 떤다는 것을 진심에 비유할 수 있는 시적인 감각이나 삶의 그런 순간을 시로 옮길 수 있다는 건 나는 단순 글쓰기를 잘한다고 되는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음 연에서 온종일 곁에 두면 서로 멍만 드는 사이를 싹부터 시작된 모든 것들이라고 하며 관계에 대해 보이는 회의적 시각은 시인의 인생 가운데 어떤 그늘에서 비롯되었을까 싶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시의 어떤 문장이나 몇몇 연을 읽다가 읽기를 멈추게 하는 시들이 많다면 그 시집은 자기 자신과 코드가 맞는 시집일 것이다. 그렇게 한 시인의 중독자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시집에 대한 느낀점들을 이야기해보았는데 이것은 지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이렇게 딱 꼬집어 말하고 싶은 부분들과 그 부분들이 모인 시가 그야말로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고 있는 시집이기 때문에 호들갑스럽게 소개해 보았다. 당신들도 한번쯤 만나봤으면 하는 시집이다.

언제나 그렇듯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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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안락사를 택했습니다 - 가장 먼저 법적으로 안락사를 허용한 나라 네덜란드에서 전하는 완성된 삶에 관하여
마르셀 랑어데이크 지음, 유동익 옮김 / 꾸리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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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죽음으로 인해 나와 우리 가족이 갑작스럽게 안락사 옹호론자들로 바뀐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 장벽을 넘지 못했으며, 사명감 따위를 갖고 있지도 않다. 우리는 단지 모든 사람이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삶을 도저히 견뎌낼 수 없다면, 육체적 혹은 정신적 고통을 참을 수 없다면, 하루를 어떻게 버텨야 할지 진심으로 더 이상 알지 못한다면, 그리고 죽음이 구원이라면, 죽음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다음 죽는 데 반드시 도움을 받아야 한다. 죽기를 원하는 사람은 결국엔 죽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그에게 도움을 주든지 안 주든지 여부에 상관없이 말이다.

이념이나 신앙 혹은 어떤 이유로든 다른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은 이기적이다. 오만한 것이다.

사람들은 아이를 낳을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죽기를 원하는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삶은 의무가 아니다.

(...) 사람들은 소셜미디어에서 내 동생이 쉬운 길을 선택했다고 아우성쳤다. 그게 우리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했다. 그가 간 길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붕에서 뛰어내리거나 기차 앞에 서 있는 것, 그런 것이 빠른 길이다. 똑같이 무시무시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안락사를 조정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동생의 경우 약 16개월이 걸렸다. 간절히 죽기를 원한다면 그 시간은 매우 오랜 시간인 것으로 보인다.

_174p




이 책을 읽고 어떤 사람은 안락사를 더욱 옹호할 수도 있고 그 반대로 더욱 반대의 입장을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에서도 밝혔듯이 아직까지 동양권에서 안락사를 허용하는 국가는 없다. 한국에 도입되기 전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많은 시간과 노력, 무엇보다 개인의 죽을 권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라 본다. 유교적 가치관이나 종교적 입장에서는 허용되기 어려운 제도가 아닌가 싶어 과연 한국에 안락사가 도입될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미래의 사회적 상황은 예측할 수 없으므로 어느 정도의 여지는 있지 않을까도 싶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중의 누군가는 죽음을 맞기 위해 머나먼 타국으로 원정 안락사라는 서글픈 편도 여행을 가고 있을 것이다.


최근 3년간 스위스에서 한국인 두 명이 조력자살 기관의 도움을 받아 원정 안락사를 했다고 한다. 한국은 알다시피 안락사가 법으로 금지돼 있다. 20182월부터 치료 효과 없이 생명만 연장하는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게 하는 존엄사법은 시행 중이다. 존엄사법은 인위적으로 죽음을 앞당기지 않고 자연사의 범주 내에서 연명 치료를 포기한다는 점에서 안락사와는 다르다.

_233p

 

독자는 이 책에서 마르크의 안락사가 시행되는 날의 상황을 형의 시각을 통해 비교적 상세히 보게 된다. 옮긴이는 번역을 하며 많이 울었다고 하지만 그렇게 많이 울어야할 책은 아니다. 물론 감정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럼에도 마르크가 죽는 날 부분을 읽어갈 땐 알 수 없는 감정이 복받치기도 했다.

몇 시간 후 의사가 도착하는데 평소보다 컨디션이 좋아보이는 마르크의 언행이 더욱 그러했는지도 모르겠고 지금이라도 자신의 안락사를 취소하고 다시 한번 재활을 시도해보면 될 것도 같은데 굳이 스스로 안락사를 통해 자신을 죽음이라는 끝으로 몰고 가야할까.

지켜보는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그만두면 안될까 지금이라도 다시 한번 가족들이 말려보는건 어떨까,와 같은 온갖 생각이 내게도 밀려드는데 이런 생각은 당사자인 마르크가 겪었던 고통과 죽지 않는다면 겪을 고통을 모르고 하는 걸 수도 있다.

나는 한국에도 네덜란드와 같은 안락사가 도입되어야 하고 안락사라는 제도에 대해 찬성하는 편이지만 마르크가 죽는 상황을 간접적으로 봤을 때 온전히 받아들이기란 사실 쉬운 일이 아니겠구나 싶었다.

 

자식들이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사업가로서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고급 주택과 고급 차, 사우나를 갖추고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마르크는 치료될 수 없었다.

그에게 안락사가 승인되었던 이유다.

그가 죽은 이유다.

_2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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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 안에서 유영하기 - 깊고 진하게 확장되는 책 읽기
김겨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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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책은?

 

북튜버가 소개하는 북튜버의 인생책에 관한 책이다

북튜버라면 한번은 봤을 테고 어쩌면 이미 구독하고 있을지도 모를 채널 겨울서점의 주인장 김겨울님의 책이다

 

#김겨울 #활자안에서유영하기 #북튜버


얄븐독자의 주제넘는 삐딱한 책읽기 #얄븐독자


https://www.youtube.com/channel/UCaRlJJGCu0A7YQCwl0duhXw?view_as=subscri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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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소담 고전 명작 시리즈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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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행해질 권리가 없는 <<멋진 신세계>>

1-1 소설의 배경과 줄거리 요약

1-2 잡썰 - 우리는 과연 이 멋진 신세계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i) ‘야만인 존이라는 인물에 관한 것

ii) ‘불행해질 권리라는 것


2. 번역 비교 및 각 판본의 장단점 소개

2-1 번역 비교

2-2 두 출판사 번역본의 장단점


ps 리뷰를 마치며



1. 잡썰 우리는 과연 이 멋진 신세계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제목 <<멋진 신세계>>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 51장에서 따온 것이다.

제목 그대로 멋진 미래 세계에 대한 소설로 받아들이는 독자는 없을 것이다. 당연히 반어법적 제목일 거라 짐작하리라 생각한다.


1930년대에 쓰여진 소설을 거의 100년에서 10년 빠진 2020년에 읽다보니 어쩔수 없이 좀 심심한 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당시의 헉슬리가 상상한 미래가 곧 현재일 수도 있다보니 지금 읽다보면 식상함이 없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하더라도 충분히 얼마든지 오징어를 씹듯 곱씹을만한 작품은 맞다. 그렇지 않았다면 거의 100여 년이 지나가는 동안 잊혀졌을 것이다.


여러 장면이 있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를 뜯어보자면

17장에서 통제관과 야만인 존이 나누는 대화의 마지막 부분이다


(...)

하지만 난 불편한 편이 더 좋아요.”

우린 그렇지 않아요.” 통제관이 말했다. “우린 편안하게 일하기를 더 좋아합니다.”

하지만 난 안락함을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신을 원하고, 시를 원하고, 참된 위험을 원하고, 자유를 원하고, 그리고 선을 원합니다. 나는 죄악을 원합니다.”

사실상 당신은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는 셈이군요.”

(...)

나는 불행해질 권리를 주장하겠어요.”

_362 소담

 

이 대화 장면에 대해 대략 두 가지 정도를 이야기할 것인데

첫째는 이 야만인 존이라는 인물에 관한 것이고

두 번째는 야만인이 주장하는 불행해질 권리에 대해서다


i) 설득력이 떨어지는 야만인 존


1946년 개정판의 머리글에서 헉슬리는 다음과 같이 토로하고 있다.


20년 전에 저지른 문학적인 결함들에 집착하는 행위, 처음 작품을 만들 때

이룩하지 못했던 완벽성을 성취하기 위해 좋지 못한 작품을 뒤늦게 보완하려는

시도, 지금과는 크게 달랐던 젊은 시절에 저질러 놓은 예술적인 미숙함을 바

로잡기 위해 헛되이 중년 시절을 낭비하는 짓-이는 모두 분명히 쓸모없고

허황된 행위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새로 내놓는 이 <<멋진 신세계>>

과거의 작품과 다를 바가 없다.

_009




헉슬리 자신이 인정한 바와 같이 솔직히 <<멋진 신세계>>의 완성도는 좀 떨어진다고 본다특히나 야만인 존은 좀 오버스러웠다초등학생의 입에서 대학생의 의견이 막 터져나오는 것 같았다작가가 등장인물과의 거리 두기에 실패한 경우라고 본다작가가 인물에 너무 과몰입한 나머지 충분히 성장시켜놓지 못한 인물에게 너무 많은 정보를 주입한 느낌이다.

작품의 후반부를 휘젓게 하고 싶었다면 존의 출생과 성장에 더 많은 페이지를 할애했어야 설득력이 높지 않았을까 했다물론 헉슬리가 생각하는 부족한 부분과 독자들이 생각하는 부분이 같을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리고 머리글에서 언급한 것 가운데 이것 아니면 저것이어야 했던 존의 선택지를 개정판에서 적당한 타협안을 하나 더 제시한다고 했을 때 과연 이 작품의 의미가 변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되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어쨌든 헉슬리는 예술가로써 완벽성을 추구하기 위해 작품을 뒤집어엎는 허황된 노력은 하지 않은 듯 싶지만 아주 미미한 부분에서는 개정판을 내며 수정을 가하지 않았나 하는 흔적은 남아 있고 그것에 대해서는 뒤에 나올 번역과 판본 비교에서 살펴보겠다.


다음으로

ii) ‘불행해질 권리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불행과 권리라는 말의 조합부터가 모순적이다작품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 불행해질 권리라는 걸 설명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은데 소설의 배경이 되고 있는 세계국의 모든 인간들은 외견상 불행한 인간은 없다조금만 불행의 기운이 들 것 같으면 소마라고 하는 알약을 삼킴으로써 불행을 떨쳐낼 수가 있다마치 우리가 으실으실 감기 기운이 들 때 감기약을 미리 복용하고 한 잠 푹 자고 나면 감기가 떨어지는 것과 같은 것이다.


최초의 인간이 선악과를 따먹기 전을 생각해보면 쉽겠다.

선악과를 먹음으로 선과 악을 알고 불행 또한 따라왔으니 선악과 이전의 인간에게 불행이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야만인 존이 불행할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최초의 인간처럼 신의 에덴동산에서 뛰쳐나오는 것으로 해석하면 과장된 무리수일까.


디스토피아적 미래와 그 앞에선 인간의 선택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이 알고 있어서 식상할 수준이긴 하다그런 내용의 영화나 소설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은 그것이 주는 환기효과도 한몫할 것이라 본다영화 블레이드 러너매트릭스 등을 비롯 많은 이야기들이 들려주는 인간의 미래처럼 결국 인간의 미래는 디스토피아에 가깝다고 나는 생각한다. <<멋진 신세계>>가 발표된 1932년으로부터 2020년 현재까지를 돌아봤을 때 우리 인간의 세계는 유토피아에 한 발 다가섰을까 아니면 디스토피아에 가까워졌을까당신의 세계는 어디쯤 있나 궁금키도 하지만 당신의 1인용 세계가 어디에 놓여 있든 상관없이 인류의 세계가 시궁창이라면 당신의 세계 역시 그 안에 속할 뿐이니 나의 안온한 세계 같은 건 그저 시궁창 위의 종이배일 뿐이다.


다시, ‘잡썰 – 우리는 과연 이 멋진 신세계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로 돌아와서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헉슬리가 상상한 세계와 유사해져 가고 있는 이 세계에서 과연 깊숙이 담그고 있는 두 발을 빼낼 수 있느냐보다 과연 발을 빼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있느냐를 먼저 물어봐야할 것 같다


어쩌면 우리의 맨얼굴은 쫓겨날까 싶어 울며불며 무릎 꿇던 버나드에 가까울 것 같다.

그 버나드의 마음이 이해 못할 마음도 아니란 생각도 든다인간의 신세계는 소설 속 세계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당연히 말할지 모르겠지만 소설 속 세계국의 인간들처럼 살아가면 왜 안되나 그건 진짜로 인간이 가면 안되는 길일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야만인 존이 말하는 세계가 너무 순진한 거 아니냐 싶다 그 말이다.

선과 악을 모른 채 결코 불행할 일 없는 세계 안에서 살아가는 게 왜 인간적인 세계가 아닌 건지알파베타감마델타로 태어나 타인과 비교하는 걸 모른채 살아가는 그런 세계가 왜 타파해야 할 세계인 건지평등하다지만 대놓고 자행되는 불평등과 차별 그리고 빈부의 격차가 계층이 아닌 계급이 되었고 부의 대물림이 고착화된 이 세계가 소설 속 세계보다는 낫다고 말할 자신 있는 사람 얼마나 될까대책 없는 낙관주의자나 금수저를 입에 물고 있는 인간이라면 지금 이 세계가 그나마 희망이 있다고 말하거나 안주하려 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헉슬리가 마무리 지어놓은 결말은 단순하고 순진한 것도 같다.


2. 번역 비교 및 두 출판사 번역본의 장단점


비교를 하기 전에 밝혀둘 것은 읽은 것은 소담출판사의 안정효 번역본이고 비교해 본 것은 문예출판사본이란 것이다.


다음은 굳이 다른 한 권을 꺼내보게 한 시발점이 된 문장과 비교 문장이다.


국장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주 천천히 이동하는 피대皮帶 위에서는 받침대에 가득 얹힌 시험관들이 커다란 금속 상자로 들어갔고, 그러면 시험관이 잔뜩 얹힌 또 다른 받침대가 나타났다.

_34 소담


이 문장을 읽고 저 피대란 게 무엇인지 궁금했고, 일반적으로 저 단어가 많이 쓰이는 단어일까 의아했고, 그래서 다른 책은 어떻게 번역했나 찾아보게 되었다.


소장은 지적했다. 매우 서서히 움직이는 컨베이어 위에 놓인 시험관이 가득한 선반이

큼직한 금속 상자 속으로 들어가고 또 하나의 시험관이 담긴 선반은 거기에서 나오고 있었다.

_11 문예


문예출판사본이 영어 그대로 컨베이어라고 옮겨놓은 것을 보고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 이거 번역 때문에 짜증이 좀 나겠구나.

대부분 이런 직감은 그대로 적중하는 편이다.

한번 이런 식으로 비교를 해보기 시작하니까 뭔가 좀 매끄럽지 못하거나 다른 번역은 어떻게 번역했을까 하는 호기심과 짜증 같은 게 끊이지 않으니까 과속방지턱이 1 미터마다 있는 도로 위를 지나가는 것과 같은 읽기가 되고 말았다.




그것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독특한 개성이란 미덕과 행복에 이바지하지만 보편성이란 지적인 필요악이기 때문이다.

_31 소담


그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지만 전문적 지식은 덕과 행복을 증진시키나 전반적인 이해는 최소한으로 억제해야 한다.

_8 문예


가서 죽어버려요!” 격분한 목소리가 안에서 소리쳤다.

_266 소담


되는 대로 하면 되잖아요.” 방에서 격분한 목소리가 소리쳤다.

_218 문예


인간이 만일 행복에 관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다면 인생이 얼마나 재미있을까!’

_272 소담


행복에 대한 사색을 허가할 수 없다니 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_223 문예


하지만 순결은 욕정신경 쇠약증을 의미합니다.

_358 소담

 

순결은 정열을 의미하며 신경쇠약을 의미하는 거야.

_301 문예


배아가 돋아나면 거의 죽음에 이를 상태까지 알코올로 축인다.

_35 소담


발아가 끝나면 사멸할 정도까지 알코올에 담근다.

_11 문예


유리병 담당 계원 다음에는 입병원入甁員들의 차례였다.

_39 소담


그 담당계원들 다음에는 난자삽입 담당이 서 있었다.

_16 문예


상실배桑實胚 _39 : 상실기태아 _16


염분 용액 _39 : 염기성용액 _16


낭창浪瘡 _41 : 결핵성 부스럼 _17


숙사 _62 : 공동 침실 _36


다음의 예로 든 문장들은 교정 과정에서 놓친게 아닐까 싶은 것도 있고

굳이 이런걸 다 지적하는 나처럼 굳이 번역을 이렇게 했나 싶은 것들이다


색인표가 88제곱미터에 달합니다.”

_40 소담


팔십팔 세제곱미터에 달하는 색인 카드입니다

_16 문예


촘촘히 들어선 내쏘고 치기 탑들이 나무들 사이에서 반짝였다. ‘양치기의 숲Shepherd’s Bush’근처에서는 2,000의 베타 마이너스 혼성 복식조가 정구를 치고 있었다.

_113 소담


원심식 범블-퍼피 경기탑들이 나무 사이에서 빛났다. 셰퍼즈 버시 근처에서는 2천 명의 베타 마이너스 계급이 혼합복식으로 리만 평면식 테니스를 치고 있었다.

_79 문예


반공일을 위해서는 2분의 1그램, 주말을 위해서는 1그램, 화려한 동양으로의 여행을 위해서는 2그램

_104 소담


주말에는 반 그램, 휴일에는 일 그램, 호사스런 동방으로 여행하기 위해서는 이 그램

_72 문예


“2,000명의 약학자藥學者들과 생화학자들은 포드 기원 178년에 보조금을 받았어.”

_101 소담


포드 기원 178년에 와서 이천 명의 약사와 생화학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했던 거야.”

_69 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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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의 철학
라르스 스벤젠 지음, 이세진 옮김 / 청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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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의 철학


오늘 소개하는 <<외로움의 철학>>은 노르웨이 베르겐 대학의 철학 교수 라르스 스벤젠의 책으로 국내에 소개된 저서로는 <<자유를 말하다>>, <<노동이란 무엇인가>>, <<패션:철학>> 등이 있다.


차례에서 보여주는 것과 같이 외로움을 여러모로 살펴보고 있는 책이다.


1 장 외로움의 본질

2 장 외로움이라는 감정

3 장 외로운 자는 누구인가 ?

4 장 외로움과 신뢰

5 장 외로움, 우정, 사랑

6 장 개인주의와 외로움

7 장 고독

8 장 외로움과 책임감


그 가운데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정도를 살펴볼까 한다


1. 외로움, 고독, 혼자 있음의 구분 에 대하여 살펴보고

2. 외로움은 어떻게 감소 되는가 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1. 외로움, 고독, 혼자 있음의 구분


외롭다고 말하든 외롭지 않다고 말하든 어쨌거나

우리는 외로움 이라는 말을 비교적 많이 쓰며 산다

그런데 그 외로움 이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거나 외롭다는 생각을 할 때 느끼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언제 처음 느꼈는지를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철학자가 말하는 외로움이란 무얼까 싶어 책을 읽어 봤다


제목이 <<외로움의 철학>> 이라고 해서 철학책이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엔 철학책이라기 보단 외로움에 관한 연구서나 보고서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어떤 주장이나 사실 관계의 제시에 있어서 철학적 접근보다

관련 논문들과 실험 데이타를 인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나 싶다


외롭다는 것, 외로움이라는 것이 뭐냐고 할 때

뭔가 떠오르는 건 있는데 명료하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외로움의 사전적 뜻은 다음과 같다


외로움 :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


흔히 외로움 이라고 하면 고독이라는 것을 떠올리기 쉽고 그 두 가지는 비슷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을 것이다. 고독이라는 말의 사전적 뜻은 다음과 같다


고독 :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


고독과 외로움의 사전적 뜻의 한국어 풀이만으로는 차이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


영어권에서는 어떠한지 저자의 의견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영어에서는 외로움(loneliness)과 고독(solitude)이 별개의 단어로 구분되어 있다. (...)

외로움은 부정적 감정 상태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고 고독은 긍정적 감정 상태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_16


!

외로움은 고독보다 명확하게 정의된다. 외로움의 근간에는 결핍이 있지만,

고독은 다양한 경험, 생각, 감정에 제한 없이 열려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외로움은 반드시 고통이나 불편한 느낌을 포함하지만,

고독은 꼭 특정한 감정을 포함하라는 법이 없다.

고독은 좋은 감정으로 다가오는 경우도 많고 아예 감정상 중립적일 수도 있다.

_162


여기에서 외로움혼자라는 것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저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고 있다


!

영어에서 외로운(lonely)’이라는 단어가 글로 쓰인 가장 오래된 용례는

셰익스피어의 <코리올라누스>에서 볼 수 있는데, 여기서 외로운

완전히 홀로된 상태를 가리킨다.

이 사실에서 외로움(loneliness)이 홀로 있음(aloneness)의 동의어처럼

쓰였으리라 추정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도, 외로운 사람은 혼자인 경우가 많고

혼자인 사람이 더 외로울 거라는 생각이 흔하게 퍼져 있는 듯하다.

그러나 앞으로 보겠지만 외로움은 혼자 있음과 논리적으로 또한 경험적으로 별개다.

_24


!

혼자인(alone)’은 기본적으로 수()와 관련된 물리적 성격을 나타내는 단어로, 어느 한 사람 주위에 다른 이들이 없다는 사태 외에는 지시하는 바가 없다. 이 단어는 그 사태의 좋음이나 나쁨을 평가하지 않는다. (...) 반면에 외로운(lonely)’에는 늘 가치가 개입된다. ‘외로운은 대부분 부정적인 상태 표현에 쓰인다. 반면에 우리는 혼자 지내는 즐거움을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혼자인에는 필수적으로 포함되지 않는 정서적 차원이 외로운에는 포함되어 있다.

_27


각 언어마다 특정 상태를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제 각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주장하는 대로 외로움, 고독, 혼자 있음 의 차이를 따라 구분하고 써야 하는건 아닐 것이다

그렇더라도 다른 언어권 언어가 더 효율적으로 구사되고 있다면 그 언어를 통해 내재된 의미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나는 저자의 설명 덕분에 각 낱말의 의미나 느낌을 좀 확실하게 해둘 수 있었다.



2. 외로움은 어떻게 감소 되는가


우리는 흔히 현대사회로 오며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개인은 더더욱 외로워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통계적으로나 관련 연구를 찾아봐도 그러한 주장의 근거는 없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인터넷의 발달과 보급으로 개인의 sns 사용 시간 역시 자연스레 증가했다 그것으로인해 개인은 더욱 외로워졌을거라 자연스레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그런 주장 역시 저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 주장에 나 역시 동의하는 점이 많은 편이다 궁금한 저자의 주장은 직접 책을 읽어보는 것으로 남겨 두겠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저자는 외로움고독그리고 혼자 있음을 구분했다. 그 가운데 외로움을 감소시키기 위해 고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나는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7장 고독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 가운데 인상적인 부분을 옮겨와 본다


!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문제는 과도한 외로움이 아니라 너무 미미한 고독일지도 모른다.

_186


!

아무도 고독을 견디는 법을 배우지 않고, 추구하지도 않고, 가르치지도 않는다.

고독 역량은 우리가 반드시 배워야만 하는 것이다. 토마스 마초는 이른바 고독 기법”, 다시 말해 자기 자신과 교제하는 기술에 대해 썼다. 외로움 속에서는 자기 혼자 덩그러니 있는 것인 반면, 고독 속에서는 자기 자신과 더불어 있는 것이다. 고독 기법들의 일반적 성격은 자신을 이원화하는 데 있다. 나와 정확히 똑같은 분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와 더불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야 한다. 달리 말하자면, 혼자 있으면서도 타인들의 부재보다는 나 자신의 현존으로 충족이 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_188 ~ 189


!

모든 인생에는 외로움이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감수한 채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므로 외로움을 견디는 법, 될 수 있으면 외로움을 고독으로 변화시키는 법을 배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_208


한 마디로 말하자면 외로움을 고독으로 변화시키는 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외로움의 실체를 잘 파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저자는 외로움의 여러 측면을 설명한 것이다.


한편 저자는 한나 아렌트의 말을 빌려 고독이 외로움으로 변하는 경우를 설명하기도 했다.


!

고독이 외로움으로 변할 수도 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나는 나 자신에게 버림을 받은 것이다. 내가 나를 하나 속의 둘로 쪼개지 못했기 때문에 나 자신과 교제하지 못하고 덩그러니 혼자 남았다고나 할까.

_190


딱히 내 의견을 많이 첨가할 리뷰는 아닌 것 같다. 외로움이니 고독이니 어찌보면 뜬구름 잡기 좋은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다.

잡히지도 않는 뜬구름 한 조각을 아무렇게 뜯어다가 내 맘대로 주물러 놓은것도 같다.

애시당초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를 걸어놓고 자랑질이나 하려했는지 모르겠다

돼지우리의 돼지에게도 외로움이나 고독의 시간이 있을까

잠시나마 그런 이야길 하고 있는 돼지도 있지 않나 상상을 해본다

돼지우리의 돼지는 살이 찌지 않는다면 돼지로써의 실존을 상실한 돼지다

구제역에 걸린 돼지나 소가 생매장 당하는 이유다

돼지처럼 살을 찌우는데만 혈안이 된 우리 대부분에게 고독이니 외로움이니 그딴 것들을 논할 시간은 없는 것 같다 누군가는 그러겠지 고독이 밥 먹여 주냐고 고독에서 쌀이 나오냐 밥이 나오냐고

쌀도 중요하고 밥도 중요하다 그런데 지구촌 어느 한 구석에는 돼지우리를 탈출해 먹기를 달가워하지 않는 어떤 정신나간 돼지도 있지 않을까 하는 외롭고 고독한 상상을 해본다



어쨌든 나는 당신들이 외롭지 않기를 바란다

부디 고독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 귀를 막고 돌아설건가

마지막으로 올라브 하우게의 시 한 편을 옮겨놓는다


달콤하구나, 고독이란.

다른 이들에게 돌아갈 문이

열려 있는 한.

결국, 그대는

자기 힘으로 빛나지 않는다


Hauge, ‘Attum einsemds 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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